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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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 2장 시간이 흘러도 희석되지 않는 기억이 있다 (2)

당가타의 생활은 매우 자유로웠다· 당기문의 손님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누구 한 명 진무원이나 하진월에게 텃새를 부리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두 사람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

하지만 진무원은 그들의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꼈다· 분명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지만 그들과 자신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진월이 코웃음을 쳤다·

“그것이 명문가의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손님이니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기는 하지만 구성원이 아니기에 마음을 열지는 않겠다는 뜻이지· 외부에서 봤을 때는 하등 쓸모없는 행동 같아도 내부의 사람들에겐 그들끼리의 결속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나마 당가는 외부인에게 관대한 편이다· 그만큼 자신들의 능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같은 오대세가라 할지라도 다른 세가들은 외부인에게 더 냉혹한 편이다·”

안휘성의 남궁가 하북성의 팽가 산동성의 제갈가와 황보가의 오만함과 드높은 자존심은 강호에서도 무척이나 유명했다· 그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원한은 절대 잊지 않고 반드시 앙갚음을 했다· 그래서 많은 이가 그들과 은원이 엮이는 것을 꺼렸다·

“각 성도의 명문들은 자신들끼리 거미줄 같은 관계망을 갖추고 공고한 성벽을 구축하지· 거기에 외인이 끼어들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기존의 강호가 공고히 자리를 잡고 있기에 신흥 문파는 크기 힘들고 설령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기존 문파에게 흡수당하기 십상이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하진월의 말은 진무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진무원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진월은 그런 진무원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지금은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해야 할 때· 지금의 고민이 네 성장의 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지식을 전해줘 봤자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뿐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 그렇게 한 명의 무인으로 인간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진무원은 깊은 생각에 빠진 채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문득 고개를 드니 낯선 풍경이 그를 맞이했다·

꽤 넓은 공터이다· 공터는 커다란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형형색색의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진무원은 한참 동안이나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진무원의 낯빛이 갑자기 굳었다·

마치 개미가 피부 위를 지나가는 듯한 간지러운 느낌이 신경을 긁고 있었다·

‘살기·’

누군가 자신의 존재감은 철저히 감추고 불어오는 바람에 살기를 실려 보내고 있었다·

감각이 무딘 자나 무공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자는 절대 느끼지 못할 만큼 살기는 은밀했다·

진무원이 설화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전방위 감각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방원 삼십 장이 그의 영역이 되었다·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소리 개미가 움직이는 기척까지 감지됐다· 하지만 어디서도 살기의 주인은 느껴지지 않았다·

‘절대의 고수이거나 은신술의 달인·’

진무원의 눈빛이 깊이 침전됐다·

이곳은 당가타이다· 당가의 무인들이 혈족을 이뤄 살아가는 곳·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중 암기의 고수가 아닌 자가 없고 용독술을 사용할 줄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이다·

그런 고수들이 즐비하게 포진하고 있는 곳을 외인이 뚫고 들어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당가 내부의 인물인가?’

진정한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생각은 없었다·

진무원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전방위 감각의 영역이 폭발적으로 확장됐다· 그러자 저 멀리 미약한 온기가 느껴졌다·

‘오른쪽 사십 장 밖·’

숨소리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체온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진무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상대의 위치를 감지한 그 순간 상대의 호흡이 변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위치를 알아낸 사실을 미지의 존재 역시 눈치챈 것이다·

그런데도 누구 한 명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절대고수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간격(間隔)이 겹쳤다· 거미가 거미줄을 통해 먹이의 역량을 가늠하듯 그들은 주위의 공기 불어오는 바람 호흡을 통해 서로의 수준을 가늠했다·

그때 불어오던 바람이 멈췄다·

순간 진무원은 주위가 하얗게 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던 낙엽들이 갑자기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작된 것인가?’

탐색은 끝났다· 미지의 적이 먼저 움직였다·

휘류류!

허공에 떠오른 낙엽들이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듯 진무원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진무원은 낙엽이 회오리치는 한가운데 홀로 갇혔다·

낙엽은 바람에 아무렇게나 흩날리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일정한 규칙을 두고 진무원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낙엽 하나하나에서 살기와 시리도록 차가운 예기가 느껴졌다· 겉보기엔 평범한 낙엽 같았지만 그 하나하나에는 미증유의 거력이 담겨 있었다·

‘가공할 내공·’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낙엽을 제어하는 섬세한 공력의 운용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웅혼한 내공·

이 한 수만 봐도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전신의 피가 싸늘히 식으면서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러자 진무원의 눈빛은 오히려 차가워지고 두뇌는 더욱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진무원은 위기가 닥칠수록 오히려 더 냉정해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진무원의 주위를 휘돌던 낙엽들이 하늘로 쑥 빨려 올라가더니 햇빛을 가렸다·

잠시 어둠이 찾아오고 정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슈우우!

수천 수만의 낙엽이 비수가 되어 진무원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 아찔한 광경에도 진무원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누가 보면 자살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진무원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것도 무기력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

낙엽의 비가 거의 지척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진무원이 움직였다· 설화가 섬전처럼 허공을 갈랐다·

츄화학!

마치 비단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낙엽의 비가 갈라졌다· 진무원은 그 사이로 몸을 날렸다· 그의 옷 곳곳이 낙엽에 길게 찢겨 나가며 전신에 생채기가 생겨났다·

하지만 진무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숨어 있는 자의 기척을 찾았다· 그런 진무원을 향해 다시 낙엽의 비수가 쏟아져 내렸다·

진무원이 허공을 향해 다시 설화를 그었다·

멸천마영검 제이식 북천벽(北天壁)이다·

무형의 검벽(劍壁)에 막힌 낙엽들이 힘없이 떨어져 내릴 때 진무원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어느새 동쪽으로 삼십여 장을 이동한 진무원이 커다란 나무를 향해 설화를 휘둘렀다·

쉬가악!

아름드리나무가 힘없이 잘려 나가고 그 뒤에 숨어 있던 검은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친 마의를 입은 육십 대의 평범한 촌로였다· 그는 낙엽 하나를 손가락에 끼운 채 허허 웃고 있었다·

“대단하구먼· 이제껏 나의 백야산엽(白夜散葉)을 그토록 수월하게 파훼한 이는 자네가 처음일세·”

“누구십니까?”

“나? 쉽게 말하자면 이 집안의 가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

“만독제?”

“그렇다네· 내가 바로 당관호일세·”

만독제(萬毒帝) 당관호·

당가의 가주이자 천하제일의 독인이 진무원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진무원을 바라보는 당관호의 눈에는 감탄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백야산엽은 당가의 수많은 절기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극강의 암기술· 그런 백야산엽을 그토록 수월하게 파훼하다니 역시 기문의 말이 틀리지 않았군·’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다· 그저 상대의 수준을 파악하는 데 의의를 두었을 뿐· 하지만 자신이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듯 상대 역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고 안색도 그대로이다· 백야산엽이라는 극강의 절기를 파훼한 자치고 너무나 태평한 모습이다·

그런 진무원의 모습은 당관호에게도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어젯밤 기문의 이야기를 듣고 자네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지·”

“그래서 암습하신 겁니까?”

“암습이야말로 당가의 생명이 아닌가? 무공의 대부분이 암기술이니까·”

너무나 태연한 당관호의 대답에 진무원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왠지 더 이상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기에 진무원은 설화를 거뒀다·

당관호가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낙엽을 허공에 던졌다· 낙엽은 바로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을 맴돌더니 곧 어디론가 날아갔다·

“잠시 걷지·”

당관호가 앞장서 걷자 진무원은 그 뒤를 따랐다·

방금 전까지 있던 흉험한 싸움이 마치 거짓이었던 것처럼 태평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이름이 진무원이라고 했지?”

“예·”

“북천문의 마지막 문주· 맞는가?”

진무원이 걸음을 멈췄다·

“당 대협이 거기까지 이야기하셨습니까?”

“기문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네· 걱정하지 말게나· 다른 사람에겐 이야기할 생각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당가를 이끌어가는 가주의 말이다· 그의 말 한마디는 억만금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기문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네· 그럴 수밖에 없었지·”

당관호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그의 눈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무원은 왠지 그의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단지 무공의 수위 때문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강호의 일각에서 정점에 군림해 온 자의 관록과 여유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나는 늘 북천문에 빚을 진 기분으로 살았다네· 십 년 전 북천문이 그렇게 무너질 때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지·”

당관호의 음성엔 강호를 오래 살아온 노강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미안하네· 북천문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봐서· 변명 같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네· 나 역시 일문을 책임지는 문주· 북천문보다는 당문의 안위가 내겐 우선이었다네·”

“그 말은 당문 역시 그때 겁박을 받았다는 겁니까?”

“당시의 분위기가 그랬다네·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되는 완고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네· 만일 그때 우리가 북천문을 비호하고 나섰다면 당가 역시 시대의 격류에 휩쓸려 버렸을 걸세·”

당관호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집단의 광기란 것이 그렇다· 광기에 취한 자들은 결코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당문은 당관호는 그런 집단의 광기에 대응하는 대신 중도를 택했다· 순응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반대를 할 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문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그런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것은 나의 원죄 비겁함의 극치였지· 자네 부친이 그렇게 작고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날 며칠을 후회했는지 모른다네· 그때 내 가슴에 놓인 커다란 바윗덩이가 아직까지 만근의 무게로 짓누르고 있다면 믿겠는가? 자네가 등장하면서 난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섰다네·”

“제가 북천문의 당대 문주이기 때문입니까?”

“그렇다네·”

진무원의 무력은 이미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자신에 육박하는 무력과 임기응변· 아마 젊은 무인 중에서 진무원을 당할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진무원의 나이에 그 정도의 성취를 이룬다는 것은 실로 기적 같은 일이다·

더군다나 진무원은 다른 무인들처럼 문파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다· 오롯이 그 자신의 힘으로 지금의 성취를 이뤄냈다· 가공할 오성과 재능 집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당관호는 아직까지 그런 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자네 같은 자는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지· 설령 자네가 안주하려 해도 시대가 그렇게 놓아두지 않을 걸세· 결국 자네 역시 격류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겠지· 자네 때문에 수많은 이의 운명이 뒤틀릴 걸세· 자네의 결정 하나 때문에 수많은 이가 죽을 수도 있다네· 자네는 그런 가혹한 운명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진무원이 눈을 감았다·

당관호는 그런 진무원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난 후 진무원이 입을 열었다·

“가주님의 말씀대로 얼마나 가혹한 운명이 제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나 그렇다고 미리 겁을 집어먹고 피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선택한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역시 그렇구먼·”

당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진무원의 각오를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껏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다른 격류의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그런 시대에 자신은 어울리지 않았다·

“기문을 운중천에 보내려 하네·”

“당 대협을?”

“기문이 원하고 있네· 그는 옥계 참사의 희생자 같은 이들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네· 그 완고한 고집을 내가 어찌 꺾겠는가?”

“그럼?”

“부디 그를 운중천에 데려가 주게·”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가 간밤에 나에게 뭐라 말했는지 아는가? 의협(義俠) 당문(唐門)이라는 네 글자를 배신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 허허허!”

의(義)와 협(俠)·

이제는 빛이 바래 버린 구시대의 낡은 기치·

육십 년 이상을 아무런 감흥 없이 바라보던 그 고루한 단어가 그날따라 가슴을 파고들었다· 잠시나마 당문을 위해 천하의 안위를 멀리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진무원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부탁하겠네·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당문은 자네의 행보를 절대 지지할 것을 맹세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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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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