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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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 7장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3)

강이 내려다보이는 조그만 산 정상에 두 남자가 서 있다·

마치 화강암으로 된 바위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덩치의 조천우가 무서운 광망을 토해내며 눈앞에 있는 평범한 체구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누더기를 연상시키는 적갈색의 무복을 입고 허리에는 검 한 자루를 차고 있었다· 뛰어난 미남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만큼 선이 굵고 남자답게 생겼다·

조천우는 그런 남자의 얼굴에서 과거의 편린을 떠올렸다·

“진··· 관호·”

조천우가 가장 두려워하면서 존경했던 사내· 눈앞의 남자에게서 그를 떠올렸다·

단순히 그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주위를 자신과 같은 색으로 물들이는 기이한 존재감과 흔들림 없는 단호한 눈빛은 진관호를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그는 진무원이었다·

그가 검명으로 조천우를 부른 것이다· 금단엽의 천리영음에서 영감을 얻은 수법이다·

한참 동안 진무원을 바라보던 조천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는··· 무원이구나·”

“오랜만입니다 숙부·”

진무원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 진무원의 태도에 조천우가 잠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무리 철석간담을 지닌 조천우라지만 십 년의 시공을 격하고 눈앞에 나타난 과거의 편린 앞에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진무원은 그런 조천우를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무려 십 년 만의 조우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죽지 않았더냐?”

“죽기를 바란 거겠죠·”

“····”

조천우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할 수가 없었다· 진무원의 담담한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미련이나 후회 따윈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가슴 밑바닥엔 자신도 모르는 감정의 찌꺼기가 가라앉아 있었던 같았다· 그 찌꺼기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해 조천우의 심기를 건드렸다·

조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다시 세상으로 나온 것이냐? 살았으면 이제까지처럼 그렇게 없는 듯 살아갈 것이지 왜 다시 나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너의 존재를 반기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날이 섰다·

진무원이라는 존재가 그의 평정심을 뒤흔들었다·

지난 십 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에 조천우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반대로 조천우를 바라보는 진무원의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북천문을 배신하고 얻은 것이 겨우 운남의 조그만 땅덩이에 불과했습니까? 저는 숙부가 최소한 이보다는 더 큰 존재가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도대체 이제까지 무얼 위해 살아온 겁니까?”

“닥쳐랏! 네가 뭘 안다고 주절거리는 것이냐?”

“숙부!”

“네 아비는 중원을 팔아먹은 죄인이었다! 죄인의 아들인 너 역시 죄인이다! 그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곳에 선 것이냐?”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나는 한 점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조천우가 자신의 가슴을 쾅쾅 치며 소리쳤다·

“한때 숙부를 존경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 제 눈에 비친 숙부는 누구보다 강하면서 강직한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제 착각에 불과했군요· 숙부는 부끄러움이 없는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놈!”

“숙부의 야망을 위해 옥계에서 무고한 백성들이 피를 흘렸습니다·”

“고래로부터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것이 강호의 역사이며 변하지 않는 세상의 법칙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습니까? 지금 숙부의 모습을 보십시오·”

진무원의 외침에 조천우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진무원이란 존재는 그의 역린이었다· 그가 존재함으로써 자신이 부정당하는 그 참담한 기분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가 없었다·

“네가 뭘 안다고··· 너 따위가 뭘 안다고 그러는 것이냐? 힘이 있는 자가 야망을 품는 것이 뭐가 나쁘다는 것이냐? 어차피 세상은 강자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진··· 관호 네 아비는 겁쟁이였다· 그는 강대한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바보같이 북방의 오지에 있는 것을 택했다· 북천사주가 등을 돌리지 않았어도 그는 세월의 흐름에 도태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의 사자후에 산천초목이 웅웅 떨었다· 하지만 진무원에겐 밑바닥에 떨어진 자의 어설픈 변명으로 들릴 뿐이었다·

“숙부!”

그가 서글픈 눈으로 조천우를 바라봤다·

한때 그가 존경하던 숙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야망이란 괴물에 이성마저 잡아먹힌 불쌍한 영혼에 불과했다·

조천우가 이빨을 뿌득 갈았다·

“그래도 말이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네가 어떤 말을 하든 간에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너를 쓰러뜨리고 증명할 것이다· 나의 길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란 것을·”

조천우가 공력을 끌어올리자 주위의 대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묵빛 기류를 본 진무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패천신권·”

“그래 나는 패천신권을 익힘으로써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을 강함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제 이 절학으로 북천문의 마지막 후인인 너의 숨을 끊어놓을 것이다· 그로써 북천문의 망령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세상은 더 이상 북천문을 기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조천우의 말에 진무원이 눈을 감았다·

수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진무원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중에는 조천우와의 좋았던 기억도 다수 있었다·

이제야 실감이 났다· 두 번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러기에는 서로가 너무나 다른 길로 멀리 왔다는 사실을·

진무원이 눈을 떴다· 그의 눈엔 서글픈 빛이 가득했다·

“숙부 북천문의 유산 제가 거둬가겠습니다·”

“흥! 마음대로 될 것 같으냐? 북천문에 남겨진 절기도 없었을 텐데 무엇으로 나를 상대하겠다는 것이냐?”

진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허리 뒤에 있는 설화를 잡았다· 그러자 설화가 칭얼대듯 검명을 흘리기 시작했다·

조천우의 존재감만이 가득하던 산 정상에 진무원의 기세가 먹물처럼 번져가기 시작했다· 조천우처럼 강렬하진 않았지만 그의 기세는 오롯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기분 나뿐 느낌에 조천우는 섬뜩함마저 느꼈다·

‘놈 보통이 아니구나·’

조천우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어디 어떤 절학을 익혔는지 보자· 차핫!”

먼저 움직인 이는 조천우였다·

마치 거대한 바위 같은 그의 동체가 무서운 속도로 진무원을 향해 날아왔다·

패왕고(覇王鼓)·

몸통을 이용해 적에게 강렬한 타격을 주는 패천신권의 공격 초식이었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 적을 이용하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북을 치는 것 같이 강렬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

쾅!

진무원은 한 걸음을 옆으로 옮기면서 아슬아슬하게 그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푸시시!

손마디 하나 차이로 피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옷자락이 가공할 압력에 가루처럼 부서져 나가고 조천우의 몸통이 직격한 바닥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스릉!

진무원이 설화를 꺼내 들었다·

“검? 북천문에 쓸 만한 검공이 남았던가?”

조천우의 입매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가 권보(拳譜)를 모조리 가져갔다면 연천화는 검보(劍譜)를 모조리 긁어갔다· 그것이 북천사주 간의 약속이었고 그 결과 북천문에는 쓸 만한 무공 비급 따윈 남아 있지 않게 됐다·

진무원이 설화를 들어 조천우의 미간을 겨눴다· 그러자 조천우는 마치 자신의 미간이 관통당하는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어떤 기운의 유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 발짝만 움직여도 검에 꿰일 것 같은 기분이다· 그제야 흥분됐던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

진무원이 검을 들고 있는 자세만 보아도 그가 어떤 고련을 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북천문 한때 내 청춘의 모든 것이었던 곳· 정말 끈질기구나· 완전히 짓밟았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이런 거목을 내놓다니· 놈을 쓰러뜨리지 않고서는 패권회의 미래는 없겠구나·’

경시하던 마음을 버렸다·

그가 기수식을 취했다·

무영광살(無影狂殺)의 초식·

단전의 내공을 모공으로 발산해 묵빛 회오리 기류를 만들어냄으로써 전사력(轉絲力)을 능가하는 위력을 만들어낸다·

조천우가 대지를 박차며 진무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우우!

그의 몸을 감싼 회오리 기류에서 일어난 바람이 먼저 진무원을 덮쳐왔다·

진무원은 전신을 덮쳐오는 막강한 압력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옷자락이 미친 듯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런데도 진무원은 설화를 겨누고 있을 뿐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그가 움직인 것은 조천우의 공격이 지척에 다다를 때였다·

쉬아악!

설화가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랐다·

그토록 패도적이던 회오리 기류가 설화에 의해 갈라지며 허공에 흩날렸다·

“헙!”

조천우가 기함하며 급히 허리를 뒤로 젖혔다· 간발의 차이로 설화가 그의 가슴과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천우는 용수철처럼 허리를 튕기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진무원은 그가 순순히 물러나도록 놔두지 않았다·

팟!

그가 대지를 박차며 조천우를 따라붙었다·

설화가 조천우의 숨통을 노려왔다· 조천우는 호신강기를 발산하며 진무원의 공세에서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티잉!

호신강기에 부딪친 설화가 맥없이 허공으로 튕겨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수면을 선회하는 제비처럼 궤적을 바꾼 설화는 이내 더욱 날카로운 각도로 조천우를 향해 날아왔다·

“큭!”

조천우가 보법을 펼쳐 뒤로 몸을 물렸다· 일단 숨을 고른 후 역공을 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무원은 조천우가 움직일 곳을 미리 선점해 자리를 잡고 설화를 휘둘렀다·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을 깨달은 조천우는 양팔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유형의 권강이 만들어졌다·

조천우는 권강으로 진무원의 공세에 맞섰다·

펑펑!

쇠붙이인 검과 맨살인 주먹이 격돌했는데 폭음이 터져 나왔다·

거센 충격파에 진무원과 조천우의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흩날렸다· 두 사람의 몸이 흔들리고 충격이 내장을 찌르르 울렸다· 그래도 두 사람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격돌에 산 정상은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초토화가 되었다· 바위는 부서지고 아름드리나무는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비산했다·

바위와 나무의 파편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피부 위를 스쳐 지나갔다· 피부 위로 날카로운 자상이 생겨났고 옷은 선혈로 붉게 물들었다·

패천신권의 절학을 연이어 펼치고도 진무원을 제압하지 못하자 조천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히려 진무원의 기괴한 검공에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것만 수차례다·

진무원이 펼치는 멸천마영검은 조천우가 알고 있는 상리를 철저히 벗어나 있었다·

‘북천문에 이런 검공이 존재했던가? 연천화는 알맹이를 남겨두고 껍데기만 가져간 셈이구나· 흐흐!’

그는 북천문의 검공을 모조리 가져간 연천화를 비웃었다· 한가하게 그럴 때가 아닌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진무원의 검이 그의 옆구리에 깊은 자상을 남긴 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설화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피가 철철 쏟아졌다·

조천우는 급히 혈도를 눌러 지혈하며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놈의 검이 다른 조화를 부리기 전에 서둘러 승부를 내야 한다·’

극도의 위기감이 그의 뇌를 잠식하면서 생존 본능이 발동됐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불리해지는 것은 진무원이 아닌 자신이었다·

조천우는 패천신권의 마지막 초식을 진무원에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천파강우(天破罡雨)·

하늘을 파괴하는 강기의 폭우·

그 파천황의 초식이 그의 주먹을 통해 구현됐다·

쿠콰콰!

엄청난 권강이 동시다발로 진무원을 향해 날아왔다·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권강의 줄기에 피할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진무원이 멸천마영검 두 번째 초식인 북천벽(北天壁)을 펼쳐냈다· 그러자 거대한 검벽이 진무원의 앞에 나타났다·

천파강우의 초식이 검벽을 두드리기 무섭게 진무원이 다음 초식을 풀어냈다·

단천해(斷天海)·

쉬가아악!

그 소름 끼치는 파공음이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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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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