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Chapter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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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46화

260화. 가주 계승식(3)

흑해는 이전 세계처럼 어두운 땅이 아니다.

전역이 모르가니엘의 영역처럼 변한 상태였다. 열 걸음 높이로 자란 샛노란 나무들이 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들과 푸르고 붉은 꽃이 온 대지를 적시는.

세상에 가장 먼저 피어난 숲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어디에도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없고, 굽이치는 길과 강은 한없이 어지럽다.

그러나 진은 마치 집을 거닐듯 편하게 흑해를 나아갔다. 땅은 그를 환영하듯 움직이며 앞을 내어주었고, 나무들은 춤을 추며 진이 걷는 길마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다.

시론은 그 가장 깊은 땅에 앉아 있었다.

“왔느냐.”

“예, 아버지.”

“앉거라.”

마주 앉은 부자 사이에 한 병의 술과 두 개의 술잔이 놓여 있었다. 시론은 찬찬히 잔들을 채웠다.

꼴꼴꼴….

잠시 후 잔이 부딪치고, 부자는 한입에 술을 털어 넣었다.

“맛이 좋구나. 이 술이 무엇인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 마셔 보는 술인데, 제 입에도 아주 달고 향긋하군요.”

“운명주, 운명의 술.”

“운명의 술이라고 하심은…?”

“소싯적 네 어미가 나와 마시고자 빚어 주던 술이지.”

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남은 것이 없어 한번 흉내를 내서 내가 빚어 보았다. 다행히 비슷한 맛이 나는군.”

“어머니는….”

한동안 진은 술잔에 비친 하늘을 내려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에게 로사는 이제 어머니가 아니다. 흉신. 켈리악 이전에 세상을 멸망으로 몰아넣으려던 원수였다.

그러나 진은 빈 잔을 채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예쁜 사람이었다. 우리가 운명이라며 술을 빚고 운명주라는 이름도 붙이는, 귀여운 구석도 있는 사람이었지.”

진도 로사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흉신으로부터 분리된, 로사 룬칸델의 마지막 남은 인간성. 흉신전에서 진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젊은 날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잘생겨서 좋았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그런 말을 하던 그 사람의 모습은, 그 순간만큼은 그렇게 싫지 않았다.

가문의 배신자처럼, 흉신처럼 혐오스럽고 역겹지 않았다. 그렇기에 진은 그때도 흉신과 그녀를 구분해서 말했었다.

“네가 아니라 내가 로사를 베었어야 했다. 이 말을… 하기가 어렵더군.”

미안하다.

시론의 뒷말에 진은 술잔을 비웠다.

“그것만 미안하십니까?”

“아니,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말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지.”

술을 마시는 시론에게서 진은 처음으로 위대한 검신의 기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날을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좋은 남편이 아니었고, 좋은 형제가 아니었고, 좋은 아비가 아니었던.

한 남자의 짙고 씁쓸한 얼굴이 보였다. 그러나 그 눈은 진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있었다.

부자는 한동안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새 운명주를 따며, 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 술, 저도 앞으로 빚어서 마실까 싶습니다.”

“빚기 쉬운 술이다.”

“다행이군요.”

“막내야.”

“예.”

“언제 이렇게 강해졌느냐. 어찌 이리 강해져서, 내가 더는 네게 알려 줄 것도, 남겨 줄 것도 없게 되었느냐.”

“제가 느끼기에, 아버지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세상 모두의 삶이 그러하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귀 전의 제가 대표적이겠군요. 그때의 저는 제 고통과 욕망만 들여다보느라, 사정이 나아진 후에도 길리를 다시 찾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쓰레기였지요.”

“그 또한 너에게 미안한 일이로군.”

“하지만 아버지는 한 순간도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짊어지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흑해 5왕으로부터, 이 세상이 그 어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그러니 저는 아버지가 밉고 원망스럽지 않습니다.”

“착해 빠졌구나.”

“이제는 그래도 될 만큼 강해졌으니까요, 아버지 말씀대로.”

씨익, 부자는 이를 보이며 웃었다.

“사람들과 작별 인사는 잘 나누셨습니까?”

작별.

형제와 동료들은 진이 모르리라 생각했으나, 그는 알고 있었다.

시론은 이제 떠난다. 영원히, 살아서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 시간이었다.”

엘로나와 헬루람이 세상을 복원할 때, 끝내 없애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모르가니엘, 시론에게 스며든 흑해 5왕의 가장 큰 조각.

모르가니엘은 시론이 젊었던 시절에 이미 그의 내면에 동화되었다. 시론이 그토록 오랜 시간 마성화에 시달린 이유였다.

-지금껏 상대한바. 그자는 단지 근원석의 파편이 아니었다.

-근원석의 파편이 아니라고 하심은… 모르가니엘은 근원석이 파괴되기 전부터 존재하였다는 뜻이십니까?

-그래. 글리엑, 키알, 스, 니르간드. 나는 흑해의 왕들이 동시에 탄생한 줄 알고 있었으나, 모르가니엘은 아니었다. 모르가니엘은, 일종의 거대한 원념 같은 것이다. 오랜 세월 세상을 떠돌다가 근원석이 탄생한 순간 그 안에 깃들었던 것이지.

-태양신처럼 태초부터 존재했다는 건가?

-그것까진 알 수 없소, 반. 다만 솔더렛께서 남긴 안배를 모르가니엘이 사수하고 있었으니, 그분과는 무언가 관련이 있을 테지. 그렇기에 지금 길을 열어준 것이고.

“마신석의 원본, 근원석. 모르가니엘은 바로 그 근원석이 제작된 순간에 탄생했다. 정확히는 그 전부터 존재하던 세상의 원념이 실체를 갖게 된 것이라 해야 할 테지. 빛을 타고 흐르던 원념들이….”

세상의 원념.

이를테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를 부정하는 이들을 이 세상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땅을 통째로 흔적도 없이 없애 버릴 수도 있고, 이미 지나간 일마저 조작할 수 있는 힘이 처음으로 나타난 순간, 세상은 고뇌했다.

이들을 말살할 것인가, 지켜볼 것인가. 태양신 킨젤로가 한 것과 똑같은 고민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시론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닿았을 때 세상은, 모르가니엘은 결정을 내렸다. 시론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어야겠다고, 지켜보아야겠다고.

모르가니엘은 이전 세상의 잘못들로부터 생긴 오류다.

“엘로나 경이 네 벗을 그리 아끼고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이 세상에 남지 못한 이유는, 나와 같다. 나와 모르가니엘이 다시 분리되고 나만 이 세상에 그대로 남는 것은, 조작의 영역이지. 그래도 내게는 이렇게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허용되었으니, 과분한 복이다.”

마신전쟁이 끝나고 1년 동안 시론은 부지런히도 사람들을 만났다.

위대한 검신으로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비로서, 누군가의 벗으로서, 평범하고 귀한 날들을 보냈다.

루나와 함께 선술집에서 춤을 췄고, 룬티아와 함께 별을 보러 다녔고, 메리와 함께 디푸스의 묘비를 찾았고, 요나와 함께 녹장미를 땄고, 토나 형제와 함께 수련을 했다.

발라스와 함께 노래를 불렀고, 제드와 함께 연극을 보았고, 반과 함께 보석주를 마셨고, 탈라리스와 함께 모트를 탔고, 카시미르와 함께 편지를 썼고, 오르갈과 함께 구 킨젤로의 바보들을 구경했고, 자신의 기사들과 함께 영묘를 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진과 단둘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에 이르기 전까지는, 한 번도 그러질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 막내 너와 둘이 술을 마시는 게.”

“그 또한 미안해서 그러셨습니까.”

“그래….”

시론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금방 주름에 파묻혀 사라졌다.

“그럼에도 마지막 술 상대로 저를 선택한 건, 그만큼 제가 강해서. 그래서 염치없이 미안하다는 말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의지할 수 있어서겠군요.”

“그렇다. 그래서 다른 모든 이들과 먼저 인사를 나누고, 지금에야 너를 찾았다.”

“계승식 날, 아버지께서 술을 한 잔 따라 주시길 은근히 바랐다고 했던 말이 후회되는 대목입니다.”

“어서 떠나라는 듯 들렸다.”

킬킬킬, 부자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어쨌거나 잘 고르셨습니다. 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검술만 아버지와 투신 형제보다 아주 조금 떨어질 뿐. 누님들은 다 여린 면모가 있고 형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양반들, 많이 울었습니까?”

“다들 당황스러울 만큼 울어대더군. 좋은 아비라도 되는 것처럼 안아 주느라고 진땀을 쏟았다. 네 형제들만 운 것도 아니다. 너, 반이 우는 것을 본 적 있느냐?”

“와… 투신 형제가요?”

“끝까지 울지 않은 척을 하더군. 연기가 딱해서 속아 주는 척을 하기는 했다만, 서로에게 한없이 민망한 시간이었다. 증조부께선 당신보다 먼저 가야겠느냐며 내게 주먹질까지 하시며 우셨다. 탈라리스는, 나도 론도 왜 자꾸 먼저 가기만 하냐고 따지더군.”

그러나 그들 모두 진 앞에서는 아무도 티를 내지 않았다. 어젯밤 쪽지를 보여 주며 참지 못한 길리 한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아무 일이 없을 듯이 행동했다.

진도 계속 모르는 척을 해 주었다.

가장 강한 사람으로서.

“그럼, 아버지가 우시는 건 지금이 처음이겠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왜 이러십니까, 반 형제 때문에 한없이 민망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크하하… 그래. 태어나서 자아라는 게 생긴 이후로, 지금 처음으로 눈물이 나는군.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시원섭섭하구나.

부자는 마지막 남은 술을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서, 천천히 검을 뽑았다.

“이 시론 룬칸델이 마지막으로 검을 섞는 상대가 너라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마.”

“저 또한 그리 여기겠습니다.”

바리사다와 브라다만테가 부딪칠 때마다 묵직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다.

얼마나 검을 섞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부자의 검은 한 번도 서로의 살을 직접 스치지 않았다.

마치 사람들이 사는 얘기를 주고받듯이, 한 번씩 서로의 근처에 소리와 궤적을 남길 뿐이었다.

시론의 몸은 점점 투명해졌다. 그러다 더는 세상에 남아 있을 수 없을 것 같을 때, 시론은 바리사다를 땅에 꽂았다.

그러자 흑해를 뒤덮고 있던 낯선 푸르름들이, 낯선 빛깔들이 한순간 빛으로 번쩍였다.

다시 눈을 뜬 진은 검을 거두며 바리사다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이제 막 떠난 아버지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안녕, 아버지.”

그때가 되어서야, 진은 울 수 있었다.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부여잡은 바리사다의 손잡이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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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master’s Youngest Son

Swordmaster’s Youngest Son

SMYS, The Swordmaster's Son, The Youngest Son of a Renowned Family of Swordsmen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Jin Runcandel was the youngest son of Runcandel, the land’s most prestigious swordsman family… And the biggest failure in Runcandel history. He, who was kicked out miserably and came to a meaningless end, was given another chance. “How do you want to use this power?” “I want to use it for myself.” Memories of his past life, overwhelming talent, and a contract with God… The preparations to become the greatest are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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