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Chapter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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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28화

258화· 전 차원의 포식자(18)

<갈 수 있어, 움직여·>

기록창엔 그런 문장이 서술되고 있었다·

진은 눈을 끔뻑였고, 반사적으로 푸른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전장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기록창의 푸른 일렁임과,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발레리아, 어디야· 설명해 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네가 시간을 멈춘 거야? 어디로 움직이라는 거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진은 닷새 만에 몸과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썩은 왼팔을 비롯한 온갖 중상들이 회복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켈리악의 욕망이 머릿속을 쑤셔대는 느낌은 사라지고 있었다·

진은 품에 안고 있는 발레리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방금 전에 죽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 기록창을 보여주고 있는 건, 다른 세계의 발레리아··· 시간을 멈춘 것도, 그 사람이겠지·’

슬퍼할 때가 아니다·

형제와 동료들, 세상을 지키려 한 몸을 던진 그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전생에서부터 사랑한 사람까지 죽음을 맞이했다·

헛되이 만들 수는 없었다· 심지어 지금은 켈리악조차 시간 속에 가둘 힘을 가진 조력자까지 나타난 시점이었다·

치솟는 감정을 전부 억눌렀다· 남은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디로 움직이라는 거지?’

주위를 둘러보아도 다른 기록창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켈리악이 떨군 추악한 빛에 찔려 죽을 위기에 처한 이들만이 보였다·

<갈 수 있어, 움직여·>

진은 다시 그 창을 쳐다보며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무작정 가던 길은 틀리지 않았다· 혹은 다른 세계의 발레리아가 보기에 길은 중요치 않다·’

시간, 불현듯 테마르의 팔에 걸린 저주가 풀리기까지 남은 시간이 생각났다· 악착같이 켈리악의 바다를 뚫느라 정확히 계산하지는 못했으나, 대략 30분쯤이 남았을 것이다·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

다른 세계의 발레리아가 언제까지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만약 내 추측대로 유산으로 향하는 길보다 테마르의 왼팔이 더 중요하다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라프라로사의 시간도 완전히 멈추었는지를·’

다른 세계의 발레리아에겐 시간을 멈추며 특정 인원은 제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러 사람을 지정할 수 있다면 지금 저주를 푸는 두 사람, 아메리스와 로키아 또한 움직이고 있을 터였다·

직접 가서 확인해야 알 수 있는 문제였다·

중앙 전장으로 향하기 전, 진은 우선 뒤돌아 켈리악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의 목과 심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기는 정확히 그의 목과 가슴을 타격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검기는 켈리악의 몸에 닿자마자 갑자기 정지했고, 이내 흩어져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즉, 이 상태에서 켈리악에게 타격을 주는 건 불가능하다·

애초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설령 켈리악의 육신을 일방적으로 찢어버릴 수 있다 한들, 시간 정지가 끝나는 순간 그는 순식간에 재생할 것이다· 지금껏 창성들과 태양신의 자아들, 마녀까지 합세해서 공격해도 숨통을 끊지 못했으니까·

이어 진은 곁에 있는 동료들을 만져보았다·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힘을 줘서 밀어도 미동조차 없었다·

이만하면 더 확인할 건 없었다·

진은 망설이지 않고 성큼성큼 라프라로사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제 갑자기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할지 모르니 바삐 움직여야만 한다· 아버지와 형제, 동료들만 두고 떠나는 느낌에 진절머리가 나지만 방법이 없었다·

“아버지, 반 형제· 두 분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무언갈 시도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엔야와 오르갈을 부탁합니다·”

진은 방금까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모습 그대로 굳어 있는 엔야와 그 옆에 쓰러진 오르갈을 한 번 보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보고만 있어도 미칠 것 같이 출렁이고 더럽게도 달려들던 붉은 바다도 그림처럼 멈춰 있었다· 밟으면 강철처럼 단단했다·

마구 뛰었다· 머리까지 치솟은 파도는 뛰어넘고, 성채처럼 거대한 파도가 앞을 가로막으면 돌아서 넘었다·

다시 유산의 입구를 찾을 때처럼 방향을 모를 일은 없었다· 저 멀리 중앙 전장엔 라프라로사와 황금함대, 그리고 동료들이 시간이 정지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빛이 날카롭게 굳어 있었다·

“후우, 후·”

숨이 차다·

겨우 몇백 걸음을 뛰었을 뿐인데 턱까지 숨이 차오르고 있었다· 잠시 잊었을 뿐, 진의 육신은 내내 한계에 몰린 상태였다·

“망할, 이럴 줄 알았으면 저 개자식을 칠 수 있나 확인하지 말 걸 그랬어· 그렇지? 발레리아·”

어느 발레리아에게 하는 말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이렇게라도 무언가 말을 하면서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이 무너질 것 같았다· 전쟁이 시작된 내내 슬픔을 억누르며 싸웠고, 지금도 그렇게 움직이자고 다짐했으나, 진은 사람이었다·

창성이라고 해서 울컥울컥 치솟는 감정을 전부 완벽하게 외면할 도리는 없었다· 참는다는 인식을 하기도 전에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이를 악물어도 한 번씩 입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서 아무리 숨이 차도 가슴에 묶어둔 발레리아를 버릴 수 없었다· 그저 짐이 될 뿐이라도, 풀어놓고 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끝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어· 내가 시간을 거슬렀던, 거스른 이유가 이런 결말인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뭐라도··· 젠장!”

시뻘건 바다를 뛰어가는 내내·

진은 이 아래 어딘가 차갑게 식어 있을 동료들의 시신을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얼굴, 표정, 몸짓이 바로 눈앞에 생생히 떠오르고 있었다·

가끔 가쁜 숨을 토하다 핏물을 내뱉고 잠시 멈춰서 호흡을 고르고 다시 뛰고·

그렇게 진은 중앙 전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싸우던 모습 그대로 멈춘 동료와 적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룬티아 누님, 데이토나 형님· 형님····”

세검 샤를을 뻗은 채 멈춘 룬티아, 그 옆에는 막 가슴에 마력 광선이 꽂힌 데이토나가 서 있었다·

그들 바로 뒤쪽에는 쓰러진 메사가 있었고, 그를 안으려 몸을 숙이던 메리가 있었다· 그런 메리를 지키려 린파처럼 몸을 내던지고 있는 가르문드의 모습도 보였다·

요나는 한 팔밖에 남지 않은 오울의 시신을 검처럼 쥔 채 악을 쓰는 중이었고 타샤와 알펜, 발라스가 검진을 펼치고 있었다· 그중 발라스는 상체의 절반 정도가 사라진 상태였다·

그 중심에 선 루나는 적들이 내리꽂는 포화를 향해 크란텔을 휘두르고 있었다· 바바를 비롯한 투왕들이 그녀를 받치는 형세였으나, 남은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나아갈수록 더 많은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라칸··· 이 자식, 이럴 때 네가 자빠지면 어떻게 하냐·”

무라칸은 인간으로 변한 채 쓰러져 있었다· 원망하듯 말했으나 진심이 아니었다·

진은 그가 불쌍했다· 폭풍성 지하의 관에서 천 년이나 버텨 만난 계약자는 겨우 자신이고, 그는 끝내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쓰러졌으니까·

“미안하다, 무라칸·”

차마 무라칸을 포기하지 못한 티칸의 동료들이 그의 주변에서 힘겹게 검을 들고 있었다· 산드라가 어떻게든 무라칸을 지키라고 헤도에게 명령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수십 갈래로 찢어져 사라졌을 것이다·

그들을 지나칠 때마다 앞이 흐려졌다· 눈물을 훔치면 주먹과 얼굴에 시커먼 물이 번졌다·

이윽고 킨젤로의 일원들이 맡고 있던 구역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있었다· 마신대의 창성 마법사 둘이 제피린의 거대한 육신을 난자하고 있었고, 그녀의 보호 아래서 싸우던 단원 중엔 멀쩡한 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이었던 그들은, 바멀 연합과 마찬가지로 마치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싸우고 있던 듯 보였다·

아이나스를 그토록 싫어하던 란케는 비앙카를 대신해 그녀를 지켰고, 베락트는 방금 죽은 조를 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부바르는 쓰러진 바드레이를 업고 동료들에게 달려오는 중이었다· 비슈켈과 마르지엘라는 추락 중인 함선 그르닐을 탈출하려 하고 있었다·

“···너희 단장은 아직 살아 있다· 그러니 버텨, 네놈들도· 죽지 마라·”

라프라로사가 가까워졌다·

시간은 여전히 정지된 상태고, 진은 불현듯 불안감을 느꼈다· 아메리스와 로키아도 다른 이들과 똑같이 정지된 상태면 어쩌지, 그때는 무엇을 생각하며 어디로 움직여야 하지, 달리 떠오르는 수는 없었다·

그때 보인 게 단테와 베라딘, 그리고 시리스였다·

그들은 라프라로사의 바로 앞에서 최후의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루시의 용들이 전방 전황을 살피고, 엘티엇이 그걸 기반으로 전선을 조율하고, 단테는 중앙 전장 전체를 지휘하며 악을 쓰고 있던 것이다·

베라딘은 시리스의 후방에 보호막을 치다 멈추었고, 시리스는 만빙에 지탱해 겨우 몸을 일으키다 멈추었다·

친구들이기 때문일까, 진은 그들을 보며 무언가 뜨거운 게 가슴 속에서 퍼지는 느낌을 받았다·

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잠깐이나마 불안을 떨칠 수 있게 도와주는 힘, 잠깐이나마 막연한 희망을 직시할 수 있게 도와주는 힘·

“다들 빌어주라, 라프라로사 안에 아메리스와 로키아 그 빌어먹을 배신자가 계속 움직이고 있기를·”

진은 고개를 들어 라프라로사를 올려다보았다·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도저히 단번에 도약해서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마력은 그보다 많이 남아 있었다·

전생부터 발레리아에게 직접 마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지금쯤 마력 역시 완전히 동이 났을 것이다· 세상에 그녀보다 더 효율적으로 마력을 사용하는 법을 아는 마법사는 없으니까·

이내 진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마력을 펼쳐 하늘로 향하는 계단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는 한 걸음씩 그 계단을 올라섰다·

“하아, 하아···!”

이제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힘겹다· 점점 더 쇳소리처럼 거친 숨이 튀어나왔으나, 계단을 절반쯤 오른 순간·

진은 느낄 수 있었다· 라프라로사 안에서, 매우 분주한 마력, 그리고 혼기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메리스와 로키아의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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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master’s Youngest Son

Swordmaster’s Youngest Son

SMYS, The Swordmaster's Son, The Youngest Son of a Renowned Family of Swordsmen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Jin Runcandel was the youngest son of Runcandel, the land’s most prestigious swordsman family… And the biggest failure in Runcandel history. He, who was kicked out miserably and came to a meaningless end, was given another chance. “How do you want to use this power?” “I want to use it for myself.” Memories of his past life, overwhelming talent, and a contract with God… The preparations to become the greatest are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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