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96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96화

96. 선택의 시간 2

주영인과 악수하는 동안 온갖 생각이 머리를 휘저었다.

회사를 옮겼으니 이젠 얽힐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주영인의 태도를 보니 아무래도 그건 내 착각이었나 보다.

“······ 역시 정 대리님이 고른 작품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투에 자책이 어려 있었다.

너무 빨리 회사를 옮긴 걸 후회하는 눈치다.

“옮길 때 옮기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렸어야 했는데 제 실수였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앞으로요?”

주영인이 방실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 스태프들과 인사를 마친 이찬동 실장이 곁으로 다가왔다.

“또 보네요 정 대리님.”

“이 실장님께서 영인 씨를 담당하시게 됐나 보네요.”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대표님이 한번 보자고 하시는데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업계 1위인 에이스 엔터의 대표 임성학이 말단 대리인 나를?

그가 날 보자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영입 제안을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일단 만나 봐주십시오. 좋은 제안이 있을 겁니다.”

이찬동 실장이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회귀 전에도 임성학 대표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대단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했다.

굴렁쇠를 떠날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주영인과 이찬동 실장이 뭘 노리는지 알아내야 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날짜 잡고 연락 주십시오.”

이찬동 실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악수를 권해왔다.

“예.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주영인은 내게 살짝 목례를 한 뒤 이찬동 실장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촬영이 잠깐 중지된 틈에 유진이가 대기석으로 돌아왔다.

“영인 선배는 왜 처음 보는 사람 차를 타고 왔대요?”

“오늘부로 에이스 엔터로 이적했어. 담당 매니저는 에이스 엔터 이찬동 실장이고.”

“이적요? 그냥 찔러 보는 거 아니었어요?”

“어.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바로 옮겨버렸네?”

유진이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모진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정말 나갈 줄은 몰랐는데······.”

모질지.

죽어가던 내 앞에서도. 가차 없이 떠나갔던 여자니까.

“이제 다른 회사 사람이 되었으니까 충돌하지 않게 조심하자.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싸가지 없는 후배라고 기사를 낼 수도 있어.”

하지만 유진이는 오히려 잘되었다며 피식하고 웃는다.

“조심은 저 언니가 해야죠. 이제 같은 회사도 아닌데.”

주영인을 바라보는 유진이의 눈빛이 새삼 낯설어 보였다.

그리고 그날.

두 사람은 열띤 연기 경쟁을 보여 주며 촬영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 * *

회사에 들어가니 구성철 실장이 나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저한테 신입 사원을 붙여주신다고요?”

구성철 실장이 히죽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잘 해봐라. 대표님 지시 사항이니까. 다음 주에 신입 사원 들어오면 최우선으로 네 밑으로 부사수 한 놈 배정하라고 하시더라고.”

곧 컴백하는 체리블라썸까지 맡게 되면 힘들 테니 직속을 붙여주려는 건가?

하지만 굴렁쇠는 적어도 대리 4년 차나 팀장급은 되어야 부하 직원을 붙여준다.

‘설마······ 이건 팀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

아니나 다를까 구성철 실장이 조심스레 말했다.

“본부장님이 처신에 신경을 쓰라고 하시더라. 이번 인사 발령 때문에 널 시기하는 녀석들이 많을 거라면서.”

이제 2년 차에 팀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확인해 보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물론 이걸 수락한다고 해도 바로 팀장으로 승진하는 건 별개의 문제.

팀장이 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건 여러 단계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1년 차에 대리를 달았는데 곧바로 팀장을 맡을 수 있을지를 테스트해 본다는 건 너무도 파격적인 인사였다.

고민스러웠다.

김동수에게 맞서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너무 빠른 승진은 다른 직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일으킬 테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절할까 싶었지만 순간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상봉이가 이맘때쯤 들어오지?’

회귀 전.

나와 호형호제하던 매니저 정상봉이 이맘때쯤 입사한다.

그리고 배우 3실에 배정받게 되고.

난 거절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잘하면 배우 3실의 에이스가 될 인재를 빼 올 수가 있을 테니까.

“실장님.”

“응? 왜?”

“제 부사수는 제가 고르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구성철 실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요 녀석. 머리 좀 굵어졌다고 대표님 지시에 조건을 달아?”

“에이. 제가 경력이 빵빵하면 제 밑에 부사수가 누가 되든 상관없지만 이제 1년 차 조금 지났잖습니까? 경험이 부족하니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녀석이랑 일하고 싶어서 그러죠.”

“끄으응······”

뭐든 다 해줄 기세였지만 정작 강감찬 대표의 지시에 조건을 걸자 불편한 기색이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말씀은 드려보겠지만 대표님이 안 받으셔도 뭐라고 하진 마라?”

“아니요. 뭐라고 할 건데요? 실장님한테요.”

“이 자식이 확!”

구성철 실장이 장난스레 주먹을 들어 올린다.

이크하고 몸을 숙이니 구성철 실장이 너털웃음을 짓는다.

역시 사회생활에서는 적당히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다.

* * *

4월 8일.

촬영을 마친 유진이를 집에 데려다줬다.

그런데 밤 9시 40분이라 <파란 하늘>을 보고 가기로 했다.

마중을 나온 주인아줌마가 잠든 미소를 안고 있었다.

팔다리를 축 늘어뜨린 미소가 입술을 오물거렸다.

“음냐~ 음냐~.”

오늘은 꼭 드라마와 엄마를 보고 잘 거라 했지만 30분 전부터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잠들어 버렸단다.

“우리 미소. 엄마가 미안해.”

유진이가 잠든 미소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유진이의 손가락이 미소의 통통한 볼을 살짝 누르자 탱탱볼 같은 미소의 볼에 보조개가 생긴다.

“쿡쿡. 귀엽다~.”

유진이가 웃으며 연신 미소의 볼을 눌러댔다.

콕콕.

나도 눌러보고 싶었지만 애써 참고선 유진이를 재촉했다.

“유진아. 장난치지 말고 들어가자.”

“앗. 네. 알았어요.”

유진이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유진이는 간단히 씻고 오겠다며 2층으로 향했고 난 주인아줌마와 함께 1층으로 향했다.

1층의 거실이 훨씬 넓었으니까.

미소를 거실 소파에 눕히자 곧바로 코를 도롱도롱 골았다.

“우리 미소. 자는 것도 귀엽네.”

주인아줌마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아주머니 이것 좀 받으세요.”

주인아줌마에게 미리 준비해왔던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어머! 이게 다 뭐야?”

“늘 미소를 돌봐주시는데 선물 하나 못 드려서요. 늘 감사합니다.”

포장을 풀어 본 아주머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화사한 색상의 실크 잠옷이었으니까.

“호호. 너무 이쁘네. 이거 고마워서 어째?”

“저한테 맨날 반찬도 챙겨 보내주셨잖아요. 다음에는 더 좋은 거로 해드릴게요.”

유진이가 금세 씻고 내려왔다.

“잠옷 새로 사셨어요?”

“아니 정 대리가 선물해줬어! 이뻐?”

“너무 잘 어울리세요.”

내친김에 유진이에게도 선물 가방을 건넸다.

“유진이 넌 이거. 미소 잠옷인데 저번에 보니까 무릎이 헐었더라고.”

“에효. 엄마가 되어서 잠옷 하나 챙기지도 못하고.”

유진이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연습에 전념하느라 최근 미소를 잘 챙기지 못했다.

“신경 쓰지 마. 이런 거 챙기라고 매니저가 있는 거잖아.”

“고마워요. 오빠.”

유진이가 종이 가방에서 분홍색 파워터프걸 잠옷을 꺼내 들었다.

“우리 미소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색이네요. 고마워요.”

“별말을 다 한다.”

“근데 한 벌 더 있네요?”

“세트로 팔더라고. 네 것도 하나 샀어.”

“헤헤. 나중에 같이 입고 사진 찍어서 보낼게요.”

스타그램에 올리면 딱 좋겠네.

“자자. 거기까지. 드라마 시작한다.”

“네.”

우리는 아줌마가 가져온 뻥튀기를 오독오독 씹으며 <파란 하늘> 3화를 시청했다.

유진이가 언니만 편애하는 엄마에 맞서다 욕을 먹고 집을 뛰쳐나오는 장면에서는 아줌마가 유진이 편을 들었다.

“저 저! 이사랑 씨 못 쓰겠네. 어쩜 저렇게 첫째만 좋아할 수 있대?”

“그쵸? 너무하죠?”

“그런데 아무리 아니라 해도 부모들은 첫째랑 둘째 대하는 게 다르니까. 그래도 저건 너무했다. 둘째가 얼마나 서러웠을까?”

“그러게요~.”

두 사람이 뻥튀기를 먹으면서 이사랑과 주영인을 연신 욕하고 있었다.

어찌나 드라마에 몰두했는지 유진이는 자신이 출연했는데도 마치 시청자처럼 굴고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서 드라마가 끝났다.

실시간 검색어로 반응을 보려는데 차수연 제작 PD에게서 까톡이 도착했다.

[차수연 실장 : 파란 하늘 3화는 10.9% 밤하늘의 달빛 내림은 15.5%!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데요?]

또 한 번 시청률이 올랐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다.

그리고 또 하루 뒤.

4화가 방영된 후 두 드라마의 시청률 차이는 다시 한번 줄어들어 버렸다.

* * *

[<파란 하늘> 4화 TNK 기준 12.1%]

[<밤하늘의 달빛 내림> 4화 TNK 기준 16.4%]

[<파란 하늘> 정유진의 포효. “엄마는 왜 언니만 좋아하냐고!”]

[전국 둘째 연합. 정유진을 국회로!]

[수 목 드라마. 치열한 시청률 다툼!]

4화가 끝난 다음 날.

회사로 가자 마주치는 모두가 손뼉을 치며 날 반겼다.

짝짝짝짝!

현재 실검 1위 2위가 ‘정유진’에 관한 것이었으니까.

“축하한다. 유진이 연기 잘하던데?”

“어제 우리 엄마에게 전화가 왔더라고. 드라마를 보고 나니 괜히 나한테 미안하더라나? 이 나이 되어서 엄마한테 사과받았다.”

“영인 씨가 이적했다고 걱정을 했더니 이제는 유진이가 쭉쭉 올라오는구나. 다행이다.”

“다른 회사로 간 사람 이야기를 해서 뭐 해? 어쨌건 정유진 파이팅!”

그뿐이 아니었다.

홍보팀은 회사 내선 전화뿐 아니라 담당 직원들의 개인 폰 마저 불이 나고 있다며.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섭외 요청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고 광고 기획사들의 연락으로 전화에 불이 나는 중이었다.

언니에게 치이고 사는 둘째 딸 노을이라는 역할과 유진이의 시너지는 내 예상보다 훨씬 큰 화학 작용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사랑 배우의 찰진 애드립과 유진이의 연기도 찰떡궁합이고.

그때였다.

[발신자 : 이기철 운영 이사 ]

갑작스레 이기철 이사가 날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 * *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기철 이사가 앞자리를 가리켰다.

김동수가 함께 있을 줄 알았지만 혼자였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일단 여기 앉아.”

소파에 앉자 이기철 이사는 자신이 즐겨 마시는 거라며 알아보지도 못할 일본어가 적힌 음료수를 내밀었다.

녹색의 뚜껑을 따자 진한 녹차 향이 풍겨왔다.

“요즘 유진이가 엄청 잘 나가던데 정 대리도 정신없이 바쁘지?”

나긋한 목소리에 바짝 경계를 세웠다.

“예.”

“그래. 배우란 직업은 이렇게 확 날아오를 때가 있지. 그래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도 있는 거고.”

흐뭇한 표정을 짓던 이기철 이사가 다시금 묻는다.

“체리블라썸은 준비가 잘 되고 있고?”

“예. 뮤직비디오도 잘 나왔고 이제 마지막 티저 영상 만들고 있습니다.”

“4월 15일에 뮤직비디오 공개고 16일이 음원 차트에 올린다고 했었지?”

“예. 음방은 25일이고요.”

“정 대리가 손을 대니까 일이 척척 진행되는군. 역시 정 대리야. 거 듣자 하니 예뜨랑 광고도 정 대리가 추천한 거라면서? 그것도 요즘 잘 나간다던데.”

“예. 상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추천했습니다.”

현재 체리블라썸이 광고를 맡은 예뜨랑 화장품은 10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슬슬 올라오는 중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날 띄워주는지 모르겠네?’

이기철 이사는 마시던 음료수를 내려놓고 머리를 긁적였다.

“딴 건 아니고 내가 오늘 좋은 제안을 들어서 말이지.”

“어떤 제안 말씀이십니까?”

“정 대리 너도 HK 의류 알지?”

그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게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예······ 의류 업계 1위잖습니까. HK 그룹 계열사고.”

“그래. 그런데 그 회사에서 유진이를 한번 밀어 봤으면 하더라고.”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곧장 대꾸했다.

“이사님. 유진이는 이미 LM 의류와 독점 맺었습니다. 아시잖습니까?”

하지만 이기철 이사는 능글맞게 웃음을 지었다.

“알지. 알아. 내가 왜 그걸 몰라. 그런데 아직 촬영은 안 들어갔지 않나?”

순간 계약서에 있던 내용이 생각났다.

위약금은 광고를 찍은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지금이라면 광고비 2억 5천을 돌려주고 그 금액의 30%인 8천만 원만을 위약금으로 내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설마 했는데 그 설마를 언급하는 이기철이다.

“계약을 해지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래. HK 의류에서 유진이를 전속으로 밀어서 제대로 한번 키워 보고 싶다고 하더라. LM 의류도 좋지. 그런데 이왕이면 2위보다는 1위 업체와 손을 잡는 게 더 좋지 않겠냐? 그리고 단독 브랜드 상품도 내준다고 하더라고.”

정상급 여배우라도 거절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파락호 홍성범이 곧 HK 의류의 대표로 올라가는 상황.

그러니 절대 받아서 안 되는 제안이다.

난 자세를 바로 하고 물었다.

“이사님. 홍성범 전무가 여자 소문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이기철 이사의 인상이 잠깐 찌푸려졌다.

“들었지. 그 문제 때문에 HK 의류의 제안을 한 번 거절했다면서?”

“예.”

“그런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라. 이번 제안은 구왕수 대표가 직접 제안한 거니까. 홍성범 전무는 아예 모른다 이 말이야.”

구왕수 대표가 유진이를 찾았다고?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이지?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