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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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화

9. 정 스타 2

강지영 본부장이 날 빤히 쳐다보며 ‘왜 유진이의 촬영 현장을 이탈해서 천호동에 갔느냐?’는 질문을 해왔다.

비록 이지연 작가가 유진이에게 꽂혀서 대본 수정을 해줬다고 해도 내가 거짓말을 한 것만큼은 사실이었으니까.

어설프게 속이려다간 일이 커질 수도 있었기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를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물론 중간 과정은 빼고 원인과 결말만.

이야기를 들은 강지영 본부장이 굳은 표정을 풀곤 피식하고 웃는다.

“현장에서 사고라도 있었으면 징계감이었겠지만 다행히 문제 해결 다 해놓고 갔으니까······ 좋아요. 시말서도 관두죠.”

“예?”

“결론적으로는 가스 폭발을 막아서 여럿 살렸잖아요. ”

시말서를 없애 주겠다며 윙크를 하는 강지영 본부장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강지영 본부장도 겉보기완 달리 꽤 인정 많은 타입이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혹여라도 김동수가 나중에라도 시비를 걸 수 있었으니까.

“아닙니다. 시말서 쓰겠습니다.”

“오올~. 책임감 있는 남좌~?”

장난을 치는 강지영 본부장의 입에서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그런데 나 술 마시다 끊고 왔는데 우리 3차 갈까요? 호호호. 어쨌건 내가 쏠게요! 렛츠~ 고!”

강지영 본부장이 술이 고프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차가운 본부장님의 이미지는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고 당장 춤이라도 출 것 같은 흥겨운 모습이다.

샤넬 정장을 입고 탬버린을 추면 더 잘 추려나?

하지만 구성철 실장이 그녀의 제안을 막았다.

“윤호야. 오늘 힘들었을 테니까 이제 가 봐라.”

구성철 실장이 눈빛으로 어서 사라지라고 하고 있었다.

“왜요? 구 선배. 지금 뭐 하는 거예요? 3차 가자니까?”

“아이고~ 우리 본부장님 취하셨네. 집에 바래다 드릴게요. 크흐~. 술 냄새.”

“어어? 나 안 취했어요! 안 취했다고~오. 구 선배. 어어? 이거 안 놔요?”

“아이고 취한 거 맞네. 휘청휘청하시는 것 좀 봐.”

강지영 본부장이 왜 이러냐고 손을 젓고 구성철 실장이 몸으로 그녀를 막았다.

그때 내 머릿속으로 강지영 본부장의 별명이 떠올랐다.

궤짝.

술을 한번 마시면 궤짝으로 마신다고 붙은 별명이다.

‘잡히면 죽는다!’

난 급히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건넸다.

“내일 뵙겠습니다!”

“나도 데리고 가요~! 윤호 씨. 아니 정 스타! 나 데리고 안 가면 다시 감봉 조치할 거야~아!”

“우리 강 본부장 왜 말단 직원을 괴롭히고 그래? 애도 아니고. 집에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술 취한 사람의 헛소리다.

그렇게 생각하곤 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배우 2실의 주영훈 팀장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한잔해야지?”

* * *

회사 앞 푸라다 치킨.

회의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자 직속 상사인 오덕구 팀장은 마치 축구 한일전에서 이긴 것처럼 기뻐했다.

“그래. 김동수 실장의 콧대를 박살 냈다고?”

“예.”

그러자 장난기 많은 주영훈 팀장은 뒷감당 어쩔 거냐고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너 뒷일 어쩔? 김동수 그 인간 뒤끝 작열인데? 킥킥.”

“뭐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이열~. 우리 윤호. 큰 건 한 건 하더니 담이 커졌는데? 너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지?”

“에이. 팀장님도 참.”

뭘 잘못 먹기는.

고작 회귀했을 뿐인데.

적극적으로 변한 내 모습에 약간 의아해했지만 다들 지금 모습이 더 좋다며 좋게 받아 들여주고 있었다.

평소 우리 2실을 얕잡아 보던 김동수에게 한 방 먹인 탓에 모두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다.

1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구성철 실장도 강지영 본부장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 우릴 찾아왔다.

“자자 사설이 길다. 다들 잔부터 채우자.”

“자 아쉽겠지만 오늘 같은 날은 들어가서 가족들 얼굴도 봐야지. 조금씩들만 마시자. 오늘도 다들 고생했다.”

구성철 실장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오늘 저 때문에 고생시켜 드려서 죄송함돠!”

“고생은 무슨.”

“일하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배우 2실 선배들의 격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탑 엔터테인먼트 시절에는 받아보지 못했던 것들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잘 마실게. 정 스타!”

동기인 이영진이 날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마 있더라?’

곧장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만졌다.

이토록 가벼운 지갑을 들고 다닌 게 도대체 언제 적인지 모르겠다.

늘 5만 원짜리 현금과 10만 원 수표가 가득했던 내 헤르메스 장지갑이 없었기에 치맥 회식에 벌벌 떠는 날 볼 수 있었다.

‘20대의 정윤호야 정신 차리자.’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니 그제야 심장의 두근거림이 가라앉았다.

비록 지금은 통장에 5백만 원의 잔액밖에 없지만 미래를 아는 내게 돈은 큰 문제가 아니니까.

“예. 오늘 다들 저 때문에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마음껏 드십쇼!”

“오우 우리 정 스타. 방송 타더니 완전 화끈해졌네.”

“그래. 앞으로도 오늘만큼만 해라. 그런데 현장 이탈은 가능하면 하지 말고.”

그때 마침 주문했던 치킨 세 마리가 나왔다.

황금색 크리스피한 껍질을 가진 프라이드치킨 땅콩이 솔솔 뿌려진 케첩 베이스의 붉은색의 양념치킨 그리고 갈릭 칩이 슬라이스 되어 간장이 발라진 오븐 치킨.

혼자서 세 마리 치킨을 능숙하게 서빙한 직원이 우리 테이블 위로 착착 치킨을 세팅했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치킨의 자태를 앞에 두고 모두가 가득 채운 500cc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은 윤호가 선창하자.”

구성철 실장의 말에 난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잔을 들었다.

“굴렁쇠 배우 2실을~.”

“위하여~.”

건배를 마치자 다들 허겁지겁 맥주를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꿀꺽꿀꺽.

토도독.

목구멍을 열고 맥주를 들이켜자 크리미한 거품과 톡 쏘는 탄산이 목을 타고 넘어왔다.

목으로 느껴지는 청량감에 온몸의 세포가 톡톡 튀듯 반응하고 있었다.

크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죽기 한 달 전부터 탄산이나 시원한 물 같은 건 입에도 못 대었으니까.

잔을 내려놓은 난 다음으로 닭 다리에 용감히 손을 내뻗었다.

이성을 잃어버린 난 야수가 되어 닭 다리를 물어뜯었고 부드러운 다리 살을 입안에 넣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난 지금 천국에 와 있다고.

유진이의 삶을 바꾸고 미소를 구한 덕에 난 이런 보상을 받는 거라고.

그렇게 내 인생의 악몽과도 같은 12월 12일이 축복으로 변하고 있었다.

* * *

찜질방에서 벌떡 눈을 뜨자 7시 30분.

밤새도록 이 모든 게 꿈이라는 악몽을 꿨었다.

그 탓에 일어나자마자 내 볼을 꼬집었다.

“아야야.”

아픈 걸 보니 다행히 꿈이 아니었다.

급히 샤워한 뒤 8시가 다 되어서야 찜질방에서 나왔다.

집 근처에서 전화를 걸자 유진이가 전화를 받았다.

“일어났니?”

-네.

“그럼 나올래? 나 집 근처인데 밥이나 먹자.”

-오빠. 우리가 밥 다 해 놨어요!

유진이가 미소와 함께 아침밥을 해놓았다며 집으로 올라와서 먹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골목길에 차를 대어 놓고 터벅터벅 내 원룸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을 연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뭐야 이거?’

방이 빛나고 있었다.

10평짜리 원룸에 먼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암막 커튼을 걷은 내 방에는 아침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어제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인 장독대가 보였는데 내 방 경치가 이렇게 좋나 싶었다.

“오빠 집에서 별로 안 자죠? 혼자 사는 집이라고 하기에는 깨끗하던데요? 그리고 저도 미소도 청소하는 거 좋아하고요.”

“삼촌 나도 같이 청소했어요!”

미소가 주먹 위에 파워터프걸 스티커를 붙이고 손을 번쩍 든다.

아침부터 감동이다.

“오빠가 우리 미소 구해주셨는데 해 드릴 게 이런 것밖에 없었어요. 고마워요. 오빠.”

“유노 삼촌 고맙습니다!”

나야말로 고맙다.

살아줘서.

그리고 이렇게 행복하게 웃어줘서.

“아 아냐. 고맙긴······”

두 사람 덕분에 커다란 가슴속 응어리가 완전히 풀린 것 같다.

“자자 어서 앉아요. 국 식겠어요.”

“삼촌. 여기 앉으세요!”

미소가 내 자리라며 한쪽을 가리켰다.

좌식형 탁자에 앉자 김치찌개 하나랑 계란프라이 3개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냉장고에는 말라비틀어진 파와 묵은지만 있었는데 용케도 김치찌개 비슷한 걸 만들어 놓았다.

그러고 보니 이런 내 식습관이 위암이라는 문제를 일으킨 것도 같다.

앞으로는 잘 챙겨 먹어야지.

“알았어. 그럼 먹어볼까?”

후르륵.

한입 먹었는데.

어?

맛있다.

유진이가 밥도 뜨지 않고 음식 평가를 기다리고 있기에 솔직한 소감을 말했다.

“맛있어. 진짜로.”

놀랍다.

재료가 없는데 어떻게 이 맛을 내지?

“아자!”

유진이는 1년간의 식당 알바 솜씨가 여전하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데 어떻게 만든 거야? 냉장고는 텅텅 비어 있었을 텐데?”

“비~밀!”

유진이와 미소가 서로를 쳐다보며 킥킥거린다.

그런데 유진이의 엉덩이 위로 MSG 스틱 봉투가 보인다.

맛의 근원이 그거였어?

하지만 뭐 어때?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뭐.

그러고 보니 내 방에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게 처음이다.

행복한 유진이와 미소의 모습에 나까지 웃음이 지어졌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흰 고봉밥을 큼직하게 한술 뜨자 그제야 유진이와 미소도 따라 숟가락을 들었다.

고맙다 얘들아.

텅 빈 가슴속 구멍이 메꿔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서.

* * *

식사를 마치고 이지연 작가가 보낸 대본을 유진이에게 건넸다.

<아침이 간다>의 수정 대본은 23화부턴 아예 다른 여배우의 분량을 거의 대체했을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진짜 많이 바꾸셨네요.”

“내가 말했잖아. 이지연 작가님이 너한테 꽂혔다니까?”

유진이가 들뜬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대본을 변경해 줬는데 현장에서 실수라도 하면 첫날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일이다.

‘이번엔 잘리는 게 아니라 두 번 다시 안 보시려고 할지도 몰라.’

하지만 아직 신인인 유진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순 없었다.

그때였다.

대본 책을 바라보던 미소가 고개를 빼꼼히 치켜들고 물었다.

“이모! 이모 연기 잘해?”

미소의 해맑은 질문에 유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응? 글쎄? 난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하시네?”

“헤헤. 이모 TV 나오는 거 빨리 보고 싶다.”

“그러면 며칠 뒤에 나오니까 그때 맛있는 거 먹으면서 같이 볼까?”

“응!”

미소의 웃음이 짙어지자 유진이도 따라 웃음을 내비친다.

순간 유진이에게 미소가 딸이라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지 조만간 닥칠 기레기들이 터트릴 찌라시에 대응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당장은 대본 연습이 우선이고.

“자자. 어서 대본이나 체크해 보자.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네~.”

미소를 침대에 앉혀두고 유진이의 <아침이 간다>의 수정 대본 연습을 봐주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가볍게 수정 대본 씬 291부터 해볼까? 편하게 대본에서 네가 느낀 그대로.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으흠. 알겠어요.”

그런데 유진이가 수정 대본의 연기를 시작한 순간.

이지연 작가 앞에서 보인 연기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야 이거?’

『네가 저지른 짓을 내가 모를 줄 알아? 설령 내 친구가 용서해도 내가 용서 못 해!』

『너 절대로 가만 안 둬! 내가······ 부셔버릴 거야!』

유진이는 격렬한 감정을 담아 대사를 읽기 시작했다.

여주인공의 소꿉친구로 누구보다 여주인공을 아끼는 사람의 절절한 심정을 표출하면서.

커다란 눈에선 안약을 넣은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파리한 안색을 하고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덕분에 유진이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대로 연기를 해보라고 했더니 시작부터 어처구니없는 이런 연기라니.

안정적인 발성과 분명한 딕션.

거기에 뚜렷한 감정이 느껴지는 표정 연기까지.

본인은 연기에 집중해 있어 알아채지 못했지만 이미 주연급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덕에 난 유진이의 성장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얘.

재능이 장난이 아니다.

‘미래에 탑스타가 괜히 된 게 아니었어.’

오히려 레슨 선생 때문에 그녀의 진짜 연기 재능이 꽃피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러고 보니 최현민 연기 트레이너의 평가도 박했었지?

잠깐만.

최현민 배우도 서예종이잖아.

그때 마치 영감과 같은 한 가지 가설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컴의 면도날.

‘가장 단순한 게 정답일 수 있다!’

순간 소름이 오싹 돋았다.

‘설마 유진이의 재능을 알고서 미리 싹을 밟으려고 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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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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