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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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6화

86. 트로이의 목마 2

“요즘 우리 3실 배우들이 차기작 상담을 할 때 누굴 제일 먼저 찾는지 아십니까?”

김동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을 듣던 이기철 이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윤호 그놈인가?”

“예. 배우들이 워낙에 적극적이라 말릴 수도 없습니다.”

김동수와 이기철은 여러 제작사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고 스타를 거래했다.

배우들이 아무래도 회사에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니까.

돈을 받아먹든 아니든 성공과 실패는 개봉하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법.

덕분에 이제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큰 자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정윤호가 끼어든 탓에 뒷돈을 만드는 게 어려워져 버렸다.

이기철 이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설마······ 네가 직접 관리하는 S급 배우들까지 흔들리는 건 아니겠지?”

김동수가 직접 관리하는 S급 탑스타들의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리베이트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설마 그것까지 정윤호가 간섭하냐는 질문이다.

김동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건 제가 직접 다 챙겼습니다.”

이기철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정 대리를 하루라도 빨리 3실에서 내 보내야겠습니다.”

“허참. 기가 차는구만!”

이기철은 달콤한 정윤호의 커피가 갑작스레 쓰디쓴 독약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예. 정 선배. 최은수 PD는 인삼액 튜브로 된 상품을 진짜 좋아합니다. 그거 갈 때마다 몇 포 챙겨 드리세요.”

“그래? 진짜지?”

“믿기 싫으면 말고요.”

“아 뭔 말을 또 그리하냐?”

“그리고 평소에도 건강 마니아라서 인삼 녹용 흑마늘 등을 챙기시는데······ 아 맞다. 흑마늘 요즘 통으로 나온 거 아시죠? 그거 몇 개 넣어 드리세요.”

“오케이! 동진이 형이 주연으로 캐스팅만 되면 내가 제대로 한 턱 쏜다.”

정성곤 대리가 내게 신세를 졌다며 탕비실을 뛰어나갔다.

성한영 배우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쯧쯧. 어째 매니저들 전부 다 너한테 그런 걸 다 묻냐? 정성곤 저 친구 너보다 5년 선배 아냐?”

올해 35살의 성한영 배우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맞습니다.”

“그런데 정 대리. 정 대리는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아?”

“······.”

난 대답을 하지 않고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또 또 이런다. 정 대리가 보면 은근 비밀이 많아?”

장난스럽게 웃는 성한영은 알았다며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런데 이번 신작 계약서 검토는 언제 해 줄 건데? 응?”

“그건 법무팀에 넘기셔서 물어보시면 되죠.”

“아니지. 거기 보내면 검토가 늦잖냐. 그냥 정 대리가 빨리 좀 봐 주라.”

난 알겠다며 성한영에게 신작 시놉시스와 계약서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기철 이사와 김동수가 탕비실로 들어왔다.

수군대던 직원들이 물밀 듯이 빠져나갔다.

나 역시 고개를 숙이고 사라지려 했다.

그런데 이기철 이사와 김동수 실장이 굳은 표정으로 날 붙잡았다.

“정 대리. 따라와!”

날 바라보는 김동수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 * *

이기철 이사의 방.

소파 앞 테이블에는 내가 타 놓은 커피가 반쯤 먹다 남아 있었다.

“너 요즘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이기철 이사의 목소리엔 분노가 어려 있었다.

“무슨 짓이라뇨?”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거냐고!”

이기철 이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영인을 챙기라고 불렀더니 왜 다른 배우들과 어울리냐면서.

회사가 놀이터냐고.

‘왜긴 왜야? 당신들이 하는 짓을 늦추기 위해서지.’

배우 3실에 들어와 보니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각 방송국과 제작사의 제작 실장들과 손을 잡고 이중계약과 리베이트로 돈을 남겨 먹고 있었다.

난 곧바로 자금 내역을 파악해보려 했지만 현금으로 주고받았는지 증거가 없었다.

그 탓에 윗선에 보고하는 대신 방법을 바꿨다.

내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고춧가루를 팍팍 쳐 주기로.

그 이후로 한 달 동안.

의도적으로 매니저와 배우들에게 접근해 지식과 정보를 풀며 친해졌었다.

뭐 강명길 팀장이나 고참 매니저들은 주제를 모르고 나댄다는 소릴 하긴 했지만 말이다.

다만 지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김동수가 인상을 쓰며 끼어들었다.

“진짜 몰라서 물어?”

“예. 주영인 씨 스케줄도 펑크 한 번 안 냈고 현장에서 다른 잡음도 없었습니다. 시키신 대로 다른 3실 직원과 배우들과도 원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만?”

김동수는 지난 한 달간 날 자신의 라인에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그리고 난 거기에 넘어가는 척 장단을 맞추고 있었고.

덕분에 경계가 느슨해서 난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날 노려보던 김동수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3일 남았지?”

“한 달이 되려면 그렇긴 한데. 제가 가고 싶다고 돌아가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대표님이 오셨으니까 앞으로의 인사 발령은 대표님 허락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기철 이사가 인상을 쓴다.

끌어올 땐 자기 마음대로였지만 다시금 배우 2실로 돌려보내려면 강감찬 대표의 허락이 없으면 안 되니까.

난 내친김에 두 사람의 심기를 살살 긁었다.

직접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것보단 쫓겨 가는 게 여러모로 좋으니까.

“그런데 와 보니까 의외로 배우 3실도 나쁘진 않네요. 다들 잘 해 주시기도 하고요.”

쾅!

이기철 이사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빨리 주영인 재계약서에 사인이나 받고 너희 2실로 가. 사인만 받아오면 오늘이라도 돌려보내 줄 테니까.”

주영인의 재계약을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들이 분명 주영인 계약을 도맡아 한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일개 대리가 어떻게 주영인 씨의 계약을 감당합니까?”

맞는 말만 골라 했지만 그게 더 두 사람을 열 받게 만들고 있었다.

표정 봐라.

날 딱 한 대만 패버리고 싶은 표정이다.

‘니들이 해. 주영인 재계약은.’

두 사람은 결국 본전도 찾지 못하고 축객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끄응. 그럼 나가서 일이나 봐!”

“안 그래도 영인 씨 데리러 갈 시간이 됐네요.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난 부글대는 두 사람을 보고 웃음을 숨기며 돌아 나섰다.

* * *

주영인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억누르고 있었다.

정윤호를 압박해 3실로 데리고 오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개인 매니저로 삼으려는 계획이 전혀 풀리고 있지 않은 탓이다.

‘어떻게 나 같은 미녀가 함께 일 좀 해 보자는데 이렇게까지 야멸차게 굴지?’

2주 전부턴 온갖 트집과 변덕스러운 요구도 시작했다.

하지만 정윤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모든 요구를 무난하게 처리했다.

‘또 일은 더럽게 잘해요. 얄미워 죽겠어. 정말.’

스케줄은 얼마나 잘 짜는지.

바쁜 일과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펑크도 사라졌다.

거기다 촬영 현장에서도 주영인과 일하는 게 편해졌다는 소리가 곧잘 들리고 있었다.

실상 주영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데 말이다.

그럴수록 주영인의 욕심은 더욱 커졌다.

결국엔 어제는 노골적인 유혹까지 감행했다.

수고가 많았으니 술이나 한잔하고 가라며.

이건 일정이 아니라 사적으로 하는 제의니까 괜찮지 않냐며.

하지만 정윤호는 칼답을 해 왔다.

-9시네요. 퇴근 시간이니까 이만 가 보겠습니다.

집까지 거리가 500m도 안 남았지만 정윤호는 매정하게도 차를 이면 도로에 세우곤 대리 기사를 부르려 했다.

결국 참고 참았던 주영인은 쌍욕을 퍼붓곤 직접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다.

이 정도로 매몰차게 연속해서 거절을 당하자 주영인은 충격을 먹은 상태였다.

“아. 진짜 눈 충혈된 것 좀 봐.”

손거울을 보던 주영인은 투덜거렸다.

그때였다.

띵동.

초인종이 울린 순간 주영인은 벌떡 일어나 인터폰 앞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정 대립니다. 촬영장 가실 시간입니다.

“거실에 들어와서 기다리세요.”

인터폰을 내린 주영인은 서둘러 안방으로 달려갔다.

“화장! 화장부터 고치고!”

하지만 문고리를 잡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 짜증을 다시 한번 부렸다.

“아 진짜. 나 지금 뭐 하는 거니?”

아침부터 일어나 화장까지 다 해놓고 또 이러는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주영인은 냅다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저 아까 한 눈화장이 조금 이상해 고치려고 한다며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면서.

* * *

3월 16일 <파란 하늘> 촬영장.

10화의 촬영은 끝자락에 와 있었다.

주영인을 맡으며 한 약속 때문에 촬영장에서 유진이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물론 9시가 넘으면 집으로 가서 일정과 대본을 봐주곤 했지만 현장에서만큼은 까톡으로 대화했다.

주영인이 늘 도끼눈을 하고 날 감시하고 있었으니까.

[러블리♡유진 : 윤호 오빠. 이제 3일 남았죠?]

[정윤호 매니저 : 응. 아마 오늘쯤 본부장님이 부서 이동 발령 내릴 거 같아.]

[러블리♡유진 : 아무래도 빨리 주연급 올라가야겠어요. 내 매니저 안 뺏기려면······]

[정윤호 매니저 : 제발 그래 주세요. 정유진 배우님.]

유진이가 요즘 들어서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내 매니저라고.

특별한 말은 아닌데 요즘 따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묘해졌다.

그때였다.

“커트! 오케이! 수고했어요! 자자 영인 씨 성진 씨. 메이크업만 체크해 주시고 바로 다음 씬으로 갑니다.”

주성진이 맡은 성파란과 주영인이 맡은 김하늘.

두 주인공이 처음으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이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주영인이 고개를 저었다.

“감독님. 잠깐만 쉬고 가면 안 될까요? 오늘 컨디션이 좀 별로라서······요.”

강수훈 PD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흠. 그럼 씬 118부터 먼저 찍고 있을 테니까 준비되면 조감독에게 이야기해 줘요.”

그때였다.

대기 의자로 다가오던 주영인이 이마를 잡고 휘청거렸다.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이 돕고자 했지만 다들 손에 물품 등을 들고 있어 그녀를 부축할 수 없었다.

순간 내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덥석.

주영인의 몸이 바닥에 닫기 직전 그녀를 붙들 수 있었다.

“정······ 대리.”

주영인이 힘든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 게 꽤 그럴듯했지만 난 대번에 그녀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니가 이러는 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다만 너무도 리얼하게 숨을 헐떡이고 있기에 스태프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뭐? 뭐야?”

“영인 씨 괜찮아?”

여주인공이 쓰러진 탓에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부채를 부치고 물을 떠 오고.

강수훈 PD의 얼굴도 사색이 되었다.

“정 대리. 빨리 병원부터 가봐요. 아니다. 119 불러 줄까? 그래 그게 좋겠네. 최 AD. 어서 119부터 부르자.”

“예. PD님.”

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닙니다. 제가 데리고 병원에 가 보겠습니다.”

“괜찮겠어?”

“예. 주영인 씨가 평소에 빈혈이 좀 있어서요. 급한 건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진찰 끝나는 대로 전화 줘요.”

난 스태프들을 안심시킨 뒤 주영인을 번쩍 들어 올렸다.

늘 체중 조절을 하는 주영인이라 별로 무겁진 않았다.

그녀가 타고 다니는 최고급 밴의 뒷좌석에 앉힌 뒤 근처 병원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5분 정도 운전을 하던 난 백미러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만 일어나시죠.”

주영인이 움찔거린다.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내 눈은 못 속인다.

회귀 전 주영인을 전담한 세월이 얼만데.

“꾀병인 거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시라고요. 어차피 의사한테 가면 다 알 텐데 쪽 팔지 말고요.”

주영인이 눈을 번쩍 뜨곤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알았어요?”

“······.”

난 말없이 근처 주차장에다 차를 가져다 세웠다.

그리고 몸을 돌려 뒷좌석의 주영인에게 말했다.

“배우들 스트레스 받아서 일탈 행동하는 거야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잠깐 쉬다가 돌아갑시다. 시간 많이 끌면 괜한 기사가 뜰 수도 있으니까요.”

주영인이 날 똑바로 노려본다.

“내가 이러는 게 누구 때문인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입을 꾹 다물자 주영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묻는다.

“진짜 몰라요?”

“예. 모르겠습니다.”

주영인이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외쳤다.

“당신 때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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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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