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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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화

83. 뒤통수

유진이의 두 손에는 짙은 검은색의 우드 케이스가 푸른색 리본에 정성스레 싸여 있었다.

“뭐야?”

“초콜릿이요. 어제 줬어야 했는데 어젠 깜빡해서 그만.”

“하긴 우린 어제 미쳤었지.”

어젠 눈썰매를 타고 노느라 둘 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물하려던 걸 잊었다며 혀를 쏙 내밀었다.

“오빠 덕분에 미소랑 저랑 진짜 재미나게 놀았어요. 감사합니다.”

유진이는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칠라. 조심해.”

“네~.”

손을 흔들고 사라진 유진이를 보던 나는 천천히 리본을 풀었다.

사르륵 풀어진 박스 안엔 한입에 들어갈 사이즈의 초콜릿 4개와 편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FROM 유진]

오빠.

늘 신세 지고 있어요.

지금처럼 계속 제 매니저로 있어 주셨으면 해요.

PS. 이거 직접 만든 거예요.

편지를 읽은 난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게 내가 회귀한 이유니까.”

난 초콜릿을 입에 물었다.

고급 초콜릿을 썼는지 초콜릿이 입안에서 사르륵 녹아내렸다.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마친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발신자 : 김동수]

“넌 또 왜······?”

* * *

MBS의 드라마국 5층.

드라마국의 이인자 김명학 CP는 부안 촬영장에서 <밤하늘의 달빛 내림>을 진행하는 주요 스태프를 모조리 서울로 불러올렸다.

김성운 PD와 조연출 촬영감독부터 오디오 감독까지.

모두가 원작 소설가이자 이번 드라마의 대본을 맡은 최성은 작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지각이군.”

<밤하늘의 달빛 내림>은 원래 일정보다 2달이나 앞당겨졌기에 급하게 촬영을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촬영이 시작된 지도 일주일이 지났건만 이 시점에서 완성된 대본은 고작 1화뿐.

그 탓에 스태프들은 모두 촬영을 멈춘 채 대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약속한 시각이 30분을 지났다.

코리안 타임도 끝나자 김명학 CP는 결국 안 되겠다 싶었는지 조연출 장성태를 손짓해 불렀다.

“성태야. 최 작가한테 지금 누가 붙어 있지?”

“작가실 막내 송이가 붙어 있습니다.”

“송이에게 전화부터 걸어 봐.”

“예.”

장성태 AD가 전화를 건 순간 회의실 문밖에서 벨 소리가 들렸다.

“왔나 보네. 끊어.”

달칵.

회의실 문이 열리며 최성은 작가가 나타났다.

그 뒤로 보조작가 한송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따라 들어왔다.

최성은 작가는 가벼운 목례만 하고선 한송이 보조작가가 빼준 의자에 앉았다.

“대본 수정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왜 불렀어요?”

김명학 CP는 울컥하는 심정을 참고서 억지웃음을 지었다.

“최 작가. 내가 몇 번을 말했잖아. 일정이 좀 급하니까. 서둘러 달라고.”

“완성도를 위해서 수정하다 보니 늦어지는 걸 어떻게 하라고요!”

최성은의 날 선 태도에 김명학 CP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스태프 100명이 대본이 나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고. 그런데 이렇게 기약 없이 늦어지면 어떻게 하자는 거니? 응?”

“그게 제 탓인가요? 편성 일정을 바꾼 드라마국 탓이지.”

드라마 작가가 제멋대로인 건 방송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중에서도 최성은은 유별났다.

소설 한 편으로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수십억을 벌어들인 히트 작가니까.

하지만 무턱대고 늦어지는 대본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연장되는 하루하루가 모두 돈이었으니까.

김명학 CP는 화를 억누른 채 회의실에 모인 세 명의 작가를 가리켰다.

“최 작가가 힘든 것 같아서 내가 좀 도와주려고. 이쪽은 작가실 식구들인데 하나같이 드라마 판에서 오래 일한 친구들이야. 대본이 빨리 나와야 하니까 사람을 늘려서 해결을 해보자고. 응?”

김명학 CP가 눈치를 주자 세 명의 보조작가들이 일어나 90도로 인사했다.

그런데 최성은 작가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그러니까 바쁘다고 작가로 입봉도 못 한 루저들을 붙여주시겠다? 그런다고 안 될 일이 되겠어요?”

인사를 한 보조작가 세 명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0년을 일한 드라마 판의 경력자들은 언젠가 자기 작품을 걸어보겠다는 꿈 하나로 여기까지 버텼다.

그런데 갑작스레 루저라 불리자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김명학 CP는 최성은 작가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고 화를 내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연출을 맡은 김성운 PD가 나섰다.

“작가님. 말이 좀 심하십니다.”

“내가요?”

“예. 적어도 드라마 판에서 이 작가분들 중에서 작가님보다 못한 사람은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뭐 뭐라고요?”

최성은 작가가 벌떡 일어났다.

김명학 CP가 김성운 PD를 말리려 했지만 김성운 PD는 멈추지 않았다.

“최 작가님이 루저라고 말한 이분들은 대본 한 화 정도는 늦어도 이틀 만에 뽑아내는 분들입니다. 완성도를 위해 늦어진다고요?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은 작품에 무슨 완성도가 있답니까?”

“김 PD! 당신 정말 말 다 했어?”

“아뇨. 다 안 했습니다. 이 속도라면 100% 펑크 납니다. 작가님 대우도 대본을 주셨을 때의 이야기지 대본도 안 주시는 데 무슨 작가님입니까?”

최성은 작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당신 정말······”

“그리고 말끝마다 반말하시는데 작가님보다 어린 사람 여기 없습니다. 여기 작가분들도 우리 드라마국에서 오랫동안 공헌을 해오신 분들이시니 존중 좀 하시죠?”

최성은 작가는 올해로 26살.

첫 번째 작품부터 성공한 탓에 주변을 안하무인으로 보는 데 익숙했다.

출판사나 방송국 모두 그녀에게 굽신대며 작품을 달라고 했으니까.

기분이 상한 최성은 작가가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고리를 잡은 순간 김성운 PD의 마지막 경고가 떨어졌다.

“아 그리고. 지금 이대로 나가시면 편성 엎고 지금껏 투입된 모든 스태프의 비용 주연 배우들 출연료로 위약금을 청구하겠습니다. 광고주들에게 배상할 것까지 치면 오늘 자로 대략 50억 정도는 될 겁니다.”

김성운 PD의 발언에 최성은 작가는 부들대며 몸을 돌렸다.

“50억? 당신 지금 나하고 장난쳐?”

“의심나면 변호사 통해서 확인해 보시던가요.”

무려 50억이란 살벌한 금액을 놓고 두 사람이 기 싸움을 벌인 탓에 회의실엔 냉기가 휘몰아쳤다.

그때였다.

“김 PD. 거기까지 하지. 그리고 최 작가도 일단 앉아. 진정하고 문제를 풀자고.”

김명학 CP의 말에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서로를 노려보는 눈빛은 여전했다.

“이 사람들이 진짜! 나 뚜껑 열려서 폭발하는 거 보고 싶어?”

김명학 CP의 거친 말에 결국 김성운 PD가 한숨을 쉬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CP님.”

최성은 작가는 분을 참으며 고개를 돌렸다.

“흥!”

김명학 CP가 중재안을 꺼내 들었다.

“내가 정리하지. 최 작가는 일단 여기 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지금 속도로 봐서는 절대 제시간에 완성 못 해.”

“······.”

“대답 안 할 건가?”

“아 알았다고요!”

자신보다 아버지뻘인 김명학 CP의 말에도 최성은 작가는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김 PD는 최 작가한테 제대로 사과해. 최 작가도 잘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거 아니겠나?”

김명학 CP가 찡긋하고 눈치를 준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만 김성운 PD는 모른 척 일어나 공손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최 작가님. 마음이 급해서 그랬습니다.”

최성은 작가도 일단은 고개를 숙였다.

“나도 미안해요. 집필 스트레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네요. 아시죠?”

김성운 PD는 속으로 생각했다.

작가들이 늘상 말하는 그놈의 집필 스트레스.

스트레스 없는 직업이 어디 있다고.

극적 화해를 한 탓에 겨우 일정 회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

최성은 작가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바쁘다며 세 명의 보조작가에게 말했다.

“따라와! 내 집은 알지?”

“예. 작가님.”

쓰린 속을 잡은 보조작가들은 자신보다 5살에서 10살은 어린 작가의 뒤를 졸졸 따라나섰다.

쿵.

회의실의 문이 닫히자 김명학 CP가 한숨을 내쉰다.

“하여간 작가들 치고 지랄 맞지 않은 인간이 하나도 없지만 쟨 유독 심하네.”

“뭐 그렇죠.”

“파란 하늘은 촬영이 잘 되어 간다던데 우리 정말 괜찮을까?”

김성운 PD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한고비 넘겼으니까 잘될 겁니다. 솔직히 최 작가 인성은 마음에 안 들지만 글은 훌륭하니까요. 제대로만 런칭할 수 있다면 저희가 이길 겁니다.”

“그 그래? 김솔잎 작가 대본도 대단하다고 하던데?”

“저도 둘 다 읽어 봤는데 저희도 작가가 문제지 작품에는 문제없습니다.”

“허허허. 거참.”

“그리고 CP님이 직접 나서서 한수호에 고은영을 주인공으로 잡아주셨지 않습니까? 시청률에서 지면 그냥 제 목을 치십시오.”

목을 쭉 내뺀 김성운 PD의 행동에 김명학 CP가 너털웃음을 짓는다.

“허허허. 내가 니 목을 왜 치냐. 최성은 작가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너뿐인데. 자자. 현장에서 올라왔으니 밥이나 먹고 가라. 내가 거하게 쏠 테니까.”

스태프들의 굳은 얼굴이 조금은 펴졌다.

하지만 김성운 PD는 여전히 굳은 얼굴이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김명학 CP의 말에 김성운 PD가 묘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한 가지가 좀 걸려서요.”

“뭐가?”

“정유진 씨 말입니다. 그쪽 드라마가 시작도 하기 전에 이슈 몰이를 하고 있잖습니까? 어제는 또 광고가 대박을 쳤다던데요.”

김명학 CP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상하게 운이 좋아. 어떻게 하는 일마다 이렇게 잘 풀릴 수가 있지?”

“CP님이 좀 잘 지켜봐 주십시오. 파란 하늘의 여주인 주영인은 신경이 안 쓰이는데 이상하게 유진 씨에게 화제가 계속 몰리는 게 신경 쓰입니다.”

“그렇게 하자고.”

하지만 김성운 PD의 마음속에는 차마 말하지 못한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있었다.

신인 여배우인 정유진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던 1년 차 같지 않은 정윤호란 존재가 더 거슬린다는 걸.

* * *

눈썰매를 죽도록 탔더니 온몸이 쑤셔서 연차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출근을 늦출 수는 없었다.

유진이에 대한 광고 계약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김동수의 호출도 있었기 때문이다.

난 출근하자마자 배우 3실로 향했다.

“윤호 니가 3실에는 웬일이냐?”

“야. 승진 턱 안 쏴?”

배우 3실의 직원들의 눈빛엔 경계와 시기심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너무 빠른 승진이 그들의 속을 긁은 것 같다.

하지만 난 적대적인 시선에도 생글대며 웃음을 지었다.

배우 3실의 대부분이 탑 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하지만 몇몇은 내가 데리고 와야 할 사람들이니까.

“조만간 자리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꼭 와주십시오.”

고개를 숙인 뒤 복도 끝 김동수 실장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급스러운 검은 가죽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는 김동수가 보였다.

“부르셔서 왔습니다.”

“저기 앉지.”

김동수가 일어나며 자신의 방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자리에 앉는 순간 김동수가 자신이 마시는 거라며 석청 꿀물을 타 왔다.

‘독이라도 탄 건 아니겠지?’

드라마를 많이 본 탓에 온갖 상상이 들었다.

“뭐 해? 안 마시고? 왜? 설마 독이라도 탔을까 봐?”

“설마요······”

귀신이네.

내가 그 생각을 한 건 어떻게 알았지?

시치미를 뚝 떼곤 잔을 들었다.

꿀물을 마시는 사이.

김동수가 넌지시 회사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얼마큼 이 회사에 애정이 있고 모든 배우 매니지먼트 부서가 잘 나가길 바란다며 열변을 토했다.

꽤 감명 깊은 연설이었지만 이 인간이 미래에 어떻게 회사 뒤통수를 치는지 알고 있는 내겐 전혀 와닿지 않았다.

“······그런 차원에서 하는 말인데. 네가 한 달만 영인이를 맡아서 관리해라.”

엥?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구성철 실장님과 이동민 실장이 그걸 허락할 거로 생각하는 건가?

이제 막 날개를 단 유진이와 한창 구슬땀을 흘리는 체리블라썸에게는 내가 꼭 필요한데?

난 곧바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실장님. 전 유진이도 있고 체리블라썸도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 영입된 이태풍 씨를 챙기는 것도 제 일이다 보니 일을 더 늘리는 건 힘들 것······”

하지만 내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김동수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너 안 붙여주면 영인이가 회사를 나간다더라.”

“예?”

“계속 맡으라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딱 한 달 만. 한 달만 맡으라고.”

생각해 보니 주영인의 계약은 이제 6개월이 남은 상태다.

김동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리고 이미 이기철 이사님이 너 발령내 놓았다.”

콰쾅.

머릿속에 천둥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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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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