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9화
789. 미소 효과 1
까드득.
테이블에 엎드린 미소가 양 손톱을 세운 뒤 테이블을 긁어 대기 시작한다.
까득까득.
마치 100년 전.
좁은 통에 갇힌 채 살고 싶다면서 온몸으로 절규하는 일영(日影)처럼 미소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채 테이블을 긁어 대고 있었다.
인조 손톱을 쓰고 있는 건 알았지만 배역에 몰입한 미소가 걱정되어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인다.
하지만 난 짧은 심호흡으로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킨 뒤 계속해 미소의 연기에 집중했다.
까드드드득.
미소의 손톱이 연신 나무 테이블을 갉는다.
나무가 팰 듯한 마찰음이 대본 리딩장을 울린 순간 배우와 스태프들 역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마치 연기에 빠져든 미소의 고통을 공감하듯 말이다.
그때였다.
미소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미소의 눈동자가 뒤집혀 눈동자 대부분을 흰색으로 채우고 있다.
그런데 몸을 움츠리고 있다.
마치 통에 갇혀 있는 것을 표현하듯.
그 순간 미소는 입을 반쯤 벌리고 숨을 쌕쌕 몰아쉬면서 초점 없이 허공을 쳐다본다.
커다란 미소의 양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살려······ 주세······요······.』
찌릿.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나 나올 법한 미약한 소리가 심장을 옥죄어 왔다.
참으라던 유진이도 자신도 모르게 내 팔을 꽉 하고 움켜쥔다.
따끔거리는 감각은 있었지만 워낙에 가슴께가 아파서인지 팔의 통증은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아무도······ 없어······요······?』
살려 달라.
누구 없냐.
통 안에 갇힌 미소의 힘없는 절규가 이어질수록 배우들은 점점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섬마을에 출연하게 되는 아역들은 아예 겁을 먹고 귀를 틀어막고 있었고.
심지어 몇몇 배우들은 떨고 있는 아이들을 안아 주고 있었다.
미소의 목소리에선 생기가 사라지는 사람의 마지막 절규 같은 끝없는 절망감과 공포의 감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동안 미소의 연기가 이렇게 일취월장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가 틀렸다.
미소는 내가 안 본 사이 더욱 놀라운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때였다.
미소의 맞은편에 앉은 월영(月影) 역의 박상규가 잔혹한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흘흘흘······ 없긴 왜 없느냐 내가 여기 있다 아가야······. 흘흘흘. 어서 빨리 태자귀(太子鬼)가 되어서 이 할아비랑 함께 가자꾸나. 어서.』
미소가 연신 테이블을 긁어 대는 데도 박상규의 얼굴에는 슬픔이나 고통 같은 표정이 없다.
오히려 곧 아이가 죽고 태자귀(太子鬼)로 다시 태어나 자신의 영력이 늘 거라며 흥분한 표정이 가득하다.
그때 미소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맞은편에 앉은 박상규 방향을 쳐다본다.
흰 눈동자를 뜬 채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그러자 박상규의 곁에 있는 배우들 얼굴이 자신들도 모르게 똑같이 따라 일그러진다.
하지만 박상규만큼은 미소를 보며 웃고 있었다.
『제가······ 뭘······ 잘못······했어······요?』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누. 없다. 없고말고. 다만 큰 영력을 갖고 태어났고 하필이면 내 눈에 띄었으니 운명을 탓할 수밖에. 그리고······ 억울하면 날 원망하거라. 사람들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거라. 그리하여 큰 원귀가 되어 주려무나. 흘흘흘.』
박상규의 저주 어린 말에 미소가 더욱 숨을 헐떡이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작은 목소리는 점점 더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소가 몸을 파르르 떨며 애절한 목소리로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어······엄마······ 엄마······ 엄마······ 엄······마······.』
숨이 끊길 듯 띄엄띄엄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가 미소의 입을 통해 들려온다.
그러자 유진이는 내 팔을 꼭 잡고 눈물을 주르륵 흘려 대고 있었다.
엄마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께를 세게 부여잡으며 말이다.
『흘흘흘······ 드디어! 완성되는구나······ 흘흘흘!』
미소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자 반대로 박상규의 광기 어린 웃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박상규는 태자귀가 탄생하는 그 순간을 맞이하는 월영(月影)이 느끼는 환희의 감정을 연기하며 입을 활짝 벌리고 테이블 위로 침까지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배역에 몰입한 미소나 그에 상대하는 박상규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황에 몰입 중이다.
그때였다.
박수무당이 태자귀를 만든다는 걸 막으러 온 섬사람 역의 조연배우 안중택이 목청껏 외친다.
『여기 있었구나!! 월영(月影)!』
안중택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상규가 자기 딸이라도 죽이려는 걸 발견한 듯 분노한 감정으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그때 대본 리딩장에 모인 섬사람 역의 조연 배우들 역시 박상규를 보고서 똑같이 목청이 터져라 외친다.
『박수 놈이 아이를 죽인다! 저놈 잡아라~~!』
다들 진심으로 화를 내며 침을 튀기면서 박상규를 잡아 죽일 듯이 성토하고 있었다.
얼마나 다들 분노했는지 흉흉한 분위기에 솜털이 바짝바짝 솟을 정도다.
그때 오상도 PD가 말없이 손가락을 휘젓는다.
다음 씬으로 넘어가라는 신호였다.
그러자 박상규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외친다.
『커헉······ 이······ 미천한 것들이······ 대계를 망치다니······.』
대사를 읊던 박상규는 여러 개의 칼에 꽂힌 듯 곧이어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내곤 박상규는 테이블 위로 쓰러져버렸다.
쿵.
둔탁한 소리가 나는 그 순간 박상규가 꺼져 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안개가 끼고······ 달이 숨는 밤이면······ 잠든 너희들을 찾아가······ 숨통을 조를 것이니라······.』
털썩.
박상규는 마지막 대사를 하고 죽음을 맞는 100년 전 월영(月影)의 연기를 마쳤다.
그 순간 조연들이 이번에는 테이블 위에 쓰러진 미소를 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외친다.
『일영(日影)아. 정신 차리거라. 정신!』
마치 통에서 구해진 것을 표현하듯 미소는 구부렸던 어깨를 편다.
하지만 이미 생명이 다 꺼진 듯.
숨을 헐떡이며 미약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 배고······파······.』
털썩.
어둠 속에 갇힌 일영(日影)이 마지막 해를 보고 숨을 거두듯 미소는 희미한 표정을 지으며 테이블 위에 쓰러졌다.
미소와 박상규가 연기를 마친 채 테이블 위에 가만히 멈춰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기에 충격을 먹은 듯 대본 리딩 현장에는 적막이 감돌기 시작했다.
심지어 진행을 맡은 오상도 PD도 컷을 외치거나 대사 지문을 읽지 않은 채 두 사람만을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소와 박상규가 힘들 뿐이기에 결국 큰 소리로 외쳤다.
“PD님!”
오상도 PD가 화들짝 놀라 외친다.
“어 어. 커트. 커트! 오케이~”
그제야 미소가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내쉰다.
“감사합니다~”
그때였다.
유진이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미소에게 달려갔다.
나 역시 미소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달려가고 싶었으나 난 폰을 손에 꼭 쥔 뒤 현장 상황만 촬영하기 시작했다.
미소의 노력이 담긴 이 현장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였다.
* * *
“엄마. 엄마가 붙여 준 인조 손톱 다 부러졌어. 어떻게 해?”
배역 몰입에서 빠져나온 미소가 안타깝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미소의 손가락 위에는 열 개의 인조 손톱이 모두 하늘을 향해 들려 있었다.
“인조 손톱이야 새로 사면 돼. 근데 잠깐만. 엄마가 미소 다쳤는지 좀 볼게.”
“응.”
유진이가 미소를 껴안고선 손톱을 일일이 확인한다.
인조 손톱이라고 하더라도 떨어지면서 약한 아이 손가락에 상처를 입힐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꼼꼼하게 미소의 손가락을 확인한 유진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휴~ 다친 덴 없네. 엄마 깜짝 놀랐어.”
미소가 배시시 웃는다.
“헤헤. 진짜?”
“응. 우리 미소. 예전에 보여 줬던 것보다 엄~청~ 잘했어. 엄마 없을 때 최지영 선생님께 많이 배웠어?”
“응! 많이 배웠어.”
유진이가 미소와 대화를 하며 일영(日影)에 몰입되었던 것을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배우들은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기를 잠시 기다렸다.
“우리 미소. 이제 괜찮아?”
“나? 응. 아무렇지도 않은데?”
미소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갸웃하자 그제야 현장에 긴장감이 풀어졌다.
순간 배우들이 너도나도 감탄사를 터트리기 시작한다.
“미소야~ 시작부터 이렇게 연기 허들을 올려 버리면 우린 어떻게 하니?”
“어휴. 나 진짜 겁나서 연기 못 하겠다. 요새 애들이 왜 이렇게 무섭지?”
“아······ 나 30년 전부터 연기했는데 갑자기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왜 이렇게 들지?”
“최지영 배우가 요즘 이리저리 애들 기르고 레슨 한다는데 나도 가서 배워야 하나?”
연기 경력이 짧게는 3년에서 많게는 30년 정도 되는 조연들이 감탄을 섞으며 미소를 대단하다 추켜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역들은 겁을 먹고 있다가 놀란 눈을 하고서 미소의 상태를 물어본다.
“미소야? 괜찮아?”
미소가 고개를 끄덕인다.
“엉. 괜찮은데?”
아이들이 양 엄지를 치켜들며 답한다.
“지 진짜 무서웠어! 짱이었어!”
“그래 나 울고 싶었어!”
“난 미소 언니가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아역배우들이 미소를 동경의 눈으로 쳐다봤고 미소는 그 광경에 부끄러워하며 배시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맞은편 박상규에게도 마찬가지로 쏟아졌다.
“상규 씨는 이번 드라마 나오면 시청자들한테 제대로 찍힐 거 같은데요?”
“아마 상규 씨는 길 가다가 돌 맞을 거야. 밖으로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 테니까 미리 놀러도 다니고 그러세요.”
“어 인정. 나 아까 상규 씨 연기하는 거 보다가 진심으로 빡쳤다니까?”
“나 아까 연기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거 봤지? 그때 내 손에 대본 책만 없었어도 달려 나가서 멱살 쥐었다 진짜. 와~ 몰입이······ 절로 되더라.”
박상규가 모두를 쳐다보며 몸을 부르르 떤다.
“어쩐지 절 보는 여러분들 눈에 살기가 돌더라 했습니다.”
“그걸 이제 알았어?”
미소에게서 시작된 배역 몰입은 박상규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대본 리딩장에 있는 모두가 배역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내 배우입니다!’ 하고 외치며 사방팔방 떠들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 온다.
그나저나 실제 촬영 때는 분장을 더 해서 사람들이 박상규인지 못 알아보게 해야 할 것 같다.
소중한 내 배우가 현실에서 대중들에게 돌팔매질당하는 꼴을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때 오상도 PD가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크흠. 자자. 이제 감정 좀 추슬렀으면 대본 리딩을 이어 가시죠들?”
“아 예. PD님.”
오상도 PD는 열의를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영인이랑 규환이도 잘 분발하자?”
여주인공인 주영인이 당당하게 말한다.
“주인공이 미소한테 연기 밀린단 소리는 절대 안 듣게 해드릴게요.”
반면 성규환은 바짝 긴장해서 각오를 말한다.
“저는······ 죽을힘을 다해 연기하겠습니다.”
오상도 PD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지문을 읽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바로 시작하죠. 씬 10.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낀 바다 위. 대형 낚싯배가 암초에 부딪혀 모터가 고장 난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를 표류하던 낚싯배는 흘러 흘러 연무도에 들어선다. 대 연무의 날이었다.”
표류하던 낚싯배에 타고 있던 대학생 커플 역인 주영인과 성규환이 대본 책을 잡고선 온 힘을 다해 대본 리딩을 하기 시작했다.
* * *
미소의 놀라운 연기에 밀리지 않기 위해 주연 배우인 주영인과 성규환은 온 힘을 다해야만 했다.
그리고 경력 많은 조연 배우들도 가벼운 몸풀기 정도로 생각하고 대본 리딩에 왔다가 깜짝 놀라 연기에 열과 성을 다했다.
덕분에 <연무(煙霧)>의 대본 리딩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욱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한껏 만족한 한유식 대표가 모두를 바라보며 말한다.
“다음 주 파이널 대본 리딩 이후 4월 초부터 현장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촬영 장소는 남해 쪽에 있는 섬인 조도 호도 그리고 남해군인데 그곳에서 4월부터 해무가 끼기 시작한답니다. 아 물론 대부분은 촬영한 뒤에 CG로 해무를 입힐 생각인데 때론 자연스러운 해무 속에서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예. 대표님!”
“자~ 그럼 해산.”
한유식 대표의 선언 이후 배우와 스태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나간다.
잠시 후.
회의실에는 유진이와 미소 그리고 주영인과 안영희 대표 미리내의 한유식 대표만 따로 남았다.
앞으로 백기사가 되어 줄 한유식 대표의 ‘미리내’와 주영인의 ‘JU 엔터테인먼트’에게 굴렁쇠 엔터 주식 상장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내 옆자리에 앉은 미소가 테이블 위의 고급 과자도 보지 않고 해바라기처럼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 연기에 대한 평가를 바라는 모양이었기에 빙그레 웃으며 폭풍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 미소. 오늘 최고였어!”
그제야 미소가 손뼉을 치며 활짝 웃는다.
“헤헤헤. 진짜요?”
“응.”
“다행이다. 나 진짜 삼촌한테 보여 주려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한유식 대표가 너털웃음을 짓는다.
“정 실장. 미소의 오늘 연기를 보니까 이제 아역이 아니라 어엿한 배우 대접을 해줘야겠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번 기회에 미소에게서 아역배우라는 꼬리표를 떼줘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미리내’와 ‘굴렁쇠 엔터’도 제대로 PR하고.
이제 곧 코스닥에 주식을 상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님. 오늘 대본 리딩 장면을 지금 바로 언론에 공개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직 제작도 안 들어간 드라마를 어떻게 홍보하려고? 한 달쯤 있다가 5월 정도에 하는 게 좋지 않아?”
“아뇨. 지금 해야 하는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
“첫째는 신생 드라마 제작사인 ‘미리내’에 대한 불안을 지울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드라마는 유진이와 주영인을 필두로 배우 풀이 빵빵했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바로 제작사인 ‘미리내’가 파산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불안하다는 거다.
그런데 오늘의 미소 연기를 대중에 공개하면 드라마가 나오기도 전에 망할 거라는 둥 제작사에 흔들린다거니 뭐니 이딴 소리는 안 나올 게 확실하다.
“일리가 있군. 그럼 또 하나의 이유는 뭔가?”
“둘째는 굴렁쇠 엔터 주식 상장 때문입니다.”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연예인들의 흥행에 의해 대부분이 좌우된다.
이름 있는 배우가 좋은 작품 하나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수백억을 벌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유진이도 굴렁쇠 엔터의 주가를 위해 <그녀는 예뻤다>와 연관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었고.
하지만 그동안 미소는 홍보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역배우들은 아무래도 큰 출연료를 받지도 못하고 광고 단가도 낮기 때문이다.
또한 미소는 과거 <신의 이름으로>에서 아역으로 연기력을 뽐냈을 땐 연기력 그 자체보다는 부모를 잃고 엄마 대신 이모의 딸이 된 미소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 때문에 호응이 있었다.
즉 대중들은 미소를 연기자가 아닌 불쌍한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미소가 보여 준 연기는 수준이 달랐다.
대중들에게 오롯이 ‘배우’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미소는 확연히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난 ‘따상 계획’에 처음으로 미소를 포함할 생각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유식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케이. 그럼 영인이와 성규환 배우의 연기를 하나로 묶고 미소와 박상규 배우가 합을 맞추는 장면도 묶어 더블 패키지로 공개하지.”
“동감입니다.”
미소의 PR도 중요하지만 드라마의 PR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주연들을 밀어줄 필요가 있었다.
난 한유식 대표에게 조금 더 세부적인 계획을 말한 뒤 곧장 최소혜 기자와 장문기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30분이 지났다.
대본 리딩 영상을 간단히 편집해서 짧은 클립 영상으로 보낸 뒤 전화 인터뷰까지 마치고 기사가 올라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한유식 대표가 조금은 걱정하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기사가 나가면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려나······.”
순간 유진이가 배시시 웃으며 한유식 대표를 격려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사람들이 다 좋아할걸요? 대본도 재미있고 연기도 역대급인데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세요?”
“그렇게만 되면 좋겠는데······.”
그때였다.
“떴습니다!”
최소혜 기자와 장문기 기자가 쓴 기사들이 포털 전면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대박이 터져 버렸다.
‘이거 장난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