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5화
785. 넌 안 돼
민규리가 굴렁쇠 엔터에 온다는 말을 들은 순간 난 깜짝 놀라 되물었다.
“잠깐만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민규리가 생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말씀드렸잖아요. 저 굴렁쇠 엔터로 간다고요. 어차피 TNT 엔터의 대주주들은 회사 유지할 생각도 없으니까 만약에 그대로 파산하면 제 계약은 자연스레 해소되잖아요.”
진성그룹의 진명규와 진명희 남매는 방상영 대표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이 뜨자마자 TNT 엔터에서 손을 떼고 있단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며칠 안에 TNT 엔터는 파산 선고를 할 거란다.
그래서 소이영 같은 TNT 소속의 스타들은 회사 탈출 계획을 세우고 다른 회사 매니저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한다.
민규리는 우리 굴렁쇠 엔터와 접촉을 했고.
“잠깐. 난 들은 적이 없는데?”
민규리 정도로 인기 있는 배우를 스카우트할 때는 임원 회의를 하고 강감찬 대표가 사인해야 마무리가 된다.
그런데 아직 임원 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그녀가 온 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었다.
민규리가 어깨를 으쓱인다.
“아 김장비 본부장님이 직접 찾아오셔서 스카우트 제안하셨어요. 김관우 부대표님한테도 말씀하신다던데 그럼 끝 아니에요?”
최근 민규리는 <화란전>의 인기를 등에 업고 주류 업계 2위의 ‘맑은 소주’ 광고 모델이 되었다.
민규리가 귀여운 포즈로 말하는 ‘규리 한 잔 주세요.’ 소주 광고 카피 문구는 너도나도 따라 하는 유행어가 되었고 덕분에 그녀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관우 엔터 출신 매니저인 김장비 본부장이 직접 접근해서 굴렁쇠 엔터로 데려오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김관우 부대표한테도 보고가 될 거라고 하는 까닭에 그녀는 이적을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이상 그녀는 우리 굴렁쇠에 들어올 수 없다.
“그럼 아직 우리 굴렁쇠 엔터 소속은 아니란 거네. 난 또······”
그때 민규리가 소주잔을 든 것 같은 손 모양을 하고서 왼쪽 눈으로 윙크하며 CF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에이~ 설마 절 떨어뜨리겠어요? 나 민규리예요. 요즘 저 완전 핫한 거 몰라요?”
하지만 난 강감찬 대표의 말을 인용해서 답했다.
“너 혹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 들어 봤어?”
“아뇨!”
“그러면 그런 말이 있다는 걸 배울 좋은 기회가 되겠네.”
난 회귀한 이후 어지간한 사람들에게는 두 번의 기회를 줬었다.
하지만 민규리에게만은 해당 사항이 없다.
회귀 전 그녀가 나의 죽음에 대한 원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녀는 내가 아는 최고의 거짓말쟁이기 때문이다.
더는 말할 필요가 없었기에 몸을 돌리려는 그때였다.
덥석.
민규리가 내 팔을 붙잡았다.
그러고선 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정 실장님. 왜 그렇게 절 싫어해요?”
순간 곁에 있던 유진이가 쌍심지를 켜고 민규리를 노려본다.
“야 민규리. 너 어디서 우리 오빠 손을 잡아? 이거 놔!”
유진이가 내 팔을 잡은 민규리의 손을 탁하고 쳐냈다.
혹시라도 내가 민규리를 거칠게 대했다가 고소라도 당할까 봐 걱정해서인 듯했다.
“괜찮아. 유진아.”
난 씩씩대는 유진이를 진정시킨 뒤 민규리를 빤히 쳐다봤다.
객관적으로 보고 말하자면
예쁘고
귀엽다.
거기다가 섹시한 매력도 있고.
더군다나 연기력도 동년배에 비교가 될 사람이 몇 없을 정도로 빼어났고 스타의 아우라까지 갖고 있기에 매니저라면 누구나 탐낼 인재였다.
그러나 재능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녀는 재능을 믿고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며 매니저들을 하인처럼 부리곤 했다.
특히 스폰서들과 손을 잡은 이후로는 회사와 방송국마저 무시하며 다니기도 하고.
당장은 신인이라서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인기를 얻은 이상 곧 문제가 생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난 민규리란 사람 그 자체를 너무도 잘 알았기에 똑 부러지게 답했다.
그녀는 절대로 바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왜 널 싫어하냐고 했지?”
“예!”
“내가 반대로 묻자. 내가 널 좋아해야 하는 이유는 뭐지?”
“예?”
“다른 연예인을 선배 대접도 안 하지 널 담당하는 매니저를 종 부리듯 하지. 내가 널 좋아해야 하는 이유가 단 하나도 떠오르질 않는데?”
어떤 누구에게도 면전에서 싫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지 민규리는 발끈하며 외친다.
“연예인이면 인기 있고 돈만 잘 벌면 되죠! 그리고! 나 지금 차세대 기대되는 여배우 1위인 거 몰라요? 지금이야 정유진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앞으로는 내가 대세로 될 건데 왜 내가 싫다는 거예요!”
그녀가 대세로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녀의 구린 일을 덮어 줄 매니저가 반드시 필요했다.
회귀 전의 나 같은.
그러나 그런 매니저가 곁에 없다면 그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일 뿐이었다.
난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내가 있는 한 넌 유진이를 뛰어넘는 대세가 될 일은 없어. 그리고 기적적으로 잠깐 대세가 된다고 해도 넌 어차피 못 버텨.”
민규리가 날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억울하다는 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두고 봐요! 어떻게 되나!”
“보긴 뭘 봐? 안 봐도 안다니까?”
난 그리 말하고 유진이를 데리고 몸을 돌려 버렸다.
“유진아 가자. 더 들을 필요는 없다.”
“예.”
난 바르르 떠는 그녀를 두고 몸을 돌려 버렸다.
‘민규리. 넌 안 돼.’
* * *
정윤호와 헤어진 민규리는 대기 천막으로 향했다.
펄럭.
천막의 문을 젖히고 들어가자 컵라면을 먹으려던 TNT 엔터 장삼덕 실장이 화들짝 놀라서 뒤로 컵라면을 감춘다.
“짜증 나 진짜!”
“와 왔어?”
민규리는 씩씩거리며 빽 하고 소리친다.
“이씨! 정 실장 저 싸가지 왜 저런대요?”
장삼덕은 자신이 혼자 라면을 먹었다는 것으로 화내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안도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까 전만 하더라도 굴렁쇠 엔터로 가게 되어서 기분 좋아하던 그녀였다.
그래서 정유진과의 연기도 잘 펼친 뒤 정윤호를 직접 만나러 갔었다.
혼자 가서 인정받고 오겠다며 말이다.
하지만 다시 나타난 그녀의 얼굴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규리야. 무슨 일인데 그래?”
민규리가 두툼한 겉옷을 내팽개치며 짜증을 부린다.
“아 정 실장이 내가 굴렁쇠 가는 걸 막겠다잖아요!”
“뭐? 그 인간이 왜?”
장삼덕이 당황해서 되물었다.
민규리와 함께 굴렁쇠 엔터로 이직하기 위해서 어젯밤 김장비 본부장과 만나서 술을 먹이고 접대까지 했는데 이제 와 없던 일로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 몰라요 나도! 그래서 더 짜증 난다니까요?”
장삼덕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민규리는 현재 <화란전>의 인기로 각종 광고를 통해 연간 수십억의 매출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데려 가기만 해도 무조건 이득인데 이렇게 눈길조차 안 주는 건 도저히 납득가지 않았다.
“야 그러지 말고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아 몰라요. 그 인간은 그냥 내가 싫대요 글쎄!”
“그냥이 어디 있어? 혹시 정 실장 앞에서 사고라도 친 거 아냐?”
“혹시 정유진이랑 정 실장이랑 사귄다는 루머가 사실 아니에요? 정유진이랑 나랑 사이 안 좋으니까 핑계 댈 게 없어서 나 싫어하는 거 아니냐고요!”
“에이. 아냐. 내가 그래도 이 업계 짬밥이 있는데 매니저랑 그런 관계에 있는 애들은 꼭 티를 내. 해외여행을 갈 때도 스케줄 맞춰서 같이 가고 액세서리를 똑같은 걸 맞추기도 하고. 근데 정 실장이랑 정유진은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 여행도 안 가.”
“그래도 같은 숙소 건물에 산다면서요?”
“거기선 거의 잠만 잘걸? 정 실장 스케줄 많기로 유명해. 방송국이나 현장에서 정 실장 봤다는 이야기밖에 안 들리는데 뭐.”
“그러면 진짜 모르겠다고요!”
장삼덕은 며칠 전 일을 떠올렸다.
“저기······ 혹시 루이비숑 패션쇼에서는 잘못 밉보인 거 없어?”
민규리가 표정을 확 하고 일그러뜨린다.
“아~ 진짜! 그때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요! 정 실장이 장소연이란 신인 애 데리고 나와서 내가 맺을 계약을 뺏어갔는데 왜 나한테 그래요? 내가 피해자라니까?”
“그 그렇지. 미안.”
장삼덕은 고민에 빠졌다.
굴렁쇠 엔터 내에서 정윤호의 힘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나 최근 굴렁쇠 엔터 상장의 인터뷰 때는 흡사 그가 굴렁쇠 엔터의 차기 대표처럼 굴기도 했었고.
‘김장비 본부장이 자기만 믿으라고 했는데······. 아씨. 정 실장한테 따로 접대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정윤호가 누군가에게 접대받았단 소리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단 내가 다시 한번 김장비 본부장을 만나 볼게.”
“본부장님 말고 부대표님도 만나보세요. 그리고 도장 못 찍어 오면 실장님과 저 끝이에요! TNT에서 나랑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매니저들 많은 거 알죠?”
“그 그래. 근데 혹시나 잘 안 되면 다른 곳이라도······.”
장삼덕이 슬쩍 다른 엔터 회사로 가자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민규리가 빽 하고 외친다.
“누가 다른 엔터 회사 들어가고 싶댔어요? 난 꼭 굴렁쇠에 가겠다고요!”
장삼덕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민규리가 왜 TK 엔터나 에이스 엔터를 빼놓고 굴렁쇠 엔터만을 찾는지.
“아니 규리야. 왜 꼭 굴렁쇠 엔터여야만 하는 건데? 응? 이유라도 좀 알자. 그래야 내가 올인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냐?”
그 순간 민규리가 그 이유를 답했다.
“내가······ 반드시 굴렁쇠로 들어가서 정윤호 저 인간을 내 발밑에 꿇릴 거예요. 그리고 정유진도요!”
민규리의 눈이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 * *
“자~ 한 잔씩들 하셔요~ 여기 안주도요~”
오랜만의 <화란전> 현장에서 회식이 벌어진 터라 삼겹살집에서는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진이는 소주 한 병을 들고 다니며 스태프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다.
그때 유진이가 오복희 PD의 잔이 빈 걸 보고 급히 달려간다.
“탑스타가 술을 다 따라 주고 고마워요 유진 씨.”
“PD님~ 제가 완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거 아시죠?”
유진이는 배시시 웃음을 흘리며 오복희 PD에게 애교를 부렸다.
“우리 카리스마 넘치는 유화 공주님께서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까 모르겠네~”
유진이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말한다.
“쉿! 시청률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마세요~”
“풋. 이런 걸로 시청률이 왜 떨어져요~”
유진이가 볼을 발그레 붉히며 답한다.
“헤헤헤. 부끄럽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비밀?”
유진이는 그렇게 오복희 PD에게 윙크한 뒤 종종걸음으로 오늘 마상 전투 씬에서 대역을 해준 박애린 액션 배우에게 달려간다.
왼손에 소주병 오른손에 소주잔을 들고서 말이다.
“애린 언니~ 제 술 한잔 받으세요오~~”
유진이는 대역 배우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가더니 박애린 액션 배우의 잔에다 술을 따라준다.
“네. 감사합니다. 잘 받겠습니다. 유진 씨.”
“에이~ 정 없게 또 이러신다. 유진아~ 하고 부르라니까요?”
“그래도 제가 어떻게······.”
그때였다.
유진이가 테이블에 술잔을 내려놓더니 양 옆구리에 손을 올린다.
“계속 이러시면······ 나······ 삐짐! 흥!”
유진이는 볼을 부풀리며 미소처럼 삐졌다며 시위를 한다.
박애린 액션 배우가 눈앞에서 벌어진 라이브 애교에 얼굴을 확 하고 붉힌다.
유진이는 포기하지 않고 얼굴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결국 박애린이 당황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그 그렇게 할게.”
“그럼 불러보세요.”
박애린 액션 배우가 결국에는 입을 연다.
“그 그래. 유진아~”
순간 유진이가 배시시 웃으며 술을 따라 준다.
“넹~ 애린 언니~. 언니 한잔~ 나 한잔~”
대역 배우와 거리감 없이 어울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유진이의 행동에 현장 분위기는 더더욱 좋아지고 있었다.
“언니 러브샷! 러브샷!”
유진이는 박애린과 결국 러브샷을 하고 쌈까지 입 안에 넣어 주고 있었다.
절대 다치지 말라고 걱정까지 하면서.
그 광경을 본 김격식 국장이 내 곁에서 너털웃음을 짓는다.
“허허. 매번 보지만 유진 씨는 술을 마시면 참 밝아져.”
난 누가 혹시라도 촬영하는가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답했다.
“아 예. 우리 유진이가 좀 밝······습니다.”
“뭘 또 그렇게 당황해? 보기만 좋은데. 주연 배우가 저렇게 스스럼없이 대해 주면 솔직히 현장에 올 맛이 나지. 우리 드라마가 이렇게 잘되는 건 유진 씨가 저렇게 현장 분위기를 주도해 준 탓 아니겠나?”
난 고개를 끄덕이며 김격식 드라마 국장의 잔에 술을 따랐다.
스케줄 조정 때문에 그의 심기를 어지럽힌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제 무례도 사과할 겸 한잔 올리겠습니다.”
김격식 드라마 국장이 피식 웃는다.
“됐어. 따지고 보면 우리가 좀 무리수를 둔 거지. 원래 영화 촬영할 수 있도록 약속한 건 우리잖나? 이미 결정 난 걸 뒤집으려 했으니 무리를 한 건 나지.”
“이해합니다. 유진이를 다른 현장과 공유하기 싫으시겠죠.”
“뭐 잔부터 비우지.”
김격식 드라마 국장과 짠을 했다.
쨍.
맑은 유리 소리와 함께 소주잔에 담긴 술이 가볍게 출렁인다.
“그래. 우리 이 한 잔 술로 맘속에 남은 섭섭함은 서로 날려 버리자고?”
“예.”
그 말과 동시에 난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소주를 들이켰다.
오늘따라 술이 달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서울까지는 양소리 대리가 운전하기로 되어 있기에 난 다행히 술을 기울일 수 있었다.
그때였다.
“어? 왜 전 빼고 짠 하세요? 섭섭하게!”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유진이가 우릴 쳐다보고 배시시 웃고 있다.
두 손을 모아 술잔을 내민 채로.
다만 볼이 발그레한 걸 보니 더 마시게 해서는 안 되겠다.
난 조용히 사이다를 따라 술잔에 부었다.
콜콜콜~
“아 뭐예요~ 오빵!!”
“내일 아침에 LT 엔터 대표님이랑 미팅 있잖아.”
“아 맞다! 헤헤!”
유진이가 배실배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이제부턴 싸이다로 말아 먹을게요!!”
“오케이. 싸이다!”
사이다로 소주잔을 채우자 유진이가 곧장 김격식 드라마 국장의 잔에 소주를 채운다.
“국장님도~ 자 다 같이 건배!”
유진이의 선창에 다시 한번 술 한 잔을 마셨다.
김격식 드라마 국장이 다시 사이다 잔을 잡는다.
“유진 씨 내가 한 잔 따라줄게. 지금처럼 잘 부탁해~”
“네~”
유진이가 웃으며 잔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자 다들 조용!”
삼겹살집에 있는 대형 TV에서 유진이가 정화 공주역의 한상희와 노려보며 <화란전> 21화가 끝이 났다.
순간 오복희 PD가 벌떡 일어나서 폰을 꼭 쥐고 빌기 시작한다.
그러자 현장에 있는 모두가 잔을 채운 뒤 그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지잉~
오복희 PD가 진동이 울리는 전화를 받는다.
그러고선 큰소리로 외친다.
“시청률······ 35.0%!”
순간 현장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대~박!”
“진짜요? PD님?”
“와······ 21화에 35%면 진짜 와~ 50화에는 얼마나 되려나?”
<화란전>은 21화에 무려 35%의 시청률을 넘기는 초대박이 되어 버렸다.
오복희 PD가 신이 나 외친다.
“다들 잔 채우세요~”
지금부터의 1%는 10%를 올리는 것보다 힘들다.
그런데도 오복희 PD는 희망찬 목소리로 비전을 제시하고 있었다.
“40%를 위하여~~”
오복희 PD가 선창하자 모든 스태프들이 따라서 외친다.
“40%를 위하여!”
일제히 건배를 마친 스태프들의 입에서 저절로 캬 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흐~ 달다~ 달아!!”
나 역시 소주가 다디달았다.
하지만 김격식 드라마국 국장만 인상을 와락 찌푸리고 있었다.
“에이~ 내 소주는 왜 이리 써?”
스케줄 조정에서 유진이를 뺏긴 아쉬움에 그만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난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김격식 국장을 위로했다.
“사이다 타 드릴까요?”
김격식 드라마 국장이 날 살짝 흘겨본다.
아니 맘속에 남은 섭섭함은 날려 버리자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