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1화
781. 오만의 대가 4
“그날······ 제가 아빠한테 와달라고 부탁했어요. 정 실장님 말씀이 맞아요.”
고은서는 눈을 질끈 감고선 자기가 직접 자신의 아빠를 불렀다고 고백했다.
‘의왼데?’
회귀 전에 내가 알던 고은서와 달라졌다.
눈 한번 질끈 감고 거짓말을 하면 큰 이익이 오는데 그걸 포기하다니.
살짝 놀라워하는 사이 당황한 박한종 예능국장이 다급히 고은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니 은서야. 그렇게 말하면 감점을 받을 수밖에 없어. 기 기억이란 게 또렷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 다시 한번 신중하게 잘 생각해 봐.”
고작 일주일 전의 일을 대놓고 거짓말을 하라고 종용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고은서 역시 민망한지 빽 하고 외친다.
“제가 한 게 맞다니까요!!”
아직 고슴도치 같은 성격은 완전히 버리진 못했군.
빽 하고 외친 고은서는 본인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는지 내 눈치를 본다.
“목소리 높여서 죄송해요······.”
고은서가 기특하긴 했지만 지금은 사소한 실수도 습관이 되는 걸 막아야 하는 시기다.
그래서 난 그녀를 봐주지 않고 말했다.
“날 보지 말고 국장님께 사과드려야지!”
고은서가 자세를 바로잡고 박한종 예능국장에게 고개를 90도로 숙인다.
“죄송합니다. 당황해서 말이 좀 세게 나왔어요.”
망둥어처럼 날뛰던 고은서가 얌전하게 고개를 숙이자 박한종 예능 국장이 오히려 더 당황했다.
“아냐. 그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저 감점받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혹시 아빠랑 통화되면 아빠한테 꼭 좀 그렇게 전해 주세요. 괜히 찾아오고 그러시지 않으셨다면 좋겠다고요.”
<프로젝트 I.O.A>가 진행되는 동안 숙소에 있는 아이들은 건강 상태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면 외부와의 연락이 금지였다.
그래서 국장에게 대신 이야기를 전한 고은서는 허리를 쭉 펴더니 당당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저 가봐도 될까요? 오늘 감점 만회하려면 조금이라도 더 연습해야 하거든요.”
박한종 예능국장이 대답을 주저하자 강대웅 CP가 대신 말한다.
“그래. 감점된 건 생방송에서 만회하자?”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은서는 다시 한번 90도로 힘차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근심을 털어낸 그녀는 자신 있게 회의실을 나선다.
움츠렸던 어깨를 쭉 펴고 발걸음에는 당당함이 깃든 채로.
‘잘했다 고은서.’
회귀 전.
탑 엔터테인먼트에서 후회했던 것 중 하나는 어른들이 고은서를 망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고은서의 투정을 다 받아 주는 권력자 부모.
그리고 그 부모의 눈치를 보고 오냐오냐 다 들어주던 김동수와 엔터 회사 직원들.
그들을 보면서 무조건 편들어 주던 업계 관계자.
그런 어른들이 아이가 올바르게 클 기회를 망쳤다.
하지만 이번 생에선 처음부터 단호하게 나간 덕분인지 고은서가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럴지 장담할 순 없지만 적어도 오늘의 고은서는 대중 앞에 세우기 부끄러움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난 그런 고은서보다 못나 보이는 박한종 예능국장을 쳐다봤다.
“국장님. 더 하실 말씀 없습니까?”
“없어!”
“그럼 오늘 온다는 초청 인사들에게도 말씀 잘 전해 주십시오.”
그 순간 박한종 예능국장은 날 노려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 양반들은 이따가 대표님이랑 같이 오니까 니들이 알아서 해!”
박한종 예능국장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신경질이 나는지 빽 하고 외치고선 그대로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강대웅 CP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국장님. 라인 타서 승진하려고 저러시는 겁니다. 정 실장님이 이해 좀 해 주십쇼.”
난 대답하지 않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박한종 예능국장의 미래는 조만간 끝인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지영식 PD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져왔다.
“그나저나 정 실장님. 대체 은서 쟬 어떻게 조졌······ 아니 다뤘길래 저렇게 확 변했습니까? 지난 일주일간 지켜봤는데 애가 자기 잘난 걸 알아서 진짜 말을 안 듣던데요?”
지난 일주일간 방송국 스태프들은 고은서를 오냐오냐 다뤘었다.
외모와 실력이 뛰어나 예선 때부터 가장 화제였던 후보인데다가 탑 여배우 한소예의 딸로 2대에 걸친 스타 탄생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런 요소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고은서를 예비 I.O.A로만 대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바뀐 고은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공정하게 대했을 뿐입니다.”
“아니 그러다가 은서 쟤가 적응 못 하고 탈락이라도 하면요?”
“탈락하면 하는 거죠.”
“화제성 1위인 고은서를요?”
“예. 은서가 아닌 누가 I.O.A 멤버가 되어도 전 I.O.A를 성공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이미 링링과 서희주가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켜 주고 있다.
그렇기에 난 눈도 끔뻑하지 않았다.
단호한 내 태도에 지영식 PD와 강대웅 CP가 입을 떡 벌린다.
그러다 지영식 PD가 먼저 머리를 털며 말한다.
“하긴 25억의 사나이가 하는 말인데······ 믿어야죠. 젠장 까짓것! 가보시죠! 저흰 무조건 정 실장님께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가겠습니다.”
강대웅 CP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야. 왜 난 끼워? 나도 껌딱지냐?”
“왜요? 껌딱지라고 하니까 듣기 싫으세요?”
“누가 싫대? 껌딱지도 껌딱지 나름이지. 정 실장 정도면 죽을 때까지 찰싹 붙어야지. 완전 좋아.”
두 사람이 아주 작정하고 놀려대는군.
“안 가십니까? 방송하셔야죠?”
키득거리던 껌딱지 1호 지영식 PD가 벌떡 일어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서 갑시다. 우리 국장님 때문에 괜히 시간만 뺏겼네.”
지영식 PD가 서둘러 뛰어나갔다.
나 역시 껌딱지 2호 강대웅 CP와 함께 오늘 방송 성공을 빌며 모니터링 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모니터링 룸의 메인 스크린에선 <프로젝트 I.O.A> 2주 차 방송 1부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1주일 동안 아이들의 울고 웃는 숙소 생활 공개가 끝나던 순간 카메라가 무대 위 김정주 MC를 비춘다.
김정주 MC는 공연동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간다.
-지난 일주일간 아시아 최고의 아이돌 I.O.A가 되기 위한 132명의 열띤 노력을 보셨습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일주일간 집계된 사전 점수를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1위는······.
드럼 소리와 함께 한 명 한 명 호명이 될 때마다 앱의 실시간 채팅창은 난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PROJECT : I.O.A]
[실시간 채팅]
-역시 성나라가 1위!
-성나라가 1위인 게 당연하지.
-인정 성나라는 전 FIVE 엔젤스 출신 아이돌이잖아.
-솔직히 반칙 아님? 성나라는 아이돌 출신인데 아이돌 뽑는 오디션에 들어온 거잖아.
-어차피 제약 없었잖아. 난 성나라 원픽임. FIVE 엔젤스 때도 좋아했음.
-난 완전 싫음. 쟤 때문에 FIVE 엔젤스가 해체됐다고!
-나도 성나라 말고 딴 사람 찍었음.
-송미희랑 한소원도 치고 올라오네?
-난 송미희 원픽. 10년 연습생 생활 버틴 것만 해도 멘탈갑이잖어.
-난 양빙빙. 패션 센스 쩌는 듯?
-난 쿠도 미나츠. 쟤가 제일 귀여운 듯. 진짜 성격도 저럴까?
-미나모토 아오이는 그냥 애가 착하네. ㅋㅋㅋ.
-근본 리더 한소원 정치력 좀 보소. 저 쟁쟁한 1팀 애들 휘어잡네~
-한소원을 청와대로!
-그나저나 고은서 13위? 진짜야?
-PR 영상 엄청 오만하게 굴더니 순위 떨어진 거지. 쟨 아이돌 타입이 아님.
-이러면 고은서 3팀도 힘든 거 아냐?
-고은서 외모는 최곤데 이상하게 손가락이 안 감. 내 픽은 한소원!
어제까지의 숙소 생활이 담긴 것만 방송된 터라 새롭게 태어난 고은서의 모습은 아직 방송을 타지 않았다.
그래도 워낙 예쁜 외모와 인지도 덕분에 채팅창에서 거론되는 횟수는 최상위권과 차이가 없다.
그때 김정주 MC가 1부를 마무리 짓는 멘트를 한다.
-이로써 1부를 마무리 짓고 잠시 후 2부에선 생방송으로 이어지는 총 132명의 공연을 보시겠습니다. 채널 돌리지 마시고 실시간 투표 준비해 주십시오!
김정주가 카메라를 가리키는 순간 지영식 PD가 외친다.
“광고!”
“예!”
TV에서는 CF가 나오며 1부 방송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지영식 PD는 그 즉시 시청률을 확인했다.
“시청률 몇 %야?”
장대준 엔지니어가 최종 집계를 하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6.5%입니다! 1부만 나갔는데 지난주 최고 시청률과 동률입니다!”
모니터링 룸이 술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디션 역사상 최고의 실시간 시청률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케이. 2부 생방 준비 잘해서 오늘 7%는 꼭 뚫어 보자고.”
“에이~ PD님도? 7%가 뭡니까? 8% 아니 9%까지 쭉쭉 가야죠!”
모두가 고은서의 순위가 낮아지면서 그와 함께 시청률도 떨어질까 봐 걱정했지만 이제는 희희낙락거리며 웃고 있다.
‘성공했네.’
팬들이 1주일 내내 [PROJECT : I.O.A]에 접속해서 뉴스와 영상을 접한 덕에 그 관심이 그대로 시청률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큰 공로자는 뭐니 뭐니 해도 곁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일본 관리자 사스케다.
이 앱이랑 투표 방식은 미래의 사스케 아이디어를 좀 빌려온 거기 때문이다.
“사스케 고맙다.”
모니터를 보던 사스케가 고개를 갸웃한다.
“예?”
“예?”
‘사스케. 이 시스템은 미래의 네가 만든 거야.’
난 고맙다는 진짜 이유를 속으로만 삼키고서 웃으며 사스케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바쁘게 뛰어다닌 덕분에 일본 쪽 애들도 좋은 평가를 받은 거 같아서.”
“아~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뭘.”
“그래서 말인데······ 나중에 일본에서 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 일이 생기면 <프로젝트 I.O.A>에 사용된 포맷이나 앱 같은 건 그대로 써. 포맷 라이센스비 같은 거 안 받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단 네가 직접 총괄하는 프로젝트일 경우에만.”
“진짜요?”
“그렇다니까?”
“감사합니다!”
뜨끔하게도 사스케가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스케. 내가 이 빚은 크게 갚아줄게.’
그렇게 생각하며 웃음을 짓던 그때였다 모니터링 룸에 한 편에는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SBC 김갑수 대표가 데려온 과방위 소속 의원인 이성환과 장주석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가 과방위 소속 초선 의원들로서 1명은 인천 1명은 부천 쪽 국회의원들로 고준택 의원의 사람들이다.
“크흠!”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나자 지영식 PD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린다.
“의원님들.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두 사람 중 이성환 인천시 국회의원이 우릴 쏘아보며 말한다.
“거 지금 웃음이 나와? 가장 인기 많은 후보가 13위로 떨어졌는데!”
지영식 PD가 어깨를 으쓱인다.
“은서 말씀하시는가 본데 13위면 충분히 높은 순위입니다. 그리고 이미 순위가 나온 시점에서 고은서는 가장 인기가 많은 후보가 아니죠.”
1부 시청률이 6.5%가 나온 순간 방송국의 그 어떤 누구도 두 의원의 편을 들진 않았다.
심지어 마지못해 두 사람을 안내해 온 SBC 김갑수 대표도 의원의 편을 들지 않고 있었다.
“저희 <프로젝트 I.O.A>는 공정하게 참가자들이 선발에 임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의원님들이 이런 공정함에 힘을 실어 주셔야지 사람들도 다 납득하지 않겠습니까? 의원 딸이자 탑 여배우 딸도 1위를 못 할 수 있다고요.”
“끄응······ 아무리 그래도······.”
의원들이 툴툴대는 터라 난 미리 준비한 대로 왕룽을 쳐다봤다.
순간 왕룽이 왕민 부서기의 이름을 언급하며 나섰다.
“의원님들. 다음 달에 저희 아버님이 한국에 들어오실 때 청와대에서 함께 식사라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곳에 와서 왕민 부서기의 정체를 안 두 초선 국회의원이 침을 꼴딱 삼킨다.
왕민 부서기와 대통령 사이에 다리를 놓는 건 정치인으로서 체급을 키울 엄청난 기회기 때문이다.
“지 진짭니까?”
“예. 명함이나 좀 주고 가시면 아버님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가 <프로젝트 I.O.A> 최대 투자자다 보니 저희 아버님도 큰 관심이 있으시거든요.”
고준택 의원의 편을 들던 두 사람이 서로 시선을 맞춘다.
그러더니 금세 편을 정하고 왕룽에게 친절히 대한다.
“하하하. 하긴 그렇죠. 고은서가 아무리 의원 딸이라고 해도 정정당당하게 올라와야죠. 암~”
“그 그래. 뭐 탈락자를 선정하는 건 다음 주부터니까 이만하면 좋은 순위지. 하하하.”
두 국회의원은 그렇게 말하며 왕룽에게 명함을 건네주고서 바쁜 일이 있다며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라진 순간 왕룽이 몰래 명함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예 명함을 전달하지도 않을 생각이었어?”
“어. 우리 아버지 다음 달에 한국 안 오시거든.”
협박하려고 아버지의 이름을 말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뻥카였다니.
“그러다가 저 양반들이 나중에 따지면 어쩌려고?”
왕룽이 어깨를 으쓱인다.
“고소하라고 그러지 뭐.”
외국인을 상대로 고소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왕룽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프로젝트 I.O.A>의 2부가 시작할 시간이 다가왔다.
“자 김정주 씨. 마이크 스탠바이하시고~ 셋 둘 하나 큐!”
-안녕하십니까? <프로젝트 I.O.A>의 MC를 맡은 김정주. 2부 인사를 드립니다~~
MC 김정주의 힘찬 외침과 동시에 공연동 무대 위에 132명이 올라오며 2부가 시작되고 있었다.
* * *
<프로젝트 I.O.A>의 2부에선 한 중 일 예선통과자 132명이 일주일간 연습한 을 일제히 한 무대 위에서 보여줬다.
거대한 무대 위에서 132명이 동시에 추는 댄스는 엄청난 장관을 연출해 내었다.
그리고 33개 팀마다 전용 카메라들이 있었기에 그 팀별 안무 영상은 앱으로 개별 중계가 되었고.
그렇게 2부 방송이 끝난 순간 모니터링 룸에서는 실시간 시청률을 체크하던 엔지니어가 힘차게 외친다.
“PD님! 7.9%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영식 PD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아자!”
그 순간 2부에서 발표된 최종 점수와 팀 재배치 순위가 기사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I.O.A> 2주 차 결과 발표!]
-사전 발표 점수와 라이브 경연 점수를 합산한 결과 상위 점수를 받은 순서대로 팀 재배치가 일어났습니다.
-이변이 속출한 2주 차 투표 결과로 인한 팀 재배치를 보며 현장은 열띤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1팀]
성나라 (164점 : 사전 86 + 라이브 78 한국 1위) 송미희 (163점 한국 2위)
양빙빙 (154점 중국 1위)
미나모토 아오이 (148점 일본 1위).
[2팀]
한소원(162 한국 3위)
최연미 (158 한국 4위)
왕리나 (149 중국 2위)
쿠도 미나츠 (147 일본 2위)
[3팀]
고은서 (153점 : 사전 65점 + 라이브 88 한국 5위) 예성연(151 한국 6위)
류란(147 중국 3위)
나가이 하루코 (146 일본 3위).
······.
모두가 이러다가 탈락하면 어쩔까 걱정했던 고은서는 라이브 무대 시작 전 고개를 숙여 사과를 시작했다.
자신이 오만했다고.
다시 한번 열심히 할 테니까 기회를 달라고.
그러고선 온 힘을 다한 공연으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아 88점을 획득했다.
그 결과 한국 5위로 겨우 3팀에 안착할 수가 있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잘 뽑혔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도 상위 팀에 포진되었다.
그러자 지영식 PD가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한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 3주 차는 첫 번째 탈락자가 생기는 날이니까 다들 잘 좀 부탁드립니다.”
난 이동민 실장과 함께 굴렁쇠 엔터 매니저들이 모니터링 룸을 나왔다.
“그럼 전 먼저 집으로 좀 가보겠습니다.”
이동민 실장이 밤 12시가 넘었으니 이곳 숙소에서 쉬라고 말한다.
“늦었는데 여기 숙소에서 자고 가지?”
“아뇨. 오늘 아침 일찍 회사에 가 봐야죠.”
드디어 오늘 아침.
오랫동안 기다렸던 주식 상장 수요 예측을 하는 날이었다.
그런 일에 빠질 수는 없었다.
그때 올 때처럼 백희영 팀장이 날 데려다주겠다며 나섰다.
“실장님. 저랑 같이 가세요.”
난 가수 2실 매니저들에게 수고가 많았다고 인사한 뒤 1층으로 향했다.
그때 무대동에서 라이브 공연을 끝낸 아이들이 숙소동으로 연결된 통로로 들어오며 조잘거리는 게 보인다.
“아~ 죽는 줄 알았어.”
“조금만 더 잘할걸.”
“난 하라고 해도 더 못 했을 거야.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
순간 아이들이 우릴 발견하고 일제히 멈춰서 고개를 숙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 오늘은 푹 쉬고~ 다음 주에 진짜 탈락자 선정이 있으니까 상위 팀은 방심하지 말고 하위 팀은 포기하지 마. 알았지?”
“예! 실장님!”
그때 아이들 속에 있던 고은서가 나와 눈을 마주치곤 상기된 표정으로 외친다.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조금은 달라진 고은서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여 준 난 아이들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백희영 팀장의 차를 타고 강변북로에 막 진입했을 때였다.
지이잉~
갑자기 이영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전화를 받자 이영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실장님! 지금 방상영 대표가 1실의 최은석 실장과 그 팀장들을 불러 모아 술자리를 하고 있답니다!
방상영 대표가 1실 최은석 실장과 팀장들을 빼돌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이영진의 걱정대로 주식 상장 직전 배우 1실이 소속 매니저들이 굴렁쇠를 이탈하면 그야말로 치명타였다.
매니저가 나가면 매니저가 관리하는 스타들도 함께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은 회사 전체 매출이 줄어든다는 걸 시장에 널리 알리는 꼴이다.
하지만 난 방상영이 이런 짓을 벌일 거라고 예상했었다.
“걱정하지 마 그 일이라면 이미 손 써 놨으니까.”
난 이미 방상영과 더불어 TNT 엔터까지 날려 버릴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