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0화
770. 시나리오의 주인 2
내가 왕미인 작가의 편을 들고 나서자 최은세 작가의 눈꼬리가 하늘로 치켜 올라갔다.
“우리 작가들 간의 일에 왜 정 실장이 끼어들지?”
바로 지난주까지 <토크쇼! 연예 세상>의 전 메인 작가였다가 나로 인해 그 자리에서 잘렸다.
게다가 왕미인 작가가 첫 입봉한 이번 주 시청률도 무려 15.5%를 찍어 대흥행을 한 상황.
그러다 보니 최은세 작가는 날 향해 적의를 가득 보인다.
“죄송합니다만 그 일에 저도 관련이 있는 거 같아서요.”
난 그 말을 하며 슬그머니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어 단축 번호 5번을 꾹 하고 눌렀다.
MBS 김성운 PD에게 전화가 간다는 진동이 울린다.
사실 방송국의 내부의 일은 기자들에게 알리는 것보다 내부에서 엿을 먹이는 게 훨씬 타격을 크게 줄 수 있다.
그래서 난 이곳 상황을 김성운 PD에게 ‘생중계’ 해주려는 것이다.
김성운 PD가 사정을 듣고선 MBS 내부에 전파할 수 있도록.
지이잉~
김성운 PD가 전화를 받았다는 신호가 진동으로 온다.
난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빠르게 움직여 전화 수신음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폰에서 흘러나오는 김성운 PD의 목소리가 나와 작가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그와 동시에 난 큰 목소리로 분노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김성운 PD가 이곳의 상황을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왕 작가님이 MBS 방송 아카데미 시절에 쓴 <그녀는 예뻤다>의 영화 시나리오 때문에 오신 거잖습니까?”
“그 그걸 어떻게······.”
“그리고 그 작품은 저희랑 계약했으니까 고기동 감독님이 여기 왕 작가님의 시나리오를 멋대로 훔쳐서 <다시 태어난 아이돌>로 바꾸고서 영화화 진행한 것들을 모조리 취소하라고 말씀하십시오. 아시겠습니까?”
가애주 대표가 다급해진 목소리로 말한다.
“왕 작가. 이 말 진짜야? <다시 태어난 아이돌>의 시나리오를 이쪽한테 넘겼어?”
“그거 그 제목 아니에요. 수업 시간에 고 감독님한테 제출할 때는 <그녀는 예뻤다>였어요.”
“그거나 그거나! 하여간 똑바로 말해 봐. 시나리오 권리 넘겼냐고!”
“예 넘겼어요.”
구두로 약속한 건 드라마화에 관해서지만 이로써 영화화까지 구두로 계약이 되었다.
그러자 가애주 대표가 이제까지의 정중한 태도를 벗어던졌다.
“야! 네가 뭔데 멋대로 계약을 맺고 말고 지X이야? 너! 메인 작가 됐다고 보이는 것도 없어? 그런 중요한 일은 작가실 치프와 미리 상의했어야지!”
가애주 대표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왕미인 작가는 당황해서 어깨를 움츠린다.
감히 누구한테 큰소리야!
난 가애주 대표에 맞서 언성을 높였다.
“왕 작가님은 프리라서 외부 계약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화를 내십니까? 그리고 저희한테 이러실 게 아니라 고기동 감독을 불러다 시나리오를 훔친 것에 대해 따지시는 게 맞을 듯한데요?”
“야! 지금 내가 왕 작가랑 이야기하고 있잖아! 어디서 건방지게 매니저가 끼어들어?”
그때 왕미인 작가가 얻어 외친다.
“정 실장님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그리고 왜 원작자인 제가 욕을 먹어야 하죠? 작품을 훔쳐 간 건 고기동 감독님인데요!”
“이 이게 어디서 눈을 흘겨? 야 너 MBS 소속이야. 그러면 당연히 이런 일은 윗사람한테 알려야지! 아니면 작가실 치프한테 보고하든가!”
MBS 방송 작가실 치프라는 건 가애주 대표 옆에 있는 최은세 작가를 말한다.
“그럴 때만 MBS 소속이에요? 그리고 프리랜서라고 회사 구내식당 밥도 비싸게 사 먹는데 왜 그런 것까지 보고해야 해요?”
“이것 봐. 이거. 갑자기 승진하니까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지! 이제껏 선배들이 쭉 해온 그 관례라는 게 있는 거 몰라?”
순간 최은세 작가가 가애주 대표에게 고개를 숙인다.
“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미리 교육해야 했는데 저 되바라진 게 갑자기 승진하는 바람에 가르칠 시간이 없었어요.”
“하아~ 아냐. 최 작가가 무슨 잘못이야? 남들은 알려 주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걸 혼자 튀는 쟤가 이상한 거지. 거기다 따박따박 덤벼드는 것 좀 봐. 싸가지 없는 것 같으니라고.”
방송계에서 싸가지 없기로는 가애주 대표가 단연코 원톱이다.
오죽하면 작가 시절 그녀의 별명이 ‘싸가지 마녀’ ‘레인보우 작가’였겠는가?
레인보우 작가라는 건 기분과 감정이 월화수목금토일 다 다르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리고 곁에 있는 최은세 작가는 넘버 투 정도 된다.
어쨌건 싸가지로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왕미인 작가만 씹고 있다.
최은세 작가가 다시금 왕미인 작가를 몰아붙인다.
“야 막내. 정신 똑똑히 차리고 들어. 네가 MBS 방송 아카데미에서 만든 모든 작품은 MBS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어. 다시 말해서 둘이 무슨 계약을 했든 간에 무효라는 거야. 알겠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긴. 괜히 방송 아카데미의 수업료가 싼 줄 알아? 네가 그때 다니면서 쓴 모든 작품은 MBS에 우선권이 있어서 그래!”
“그 그런······.”
MBS 방송 아카데미 수업은 국비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MBS 방송국 역시도 작가 지망생들을 키워내기 위해 돈 투자를 한다.
덕분에 수강생들은 싼 수업료로 방송계에 입문을 할 수 있다.
대신 그 안에서 만든 콘텐츠 제작에는 MBS가 가장 우선권을 갖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그건 최종적으로 작가가 ‘동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들 대부분은 방송국과 싸울 생각을 하지 않기에 거의 반강제로 결과물을 넘겨주곤 하지만.
그러나 난 방송국과 싸우지 않는 그런 대부분이 아니었다.
“그건 작가님이 동의해야지 발동되는 항목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봐 동의 안 하면? 앞으로 방송국이랑 척지겠다는 거야 뭐야? 엉? 하아~ 야 정 실장. 당신이 왕 작가 인생을 끝까지 책임져 줄 게 아니면 함부로 끼어들지 마!”
회귀 전 나 역시 내가 낸 방송 기획 아이디어를 윗사람에게 뺏긴 적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홀로 포장마차에 가서 아픔을 달랬다.
회사니까 참고.
선배니까 참고.
하지만 이번 생에는 그리 살고 싶지 않았다.
후회는 지난 생으로 족하니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난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그딴 짓을 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그 대상이 유진이의 첫 영화를 집필해 줄 작가님인 이상.
“왕 작가님. MBS만 방송국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MBS와의 관계가 끊겨도 KBC나 SBC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게 아니면 케이블도 있고요.”
“설마 다른 방송국으로 가자고요?”
“예. 계속 이렇게 나오면 별수 없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저희 굴렁쇠 엔터테인먼트는 한우주 작가님을 매니지먼트하는 작가진에 대한 서포트가 충실한 회사입니다. 또한 드라마 제작사 ‘미리내’와의 관계가 좋으며 미리내의 대표는 알다시피 ‘한유식’ 전 KBC 전무이십니다. KBC 라인이 빵빵하다는 뜻이죠.”
“정 실장님······.”
“또한 영화 쪽으로는 LT 엔터와 CK 엔터 쪽과 단단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 참고로 <그녀는 예뻤다>의 영화화를 할 땐 여기 옆에 있는 유진이가 주연을 할 생각입니다. 아 LT의 신종기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길 <그녀는 예뻤다> 정도면 바로 투자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내일 당장이라도 영화화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 말은 지금 저보고······ 정 실장님네. 회사로 들어오라는 거예요?”
“예. 그렇게 하시면 작가님 앞길은 제가 책임져 드리겠습니다!”
이제 막 방송 작가가 된 왕미인 작가이기에 그녀를 위해 영입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달랐다.
이대로라면 왕미인 작가는 최은세 작가나 가애주 대표에게 밟혀 제대로 작가 생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그녀를 위한 보호막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 그리고 오늘 일은 제가 기사로 터트려서 확.실.하.게 공론화 해 드리겠습니다.”
김성운 PD과 통화 중이었기에 일부러 더 힘을 줘서 말했다.
왕미인 작가는 내 말에 힘을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까짓것 예. 할게요. 어차피 이 메인 자리도 정 실장님이 만들어 준 거잖아요? 예. 해요!”
가애주 대표와 최은세 작가 덕분에 왕미인 작가를 영입할 수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나가시죠. 가야 할 데가 있습니다.”
“어디요?”
“저희 회사 가서 계약도 하고 드라마 제작사도 가시죠. 어차피 법적으로 따지면 드라마 대본이 있으니까 영화 시나리오도 본인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 대본이 우리 손에 들린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때였다.
달칵.
방송 작가 회의실의 문이 열리더니 김성운 PD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저 정 실장님!!”
여전히 전화기를 들고 있는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다.
난 시치미를 뚝 떼고 폰을 끄며 말했다.
“김 PD님이 어쩐 일로 방송 작가실까지 오셨습니까?”
김성운 PD가 눈치를 채고 숨을 가다듬는다.
“어 어쩐 일이긴요. 정 실장님이 왔다길래 반가워서 인사나 하러 왔죠. 저기 그리고 국장님이 좀 보자고 하시는데 볼 수 있을까요?”
김격식 드라마국 국장이라면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는 <신의 이름으로>와 <화란전>의 연이은 성공으로 인해 차기 이사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같이 가시죠.”
난 유진이와 왕미인 작가를 데리고 김성운 PD를 따라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가애주 대표가 외친다.
“가긴 어딜 가!”
가애주 대표는 씩씩거리면서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건다.
“양 이사님! 지금 어디세요?”
-나? 지금 회사지.
“임원 회의실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어요?”
-가 대표가 보자면 봐야지. 그런데 왜?
“지금 굴렁쇠 정 실장 때문에 방송국 체면이 말도 아니에요. 이사님께서 좀 나서 주셔야겠어요!”
-전부 다 올라오라고 해.
달칵.
전화를 끊은 가애주 대표가 이글대는 눈으로 날 노려본다.
“우리 MBS와 척지고 싶지 않으면 따라와.”
그래 가애주 대표와 척을 지려는 거지 MBS와 척을 지려는 건 아니다.
김성운 PD가 눈을 번뜩이더니 내 곁에 달라붙는다.
“일단은 같이 가시죠. 국장 님도 그쪽으로 오시라고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올라가시죠.”
모두 다 같이 MBS 임원 회의실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 까톡 메시지를 보내는 김성운 PD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임원 회의실에는 양상혁 이사와 함께 한석영 예능국장 그리고 TK 엔터의 천이상 이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김성운 PD는 모두를 들여보낸 뒤 맨 마지막으로 들어온다.
양상혁 이사가 우르르 몰려온 우릴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나 그는 유진이의 얼굴을 보고는 얼른 표정 관리를 했다.
“유진 씨. 이번 주도 드라마 잘 봤어. 언제나 지금처럼만 하자고. 파이팅!”
“예. 이사님.”
양상혁 이사는 함께 온 무리 중에 유일하게 탑스타인 유진이를 향해서만 반갑게 굴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나자 양상혁 이사는 웃음을 거두며 가애주 대표에게 묻는다.
“그래 무슨 일인데?”
가애주 대표가 자기 입장만을 말하기 시작했다.
왕미인 작가가 쓴 시나리오는 MBS의 것이고 그걸 바탕으로 고기동 감독과 TK 엔터가 손을 잡고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양상혁 이사가 귀를 후비며 미간을 찌푸린다.
“뭐 겨우 그것 가지고 싸운 거야? 정 실장?”
“그거라뇨 이사님? 그 시나리오는 저희 왕 작가님이 모든 걸 바쳐 쓴 역작입니다!”
다들 지금은 그저 그런 시나리오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나만은 수백억의 성공을 거두는 작품인 걸 알기에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양상혁 이사는 한숨을 내쉰다.
“이봐 대충 들어 보니 고기동 감독이 좀 멋대로 일을 진행한 건 알겠어. 근데 돈을 안 주려고 한 것도 아니잖아. 자 이렇게 하자. 내가 원래 받을 수 있는 시나리오 고료보다 조금 더 받게 조정해 줄 테니까 이쯤에서 마무리 지어. 왜 괜히 소란을 일으켜서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어?”
“이사님!”
“아 시끄럽게 굴지 마. 요즘 들어서 정 실장이 너무 설치고 다니니까 조용하던 방송국이 시끄럽잖아? 적당히 사람이 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넘어갈 줄도 알아야지. 쯧쯧쯧.”
밥상을 확 한번 엎어 버리려다가 김성운 PD가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참았다.
김격식 드라마 국장이 온 뒤 엎어도 되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쾅!
유진이가 테이블을 두드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진짜 너무들 하시네. 어떻게 남이 힘들게 쓴 작품을 돈 몇 푼에 홀랑 삼키려고 하세요?”
“유진 씨······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이게 관례야. 관례.”
“관례요?”
“그래. 시나리오나 대본이 100개 있으면 그중 1개가 영상화될까 말까 하잖아. 근데 모든 걸 계약부터 하고자 하면 일이 진행이 안 돼요.”
“그래서요?”
“그래서 선생님이나 아카데미 윗선들이 먼저 진행을 좀 해보고 나중에 투자 심의가 되면 비용을 지불하는 거지. 뭐 일종의 후불제랄까?”
유진이가 콧김을 가볍게 내뿜는다.
화가 단단히 났을 때의 버릇인데 저거······.
아니나 다를까 유진이가 씩씩거리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전 그런 복잡한 거 모르겠어요! 근데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네요. 주인 허락도 없이 막 쓴다는 거요.”
“그게 아니라니까?”
그때 유진이가 뭔가 생각난 듯 이야기를 꺼낸다.
“이사님 최근에 차 계약하셨죠?”
“지난달에 영업직원이 찾아와서 계약하긴 했지. 근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그 차가 지금 공장에서 나왔어요!”
“내 차가?”
“아니 나왔다고 치자고요!”
“어. 그 그래.”
“근데 그 차를 영업직원이 이사님한테 말 안 하고 한 달간 탄대요.”
“내 차를?”
“예!”
“그런 미친! 내 차를 영업맨이 왜 타? 지가 주인이야?”
“열받으시죠? 이사님 차를 남이 함부로 타서.”
“당연하지. 지가 뭐라고 내 차를······ 아······.”
말을 하던 양상혁 이사가 입을 닫는다.
유진이의 쉬운 비유에 자신이 하는 말을 알아차린 거다.
‘우리 유진이가 똑똑해졌어요.’
정유진 나이스 어시스트.
난 유진이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진이가 안 그래도 높은 콧대를 위로 치켜든다.
양상혁 이사가 유진이의 논리에 밀린 순간 난 슬쩍 숟가락을 얹었다.
“양 이사님. 저도 괜한 분란 일으키기 싫습니다. 원작 작가님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멋대로 영화화 진행한 일만 취소시켜 주십시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도 총력을 기울여서 상대하겠습니다. 왕미인 작가님은 오늘 저희 굴렁쇠 엔터의 소속 작가님이 되셨으니까요.”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얼마나 귀찮은지 잘 알고 있는 양상혁 이사가 한숨을 내쉰다.
“그거면 돼?”
“예.”
“그러면······.”
그때 가애주 대표가 당황해서 외친다.
“양 이사님. 왜 이렇게 약해지셨어요? MBS 체면이 있지 일개 매니저 한 명한테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시다니! 이런 분 아니시잖아요!”
“그 그렇기야 하지.”
저 인간이 다 끝난 게임에 초를 치네.
김격식 국장이 올 때까지 못 참겠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밥상을 뒤엎어야겠다.
그런데 그때 김성운 PD가 팔을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잠시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국장님께서 오셔도 대화가 안 될 거 같은데요?
그때 김성운 PD가 빙그레 웃으며 문 쪽을 가리킨다.
그런데 문이 살짝 열린 게 보인다.
‘저게 언제부터 열려 있었지?’
생각해 보니 김성운 PD가 제일 마지막에 들어왔는데 문을 닫은 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였다.
“정 실장이 일개 매니저라니!! 가애주 너 제정신이야?”
문이 활짝 열리더니 MBS 최상병 대표가 노호성을 지르며 성큼성큼 회의실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