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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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68화

768. 그녀의 선택 2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27일]

-PM 10:00 [NEW. 정유진]

<연예계 방방곡곡> “정유진의 신작 영화는 표절작?”

[연예올타임즈] “정유진의 첫 영화 제작 무산.”

[산업일보] “엔터테인먼트의 기대주 굴렁쇠 엔터 상장에 예상치 못한 악재 발생.”

(긴급회의 : 고기동 감독의 시나리오와 원본 시나리오 사이에 80% 이상의 일치를 확인.)

‘표절이라니?’

에브리데이의 경고라고 하지만 하나같이 믿기 힘든 것들이다.

회귀 전 고기동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그녀는 예뻤다>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했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어디에서도 표절 논란에 휘말린 적이 없었다.

문제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에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이런 폭탄이 숨어 있었다니!

그때 시나리오가 담긴 태블릿을 건네받은 고기동 감독이 들뜬 목소리로 수정할 부분을 묻는다.

“씬 8에서 뭐? 뭐가 이상해?”

원래는 시나리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표절 시나리오에다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순 없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아 아닙니다.”

“응?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 봐봐. 뭔데?”

“아닙니다. 이거 제가 첫 만남에 감독님의 시나리오에 왈가왈부하다니. 큰 결례를 저지른 거 같습니다.”

“하하하. 이 친구가 쫄기는. 정 실장 걱정하지 마. 나 귀 진짜 열려 있다니까?”

“그래서 더더욱 지금 말씀드리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고기동 감독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태블릿을 덮는다.

“뭐 그러면 온 김에 조금 이른 저녁 식사나 할까? 여기 2층에 있는 중국요리 전문점이 엄청나게 잘해.”

계약도 하기 전에 밥부터 산단다.

그것도 하필이면 유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그러자 유진이의 입꼬리가 씰룩이며 올라간다.

당장이라도 ‘네~’ 하고 대답할 것 같았기에 내가 먼저 나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조금 이따가 회사 대표님이랑 저녁 약속이 잡혀 있어서 식사도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 번 무례를 범하게 되는데 이 빚은 꼭 다 갚도록 하겠습니다.”

고기동 감독은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였지만 불편한 감정은 숨기지 못한다.

“쯥. 알았어. 어쩔 수 있나? 제일 잘 나가는 배우 스케줄에 맞춰 주는 수밖에.”

“죄송합니다 감독님.”

“죄송은 무슨. 대신에 다음번에는 꼭 밥 같이 하자고? 여기 중국집이 진짜 끝내주거든.”

“예. 다음번에는 제가 풀로 쏘겠습니다.”

“으하하. 그거 좋은데? 그러면 저녁부터 밤까지 가능해?”

“다음 날 아침까지도 가능합니다!”

“오~ 이제야 패기가 좀 나오네. 콜!”

유진이는 평상시에 어떻게든 일을 이뤄내는 내가 정반대로 이곳을 떠나려 하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내가 이유도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있었다.

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화제를 돌렸다.

“아 근데 감독님. <칠전팔기 태권소년> 작품에서 연출이 너무 기발하시던데 대체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시는 겁니까?”

“아~ 그게 말이지······.”

난 과거 작품 이야기를 꺼내자 고기동 감독이 웃음을 지으며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그렇게 한동안 그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뒤 조만간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마쳤다.

* * *

강남역 R 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차에 올라타자 조수석에 앉은 유진이가 뚱한 표정을 짓는다.

“나 베이징덕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저녁때 베이징덕 큰 거 사줄 테니까 기분 풀어.”

“진짜요?”

“어. 두 마리.”

“그럼 됐어요.”

유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하게 변한다.

고작 베이징덕 사준다고 이렇게 표정이 돌변할 줄이야.

난 걱정되는 마음에 유진이에게 말했다.

“넌 맛있는 거 준다고 넙죽넙죽 따라가지 마.”

“칫. 내가 애예요? 맛있는 거 준다고 따라가게?”

“너 따라갈 뻔했거든요?”

유진이가 날 살짝 흘겨보더니 이해가 안 간다며 묻는다.

“근데 오빠. 아까 위에서 왜 그렇게 못 나와서 안달이었어요?”

“저 시나리오를 감독님이 직접 쓴 게 아닌 거 같아.”

유진이의 얼굴에 장난기가 사라진다.

“예? 어떻게 알아요?”

“영화감독들은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어서 달달 외우는 사람들이야. 하물며 자기가 쓴 거라면 머릿속에 그림이 다 그려져 있고. 그런데 직접 쓴 작품 초반부 내용을 몰라서 확인하는 건 말이 안 돼.”

에브리데이를 본 내용을 토대로 적당히 썰을 풀었다.

유진이가 오오~ 하는 표정을 짓더니 존경과 감탄의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면 표절 같은 거예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려고 나오자고 했어.”

영화 시나리오는 보통 네 가지 과정을 통해 감독 손에 들어오게 된다.

가장 흔한 첫째는 감독이 작가로서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경우.

둘째는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해서 시나리오를 쓰게 하는 경우.

셋째는 감독이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경우다.

셋 다 감독이 정당하게 시나리오의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기에 표절 소송에 걸리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마지막 방법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각종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된 영화 시나리오를 감독이 그냥 가져다 쓰는 경우였다.

말 그대로 절도인데 의외로 왕왕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의심하는 건 바로 이 네 번째 경우다.

즉 고기동 감독이 어딘가에 출품된 시나리오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 말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일은 이 시나리오의 원작자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내는 일이었다.

단순히 실수라면 시나리오 원작자와 문제를 해결한 다음 촬영에 들어가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촬영 자체를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회사에 잠깐 들어가서 시나리오를 좀 더 검토해 봐야 할 거 같으니까 너 먼저 집에 들어가. 데려다줄게.”

유진이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에요. 오늘은 집이든 회사든 꼭 따라다닐 거니까 같이 가요!”

유진이가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차를 떠나지 않겠다며 안전벨트를 맨다.

‘유진아. 너 혹시 베이징덕 안 사줄까 봐서 따라온다는 건 아니지?’

그런 생각을 하고 유진이를 쳐다봤다.

유진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오빠. 빨리 일 끝내고 저녁 먹어요. 베이징덕!”

‘맞네. 베이징덕 때문이네.’

“알았어. 가자 가.”

나도 안전벨트를 맨 뒤 굴렁쇠 엔터로 차를 향했다.

* * *

고기동은 정윤호와 헤어지자마자 곧장 TK 엔터로 향했다.

최근 잘 나가는 여배우 정유진이 직접 찾아온 이상 박은빈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기동은 회의실에 앉자마자 천이상 이사와 박은빈에게 일방적으로 교체를 통보했다.

“미안해. 천 이사. LT 엔터 쪽에서 갑자기 주연을 바꾸자고 하더라고. 내 맘이야 은빈이랑 하고 싶은데 돈 주는 투자자가 갑인 거 알잖아? 그리고 은빈아. 내가 다음에 좋은 기회를 한번 만들어 볼 테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알겠지?”

고기동은 은근슬쩍 LT 엔터의 이름을 팔아 박은빈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박은빈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감독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제까지만 해도 LT 엔터에서 곧 투자하겠다는 언질까지 받았다고 하셨잖아요!”

연예계로 컴백한 박은빈은 영화 주연을 맡게 되어 잔뜩 기대하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그 기회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야. 나라고 이러고 싶겠냐? 근데 어떻게 해? 투자사에서 다른 주연을 사실상 낙점해 버렸는데.”

“다른 배우 누구요?”

“그걸 말하긴 곤란하고······.”

“누군지 말씀해 주세요! 아니면 저 이거 기자들한테 싹 다 이야기해 버릴 거예요! 고 감독님이 계약 위반했다고!”

“하~ 너 투자자한테 찍혀서 앞으로 다시는 영화 받기 싫어? 앙? 그리고 영화 투자 심사 단계에서는 바뀔 수도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잖아.”

박은빈이 더는 말을 하지 못한 채 씩씩거리며 고기동만 노려본다.

그 순간 천이상이 박은빈을 진정시킨다.

“은빈아. 잠깐 진정하고 나가 있어. 내가 이야기해 볼게.”

“이사님!”

“골 울리니까 언성 높이지 마.”

천이상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화가 난 상태다.

인기 아이돌 박은빈은 신인 배우 정유진과 함께 <아침이 간다>에 출연하곤 발연기라는 악평만 들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영화 쪽으로 준비를 시켰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편집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에 배우의 부족한 연기력을 감독의 역량으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기동이 가지고 온 <다시 태어난 아이돌>은 데뷔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진 아이돌이 최고의 가수가 되는 이야기였다.

박은빈의 상황도 그와 비슷했기에 자연스럽게 배역에 몰입할 수 있었고 노래와 댄스가 많았기에 연기력이 조금 떨어져도 괜찮은 작품이기도 했다.

“은빈아. 내가 너 이 영화 주연으로 만들어 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잠깐만 나가 있어!”

박은빈이 씩씩대더니 회의실 밖으로 나가 버린다.

쾅.

문이 닫힌 순간 천이상의 표정이 이제까지와 다르게 싸늘하게 변한다.

“고 감독. 내 체면을 이렇게 뭉개나?”

고기동이 흠칫한다.

“그 그러면 뭐 어쩔 수 있나? 투자자가 미는 주연이 있는데. 그리고 투자 단계에서 배역 바뀌는 거 자주 있는 일인 거 알잖아.”

“그래도 다시 생각해 봐.”

“아~ 몰라 몰라. 됐고. 다음번에 다른 작품으로 하자. 응?”

그러자 그때였다.

천이상이 눈을 번뜩이며 말한다.

“내가 이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어이~ 고 감독. 나 당신이 가지고 온 시나리오 원작자가 누군지 알고 있어. 내가 확 불어 버려도 돼?”

거들먹거리던 태도로 일관하던 고기동이 움찔한다.

“워 원작자라니?”

“그동안 내가 고 감독 체면을 생각해서 모른 척해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그냥은 못 있겠다. 고 감독. 시나리오를 도둑질해 놓고서 이렇게 뻔뻔하게 굴면 안 되지.”

“그 그걸 어떻게 알았어?”

“지난번에 우리 쁘띠모 곡 표절 사건 이후로 우리가 표절 쪽으로 얼마나 철저히 검토하는데 그걸 모를까? 당연히 고 감독 시나리오 들어간다고 한 이후부터 뒷조사 빡시게 해놨지. 근데 제법 치사한 짓을 했더라?”

“처 천 이사······.”

“하여간 다 알고서 하는 말이니까 발뺌할 생각 하지 마. 확 다 터트려 버리기 전에.”

고기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감독 생활이 끝장날 판이었기 때문이다.

“천 이사.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스톱. 난 구구절절한 이야기에는 관심 없고 우리 은빈이. 원래대로만 돌려놔. 그러면 말 안 할게. 그리고 막말로 대한민국에 투자사가 LT 하나뿐인 것도 아니잖아? CK로 가자.”

“지 진짜지?”

“그래. 그리고 그 시나리오는 우리가 ‘매입’해 둘게. 그럼 서로가 좋잖아.”

TK 엔터가 시나리오의 권리를 가진 뒤 감독의 목줄을 채우겠단 소리였다.

하지만 고기동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이미 상대가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 알았어.”

“그래. 잘~ 생각했어. 근데 바꾸겠다는 주연배우가 누구야? 소이영이나 주영인 말고 단독 여주로 투자까지 따는 배우는 없을 텐데?”

고기동이 주춤거리며 말한다.

“정유진.”

천이상의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정유진이 영화에 나온다고?”

“그래.”

그 순간 천이상이 자리에서 쓰윽 일어난다.

“고 감독도 일어나.”

고기동이 엉거주춤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뭘 어떻게 하려고?”

“그것들한테 한 소리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천이상이 씩씩대며 회의실에 나선다.

그런데 박은빈이 회의실 문밖에서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같이 가요!”

천이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돌아간 박은빈을 말릴 방법이란 없었으니까.

“따라와.”

* * *

한국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시나리오 공모전이 수십 개는 열린다.

그리고 많은 지망생은 그 공모전마다 인생을 걸고서 시나리오를 출품한다.

그러다 보면 시나리오는 조금씩만 내용이 바뀌어 떠돌게 된다.

그래서 난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지난 10년 치의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상위 작품을 싹 다 뒤져봤다.

하지만 비슷한 제목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영진과 유진이가 곁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대본을 훑어보다 눈을 비빈다.

“실장님. 없는데요?”

“여기도 없어요.”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찾아도 없는 걸 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러면 찾기가 어려워지는데······ 어떤 게 있을······.’

그때 머리를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고기동 감독은 MBS 방송 아카데미의 시나리오 특별 강사로 나가고 있다.

MBS 방송 아카데미는 드라마 작가와 예능 및 교양 방송 작가를 길러내는 작가 양성소.

그곳에서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가르치는 커리큘럼도 진행되는데 고기동 감독은 그 클래스에서 시나리오 작업 방법을 알려 주고 모의 공모전을 한다.

그때 받은 시나리오를 가로챘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이름이 있었다.

왕미인 작가.

내 덕에 <토크쇼! 연예 세상>의 메인 작가가 된 그녀가 바로 MBS 방송 아카데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난 즉시 그녀에게 까톡을 보냈다.

[정윤호 실장 : 왕 작가님. MBS 방송 아카데미에서 이 시나리오를 본 기억이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첨부파일 : <다시 태어난 아이돌>)]

이번 주 <토크쇼! 연예 세상>의 성적이 무려 15.5%를 달성한 터라 그녀는 다음 주 대본을 쓰는 데 정신이 없을 시기다.

그래서인지 까톡 메시지도 읽을 시간이 없는지 메시지 옆의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단은 밥부터 먹고 와야겠다.

“자자. 일단은 밥 먹고 하자. 배들 고프지?”

유진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배가 고프긴 한데 감독님 만나기 전까지 시나리오가 표절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어. 그리고 오늘 밤까지 못 찾으면 LT 엔터에 가서 이야기해 보면 돼.”

최후의 방법도 남아 있는 터라 난 괜찮다며 유진이를 달랬다.

그때 이영진이 내게 묻는다.

“실장님. 저녁은 뭐 먹습니까?”

“베이징덕.”

“정말요? 왜요?”

“그렇게 됐어.”

“그럼 란희를 불러도 될까요?”

우리 영진이.

여자친구는 참 잘 챙기네.

그때였다.

지잉~

전화가 걸려 온다.

“잠깐만.”

[발신자 : TK 엔터 천이상 이사]

고기동 감독이 내 생각보다 빨리 주연배우 교체 건을 TK 엔터에 통보했나 보다.

“예. 천 이사님.”

-정 실장. 회사 앞 카페 M인데 좀 내려와.

“무슨 일이시길래요?”

-왜 모른 척이야? 다 알면서!

달칵.

천이상이 고함을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

모른 척할까 싶었지만 그랬다간 무슨 난동을 필지 몰랐기에 그를 만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진아 유진아. 나 잠깐만 사람 좀 만나고 올 테니까 여기서 좀 기다려.”

그때였다.

유진이가 내 팔을 덥석 잡는다.

“저도 같이 갈게요!”

아무래도 오늘은 유진이를 떼어놓기는 힘들 것 같다.

* * *

회사 앞 카페 M의 VIP룸.

따로 칸막이가 쳐진 룸으로 들어가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고기동 감독 그리고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천이상 이사 마지막으로 이글거리며 우릴 노려보는 박은빈이 앉아 있다.

“바쁘실 텐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천이상 이사가 짜증을 버럭 낸다.

“네가 우리 은빈이 작품에 침을 바르려고 했다며?”

난 고기동 감독을 쳐다봤다.

그러자 고기동 감독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다.

나랑 눈도 못 맞추는 걸 보면 뭔가 약점을 잡힌 사람처럼 보인다.

난 다시 천이상 이사에게 고개를 돌리고서 항변했다.

“제대로 된 투자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박은빈 씨 작품이라뇨? 확실하게 찜하실 거면 직접 투자하셨어야죠.”

회귀 전 <그녀는 예뻤다>에는 TK 엔터가 영화에 직접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지난번 쁘띠모 곡 표절 사건으로 인해 TK 엔터는 100억이 넘는 손실을 입어 회사 잔고가 간당간당해서 이번 영화에는 투자를 하지 못한 상황이다.

천이상 이사는 그 일이 생각났는지 부들부들 떨며 말한다.

“그래서 못 물러나겠다?”

“글쎄요. 내부 검토 중입니다.”

“하~ 이 새X가.”

그때였다.

박은빈이 이글거리던 눈빛으로 성질을 부리기 시작한다.

“정유진 네가 감히 선배가 찍어둔 작품을 탐내?”

유진이가 미안한 기색으로 정중히 답한다.

“같은 작품을 고르게 된 건 정말 죄송해요 선배님. 하지만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아직 투자 심의 단계라서 확정된 건 아니니까 도전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않겠다고?”

“예.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닌 거 같아요.”

“포기해 포기하라고!”

박은빈의 언성을 높인다.

그러나 그럴수록 유진이는 진상 고객을 대하듯 얼굴에 영혼 없는 미소를 띠며 답한다.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지는 배역이 정해진 게 아니라던데요?”

“야~~! 정유지~이~~인!! 포기하라고!!”

흥분한 박은빈이 테이블 위에 놓인 물 잔을 손에 꼭 쥔다.

지켜보고 있었기에 손을 뻗어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유진이의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가 룸 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박 선배. 그거 뿌리기만 해봐. 오늘 밤 모든 연예지에 박 선배가 한 짓이 도배될 텐데 자신 있어?”

아까와는 달리 박은빈을 노려보는 유진이의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박은빈은 물 잔을 던지지 못한 채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정유진은 이제 더는 박은빈이 2년 전 <아침이 간다> 때 만났던 신출내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어디서 선배를······.”

박은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러자 천이상 이사가 끼어들어 급히 박은빈을 말린다.

“은빈아. 그쯤 해.”

박은빈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물 잔을 손에서 놓았다.

자신과 정유진의 격 차이에서 오는 패배감을 잔뜩 맛보면서.

“씨X!”

그때였다.

지잉~

메시지가 들어왔다.

[MBS 왕미인 작가 : 아니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정 실장님한테 가 있어요?]

왕미인 작가는 이 시나리오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이거 일이 재미있게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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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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