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3화
763. 동생들 2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8일]
-PM 10:00 [NEW. 장소연]
<연예계 방방곡곡> “화제의 신인 모델 J 씨. 학창 시절의 난잡했던 사생활이 드러나 지인들의 충격적인 증언.”
[연예올타임즈] 해외명품 브랜드의 모델 J 씨.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사장을 유혹해 한 가정을 파탄 냈다고 한다.”
[바로스타] “화제의 모델 J 씨. 연예계를 은퇴 선언.”
(긴급회의 : 장소연 근거 없는 루머를 사실이라 인정하는 인터뷰 후 연락 두절. 회사 이미지 하락과 주식 상장과 공모가 하락 위협에 대처할 것.)
장소연의 첫째 남동생 장준현과 막내 여동생 장연주가 집으로 가며 떡꼬치를 먹던 중 갑자기 영상통화가 끊겼다.
그런데 동생이 납치당한 기사가 뜬다는 알림이 아니라 뜬금없이 장소연이 난잡한 과거를 인정하는 기사가 뜬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하지만 난 장소연의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회귀 전 알코올 중독으로 날 피곤하게 만든 장소연이지만 그녀는 스폰서나 남자 문제로 날 괴롭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 생에서 장소연을 영입한 이후 다시 한번 거듭 그런 일은 없다는 걸 확인했었고.
그런데 장소연이 있지도 않은 과거를 스스로가 인정한다고?
그렇다면 이건 장소연을 동생들을 납치한 자들이 그녀를 은퇴시키려는 작정으로 가짜 증언을 강요한다는 뜻이었다.
의심이 가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지만 확신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때 장소연이 덜덜 떨며 날 쳐다본다.
“오 오빠. 계속 연락을 안 받는데 우리 준현이랑 연주······ 어떻게 해요? 경찰에 신고해야······ 아 아냐. 경찰은 못 믿고······.”
오늘 패션쇼의 성공으로 장소연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기사를 타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장소연의 동생들이 납치되었다는 걸 기자들이 알게 되면 각종 기사를 특보로 낼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납치한 이들이 동생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난 우선 장소연을 안심시켰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모습으로.
“소연아. 걱정하지 마. 무슨 짓을 하더라도 네 동생들은 반드시 구해줄게.”
장소연이 흔들리지 않는 날 보더니 조금씩 안정을 취한다.
“아 알았어요.”
장소연이 이를 악물고 숨을 고른다.
후욱후욱.
장소연이 숨을 고르는 사이 난 다시 생각에 잠겼다.
장소연의 말대로 경찰에 신고할 순 없다.
112에 신고하면 장소연의 새아빠가 몸을 담았던 강남 경찰서가 수사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장소연의 새아빠는 현재 외부와는 일절 접견이 안 되는 상태다.
그러나 과거 행동만 보면 그가 제1순위 의심 대상이었기에 난 만에 하나의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다.
그리고 자칫 이 일로 엄마뿐 아니라 장소연까지 아이들의 양육권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난 직접 이번 일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겐 에브리데이가 있으니 필요한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받을 수 있어서였다.
‘그렇다면 최고다 흥신소의 도움을 받아야겠군.’
최고다 흥신소는 정보를 찾는 것 이외에도 경호 업무도 한다.
그리고 흥신소의 최고윤 소장이 경찰 출신이니 이쪽 방면으로의 지식도 있을 것이고.
더군다나 현재 장소연의 엄마가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증거를 모으기 위해 ‘최고다 흥신소’에 의뢰해 사람을 붙여 놓은 상황이다.
그 말인즉슨 그들이 아이들의 납치 사건을 목격했을 수도 있었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흥신소 측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 : 최고다 흥신소 최고윤 소장]
전화를 받자 최고윤 소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정 실장님. 곤혹스러운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어 죄송합니다.
“혹시 장소연 씨 동생들에 관한 이야기입니까?”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조금 전 장소연 씨가 막냇동생과 통화 중에 남자 목소리가 들리더니 영상통화가 끊겼습니다.”
-안 그래도 저희 쪽 직원이 집 근처에서 감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옆에 서더니 남자들이 내려서 데려갔다고 하네요. 급히 뒤를 쫓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차 번호는 확인하셨습니까?”
-예. 그런데 경찰에 신고해야 할지 말지 몰라서 연락을 드립니다. 아무래도 장소연 씨 새아버지가 강남 경찰서 소속이기도 하고 납치범들이 아이들을 해칠까 걱정이 되어서······.
“알겠습니다. 그럼 경찰에는 연락하지 말고 일단 차부터 추적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난 전화를 끊은 뒤 장소연에게 뒤를 쫓고 있다고 말하고 조금 더 안심시켰다.
그러고선 장소연을 부축해 지하 주차장으로 곧장 향했다.
* * *
진성호텔&리조트의 지하 주차장.
장소연을 조수석에 태운 뒤 운전석에 앉았다.
그때 옆에 앉은 장소연의 폰에 진동이 울린다.
[발신자 : 우리 첫째♡]
납치된 장소연의 첫째 동생 장준현의 전화였다.
“어! 오빠! 준현이 전화예요!”
그 순간 난 전화를 받으려는 장소연을 말렸다.
“잠깐만.”
“왜 왜요?”
“진정해. 지금 무슨 상황인지를 알아야 하니까 스피커폰으로 켜놔. 옆에는 아무도 없다고 하고 해달라는 건 다 해준다고 해.”
장소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난 장소연이 전화를 받으려는 사이 폰의 노트 앱을 작동시켰다.
장소연이 전화를 하는 동안 장소연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그때 장소연이 서둘러 전화를 받는다.
“준현아? 연주야?”
-장소연 맞지?
30대 남자의 목소리다.
“누 누구세요?”
-그쪽 동생 데리고 있는 사람. 아 맞다. 경찰에 연락하면 동생들 얼굴은 다시 못 볼 줄 알고!
“뭘 원하세요? 돈이라면 제가 가진 걸 전부······.”
-아. 돈은 필요 없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동생들은 풀어 줄게. 혹시 옆에 누가 있나?
“어 없어요.”
-이거 너무 빨리 대답하는데? 혹시 늘 붙어 다니는 매니저랑 같이 있는 거 아냐?
난 즉시 노트 앱에다 필기했다.
[여자 화장실]
“매니저가 여자 화장실에 어떻게 들어와요. 지금 혼자예요······.”
-그래? 그러면 지금부터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러면 동생들은 안전할 거니까. 그리고······.
납치 영화에서나 보던 진부한 이야기다.
아무래도 다음번 이야기는 경찰에 알리면 죽는다겠지.
-······경찰에 알리면 두 번 다시 동생들 얼굴 못 보는 수가 있어. 그건 알지?
장소연이 이를 악물고 답한다.
“아 알았어요.”
-생각보다 멍청하진 않네. 그러면 첫 번째 미션을 주지······. 강남역 1번 출구 쪽 지하 보관함에 가서 7번 보관함을 열어 봐. 비밀번호 1123. 거기에 네가 해야 할 일이 적혀 있어.
달칵.
전화가 끊어졌다.
“여 여보세요!”
장소연이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가 받질 않는다.
하지만 이 전화로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상대가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발신자 표시 제한이 되는 대포폰이 아니라 장준현의 폰으로 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놈들이 돈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에브리데이에 있는 내용대로 연예계 은퇴를 지시할 가능성이 높단 뜻이었다.
“오빠 어떻게 하죠?”
“흥신소가 뒤쫓고 있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돈을 요구하지 않는 거 보니까 애들한테는 큰 위협을 가하진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진짜 위험했다면 연예계 은퇴가 아닌 다른 내용이 일정에 떴을 거다.
그렇기에 난 어느 정도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알았어요.”
난 우선 차에 시동을 건 뒤 최고윤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추적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강남역 1번 출구 뒤편에서 놈들의 차를 놓쳤습니다.
난 이를 악물고서 되물었다.
“혹 다시 찾아낼 방법은 있습니까?”
-차량 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도 직접 강남역으로 가는 중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 순간 머릿속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시나리오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영화 속 내용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상상이다.’
이태풍의 <경계 너머로>를 연출한 스타 감독 최성문 감독이 한 말이다.
그 말대로 납치 영화에서 본 내용이 번뜩번뜩 떠오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보관함을 열어보는 동안 납치 관계자가 지켜보고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보관함을 열어보는 순간 장소연이 적힌 내용을 읽고선 어디론가 뛰어가 가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필요한 건 2가지다.
현장에서 장소연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놈들을 찾아낼 사람.
그리고 장소연의 지척에서 보관함 속의 지시 내용을 확인해 줄 사람이다.
난 그 즉시 최고윤 소장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며 감시자를 파견해 달라고 부탁했다.
“소장님. 방금 소연이 동생을 납치한 놈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강남역 지하 1번 출구에 있는 7번 사물함을 열고 그 속의 지령을 따르라고 하더군요.”
-대포폰이 아니라 동생 폰이요? 그렇다면 전문 납치범은 아니군요!
“예. 아무튼 놈들이 지하 사물함 근처에서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사람들을 보내서 감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1번 출구 지상에서 놈들의 차를 찾는 팀 말고 나머지는 전부 강남 지하 1번 출구 사물함 쪽으로 보내겠습니다. 2분이면 됩니다.
“예. 저기 그리고 혹시 소장님. 경찰 현역 시절 때 납치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혹시나 하고 묻자 최고윤 소장이 똑 부러지게 말한다.
-제가 움직인 납치 사건에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의 말이 오늘따라 든든하게 들린다.
“알겠습니다. 강남역에서 뵙죠.”
난 전화를 끊은 뒤 장소연에게 최고윤 소장의 말을 전했다.
장소연의 얼굴에 수심이 살짝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었다.
사실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했다.
“소연아.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줘야 해.”
“뭐든지요.”
“일단 사물 보관함에는 너 혼자 가야 해.”
“알겠어요.”
“근데 거기서 또 다른 장소로 가라는 지시가 들어 있거나 새 연락이 올 수도 있거든? 쪽지를 보게 되면 나한테 말해줘. 그래야 널 따라 움직일 수 있으니까.”
“어떻게요?”
“사람 한 명을 네 옆에 붙여 줄게.”
“오빠가 아니라요?”
“어. 내가 가면 대번에 들킬 거니까 다른 사람이 붙는 게 좋아.”
“누구요?”
강남역 1번 출구 쪽 유흥가를 잘 아는 사람이자 의심도 받지 않을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고안나.
나의 친구이자 보육원 시절 장소연과도 안면이 있는 그녀가 딱이었다.
“안나 언니면 괜찮겠네요.”
“그래.”
난 장소연의 허락을 받은 뒤 곧장 고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올~ 윤호. 웬일로 이 시간에 전화야? 지난번에 말한 라면 빚 갚으려고~?
“안나야. 시간 없으니 잘 들어. 소연이 동생들이 납치당했는데 강남역 쪽이라서 지금 당장 네 도움이 필요해!”
그 순간 장난기가 사라지고 고안나의 입에서 고성이 튀어나온다.
-뭐? 이런 XX놈들! 대체 어떤 놈들이 소연이 동생을 납치해?
“아직 몰라. 납치한 놈들이 탄 차를 강남역 근처에서 놓쳐서 현재 찾고 있는 중. 근데 소연이한테는 강남역 1번 출구 쪽 사물함을 열어 보면 다음 지시가 있다고 연락이 왔고.”
-강남역 1번 출구면 내가 훤~하지. 차 번호도 일단 줘봐. 정 안되면 그 동네 있는 웨이터들한테 싹 다 돌리면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오케이. 일단 정보가 샐 수 있으니까 그건 맨 마지막으로 알아보자.”
-어.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돼?
“별건 아니고 나 대신 소연이 곁에서 쪽지의 지시 사항이 뭔지만 알려 줘.”
-알았어. 지금 나 삼성동에서 막 일 끝났으니까 택시 타고 바로 갈게.
고안나는 현재 리버스 엔터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중인다.
그런데 배우의 출장 스타일링 때문에 삼성역 근처란다.
“아냐. 나 진성호텔 삼성역점이니까 데리러 갈게. 정확히 어디야?”
-나? 대천호텔 삼성역점 앞인데?
“오케이. 바로 간다.”
난 곧장 근처에 있는 대천호텔 삼성점으로 차를 몰았다.
* * *
고안나를 픽업해 강남역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차에 준비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각각 강남역 지하 1번 출구로 향했다.
고안나는 장소연의 옆 8번 사물함을 열며 조용히 속삭인다.
-소연이는 7번 사물함 여는 중. 난 8번 사물함에 물건 넣고 있어.
“그래.”
-어. 소연이가 쪽지 편다. 잠깐 옆에서 내용 읽어 줄게.
고안나가 마치 내 눈이 되어 주듯 상세한 설명을 이어 간다.
-강남역 1번 출구로 나가서 클럽 로제에 10분 이내로 도착할 것. 그곳 지하에 와서 마담 홍연두를 찾아라. 그녀에게서 다음 지령을 받을 것. 늦으면 동생들의 안전은 책임지지 못한다.
그때였다.
-탁탁탁.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고안나가 작은 목소리로 외친다.
-소연이가 출구로 뛰기 시작했어. 어떻게 해? 따라가?
“혹시? 너 혹시 클럽 로제 알아?”
-당연히 알지. 강남역 유흥 쪽은 뻔하니까. 연두 언니도 나랑 아는 사이고.
“그러면 가지 마. 지금부터는 다른 사람이 쫓을 거야. 넌 천천히 내 차로 돌아와.”
-오케이.
그때 최고윤 소장에게 전화가 걸려온다는 ‘착신 알림’이 뜬다.
난 고안나와의 전화를 끊고 최고윤 소장의 전화를 받았다.
“예 소장님.”
-정 실장 말이 맞았습니다. 장소연의 뒤를 쫓아 뛰어가는 녀석이 보이네요.
“얼굴 찍었습니까?”
-물론이죠.
“소연이가 곧 클럽 로제로 갈 겁니다. 애들 잡아간 차 찾는 사람들도 대기시켜 놓으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도착하는 장소를 안 이상 놈들은 독 안에 든 쥐다.
* * *
클럽 로제의 정문이 보이는 골목길.
난 고안나를 차에 태우고 장소연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최고다 흥신소’의 직원들은 현재 클럽 로제의 후문을 감시하는 중이었다.
난 차 안에서 장소연이 오기를 기다리며 고안나에게 물었다.
“안나야. 여긴 다른 비상 출입구는 없어?”
“어. 여긴 정문 후문 딱 두 개야.”
그렇다면 도망갈 장소가 없다는 거군.
그때 차창 밖으로 장소연이 헐레벌떡 클럽 로제의 정문으로 뛰어 들어가는 게 보인다.
고안나와 난 냉큼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장소연의 뒤를 따라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클럽 로제의 정문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그때였다.
고안나가 충격적인 말을 꺼낸다.
“어? 뭐야? 저 사람!”
“왜? 아는 사람이야?”
“어. 소연이 새아빠 그러니까 장복길 반장 밑에서 일하던 형사였는데 돈맛을 봤는지 경찰 관두고 조직에 들어가서 수금책 하던 인간이야. 이름이 뭐더라? 아 그래. 조원주! 조원주다! 그러면 이거 장복길이 자기 애들 납치해 오라고 시킨 거 아냐?”
그럴 리가 없다.
장복길은 구속이 된 이후 과거 갈취하던 조폭들에게 심하게 맞아서 특별 감호 조치와 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혹시나 이런 일이 있을까 봐 외부인과의 접견을 일절 금하도록 부탁해 놓았었고.
“아니야. 장복길은 자기가 잡아넣은 조폭들한테 맞아서 반쯤 의식 불명 상태야. 아직 깨어났을 리가 없어.”
“그러면 누구지?”
달칵.
난 차 문을 열며 스산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 누구든······ 이제부터 알아보면 되겠지.”
감히 내 연예인과 연예인의 어린 동생들을 납치한 놈들이다.
그게 누구든지 간에 절대로 그냥 둘 생각은 없다.
차근차근 두드려서 알아보면 되겠지.
그때 고안나가 오른쪽 문을 열고 따라 내린다.
“윤호야 같이 가. 여기 입구 지키는 애랑 친하니까 소란 안 일으키고 바로 들어갈 수 있어.”
고민해 봤지만 답은 뻔했다.
“오케이. 대신 아니다 싶으면 넌 바로 도망가.”
“알았어.”
난 이어서 최고윤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소장님. 어디십니까?”
-정 실장님이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우측 앞. 흰색 승합차에 선팅된 차량입니다.
늘 세워져 있던 차량처럼 자연스럽게 주차된 차량이 보인다.
“보입니다. 그리고 소장님. 제가 먼저 안으로 들어갈 건데 밖으로 쥐새끼들이 튀어나오면 뒤처리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폰은 켜두십시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지원 내려가겠습니다.
난 클럽 로제의 지하로 내려가는 첫 계단을 밟으면서 덤덤히 말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주먹을 꽉 쥐자 우두둑하고 뼈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