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0화
760. 분실 소동 1
“소연 씨가 10억짜리 메인 이벤트용 액세서리를 잃어버렸다고?”
진아람 대표대행이 놀라서 되묻자 최희선 비서가 말의 일부를 수정한다.
“전부 다는 아니고요 귀걸이만요.”
루이비숑의 ‘버터플라이’ 액세서리는 나비 모양의 목걸이 귀걸이 머리핀이 한 세트다.
장소연은 오늘 현장에 와서 액세서리들을 받은 뒤 한번 착용해 보고 귀가 아파 다시 케이스에 넣어 뒀다고 한다.
그러다가 리허설을 앞두고 케이스를 다시 열었을 때 귀걸이가 사라진 걸 알아차렸다고 한다.
“최 비서! 버터플라이는 귀걸이 목걸이 머리핀 총 세 개 세트가 하나야. 하나만 없어져도 버터플라이라고 부르질 못하는 거 알잖아! 하아~ 이걸 어떻게 하지?”
진아람 대표대행이 관자놀이를 누르며 고민을 한다.
오늘은 ‘신상품 버터플라이’를 앞세워 루이비숑의 신규 액세서리 브랜드 [LVS.ACC]를 정식 런칭하는 날이다.
그런데 그 런칭 쇼를 망친다면 막대한 손해 배상을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아한 점이 있다.
내 기억 속 장소연은 덜렁거리는 성격이 아니라는 거다.
더군다나 장소연을 케어하고 있던 이미리 대리 역시 뉴욕 패션쇼의 경험이 많은 인물이다.
즉 이미리 대리가 이런 분실을 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저 최 비서님. CCTV를 확인했을 때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대기실 안에는 CCTV가 없어요.”
패션쇼장에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CCTV를 설치해 두기도 하는데 이번엔 아닌가 보다.
“그러면 귀중품 전담 직원은 안 붙어 있었습니까?”
고가의 액세서리를 쇼에서 선보일 땐 전담으로 관리하는 관리 인원이 따라붙는다.
수억 원이나 하는 제품이었기에 자칫 도난을 당할 수도 있어서였다.
“루이비숑에 전담 직원이 나왔는데 오늘은 한 명만 나왔어요. 근데 그 직원이 다른 서브 아이템에 문제가 생긴 걸 확인하느라고 10분 정도 자리를 비웠었대요. 그때 잃어버린 것 같긴 하다는데 확실치는 않아요. 케이스를 열어 본 건 조금 전이라서요.”
도저히 대화로는 단서를 찾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직접 장소연을 만나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단서를 찾아보는 수밖에는 없겠다.
“지금 소연이는 어디 있습니까?”
“아직 대기실에서 귀걸이 찾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혹시 몰라 아무도 대기실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게 했어요.”
“잘했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손해 배상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전적으로 회사에서 부담하겠습니다.”
장소연에게 쏟아질 부담감을 덜어 주기 위해 선수를 쳤다.
그런데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아람 대표대행이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아뇨. 현장에서 아이템 분실한 건 저희 진성 호텔&리조트의 책임도 있어요. 혼자 부담하시게 두지 않을 거예요.”
진아람 대표대행의 굳게 다문 입술이 오늘따라 든든해 보인다.
하긴 그녀도 굴렁쇠 엔터 상장 때 나의 백기사이기도 하지.
하지만 최희선 비서는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액세서리 비용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루이비숑에서 걸어올 소송이 더 문제예요. 한국에 런칭하려는 액세서리를 분실해서 쇼를 못 하게 되면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막대한 손해 배상을 할 거예요. 그 인간 돈이 걸린 일이라면 귀신보다 더 지독해지잖아요.”
루이비숑의 아시아 총괄이사인 라이언 킴은 과거 홍콩에서도 액세서리 분실 건으로 500억대 소송을 건 적이 있다.
당시 홍콩 여배우 안젤리나 장이 잃어버린 목걸이 역시 10억짜리였는데 수많은 변호사를 동원해 기어이 승소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라이언 킴은 그 이슈 하나로 엄청난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렸었다.
해당 소송 건이 연일 홍콩 연예계 뉴스에 노출되며 루이비숑의 브랜드명을 알려서였다.
그러나 난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루이비숑은 이런 일을 대비해 ‘반드시’ 예비 액세서리 세트를 준비해 둔다는 것을 회귀한 나만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쇼가 열리지 않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예~?”
최희선 비서는 도통 이해가 안 간다며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진아람 대표대행은 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정 실장님이 그렇다니까 걱정하지 마 최 비서.”
최희선 비서가 진아람 대표대행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알았어요. 대.표.대.행.님!”
난 걱정 많은 최희선 비서를 다시 한번 달랬다.
“아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겨도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 귀걸이를 찾는 것부터 우선시하죠. 이랬든 저랬든 얼른 찾아야겠어요. 소연이가 구설수에 시달릴 일은 없는 게 좋으니까요.”
“정 실장님만 믿을게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최희선 비서가 통로를 가리키며 앞장선다.
난 진아람 대표대행과 그 뒤를 따라가며 대처 방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설령 예비 액세서리 세트가 있다는 걸 안다고 하더라도 라이언 킴이 순순히 내주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예비 액세서리 세트를 받아 오늘 쇼를 정상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문제다.
만에 하나 아이템을 분실했다는 게 알려지면 앞으로 장소연에게 어떤 상품의 모델 의뢰도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러니 반드시 찾아야 했다.
이제 막 날개를 달고 동생들을 데려오려는 장소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 * *
패션쇼가 열리는 대기실에는 낮은 칸막이로 분리된 화장대 30개 가 나란히 놓여 있다.
모델들은 화장대 앞에서 리허설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액세서리를 확인해 보고 있다.
그리고 장소연은 입구에서 가장 멀지만 무대에서는 가장 가까운 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
그런데 장소연은 아예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다.
“10억······ 10억······.”
그 순간 루이비숑에서 나온 액세서리 전담 관리 직원이 닦달하듯 장소연을 몰아세운다.
“소연 씨! 그 10억 소리 좀 그만하고 다시 생각해 봐요!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예? 그거 잃어버리면 나 해고예요. 죽는다고요!”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직원 역시도 패닉에 휩싸인 표정이다.
장소연이 울상을 하고 답한다.
“죄송해요. 진짜 저······ 자리 비운 적도 없어요. 10억짜리라고 해서 간이 떨려서 화장실도 못 갔다고요. 그런데 이렇게 사라져 버려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진짜 모르겠어요.”
지난주 카리스마 가득하던 장소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우산을 잃어버리고 집에 와서 어쩔 줄 모르는 일곱 살짜리 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다.
결국 전담 직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하아~ 다시 찾아봐요. 싹싹.”
“예. 알았어요.”
결국 두 사람은 다시금 화장대 위와 장소연의 검은색 백을 뒤져 본다.
그러는 동안 장소연을 데리고 온 이미리 대리는 쪼그리고 앉아 화장대 아래와 의자 아래 등 외진 구석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장소연을 진정시키는 게 우선인 듯하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난 함께 온 진아람 대표대행과 최희선 비서를 두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장소연의 뒤에서 세 명의 모델들이 대놓고 혀를 차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나와도 악연이 있는 인물이다.
“액세서리가 발이 달려~ 손이 달려~? 어딘가 몰래 숨겨 놓고 잃어버렸다고 쇼하는 거 아냐 쟤?”
HK 섬유의 차녀 홍현주가 장소연과 2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팔짱을 끼고 험담하고 있다.
홍현주는 과거 <신의 이름으로>에서 당시 아르바이트생이던 우리 회사 오성연의 머리에 커피를 뿌리며 막장 짓을 했던 신인 배우 겸 모델이다.
로열패밀리라 그런지 현장에서 멋대로 연기를 하다가 주영인과 유진이에게 혼이 났었던 인물이기도 하고.
하지만 여기서도 그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장소연을 도둑으로 몰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곁에는 그녀의 말에 동조하는 또 다른 이들도 있었다.
“1억도 아닌 10억짜리를 손에 쥐니까 욕심이 나긴 하겠지. 근데 그거 귀걸이만 따로 떼서 팔면 돈 얼마 안 되는데······.”
27살의 탑 모델 반현희가 장소연의 허름한 백을 보며 혀를 쯧쯧 찬다.
“그래서 모델도 자격 보고 뽑아야 한다니까? 아 근데 오늘 쇼 공개 못 하면 어떻게 해? 내 일당도 안 나오는 거 아냐?”
마지막으로 28살의 탑 모델 성희민은 아예 자격을 두자고 한다.
본인의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도 못 하고서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장소연의 어깨가 점점 움츠러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쪼그려 앉아서 귀걸이를 찾던 이미리 대리가 벌떡 일어난다.
그러고선 세 사람에게 항의하기 시작한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같은 모델끼리 도와주고 걱정하지는 못할망정 뭐? 훔쳤다고? 이봐요! 의심받을 짓을 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어요?”
홍현주가 귀를 파며 답한다.
“당신이 자리 비우지 않는 거 봤어? CCTV도 없는데 어떻게 쟤 말을 믿어? 10억짜리면 혹할 수도 있지 뭐.”
그때였다.
반현희가 곁에 힐끔힐끔 쳐다보며 말한다.
“근데 소연이 쟤 아까 화장대 앞에 없던데요?”
성희민 역시나 반현희의 말에 동조한다.
“그래요. 아까 장소연 쟤 화장대 앞에 없었어요.”
장소연이 화들짝 놀라서 손을 흔들어 댄다.
“아 아니에요. 저. 진짜 안 떠났어요.”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명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난 이미리 대리를 대신해 크게 소리치려 했다.
이 상황에서 매니저가 자기 연예인을 믿어 주지 않는다면 범인으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나서기도 전 이미리 대리가 로열패밀리인 홍현주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이것 보세요! 홍. 현. 주. 씨! 우리 소연이는 그쪽 세 사람처럼 거짓말 같은 거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 뭐래 그러니까 그쪽은 지금······ 우리가 거짓말을 한다 이거지?”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한다면 당연히 그쪽이겠죠?”
“아니 이 아줌마가 보자 보자 하니까!”
“아줌마? 야! 내가 아줌마 되는 데 네가 보태 준 거 있어? 앙?”
홍현주가 쌍심지 켜고 이미리를 향해 다가간다.
두 사람 사이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려는 그 순간 내가 도착했다.
“오랜만이야 홍현주?”
홍현주가 시선을 내 쪽으로 향한다.
“저 정 실장?”
내가 나이가 얼마인데 반말은 아니지.
난 그 즉시 홍현주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내가 네 친구냐 어디서 함부로 반말을 찍찍거려? 오늘 거 영상 따서 한번 올려 줘? 기자님들한테 친절하게 기사 마사지 받아 보게?”
그런데 평소 같으면 뒤로 물러났을 홍현주가 어찌 된 영문인지 이를 악물고 덤빈다.
“그래? 그러면 난 장소연이 오늘 액세서리 훔쳤다고 기사를 내달라고 할 건데? 한번 해보시든지!”
오~ 제법인데?
하지만 인생은 실전이야 현주야.
“그래 보시든가. 대신 그 기사 한 줄이라도 나면 소송당할 각오 해.”
뒷담화 수준이야 넘어갈 수 있지만 기사로 나오면 그건 차원이 다르다.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법적 소송을 벌일 거다.
순간 말문이 막힌 홍현주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이이익!!”
결국 더 할 말이 없어진 그녀는 부들부들 떨다가 몸을 홱 하고 돌린다.
홍현주의 화장대는 입구 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탑 모델인 반현희와 성희민도 눈치를 보다 홍현주를 따라간다.
탑 모델인 두 사람은 오늘 무대의 서브 아이템을 장착하고 나가는 터라 장소연의 바로 뒤와 옆인데 말이다.
그때 뒤늦게 내 곁에 도착한 진아람 대표대행이 웃음을 짓는다.
“호호. 우리 정 실장님은 못하는 게 없는 거 같은데요?”
“그거······ 협박 잘한다고 돌려 말하는 거죠?”
진아람 대표대행이 생긋 눈웃음을 짓는다.
“협박도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게 좋죠 뭐.”
진성의 얼음공주라는 별명은 얼음송곳처럼 정곡을 찔러서 그런가 보다.
난 졌다는 표정을 짓고선 장소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연아.”
장소연이 울상을 짓는다.
“실장님! 저 진짜 안 훔쳤어요! 저 아시잖아요? 동생들 데려와야 하는데 왜 그러겠어요? 진짜예요!”
“그래. 믿어. 그러니까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세하게 좀 말해 봐. 단 하나도 빠짐없이.”
장소연이 그제야 진정을 하고 현장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 * *
장소연은 현장에서 귀걸이를 벗어 액세서리 케이스에 넣은 뒤 단 한 번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액세서리 전담 관리인이 자리를 비웠을 무렵 선배 모델들이 돌아가면서 차례로 자기 자리에 찾아왔다고 한다.
오늘 쇼의 메인이니만큼 잘 부탁한다며 다들 악수를 하고 잘 대해 주더라면서.
그리고 홍현주와 반현희 그리고 성희민 역시도 찾아와서 몇 분을 머물다가 갔다고 한다.
‘텃세에 당했군.’
패션모델 세계에서는 신입 모델을 상대로 고참들이 텃세를 부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그 텃세의 방식이 꽤 저열한 편이었다.
실수인 척 몰래 발을 걸어 넘어뜨려서 옷을 버리게 한다든지 액세서리에 부딪히거나 떨어뜨리게 해서 손상을 입히는 식으로.
티가 나지 않는 교묘한 그 행동으로 인해 상품이 망가지거나 하면 당한 신입 모델들은 주최 측에게 엄청난 비난과 질책을 받는다.
패션쇼의 주인공은 모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패션 상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입 모델들은 그런 일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자기 선배들에게 깍듯하게 대한다.
반대로 연차가 높은 패션모델들은 복수를 당할까 봐 자기 근처에 못 오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그런데 모델 경험도 없는 생초짜 신인이 명품 브랜드의 모델이 되었는데 시기하고 질투하기는커녕 찾아와서 선배들이 먼저 인사를 하며 반겼다는 건 회귀 전 경험을 통틀어도 없던 일이다.
딱 봐도 이건 누군가가 일을 꾸몄다는 뜻.
그렇다면 그런 일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서 딱 셋이다.
HK 섬유의 차녀로 로열패밀리이자 소규모 패션쇼를 스스로가 열기도 하는 홍현주.
그리고 탑 모델인 반현희와 성희민이 바로 그 대상이다.
그녀들만이 여타 모델들에게 압력을 넣어서 신입 모델에게 먼저 인사를 하라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난 장소연의 귀걸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도 알 수 있었다.
선배들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액세서리 케이스를 열고 귀걸이를 슬쩍 빼낸 것이 틀림없다.
텃세를 잡는 최악의 방법 중 하나인 ‘흘리기’인데 보통은 꺼낸 액세서리를 보이지 않는 곳에 흘려 놓고 주최 측에게 나중에 알려 준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흘린 걸 찾았다는 식으로.
하지만 그들이 딱 하나 실수한 건 장소연이 자리에서 엉덩이를 일절 떼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그들 세 사람은 아까 장소연이 자리에 없었다며 거짓말로 입을 맞춘 것이었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액세서리를 발견했다 하려고.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은 조금 전 거짓말을 한 셋이 공범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거였군.’
범인도 나왔고 범행 수법도 뻔히 나왔다.
그렇다면 사라진 액세서리는 조금 전 세 사람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경험에서 나온 추정이었기에 범인을 지목하고 실토하게 하기에는 어려웠다.
‘어떻게 저 셋에게 실토를 시키지?’
그때였다.
벌컥.
대기실의 문이 열리더니 루이비숑의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나타났다.
메인 쇼 액세서리 아이템인 ‘버터플라이’의 귀걸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행사장에서 손님들을 만나다가 대기실로 달려온 것이다.
험악한 라이언 킴의 표정에 모델들이 주눅이 든 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버럭 소리를 내지른다.
“안녕 못 하니까 입 다물어!”
그와 동시에 인사를 하려던 모델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양쪽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저벅저벅.
빠르게 걸어온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날 보자마자 언성을 크게 높인다.
“정 실장님! 지금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메인 아이템인 버터플라이의 귀걸이가 사라지다뇨! 오늘 쇼를 날려 먹으려고 작정을 하신 겁니까?”
처음엔 그를 진정시키고 협상을 하려 했다.
하지만 씩씩거리는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범인들이 자신들의 범행을 실토하게 만들 방법이 머릿속에 번뜩이며 떠올랐다.
‘라이언 킴 이사님. 저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