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2화
752. 왕미인 작가 1
올해 22살인 MBS 방송 아카데미 출신인 왕미인 작가는 원래 드라마 작가가 되려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 번번이 떨어지며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하루에 라면 하나씩 먹는 생활을 견디다 못해 방송국 예능 작가 막내로서 작가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 5년이 지난 후.
왕미인 작가는 스타와 그들 자녀 간의 일상을 다루는 <엄마 아빠 어디 갔어요?>로 화려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녀는 예능에 휴머니즘을 섞는 특유의 센스로 남들은 10년이 지나야 할 수 있다는 메인 작가를 5년 만에 된 것이었다.
하지만 왕미인 작가의 성공은 비단 예능으로 끝나지 않았다.
드라마 작가를 지향했던 왕미인 작가는 예능 작가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드라마 대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10대 쌍둥이 축구 선수들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우리두리 형제들> 청소년들이 가출해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이 템포로 다룬 <열혈 고딩 방랑기> 등의 대본을 써서 성공을 거둔다.
대형 스타를 쓰지 않고 과감하게 신인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조연으로 배치했는데도 두 작품 모두 시청률 20%를 연달아 넘겨 버린 것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했지만 성공한 건 예능 작가 생활을 하며 꼼꼼한 관찰력으로 개개인에게 캐릭터를 만들어 주던 경험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이돌 기획사들에게는 ‘왕’ 작가님으로 불리게 된다.
노래밖에 못 하는 아이돌에게 ‘연기돌’이란 호칭을 얻게 해줘서 그들의 몸값을 몇 배나 뛰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런 능력자가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와 있다.
굴렁쇠 엔터의 상장을 앞두고 각종 호재를 더해야 할 바로 이때 말이다.
그래서 기분 좋게 질문지를 확인했지만 그녀가 현장에서 내민 대본은 어제 전화 인터뷰를 한 것과는 달랐다.
‘이건 최은세 메인 작가의 짓이군.’
보통 현장 녹화를 하기 전 하루나 이틀 전 전화상으로 세세한 사전 인터뷰를 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의 질문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 내용 자체를 싹 뒤집을 힘이 있는 건 MBS에서만 10년 차 예능 작가 생활을 하는 <토크쇼! 예능 세상>의 메인 작가 최은세밖에 없었다.
난 표정을 굳힌 채 왕미인 작가에게 질문지라고 받은 A4 용지를 내밀었다.
특히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짚으면서.
“이 질문지 메인 작가님이 수정하신 거죠?”
[채미현]
-강은기 대표의 과거에 대해서 많은 뒷말이 있던데 알고 있는지?
-채미현 씨는 개과천선이라는 말을 믿으세요?
-동생인 채석현 씨의 존재를 십수 년 동안 숨긴 것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할 말은 없는지?
······.
강은기와 채미현은 <전지적 관찰 시점>의 첫 방송에서 스스로 문제를 다 밝혔다.
그 탓에 일부의 문제 제기가 있어도 팬들은 대부분 호의적인 분위기였다.
과거를 미화하지도 않고 반성했고 앞으로 그 잘못을 갚아 가며 살아가겠다고 용서를 구했으니까.
게다가 현재 보육원 기부나 발달 장애아동 지원 활동으로 반성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모습도 보였고.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면 겨우 덮어 놓은 문제를 들추어서 분란을 일으키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다.
최은세 작가는 덕배와 유진이를 상대로도 말도 안 되는 질문 항목을 교묘하게 숨겨 놓았다.
[최덕배]
-덕배 군은 한울이가 친동생도 아닌데 무슨 생각으로 자기 동생으로 들였습니까?
-한울 군은 덕배 군한테 섭섭한 건 없어요? 아무래도 친형제가 아니니까 알게 모르게 불편한 점이 있을 거 같은데······.
[정유진]
-최근 미소의 스케줄이 많아져 겹치기 출연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너무 많은 걸 강요하는 거 아닌가요?
-아역 배우들은 고된 촬영 때문에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던데 그 점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최은세 메인 작가는 제주도에서 오성연에게 술 접대를 시키다가 퇴출된 안채형 PD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었다.
게다가 사적으로도 친밀한 관계였고.
그러다 보니 내게 복수를 하려고 일부러 이딴 짓을 한 거다.
“이거 최 작가님이 수정하신 거 맞죠?”
메인 작가가 저지른 짓이냐고 다시 한번 묻자 왕미인 작가는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저기 그게······.”
그때 곁에서 질문지를 본 강은기는 화가 났는지 언성을 높인다.
“전화로 인터뷰한 거랑 내용이 왜 이렇게 다릅니까 왕 작가님?”
왕미인 작가가 얼굴을 빨갛게 변한 채로 답한다.
“저기 두 분이 <전지적 관찰 시점>에서 말씀하신 것을 추린 건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걸 다시 언급하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제가 방송은 모르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난 우선 흥분하는 강은기를 말렸다.
“은기야. 잠깐만! 여기 왕 작가님이 쓴 거 아냐. 이렇게 현장에서 질문을 자극으로 바꾸는 건 메인 작가밖에 못 해.”
“뭐?”
“내가 아는 왕 작가님은 이런 매운맛으로 질문하는 사람 아냐. 오히려 덮어 줬으면 덮어 줬지.”
같은 말을 해도 곱게 하는 사람이 있고 밉게 하는 사람이 있다.
시청률에 목숨을 걸고 악마의 편집을 해대는 연예 PD들과는 달리 왕미인 작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작가였다.
그래서 그녀가 만드는 예능과 드라마들은 모두 ‘힐링’ 요소가 가득했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질문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왕미인 작가는 선뜻 메인작가가 수정했다고 대답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갈 곳은 한 곳뿐이다.
“아무래도 PD님을 만나서 상의해야 할 거 같네요.”
강은기 역시 내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오케이. 같이 가자.”
난 그 즉시 새롭게 PD가 된 고민형 PD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왕미인 작가가 뒤늦게 우릴 따라오며 외친다.
“저기요! 두 분! 그러시면 안 돼요!”
메인 작가가 질문지를 보여 주라는 건 어떻게든 우리에게 보여 주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납득시키라는 것.
보통 매니저들은 마지못해 납득하겠지만 내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강은기와 함께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자 왕미인 작가가 당황해서 종종걸음으로 쫓아온다.
난 당황한 그녀를 보며 속으로 답했다.
‘왕 작가님.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난 지금부터 ‘최은세 작가’가 망쳐 놓은 질문지 대신 ‘왕미인 작가’에게 질문지와 대본을 다시 써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어떤 누구도 내 배우에게 손댈 수는 없다.
그리고 내 친구에게도.
* * *
올해 32살인 고민형 PD는 감독 의자에 앉은 채 우리에게 받은 대본과 같은 대본을 검토하고 있었다.
고민형 PD는 조연출로 3년 동안 생활을 했던 PD였는데 안채형 PD가 잘리면서 이 <토크쇼! 연예 세상>을 맡게 된 PD였다.
그런데 PD를 따로 만나서 대본 수정과 질문지 수정을 변경하려는 계획은 시작과 동시에 실패로 돌아가 버렸다.
고민형 PD의 곁에는 ‘왕 작가’ 최은세가 앉아 있어서였다.
메인 작가 중에서도 흥행 프로그램을 연달아 만들어 내어서 현장에서 영향력이 높은 작가를 ‘왕 작가’라 부르곤 한다.
보통 그런 ‘왕 작가’들은 업계에서 10년 이상 구른 경험치와 인맥 그리고 연예인 섭외력이 있었기에 PD도 함부로 대하는 게 버거운 존재였다.
물론 내게는 대처 방법이 있었지만 이렇게 함께 있다면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정면 돌파를 하는 수밖에.
“고 PD님 최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난 일단 정중히 두 사람에 인사했다.
대본을 보던 고민형 PD가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다.
“아 예. 정 실장님.”
그 역시도 질문지가 꺼려지는지 표정이 영 어둡다.
그 순간 최은세 작가가 미간을 찌푸리며 날 올려다본다.
“정 실장. 왜 왔어?”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질문이 있더라고요. 그 문제로 상의드리려 왔습니다.”
그때였다.
최은세 작가가 썩소를 짓더니 내가 아닌 우리 뒤를 따라온 왕미인 작가에게 소리를 지른다.
“야 막내. 이런 문제는 네 선에서 끊어야지 어디서 매니저들이 날 찾아오게 만들어? 엉?”
“죄 죄송해요. 작가님.”
“죄송할 짓을 왜 해?”
“죄송······.”
“됐으니까 넌 이 프로그램에서 빠져. 하여간 대학도 안 나온 것들을 이렇게 막 데려다 쓰니까 개념이 없지.”
생계가 걸려 있는 왕미인 작가다 보니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에도 불구하고 애원하기 시작한다.
“작가님. 죄송해요. 제가 다시 말할 테니까 한 번만 기회를······.”
최은세 작가는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짓고선 다시 한번 외친다.
“야! 막내! 너 귀도 어두워? 당장 안 나가고 뭐 해? 사람 불러다 끌어내 줘?”
왕미인 작가는 눈물을 참으며 어깨를 들썩이더니 천천히 몸을 돌린다.
난 그 즉시 왕미인 작가의 팔목을 잡았다.
“왕 작가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왕미인 작가의 가녀린 몸이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최은세 작가가 미간을 찌푸린다.
“걔가 왜 왕 작가야? 앙? 걘 그냥 작가도 아닌 막내야!”
최은세 작가는 ‘왕 작가’란 호칭은 자기만의 것이라며 왕미인 작가는 앞으로 막내 작가라고 부르라며 언성을 높인다.
웃기고 있네.
왕 작가가 왕 작가지 그럼 최 작가냐?
난 왕미인 작가의 팔목을 잡은 채로 답했다.
“전 작가가 아니라서 복잡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왕씨 성을 가진 작가분을 왕 작가님이라 부르는 게 뭐가 어떻습니까?”
“모르면 배워! 그리고 정 실장 너. 요즘 잘나간다는 소리를 들어서 콧대 높아진 건 아는데 방송국이 우습게 보여? 질문지 봤으면 네~ 하고 끄덕이면 되지 어디 작가랑 PD한테 찾아와서 이 난리야?”
“우습게 알다뇨. 저만큼 방송국 무서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오히려 최 작가님이야말로 방송국을 우습게 보시는 거 아닙니까?”
“뭐라고?”
“이 질문지대로 대답한 게 방송에 나가면 저희가 받는 피해도 피해지만 방송국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팬들의 항의는 기본일 거고 앞으로는 다른 배우들도 무서워서 출연 결정도 안 하겠죠. 그러면 자연히 시청률도 떨어질 테고요.”
타당한 논리를 대며 말했지만 최은세 작가가 지지 않겠다는 듯 한 옥타브 더 언성을 올린다.
“질문을 심심하게만 하면 시청률이 바닥 찍어! 적당히 자극도 넣어주고 흔들어 줘야 시청률이 나오는 거야. 이게 어디서 알지도 못하면서 큰소리야! 엉? 너 요즘 잘나간다고 막 나가는 거야? 너 내가 우스워?”
연달아 예능 3개를 성공한 최은세 작가 정도 급이면 국장급도 함부로 상대하지 못한다.
그러나 난 그들과는 다르다.
내게는 최은세 작가가 숨기고 있는 치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막 나간다고 하셨으니 말씀하신 대로 막 나가 보죠. 최 작가님이 안채형 PD님이랑 친하게 지냈던 거 압니다. 대본이랑 질문지 이렇게 변경한 건 사적으로 복수하려고 하시는 거잖습니까?”
“이 이게 어디서 말이면 단 줄 알아? 복수라니!”
난 화를 내는 최은세 작가의 말을 끊었다.
“제주도 KN 호텔.”
최은세 작가의 얼굴이 굳는다.
내가 지금 말하는 건 안채형 PD와 최은세 작가와의 불륜 장소이기 때문이다.
“작가님을 생각해서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도 원래 약속한 대본으로 가시죠.”
“너······ 너······.”
“그리고 원한은 저한테만 푸십쇼. 애먼 배우들에게 풀지 마시고요! 예?”
최은세 작가가 부들부들 떨며 날 노려본다.
보통은 이렇게 되면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최은세 작가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고 PD 보고만 있을 거야?”
“예?”
“정 실장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놓는데 보고만 있을 거냐고. 나 대본 손 놓을까?”
“설마 그만두실 거라는 이야기십니까?”
“당연하지. 매니저가 방송 프로를 간섭하는데 작가가 어떻게 대본을 써? 난 그딴 대우 받으면서 대본 쓸 생각 없으니까 고 PD가 선택해.”
어쭈?
나한테 밀리니까 그만두겠다고 PD를 협박해?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PD를 도와주는 수밖에.
난 곧장 고민형 PD에게 말했다.
“최 작가님이 정말 그만둔다면 앞으로 4주간 저희 굴렁쇠 엔터에서 출연 배우를 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저나 여기 은기도 출연할 수 있고요.”
메인 작가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게스트 섭외력’이다.
고정 출연자들이 정해져 있는 예능과는 달리 <토크쇼! 연예 세상>은 1주일의 핫한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매주 인기 연예인들을 섭외해야 하는 게 고민형 PD의 가장 큰 고충이다.
하지만 내가 나선다면 최은세 작가가 할 일을 대부분 커버해 줄 수 있다.
우리 정 실 소속 배우와 가수들이 한 번씩만 출연해도 4주 아니 4달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동안 다른 메인 작가를 구하면 되고.
고민형 PD의 얼굴에 빠르게 근심이 사라진다.
최은세 작가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다시 한번 협박한다.
“고 PD. 다 당신 당장 오늘 대본도 없이 방송할 자신 있어?”
이건 더 쉽지.
“고 PD님. 요즘 우리 최 작가님이 작가실 식구들이랑 내기 골프를 즐기시느라 막내 작가들한테 대본을 떠넘긴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 말인즉슨 이 프로에서는 막내 작가만 있어도 대본 나온다는 소리잖습니까?”
최은세 작가의 볼살이 더욱 떨리기 시작한다.
“너 너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회귀 전 이맘때 당신이랑 스크린 골프장에서 내기 골프를 친 게 나였으니까.
그때 눈 딱 감고 잃어 준 내 돈 100만 원.
그 값은 이걸로 퉁쳐 주지.
고민형 PD가 결국 결단을 내린다.
이제 막 첫 작품을 연출하게 되었는데 시작부터 작가에게 휘둘리기 싫어서였다.
“왕 작가. 대본 가능해? 어제 짠 기본 대본은 있으니까 질문지만 변경하면 될 거 같은데?”
왕미인 작가가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할게요. 할 수 있어요! 맡겨만 주세요! 어차피 기본 형태도 제가 거의 다 작성한 거예요.”
당장 생계를 눈앞에 둔 그녀는 이것밖에는 길이 없었다.
“그럼 부탁 좀 하자. 오늘 하는 거 보고 향후에도 자기 분량을 정해 줄 테니까 한번 해봐.”
“예. PD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때였다.
최은세 작가는 우릴 보며 바락바락 화를 내며 몸을 돌려 버렸다.
“씨X! 나 없이 방송이 잘 되나 두고 보자!!”
탁탁탁.
그 순간 최은세 작가를 따라 다른 작가들 몇몇도 뒤를 따라 사라진다.
쾅.
스튜디오에 있는 문이 거칠게 닫힌다.
고민형 PD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선 날 쳐다본다.
“죄송합니다. 실은 저도 최 작가님이 질문지로 장난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남의 소속사 귀한 연예인들을 불러 놓고 뭐 하는 짓인지 회의도 들었고요.”
“아닙니다. PD님 잘못이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저야말로 사태를 이렇게 벌여서 죄송합니다. 대신 확실히 지원하겠습니다.”
강은기 역시 내 말을 거든다.
“PD님. 저희 리버스도 협찬 빵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고민형 PD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왕미인 작가를 쳐다본다.
“우리 왕 작가만 힘을 내주면 되겠는데?”
왕미인 작가가 고개를 끄덕인 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타이핑을 시작한다.
타닥타닥.
경쾌한 타이핑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10분 뒤.
왕미인 작가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노트북을 내민다.
고민형 PD가 대본을 보고 씨익 웃는다.
“우리 왕 작가 센스가 이렇게 좋았어? 기대 이상인데?”
“감사합니다!”
고민형 PD가 환한 표정으로 내게도 노트북을 보여 준다.
“정 실장님도 한번 보시죠. 제가 볼 땐 괜찮은 거 같네요.”
노트북 화면을 본 순간 내 선택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왕미인 작가가 수정한 대본은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