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7화
747. <프로젝트 I.O.A> 첫 방송 3
‘스마트워치겠군.’
두툼한 파운데이션 케이스는 시계 줄을 뺀 스마트워치가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였다.
“미희야······ 케이스 한번 열어 봐.”
“시 실장님. 그 그게요.”
송미희는 파운데이션 케이스를 양손으로 꼭 쥔 채 말을 덜덜 떨기 시작한다.
순간 우연희 역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연희가 난생처음 듣는 큰 목소리로 외친다.
“송미희. 너 뭐 해? 빨리 안 열어!”
“언니······.”
송미희가 그래도 주저주저하자 우연희가 손을 뻗어 파운데이션 케이스를 가로챘다.
탁.
우연희가 파운데이션 케이스를 열어 본다.
달칵.
그 순간 우연희가 손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파운데이션 케이스 가운데엔 내가 생각한 대로 줄이 없는 얇은 스마트워치 본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너 너 이거 뭐야? 응?”
그 순간 송미희는 테이블에 엎드리며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잘린다고 해도 어떤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을 가지고 숙소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끄으윽······. 어흐흑······.”
그 순간 스마트워치가 든 파운데이션 케이스를 든 우연희도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아빠 때문에 아이돌이 되지 못했던 송미희가 이번에는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찼기 때문이었다.
“바보야······ 이 바보야······ 왜 이랬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두 사람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난 조용히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 * *
잠시 후.
영원할 것 같은 두 사람의 울음이 멈춘다.
우연희는 테이블에 엎드린 송미희를 가만히 바라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내게 어렵게 말을 꺼낸다.
“윤호 오빠······.”
마음 착한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안다.
봐달라고.
딱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다.
아직 정보가 유출된 것도 아니니까.
“오빠 우리 미희. 한 번만 도와주세요. 예? 제발요. 절 봐서라도요.”
지난 10년간 어떤 매니저도 도와주지 않았던 송미희를 제발 도와달라며 우연희가 손을 모아 빌고 있었다.
송미희가 실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껏 아무도 돕지 않아서 저지를 수밖에 없는 실수였다면서 말이다.
잠시 고민했지만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그래 돕자.
우연희의 말대로 아직은 사고가 터진 게 아니니까.
한국 최고의 매니저였던 내가 회귀까지 하고서 이런 어린아이 하나 못 도와준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또한 에브리데이가 알려준 덕분에 그 어떤 정보도 유출되지 않았다.
마치 이 일을 막으란 것처럼.
그렇기에 난 우연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송미희를 돕는 것이 우리 <프로젝트 I.O.A>를 돕는 길이기도 했다.
지금 이 사실이 알려져서 만에 하나 내부 정보가 유출될 뻔했다는 알려진다면?
그 뒤로는 보안을 철저히 하겠다고 대중에게 말을 해도 전혀 말이 먹히지 않게 된다.
즉 송미희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다만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사정은 알아야겠다.
그래야 송미희를 꼬드겨 이번 일을 꾸민 이들에게 되갚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송미희의 이름을 불렀다.
“미희야.”
송미희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대답한다.
“죄송해요······ 실장님······.”
“고개 들어 봐.”
송미희가 느릿느릿 고개를 든다.
화장이 다 지워져 엉망이 되어서는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누가 너한테 이렇게 하라고 했어?”
송미희는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답한다.
“TNT 엔터요.”
역시나 온종일 날 괴롭히던 TNT 엔터가 사주한 것이다.
“TNT 엔터에서 정확히 누가?”
“안채선 이사님이요.”
TNT 엔터 안채선 이사는 유강석 대표의 왼팔로 불리던 수완가였다.
그런데 유강석 대표가 구속되자 방상영으로 줄을 갈아탄 모양이다.
오늘 방상영이 날뛰고 있어서 당연히 그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럼 용서해 주는 대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해 줄 수 있어?”
모든 것을 포기했던 송미희의 눈에 ‘희망’이 깃들기 시작한다.
“절 용서해 주신······다고요?”
“그래. 그런다고 네가 합격을 할 수 있냐 없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송미희가 울먹거린다.
“실장님······.”
“대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그리고······ 적어도 한 명은 네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한다. 아 그리고 너의 아빠 문제는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번에 영입한 장소연처럼 누군가라도 도와줬다면 절대 엇나가지 않을 아이인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우연희가 이렇게 보호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순간 우연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꾸벅 숙인다.
“감사합니다 윤호 오빠!”
체리블라썸의 리더로 탑 아이돌이 된 우연희였다.
그런데 우연희는 자신의 지인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걸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역시나 인성 바른 사람과 일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송미희도 따라서 일어나서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인사는 됐고. 이야기 좀 해봐. 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송미희가 눈물을 닦고 이런 짓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 * *
TNT 엔터는 내가 제보했었던 배우의 불법 도청 건으로 인해 휘청거린 적이 있었다.
당시 회사의 재정이 급속도로 안 좋아져서 핵심 인재만 지키고 회사의 소속된 연습생들을 모조리 잘랐다고 한다.
그때 송미희와 함께 데뷔를 준비하던 팀도 해산되었다고 한다.
내가 TNT 엔터를 건드린 탓에 졸지에 피해자가 된 셈이었다.
그녀를 돕겠다고 결심한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어쨌건 실의에 빠져 있던 송미희는 우연히 <프로젝트 I.O.A> 오디션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오디션에 지원한 송미희지만 오디션 현장에서 벽에 부딪혔다고 한다.
경쟁자가 될 한국 지망생들의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10년의 경험으로도 이길 자신이 선뜻 들지 않을 정도로.
그래도 최선을 다한다면 I.O.A에 선발되진 않아도 다른 회사에서 계약 제의가 올 거란 기대로 죽어라 연습을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고 한다.
감옥에 간 아빠가 가석방으로 출소한다고.
그 전화를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단다.
또다시 아빠의 폭력을 견딜 자신이 없었던 송미희는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아이돌에 합격하고 나면 회사가 나서서 아빠로부터 엄마를 지켜내 줄 것 같아서.
그리고 그 타이밍에 자신을 내친 TNT 엔터에서 악마의 손길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TNT 엔터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이돌로 무조건 데뷔시켜준다는 약속을 해서였단다.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만 하면 TNT에서 무조건 데뷔시켜 준다고 했다고?”
“예. 이번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지금 만들고 있는 걸그룹 ‘렛미인’에 넣어 준다고 했어요.”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약속이야말로 절대 지켜지지 않는 약속인데.
“아니 그 이전에 내부 정보를 빼돌리다 걸리면 아이돌이고 뭐고 다 끝인데 그땐 어떻게 하려고 했어?”
“샤워실이나 탈의실에는 카메라가 없으니까 절대 안 걸릴 거 같았어요. 그리고······ 걸린다고 해도 TNT 엔터에서 돈이든 뭐든 보상해준다고 했어요. 근데 그보다는 당장 아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게 제일 컸어요.”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이돌이 되는 것만이 엄마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는 것도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어른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도 말이다.
사정을 들은 우연희가 또다시 눈물을 그렁그렁 흘린다.
“얘. 나한테 말하지. 그러면 둘 다 도와줄 수 있는데!”
“미안해 언니. 미안해······.”
또다시 두 사람의 울음이 터지려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밖에서는 안채선 이사가 내부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때였다.
오늘 일을 꾸민 TNT 엔터에게 엿 먹일 방법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미희야 너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겠니?”
송미희가 팔로 눈물을 훔친다.
“말씀만 하세요. 제가 다 할게요.”
“그래. 그럼 네 약점을 잡고 흔든 TNT 엔터한테 우리 제대로 엿 한번 먹여 보자.”
난 그녀에게 TNT 엔터를 엿 먹일 세세한 계획을 말해 주기 시작했다.
* * *
송미희에게 계획을 말해 준 뒤 2번 연습실로 지영식 PD를 불렀다.
서둘러 달려온 지영식 PD는 파운데이션 케이스에 든 스마트워치를 본 순간 흥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기대하던 송미희가 이런 짓을 했다는 게 더욱 화가 난 것이다.
“송미희 이거 뭐야!”
난 급히 지영식 PD를 진정시켰다.
“TNT 엔터가 미희를 협박해서 내부 정보를 캐내라고 했습니다. 미희는 협박에 고민하다가 친한 연희를 부르고 이어서 제게 제보한 겁니다.”
“제보를 했다고요?”
“예. 아까 방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네요. 이걸 가지고 들어온 건 방송국에도 심어 놓은 사람이 있다고 협박을 받아서고요.”
그 순간 지영식 PD가 씩씩대며 송미희를 노려본다.
“송미희!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나한테 미리 말을 했어야지! 이제 와서 이걸 내밀면 어떻게 하라고!”
그때였다.
송미희는 내가 시킨 대로 고개를 푹 숙이며 죽을죄를 지었단 표정을 짓는다.
“미리 말씀을 드리면 촬영도 하기 전에 잘라 버릴 것 같아서 겁이 났어요. 방송국 예능 PD님들은 사람 하나 자르는 건 너무도 쉽게 하시니까요. 특히 오디션 프로에서는 악마의 편집을 하기도 하잖아요.”
“아니 우린 그런 짓은 안 하······.”
지영식 PD가 말을 잇지 못한다.
송미희의 말대로 오디션 PD들은 시청률 때문에 악마의 편집을 하는 게 일상다반사기 때문이다.
“하······ 그래. 네 말이 맞다. 내가 아니라도 강대웅 CP님 같은 경우는 자르자고 했겠네.”
지영식 PD가 한숨을 푹 내쉰다.
송미희가 다시 한번 고개를 테이블에 닿을 듯 숙인다.
“죄송해요 PD님.”
송미희가 연거푸 사과하자 지영식 PD가 날이 조금 죽는다.
순간 내가 끼어들었다.
“미희가 큰 용기 내서 고백했으니까 아무런 불이익이 없었으면 하는데······ PD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지영식 PD가 주저하다 말한다.
“뭐 저도 융통성이 없는 놈은 아닙니다. 아직 정보를 빼돌린 것도 아니니까 이 일은 저희끼리만 알고 덮죠.”
됐다.
가장 힘든 허들을 넘겼다.
PD 쪽에서 송미희가 어떤 변명을 하든 자르려고 하면 답이 없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용서를 해준다.
그때 지영식 PD가 묻는다.
“혹시 해결책 같은 거 생각해 둔 게 있습니까?”
“당연히 있습니다.”
제일 큰 고비는 넘겼으니 이젠 TNT 엔터를 엿 먹일 차례지.
“혹시 고소할 예정입니까?”
“아뇨. 이 건으로는 직접 고소 못 하죠.”
“왜요? 고소도 하고 방송국 출입 금지도 때려야죠.”
“그랬다가는 내부 정보가 샜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쓸까 합니다.”
“어떤 방법이요?”
“거짓 정보로 TNT 엔터도 엿을 먹이고 노이즈 마케팅도 좀 하려고요.”
난 무조건 숨기는 게 아니라 송미희의 입으로 거짓 정보를 퍼트릴 계획을 세웠다.
“첫 정보가 완전히 엇나가 버리면 대중들은 더는 기사를 믿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희 프로그램은 알리고 기사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이거네요?”
“그렇죠. 그리고 아마 앞으로는 스포할 엄두조차 내지를 못할 겁니다.”
지영식 PD의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생각만 해도 쌤통이네요.”
“그러면 이제 미희가 TNT 엔터의 안채선 이사에게 가짜 명단을 넘겨줘도 괜찮겠습니까?”
지영식 PD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예.”
허락이 떨어졌다.
난 그 즉시 송미희를 쳐다봤다.
송미희가 눈을 초롱초롱거리며 묻는다.
“그럼 전 안채선 이사님께 뭐라고 전하면 되나요?”
난 태블릿에다가 명단을 쓰기 시작했다.
“이대로만 알려줘. 1팀은 예성연 최연미 류란 미나모토 아오이. 2팀은 고은서······.”
난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팀으로 소속되지 않은 가짜 팀 명단을 태블릿에 적었다.
지영식 PD가 명단을 보며 피식 웃는다.
“이 명단 나가면 기자들 신뢰도가 바닥을 치겠어요. 거의 제가 로또 맞을 확률이랑 같네요.”
지영식 PD는 매주 로또를 사지만 5천 원짜리 하나 당첨된 적 없는 똥손이었다.
그래서 방송국 스태프들은 그가 사는 로또 번호를 피해서 산다고 한다.
“그러면 미희가 전화해도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허락받은 순간 송미희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워치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지잉~
스마트워치의 전원이 들어온다.
우리 모두 조용히 숨을 죽이자 송미희가 스마트워치로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자마자 상대가 전화를 받는다.
송미희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사님······ 늦어서 죄송해요······ 화장실 오는데 눈치가 보여서요······.”
안채선 이사가 조용히 속삭이듯 말한다.
-괜찮으니까 빨리 말하기나 해. 명단이든 소식이든.
“애들은 별 소식 없고 팀 명단은 있어요. 불러 드릴게요.”
-빨리 불러. 기자분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예. 1팀은 예성연 최연미 류란 미나모토 아오이. 2팀은 고은서······.”
최미희는 목소리를 죽인 채 내가 적어 준 가짜 명단을 읽기 시작한다.
* * *
스마트워치로 전화를 마친 뒤 송미희가 눈치를 본다.
“전화 끝났어요.”
“수고했어. 그리고 네 아빠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돌아가서 연습만 열심히 해.”
“예 실장님. 진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송미희가 연거푸 고개를 숙이자 우연희가 나서서 말린다.
“빨리 가자 우린. 우리 윤호 오빠 바빠.”
“어 언니.”
우연희가 송미희를 데리고 연습실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난 이제부터 후속 처리를 위해 지영식 PD와 함께 3층으로 향했다.
잠시 후.
3층 모니터링 룸 앞.
난 지영식 PD에게 당부했다.
“PD님. 여론전은 제가 상대할 테니까 흔들리지만 말아 주십시오.”
“사장님이 오셔도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그때였다.
지잉~
가짜 명단 기사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단독) <프로젝트 I.O.A> 1주 차 팀 메이드 명단 입수! (연예올타임즈 송기범 기자)]
-긴급 입수.
총 33개 팀이 만들어짐.
[1팀] : 예성연 최연미 류란 미나모토 아오이.
[2팀] : 고은서 ······.
······.
(댓글)
-아직 방송 30분 남았는데 벌써 명단 떴어?
-ㅋㅋㅋ. <프로젝트 I.O.A>도 별수 없네. 보안을 그렇게 강조하더니 시작도 하기 전에 방송 망한 각?
-앞으로도 특종 부탁합니다.
-이렇게 정보가 쉽게 새는 거 보니까 혹시 조작 같은 거 일어나는 거 아님? 보안 완전 X망인 듯?
[(단독) <프로젝트 I.O.A> 팀 정보 유출. 보안성만큼은 최고라던 자랑은 어디로? (바로스타 이지우 기자)]
지영식 PD가 기사를 보드니 씩씩대기 시작한다.
“거참. 세상에 믿을 놈 없다더니. 이 양반들이 내 술을 그렇게 먹어 놓고는 뒤통수를 치네?”
송기범 기자는 지영식 PD에게 가장 친근하게 굴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엔터업계에서 송기범 기자를 부르는 별명은 ‘모기’였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빨대를 꽂고 쭉쭉 정보를 빨아간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가짜 피를 쪽 하고 빨아 당긴 셈이다.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아주 작살을 내놓겠습니다.”
해충은 정스코에게 맡겨달라듯 말하자 지영식 PD의 굳은 얼굴이 펴진다.
“예. 정 실장님만 믿겠습니다. 단단히 혼 좀 내주세요.”
“예.”
“그럼 전 먼저 들어가서 방송 준비해야겠네요. 저도 준비할 게 있으니까요.”
현재 시각 오후 9시 30분.
방송까지는 이제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지영식 PD는 연신 부탁을 한 뒤 뒤를 돌아 방음이 되는 두꺼운 모니터링 룸의 문을 연다.
끼이익.
모니터링 룸 안에는 가짜 뉴스가 퍼진 것 때문에 소란이 일어나 있었다.
“PD님! 큰일 났어요!!”
지영식 PD가 당당한 태도로 답한다.
“언제부터 우리가 기자들 가짜 뉴스에 흔들렸어! 걱정하지 마 다 대책이 있으니까!”
암.
그럼요.
나한테요.
지영식 PD는 그렇게 날 믿고서 당당히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쿵.
모니터링 룸의 문이 저절로 닫힌다.
지영식 PD가 들어갔으니 모니터링 룸 안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그럼 이제 나도 시작해 볼까?”
난 심호흡하며 전화를 붙잡았다.
방상영.
당신 사람 잘못 건드렸어.
오늘 하루 날 괴롭힌 대가를 지금부터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