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2화
742. <프로젝트 I.O.A> 시작 1
<프로젝트 I.O.A>는 굴렁쇠 엔터의 글로벌 아이돌 ‘I.O.A’를 최종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름을 뜻한다.
현재 2명이 이미 멤버로 선정된 상태인데 한 명은 왕룽의 여자친구이자 중국의 슈퍼 모델인 릴리의 여동생 링링.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한국 무형 문화재 연화선 선생님의 딸 서희주였다.
<프로젝트 I.O.A>는 그렇게 두 사람을 메인으로 나머지 멤버들을 뽑게 되는데 한국 66명 중국과 일본 각각 33명 총 132명의 예선 통과자들이 경연을 펼쳐서 I.O.A 멤버를 결정한다.
그런데 무려 200억이란 거액이 투자되는 초특급 프로젝트의 실패를 바라는 이들이 왕리나와 미나모토 아오이의 절도에 관한 이야기를 기자에게 흘려 버렸다.
당장은 아직 기사가 뜨진 않았지만 그 기사가 퍼져 나간다면 왕리나와 미나모토 아오이의 첫 이미지가 절도범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무조건 기사가 뜨는 걸 막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난 우선 VIP 라운지 안에서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후 난 지영식 PD와 함께 단둘이서만 먼저 VIP 라운지를 나섰다.
지이잉~
VIP 라운지의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있던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정 실장님! 진짜 오디션 참여자 중에 범죄자가 있다는 데 정말입니까?”
“지 PD. 멤버들 중에 입국 금지 대상자들이 있다며?”
“한국 여행 때 도둑질을 저질렀다던데. 사실이야?”
“설마 아직 입국 안 했어? 그러면 제보가 맞는 거 아냐?”
“아 답답하게 굴지 말고 대답 좀 해줘!”
기자들은 마치 특종이라도 잡은 듯 들뜬 기색이다.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일인데도 그저 가십거리 다루듯 구는 건 언제봐도 열받는 일이었다.
난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준비한 대로 기자들에게 뻔뻔하게 답했다.
“금시초문입니다만?”
기자들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늘 아는 선에서 최대한 대답하던 내가 갑자기 ‘모르쇠’로 나왔기 때문이다.
“에이~ 다 알고 왔는데 왜 이래?”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심하게 쓸 수밖에 없다는 거 알잖아? 좋게 좋게 가자. 적당히 마사지해 줄게.”
부족한 정보를 갖고 떠보는 꼴이라니 가소로울 뿐이다.
만약 기자들 손에 진짜 정보가 있었다면 질문의 내용이 훨씬 디테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 누구한테서 그딴 얼토당토않은 제보를 들었습니까? 예? 좀 알려 주십쇼.”
“그 그건 말 못 하지.”
“어떻게 제보원을 말해?”
건너건너 들었나 보군.
이 정도 상대라면 가지고 놀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뒤쪽에 있던 연예올타임즈 정은옥 기자가 뾰족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그녀는 한번 물면 끝까지 물어댄다고 해서 ‘불광동 피라냐’다.
“그렇게 잡아떼셔도 소용없어요. 왕리나랑 미나모토 아오이 두 사람이 절도죄로 고소되었다고 구체적인 제보까지 받았는데 진짜 이러실 거예요?”
그녀만이 이 중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른 기자들을 선동한 게 당신이로군.’
그렇다면 그녀는 제대로 상대해줘야겠다.
“기자님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의혹만으로 기사 쓰시면 기자님이랑 연예올타임즈 대상으로 고소장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명택이 두 사람에게 한 고소는 취하되었고 입국 금지도 풀렸다.
그렇다면 이미 고위 공무원들은 흔적을 지웠을 게 틀림없다.
즉 나중에 법무부를 압수수색이라도 하면 모를까 그전에 법적 증거를 찾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난 과감하게 정은옥 기자에게 뻔뻔한 태도로 나갔다.
“뭐 뭐라고요? 고소요?”
“예. 아직 의사 타진 중이지만 <프로젝트 I.O.A>의 협찬사들도 기자님한테 고소장 날릴 겁니다.”
대규모 고소장이 날아간다고 하자 정은옥 기자가 움찔하는 게 보인다.
더군다나 SBC 지영식 PD도 내 말을 거들고 나섰다.
“예. 어디 한번 기사 그렇게 써 보십쇼! SBC에서는 오늘 밤 기사로 연예올타임즈 신문사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 뉴스로 낼 거니까! 당신들이랑 우리 SBC 8시 뉴스. 어느 쪽의 파급이 더 큰지 한번 붙어 보죠. 아 물론 고소는 덤이고요.”
대규모 고소를 당해도 이겨낼 자신이 있냐고 묻는 순간 다른 기자들은 슬금슬금 내 눈을 피한다.
-난 빠질래. 정 실장이 너무 당당한 게 불안해.
-그래. 입국 금지 받았는데 문제없다잖아. 그건 제보가 구라란 소리잖아.
-생각해 보니 그렇네. 아우~ 근데 정 실장 독종 저거 기자들이랑 붙으면 끝까지 가. 나 빠진다. 미안.
-정 실장이랑 붙어서 좋은 꼴 본 기자 없어. 난 그냥 원래대로 <프로젝트 I.O.A> 환영 기사나 쓰련다.
기자들이 내 기세에 뒤로 물러난다.
정은옥 기자가 당황해서 주변에 대고 외친다.
“최 기자. 아까 같이 파자며? 정 기자. 너 왜 입 다물고 있어? 그리고 안 기자. 같이 쟤들 조지자고 했잖아!”
정은옥 기자가 고래고래 고함을 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못 박기를 할 차례였다.
“정 기자님은 안 믿기나 본데 좋습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아이들 이야기도 들어 보죠.”
“그 그래! 걔들이랑 다른 애들도 불러와 봐! 어서!”
“물론입니다.”
난 즉시 VIP 라운지 안에 있는 주시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VIP 라운지 문이 열렸다.
링링이 맨 앞.
그 뒤로 북부 한족 미녀인 왕리나와 단정한 일본 부잣집 아가씨 같은 미나모토 아오이 그리고 양빙빙과 류란이 함께 나온다.
다른 기자들은 <프로젝트 I.O.A>에 선발된 아이들의 수준이 높다는 데 놀라 잠시 진실 게임조차 잊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찰칵찰칵!
잠시 기다려 준 난 기자들에게 들으라는 듯 양빙빙에게 물었다.
“빙빙. 오늘 비행기가 늦게 입국한 이유가 뭐지?”
양빙빙이 생긋 웃으며 말한다.
“첫 한국 데뷔를 앞두고 아이들이 긴장해 있어 비행기에서 못 나왔어요. 한국 아이돌이 된다는 기대감에 설레다 보니 다들 잠을 못 잤거든요.”
정은옥 기자가 발끈한다.
“거 거짓말! 입국 금지당해서 그런 거잖아!”
양빙빙이 어깨를 들썩인다.
“누가요?”
이어서 난 류란을 쳐다봤다.
이번에는 류란이 생글생글 웃으며 답한다.
“맞아여. 그리고 입국 금지라녀? 그게 뭔데여? 리나가 입국 금지예여? 한국 오자마자 돌아가야 해여?”
류란은 천연덕스럽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되묻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전세기 안에서 피운 잘못 때문에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어쨌건 두 사람 덕분에 더는 기자 중 의심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하지만 난 방심하지 않고 마지막 비수를 꽂았다.
기자들 뒤로 일반 대중들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님들. 제발 부탁드립니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외국인입니다. 오직 한국을 사랑하기에 이 땅 ‘한국’에서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여기 온 겁니다. 아무리 조회 수 뽑히는 기삿거리가 필요하다고 해도 오늘 하루만큼은 이 땅의 기자로서 손님을 맞는 자세를 보여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난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공손하고 정중하게.
절절한 마음을 담아서.
그러나 대상은 기자 뒤의 대중들을 향해서였다.
그때였다.
링링과 아이들 역시 90도로 고개를 숙인다.
“오늘 밤 SBC 10시. <프로젝트 I.O.A>가 방송됩니다. 많이 시청해 주세요.”
“예쁘게 봐주세요.”
“전 한국 좋아여!”
“한국에 오는 게 꿈이었어요!”
“한국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의 밝은 인사가 인천공항에 울려 퍼진다.
그 순간 인천공항의 관광객들도 화답하듯 환호성을 지른다.
“거 기자님들. 다들 한국이 좋아서 왔다는데 기사 좀 잘 써줘요.”
“그래. 뭐 이상한 기사 좀 쓰지 말고.”
“에이. 설마. 기자들도 양심이 있겠지. 이런 애들한테 나쁜 말을 써서 기레기 소리를 듣진 않겠지.”
일반인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지자 기자들은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이제 이렇게 된 이상 기자들은 <프로젝트 I.O.A> 멤버들을 좋게 묘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들이 태도를 바꾼다.
“나 난 벌써 오늘 환영 입국 행사 기사 쓰려고 했어.”
“그 그래. 정 실장. 나머지 애들은 언제 나와? 빨리 사진 찍자.”
“그래. 나야 그냥 이상한 제보가 있어서 확인 그래. 확인하려 한 거잖아.”
다행스럽게도 기자들 모두 내 편이 되었지만 하지만 여전히 씩씩대는 정은옥 기자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개인적으로 따로 살짝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그녀의 뒤에 배후가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 * *
TNT 엔터 본사 5층.
구치소에 수감된 전 대표 유강석을 만나고 온 우민상 법무팀장이 대표이사실에 들어왔다.
“그래. 유강석 그 인간 상태는 좀 어때?”
“빨리 꺼내 주는 조건으로 오늘 일을 자기가 주도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수고했어.”
“저기 그런데······.”
“할 말 있으면 해.”
“유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 입을 닫고 있을까요? 오늘 자기가 자백한 죄들은 한 달 안에는 절대 못 나올 죄들입니다만?”
방상영은 유강석에게 대신 죄를 뒤집어쓰면 한 달 안에 빼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변호사인 자기가 봤을 땐 최소 3개월.
재수가 없으면 1년까지도 갇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방상영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기만 했다.
“왜? 가서 말해 주려고? 이야~ 우리 우 팀장은 이사 승진할 생각이 없나?”
그때 우민상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눈앞의 남자는 편의에 따라 거짓말이든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여기서 거절하면 자신도 위험했다.
결국 우민상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였다.
꿀꺽.
“아닙니다. 그냥 전······ 유강석 전 대표가 자백을 거꾸로 돌리겠다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되어서 드린 말씀입니다.”
방상영이 그제야 씩 하고 웃는다.
“돈도 받았겠다. 자기 입으로 자백도 했겠다. 절대 못 빠져나가. 그리고 지금 와서 물리면 나보다 더 대단한 양반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어르신들이 괜히 유 대표의 지분을 비싸게 사준다고 했겠어?”
세상에 공짜란 없다.
유강석이 진씨 남매에게 지분을 비싸게 팔아서 좋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자유를 판 돈이라는 걸 아직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하여간 지금은 정윤호 그 자식을 꺾는 데 신경을 써야 하니까 유강석 쪽은 그만 신경 끄자고.”
“예.”
“그나저나 기자들은 기사 언제 올린다고 했지?”
“이제 올릴 시간이 되었습니다.”
“알았어. 그리고 정은옥 기자랑은 이야기 잘됐지?”
“예. 앞으로도 특종은 1착으로 주고 뒷돈은 매달 넣어 준다고 약을 쳤습니다.”
“잘했어.”
그때였다.
“기사 올라옵니다.”
방상영은 흐뭇한 표정으로 기사를 확인하려 폰을 켰다.
<프로젝트 I.O.A>에 참석하는 멤버들 중에서 도둑질을 한 사람이 있다는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기를 바라면서.
“죽은 정보라도 때론 치명타를 입힐 수가 있는 셈이지.”
그런데 자신만만한 말과는 달리 올라오는 기사들은 하나같이 긍정적이었다.
[<프로젝트 I.O.A> 예선 통과자 전세기로 화려한 입국!]
[삼국의 가교를 잇는 초대형 오디션 <프로젝트 I.O.A>. 시작부터 기대 만발]
[<프로젝트 I.O.A>의 링링 중국의 슈퍼 모델 릴리의 여동생으로 밝혀져.]
[빼어난 외모 다양한 개성이 가득한 멤버들의 입국 현장.]
[인천공항을 휘어잡은 I.O.A 예비 군단.]
[최고를 향한 첫걸음. 한국 아이돌계를 평정하러 왔다. 당찬 소감을 밝힌 중국과 일본 66인의 면면.]
[<프로젝트 I.O.A> 당신의 선택은?]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왜들 이래?”
찌라시 기자들은 앞도 뒤도 돌보지 않고 까는 기사를 써대곤 한다.
그런데 다들 큰돈이라도 받아먹은 듯 <프로젝트 I.O.A>에 관한 기사들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SNS에는 불이 나고 있었다.
방상영이 발끈해서 외친다.
“야 우민상! 너 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우민상이 당황해서 말을 버벅거린다.
“그 그게······.”
그때였다.
우민상의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 : 정은옥 기자]
우민상은 화를 풀 상대가 나타나자 급히 전화를 받았다.
“정 기자! 당신 우리 돈 받아 처먹고 이게 무슨 짓이야? 당신 입으로 자신 있다며? 다른 기자들 관리는 맡기라며!”
그때였다.
-우민상 변호사님이시죠?
최근 진성에서 뿌려대는 진짜라면 광고를 통해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더 자주 들은 목소리는 바로 정윤호였다.
“저 정윤호 네가 어떻게······.”
-방 대표도 같이 있으면 좀 바꿔 주십쇼. 정 기자한테 다 들었으니까.
그때였다.
방상영이 전화기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듣고 이를 빠드득 간다.
“병신 새X. 폰 내놔!”
우민상이 손을 덜덜 떨며 폰을 내밀었다.
탁.
방상영이 폰을 뺏은 뒤 답한다.
“난 모르는 일이니까 그게 뭐든 넘겨짚지 마.”
-유강석 그 인간이 감옥에 있는데 이렇게 빨리 대응하는 게 이상했습니다. 근데 당신이 나섰으면 말이 되죠. 당신이 저지른 짓 맞잖습니까?
정윤호는 늘 녹음을 한다는 걸 알았기에 방상영은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시치미를 떼었다.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군.”
-알면서 왜 그래요? 묘하게 기분 더럽게 만드는 게 당신처럼 머리 굴리는 사람 냄새가 나더라고요.
“입조심해!”
-입.조.심.
“야!”
-됐고요. 그나저나 오늘 일. 지난번 굴렁쇠 엔터에서 한 짓까지 얹어서 이번에는 제대로 갚아 드리죠. 기대하세요.
달칵.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겨버렸다.
그 순간 방상영은 머리끝까지 화가나 폰을 집어 던져 버렸다.
파직.
갤럭티카 폴드 2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지만 우민상은 감히 따질 수가 없었다.
방상영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니 정윤호 이 새X는 뭐야? 법무부까지 동원해서 진행한 일을 대체 어떻게 막았지?”
방상영은 정윤호에게 복수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정윤호는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도깨비 같은 상대였다.
한참이나 씩씩대던 방상영은 머리를 굴리며 다음 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TNT 엔터의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건 오직 목숨을 건 약속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끝일 줄 알아? 나 이대로는 못 죽어. 정윤호.’
정윤호의 발목을 잡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각오를 마쳤다.
* * *
정은옥 기자는 과거 TNT 엔터의 돈을 받고 TK 엔터 보이그룹 ‘아이언맨’에 관해 허위 찌라시 저격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찌라시 기사 때문에 ‘아이언맨’이 해체되었었다.
그러나 TK 엔터는 김태권 대표를 비롯해 조폭 계열 연예기획사.
그때의 일을 김태권 대표에게 알린다면 정은옥 기자는 무슨 짓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정 실장. 야 약속대로 다 말했잖아. 그러니까 TK 엔터에는 말 안 하는 거지?”
“알겠습니다. 가보십쇼.”
정은옥 기자는 부리나케 도망가 버렸다.
난 그 즉시 서재일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 검사님. 오늘 입국 금지에 관한 배후는 방상영입니다.”
-TNT 엔터의 유강석 대표가 아니라 방상영이요? 그분 원래 굴렁쇠 엔터 이사 아니었습니까?
“예. 맞습니다. 굴렁쇠에서 해고당했었는데 이번에 잘린 유강석 대신 TNT 엔터 차기 대표로 내정된 듯합니다. 덕분에 지금 TNT 내부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오늘 일을 꾸민 것 같습니다.”
난 정은옥 기자에게 들은 정보를 전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방상영과 유강석 대표의 커넥션을 확인해 보고 방상영의 뒤도 함께 캐보면 되겠군요.
“예. 그러면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전 오늘 방송 때문에 더는 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프로젝트 I.O.A>의 첫 방송이 코앞이라 내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정도 하신 것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신 겁니다.
서재일 검사는 이제부터는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다.
“감사합니다 검사님.”
난 전화를 끊은 뒤 공항을 나온 아이들과 함께 승합차에 올랐다.
* * *
SBC 방송국 정문.
서희주를 필두로 한국 예선 통과자 66명이 줄을 서 있다.
그녀들은 <프로젝트 I.O.A> 로고가 프린트된 하얀 티셔츠와 플레어 치마를 입은 채 꽃목걸이를 쥐고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끽.
총 12대의 거대한 벤X 스프린터 차량이 일렬로 멈췄다.
레드카펫 위를 밟으며 내리자 SBC 전속 악단이 환영 음악을 연주한다.
나를 비롯해 인솔자들이 옆으로 빠지자 중국 일본 예선 통과자들이 레드카펫 위를 걷는다.
레드카펫의 끝에 도착하자 한국 예선 통과자들이 중국과 일본 예선 통과자들에게 꽃목걸이를 건네준다.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쉐쉐! 고마워!”
“아리가또! 간사하므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자 지영식 PD의 지시에 따라 SBC 방송국 계단 앞에 나란히 선다.
“자 신호에 맞춰서 구호 외친다. 준비해. 자 셋~ 둘~ 하나~ 액션!”
아이들이 다 같이 입을 모아 외친다.
『프로젝트 I.O.A! 당신의 선택 당신의 아이돌. 지금 바로~ 투표하세요!』
“오케이!”
지영식 PD가 외치자 스태프들이 줄을 세운다.
“가지고 온 짐은 숙소로 바로 옮겨 줄 테니까 단체복 두 세트랑 태블릿 받아 가.”
“중국은 붉은색 옷 일본은 푸른색 옷이야.”
“한 벌은 경연용 드레스 한 벌은 연습용 트레이닝인데 받은 다음에 대기실에서 경연용 드레스로 갈아입어. 여벌은 숙소에서 지급할 테니까 빨리빨리 움직여.”
스태프들이 외치자 아이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때였다.
일본 쪽 아이들 사이에서 신경 쓰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미나모토 아오이.
오늘 입국 금지를 당할 뻔한 그녀의 주위가 휑하다.
그 순간 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이것들이 감히 이지메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