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0화
740. 훼방 2
이명택이 손을 휘휘 저으며 공중으로 날더니 엉덩방아를 찧으며 땅에 떨어졌다.
쿠웅.
“크아아악.”
이명택이 비명을 지르며 꼬리뼈를 붙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
주시시에게 붙잡아만 두라고 했는데 이명택이 선을 넘은 모양이다.
나와 눈이 마주친 주시시가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죄송해요. 잡아 두려고 했는데 저 인간이 링링의 뺨을 때리려고 해서요.”
죄송은 무슨 죄송.
검찰 수사관이 올 걸 대비해서 가만히 있으라고 한 거지 링링 맞는 걸 보고만 있으란 건 아니었다.
그나저나 뼈를 부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었다.
“괜찮아. 그 정도는.”
그때 이명택이 정신을 차렸다.
“크흐흑. 뭐 뭐야? 정 실장······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
방송 출연을 한 탓에 내 얼굴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어떻게 왔긴. 당신이 우리 소속사 가수에게 사기를 치려 한다고 해서 찾아왔지.”
이명택이 꼬리뼈를 붙잡고 링링과 주시시를 쳐다본다.
“소 소속사라니? 쟤들은······ 중국인인데?”
“그래. 중국인이지. 굴렁쇠 엔터 소속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방송될 <프로젝트 I.O.A>의 메인이야. 왕리나랑 미나모토 아오이가 출연할 프로그램이고. 아 두 사람이 누군지는 알지? 네가 고소한 애들이잖아.”
두 사람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명택의 표정이 흔들린다.
급히 감정을 숨기려고 애를 쓰지만 될 리가 없다.
“뻔히 알고 왔으니까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누가 시켰어?”
“시 시키긴 누가 시켜? 그 도둑 X들 세상 쓴맛을 가르쳐 주려고 내가 고소한 건데!”
그때였다
주시시가 내 곁으로 다가온다.
“저에게 맡겨 주세요. 뼈 한두 개만 부수면 자기가 알고 있는 건 싹 다 불 거예요.”
주시시가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으로 소리를 낸다.
뚝뚝.
당황한 이명택은 꼬리뼈를 붙잡은 채 뒤로 물러난다.
“자 잠깐. 잠깐만!! 불게 분다고!”
조금 전 주시시에 의해 하늘을 날아 본 탓에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다.
난 주시시를 말린 뒤 이명택을 보며 물었다.
“누가 시켰어?”
이명택이 눈치를 보며 답한다.
“누군지 말하면 난 봐줄 거야?”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다시 주시시를 쳐다보자 주시시가 앞으로 한 걸음 나온다.
“한국 영화를 보니까 사기를 치면 손모가지를 날리더군요. 그렇다고 한국에서 칼을 쓸 순 없으니까······ 오른 손목을 부수는 건 어떨까요? 뼈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면 병원에 가도 고치지 못할 거예요.”
군인 출신의 주시시는 내 조언에 따라 말을 부드럽게 바꿨다지만 말속에 든 내용은 살기가 넘친다.
결국 이명택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외친다.
“잠깐 말할게! 이선택 경위! 내 사촌 형! 형이 부탁했어.”
회귀 전 이명택을 체포했을 때 협조하는 경찰이 있었을 거라는 예측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명택이 입을 꼭 다물었기에 공범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공범이 바로 자신의 사촌 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짜 배후는 이선택 경위한테 물어야겠군.’
그때였다.
딸랑.
게스트하우스의 입구 종이 울린다.
그 순간 이명택이 보지도 않고 힘차게 외친다.
“형!”
설마 링링과 주시시 때문에 이선택 경위를 부른 건가?
순간 난 잔뜩 경계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남자 2명과 여자 1명으로 이루어진 멤버들이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제보받고 왔습니다. 인천지검 소속 안철승 수사관입니다. 사기를 당하셨다고요?”
다행히 서재일 검사가 보낸 사람들이었다.
“예. 제가 제보했습니다.”
자기 사촌 형이 올 줄 알았던 이명택이 엉덩이를 잡고 일어났다.
“사 사기는 무슨 사기! 사기는 내가 당했어. 저 새X들 다 한통속이야. 그리고 저X이 내 팔을 꺾고 공중으로 붕붕 던지고 그랬다고.”
이명택이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주시시를 가리켰지만 수사관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주시시는 호리호리한 외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뭔 소리야? 이 사람이 널 던졌다니? 너 혹시 약 했냐?”
이곳 게스트하우스 로비에는 CCTV가 없어 증명할 방법도 없다.
로비에서 사기를 치는 장면과 협박하는 장면을 녹화하지 않기 위해 이명택이 달아놓지 않아서였다.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그때 이명택이 뭔가를 떠올리고 씩 하고 웃는다.
“그래. 그게 있었지.”
갑자기 이명택이 허리춤을 풀어 내리며 엉덩이를 돌린다.
“꺄아악!”
링링이 몸을 돌리며 비명을 지른다.
그 순간 안철승 검찰 수사관이 버럭 화를 내며 이명택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쿠웅!
이명택이 바닥에 쓰러진다.
“미친 새X. 어디서 바지를 내려? 너 변태야? 흥분하면 막 바지를 벗고 싶고 그래?”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닥쳐!”
안철승 수사관이 이명택 위로 올라타 수갑을 채운다.
“이명택 씨. 사기와 협박 그리고 공연음란죄 등으로 당신을 긴급 체포합니다.”
이명택이 저항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그 그게 아니라고! 아아악! 내 꼬리뼈. 꼬리뼈 누르지 마아~~”
안철승 수사관은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아아악! XX. 이래도 돼? 대한민국 검찰이 저깟 중국 놈들 지킨다고 자국민을 이렇게 막 다뤄도 돼? 증거도 없이!! 엉? 나 이거 다 신고할 거야!! 아아악. 꼬리뼈······.”
증거?
있지 왜 없어?
“링링! 녹음하고 있지?”
링링이 고개를 돌리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예! 실장님!”
링링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낸다.
녹음 중이라는 글자가 액정 화면에 떠 있다.
링링이 녹음 중지를 누른 뒤 저장된 녹음 파일 첫 부분을 플레이한다.
폰에서 이명택의 호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그래. 어메니티는 싹 다 무료야 무료. 근처 특급 호텔에서 쓰는 샴푸랑 린스랑 다 똑같은 제품이니까 마음껏 써. 하하하. 그래 그래.
체크인할 때 어메니티가 공짜라는 말이 나온다.
링링이 녹음 파일을 빠르게 뒤로 넘겨 재생한다.
체크아웃하던 순간 이명택의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누가 무료랬어! 그거 10만 원짜리야 10만 원짜리. 이 도둑 X들이······ 야 니들 그거 절도죄인 거 알아? 경찰에 신고해서 출국 금지 때려 줘?
이명택은 사기죄뿐 아니라 협박죄도 저지르고 있었다.
-여기요. 10 10만 원.
링링이 순순히 돈을 내어놓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바로 뒤 이명택이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방 상황을 확인하고 추가로 돈을 갈취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 잠깐. 김 실장? 전기 포트에 불이 안 들어온다고? 아~ XX들이 몇 시간 있었다고 그것도 부숴? 야 그 전기 포트값도 5만 원 더 내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XX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어디서 까불어? 죽고 싶어 환장했냐? 엉!
-꺄아아악.
링링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정도면 차고도 남을 증거다.
“수사관님. 이 정도면 증거가 될까요?”
안철승 수사관이 씨익 웃는다.
“증거 확실하네요.”
수갑을 찬 채 바닥에 깔린 이명택이 뒤늦은 변명을 해댄다.
“아 아니야. 그거는 내가 아냐! 목소리가 다르잖아!”
그건 네가 듣기에 그런 거고.
난 이명택의 말을 무시한 뒤 안철승 수사관에게 추가 정보를 전했다.
“그리고 이 사람 뒤에 이선택 경위가 있답니다. 사촌 형이고 같이 사기에 가담했습니다. 해당 내용도 녹음되어 있으니까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그렇습니까?”
그때였다.
달캉.
누군가가 게스트하우스 로비로 들어온다.
“이선택 경윕니다. 신고받고 왔습니다.”
양반은 못 되겠군.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선택 경위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왔다.
그리고 이명택이 바닥에 깔려 있는 걸 보자마자 큰소리로 외친다.
“뭐야? 이 새X들. 니들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엉!”
안철승 수사관이 몸을 일으킨다.
“안철승 수사관입니다. 이선택 경위님. 저희랑 같이 가시죠.”
“수 수사관? 당신 뭐야? 내가 왜?”
“이명택 사장이 당신을 사기죄의 공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공범?”
이선택 경위가 뒷걸음질을 친다.
안철승 수사관이 한숨을 내쉰다.
“야 잡아!”
검찰 수사관 두 사람이 달려가서 이선택 경위를 붙잡았다.
“이거 놔! 내가 누군지 알아?”
이선택 경위가 발악했지만 두 사람의 힘을 이기진 못했다.
쾅.
이선택 경위의 얼굴이 벽에 처박힌다.
결국 이선택 경위는 수갑을 차고야 말았다.
난 안철승 수사관을 향해 부탁했다.
“안 수사관님. 잠깐만 이야기할 수 있게 시간 좀 주시면 안 됩니까?”
안철승 수사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순간 난 이선택 경위의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이 경위님. 뒷배만 불면 합의해드릴게요. 동생분도 마찬가지고요.”
“······.”
“하지만 뒷배를 안 불면 오늘 <프로젝트 I.O.A> 방송 나갈 때 전국 방송에 이름 나갈 겁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이선택 경위가 이를 악문다.
“젠장. 알았어. 알았다고. 대신 사기죄는 고소 취하해 줘.”
“물론이죠. 어차피 두 사람은 시키는 대로 한 거잖습니까?”
내가 아니더라도 이 두 사람에게 사기죄를 걸 사람은 많다.
왕리나와 미나모토 아오이만 하더라도 한국에 입국만 하면 역으로 고소를 할 수도 있고.
게다가 어차피 사기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합의해 준다고 해서 처벌을 완전히 면할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이선택 경위가 결국 결단을 내린다.
“유강석 대표가 나한테 부탁했어.”
구치소에 있는 그 인간이 어떻게 가능하지?
“어떻게요?”
“그쪽 변호사가 연락해 와서 잠깐 보고 왔어.”
더 자세한 걸 아는가 싶어 물어봤지만 자신은 그저 돈을 받았을 뿐이라며 다른 건 모른다고 한다.
하긴 소액 사기나 치는 인간들이 아는 게 뭐가 있겠나.
그때 안철승 수사관이 말한다.
“그러면 이 두 사람은 저희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예.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검찰 수사관들이 이명택과 이선택 경위를 끌고 나간다.
이후 나 역시 링링과 주시시를 데리고 게스트하우스 밖으로 나섰다.
주차장 앞에 선 나는 곧장 서재일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 검사님. 두 사람 연행되어 갔습니다. 그런데 수사관이 인천지검 출신이라던데 믿을 수 있습니까?”
-믿으셔도 됩니다. 제 여자친구 밑에서 일하는 수사관이거든요.
서재일 검사의 여자친구 역시 검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난 화이트데이에 검사 커플에게 일을 시킨 셈이다.
등골이 식은땀이 흐른다.
“죄 죄송합니다. 오늘 같은 날에······.”
-하하. 괜찮습니다. 어차피 밤에 보기로 해서요.
아무래도 이 커플들에게는 선물을 하나 해줘야겠다.
“아 그리고 오늘 일을 꾸민 게 TNT 엔터 유강석 대표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윗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입국 금지를 걸려면 법무부가 관여해야 하잖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여간 오늘 손을 쓴 사람들을 모조리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명택이 잡혔으니까 입국 금지는 곧 풀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뒤 난 즉시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4일]
-PM 08: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NEW. 김세리]
<프로젝트 I.O.A> 중국과 일본팀 입국 금지로 첫 방송은 다음 주로 연기.
(긴급회의 : 중국 선발 ‘왕리나’ 법무부 입국 금지 목록에 등록.)) -PM 08:3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NEW. 유은아]
<프로젝트 I.O.A> 방송 취소로 인한 방송 3사 인터뷰 준비.
(긴급회의 : 일본 선발 ‘미나모토 아오이’ 법무부 입국 금지 목록에 등록.
왕리나와 미나모토 아오이만 빼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입국 허가가 떨어짐.
회사 법무팀과 외부 법무팀을 꾸려 SBC와 공동 대응할 것.)
드디어 촬영이 불가하다는 일정이 사라졌다.
이선택이 말한 것과 달리 감옥에 있는 유강석 대표가 이 일을 혼자 다 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은 그걸 확인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지금 당장 인천공항으로 가서 <프로젝트 I.O.A>의 첫 방송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링링. 시시. 수고했어. 그리고 빨리 가 보자.”
“예!”
“넵!”
우린 서둘러 차를 탄 뒤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 * *
TNT 엔터의 대표이사실.
대표이사 의자에 앉은 방상영이 무뚝뚝한 표정을 짓는다.
“싹 다 갈아치워야겠군.”
화려하기만 하고 실속 없는 유강석 대표의 인테리어는 자기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전화가 한 통 걸려 온다.
자신이 감옥에 있는 유강석 대표에게 보낸 TNT 엔터 소속의 법무팀장 우민상의 전화다.
-대표님. 유 전 대표님 전화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괜찮습니다. 바꾸세요.”
-예.
전화를 바꾸자 유강석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온다.
-방상영! 너 이 미친 새X야! 왜 내 이름을 팔아! 이명택은 누구고 이선택은 또 누군데!
“목소리 낮춰. 그리고 지금부터 우 팀장이 알려 주는 대로 증언해. 그러면 감옥에서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처리해 줄게.”
곁에서 우민상 팀장이 뭔가를 속삭인다.
-이 미친 새X가. 야 그러니까 너 대신 내가 허위 고소를 사주했다고 자백하라고?
“그래.”
-이런 개XX 놈이 어디서 감히!!
상대방에서 쌍욕이 날아왔지만 방상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대신 딱 부러지게 말했다.
“한 달.”
-뭐?
“그렇게만 해주면 한 달 안에 널 집행 유예로 빼줄게. 한국 1위 로펌인 KJ 로펌이 네 변호 맡을 거야. 그러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안 그러면 한 5~ 6년짜리 형을 받든가.”
-씨X······ 너······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냐?
“그것까지는 알 것 없고. 확실한 건 정윤호를 잡으려고 이러는 것만 알아둬. 넌 실패했으니까 내가 나선 거고.”
-XX! XX! XX!
상대방이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점점 욕설이 줄어든다.
-정윤호······ 잡을 수 있어?
“네가 희생만 해주면. 아 그리고 그렇게 해주면 네가 진명규 부회장한테 추가로 넘길 지분값을 3배 더 비싸게 치르도록 할게. 어때?”
큰돈을 준다고 하자 유강석의 태도가 조금 더 고분고분해진다.
-진짜로 3배를 더 쳐준다고?
“그래.”
유강석이 잠시 고민하다 말한다.
-네 약속을 어떻게 믿지?
“날 믿지 말고 계약서를 믿어. KJ 로펌 변호사가 서류를 가져갔으니까.”
-좋아. 계약서에 사인한 후 자백할게.
“하여간 나오는 대로 연락해. TNT 엔터 부대표 자리는 당신 몫으로 챙겨 줄 테니까.”
-지X!
달칵.
전화를 끊은 방상영의 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정윤호. 이제 시작이다.’
* * *
인천공항에 도착한 순간 전세기 2대에 대한 입국 금지 지시가 풀렸다.
VIP 라운지를 들어가자 체리블라썸을 비롯해 이동민 실장과 가수 2실 멤버들이 모여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겨우 촬영을 할 수 있게 된 터라 SBC 예능국 스태프들은 진땀을 흘리며 촬영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때 지영식 PD가 날 발견하고 소리친다.
“어? 정 실장님!!”
지영식 PD의 말을 시작으로 스태프들이 다 같이 환호성을 지른다.
“와! 정 실장님. 어떻게 하셨어요?”
“입국 문제 정 실장님이 해결했다면서요?”
“진짜 수고하셨습니다.”
방송 첫날부터 펑크가 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던 스태프들이 나를 붙잡고 헹가래를 치려 한다.
“잠깐! 비행기 들어옵니다 비행기!”
VIP 라운지 밖 유리창으로 왕룽이 탄 중국발 전세기가 접근하는 게 보인다.
보잉 737을 비즈니스 제트기로 쓰는 상하이 뉴미디어 그룹은 비행기 겉면에 <프로젝트 I.O.A>에 관한 포스터를 랩핑해 놓았다.
“자 다들 전용 입국장으로 나가죠.”
VIP 라운지의 문을 열고 나가자 VIP 전용 입국장이 나왔다.
스태프들은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VIP 전용 입국장 앞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1시간 전에 이미 설치를 해본 터라 눈 깜짝할 사이 설치를 마쳤다.
입국장 앞에 체리블라썸과 링링 그리고 이동민 실장이 나란히 줄을 선다.
“자 준비하자. 꽃바구니 들고.”
“예. 실장님.”
중국발 전세기에는 중국 예선 통과자 33명과 왕룽과 릴리 그리고 상하이 뉴미디어 그룹 스태프들이 타고 있다.
그 인원들에게 꽃바구니를 건네고 인사하는 것으로부터 오늘 첫 촬영이 시작된다.
“자 탑승교가 비행기 앞문에 연결된 뒤에 문이 열리는 즉시 바로 촬영 시작입니다. 마지막 점검들 하세요. 방송에 나가는 거니까 다들 표정 관리 잘하시고요.”
“예!”
잠시 후.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VIP 전용 입국장에 연결된 탑승교가 전세기의 앞문에 연결된다.
이제 비행기의 문이 열리면 중국 쪽 예선 통과자 33명이 내리게 될 예정이다.
“문 열리면 촬영 바로 갑니다. 폰은 무음으로 변경들 하세요.”
그런데 그때였다.
폰을 무음으로 해놓았는데 폰에서 불이 깜빡인다.
[발신자 : 왕룽]
‘왕룽이 왜 지금 전화하지?’
받을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 지영식 PD가 말한다.
“응? 왜 문이 안 열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다들 웅성거림이 심해진다.
순간 난 불안함을 느끼고 뒤로 빠져 조용히 왕룽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지영식 PD의 말이 씨가 되어 버렸다.
-윤호야. 지금 애들이 싸워서 비행기에서 못 내리겠는데?
비행기 안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