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8화
738. 화이트데이 2
신부대기실 안.
하루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밖으로 나갔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탈리아와 나만이 남는 순간 나탈리아가 의자에서 일어난다.
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지 의아해하던 순간 그녀가 갑작스레 고개를 깊숙이 숙인다.
난 깜짝 놀라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왜 왜 이러십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하지만 나탈리아는 꿋꿋이 허리를 반으로 굽히며 인사를 마친다.
이윽고 고개를 드는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촉촉이 맺혀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을 맞이하게 된 건 모두 실장님 덕분이에요. 그래서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까지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받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멈칫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듣고 싶은 대답이 금세 떠올랐다.
그녀가 바라는 건 자신의 아들인 하루의 행복이었다.
“나탈리아. 하루는 앞으로도 잘 챙길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본인의 행복부터 챙기세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실장님.”
나탈리아의 커다란 양 눈에서 눈물이 도르르 굴러 내린다.
신부 화장을 해놓은 게 번질까 봐 걱정된 나머지 행커치프를 꺼내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이렇게 좋은 날 왜 자꾸 우세요? 잠시만 가만히 있어 보세요.”
톡톡.
워낙 여자 연예인들 케어를 많이 해본 터라 화장이 번지지 않게 눈물을 닦아낼 수 있었다.
“알았어요. 이제 안 울게요.”
눈물을 그친 그녀가 웃음 짓는다.
“아 맞다. 제가 드리려고 준비한 게 있어요.”
나탈리아가 드레스를 끌고 신부대기실 한쪽으로 향한다.
그녀가 작은 테이블에 있는 서랍을 연다.
분홍색 천에 감싸인 네모난 형태의 물건이다.
“제 선물이에요.”
나탈리아가 건네준 묵직한 물건을 들고 천을 벗겼다.
오크색의 나무함이 나온다.
“열어 보세요.”
달칵.
나무함을 열자 그 안에는 다양한 색상의 행커치프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건······.”
“늘 정장을 입고 다니시는 정 실장님께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만들어 봤어요.”
그녀가 만든 행커치프들의 개수는 대략 30개 남짓.
흰색부터 시작해 은은한 파스텔톤과 체크무늬까지 다양한 색상과 패턴의 행커치프들이 가득하다.
최고급 천으로 만든 행커치프들은 명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모든 행커치프의 오른쪽 아래에는 금빛으로 수가 놓여 있다.
글씨체를 보니 러시아어 같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나탈리아가 말한다.
“우다치(удачи). 행운을 빕니다란 뜻이에요. 그리고 나머지 행커치프에도 모두 좋은 뜻 좋은 말을 담았어요.”
그녀의 고운 마음씨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감사합니다. 너무 뜻깊은 선물입니다.”
“받아 주셔서 감사해요.”
달칵.
난 선물 상자를 닫으며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실장님. 저희 하루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예.”
“그리고 앞으로 하루는 수원에 지금처럼 매주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서 지낼 거예요.”
하루는 매주 주말 수원에 내려가서 엄마랑 지낸다.
엄마와 헤어진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
하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루가 성공하려면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시기잖아요.”
그녀의 말대로 하루가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작품을 해야 한다.
현재 <해피&해피>란 작품을 물망에 올려둔 상황이고.
그녀는 하루가 연예인으로서 성공하길 바라고 있었다.
아들을 하루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마저 꾹 참아 가면서.
“알겠습니다. 대신 나탈리아는 꼭 행복하게 지내시는 겁니다?”
“네 그럴게요.”
나탈리아가 알겠다며 웃는다.
반짝이는 그녀의 눈웃음은 그 어떤 명품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 * *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화촉에 불을 붙이고 난 뒤 신랑 신부 입장 순서가 되었다.
사회를 맡은 난 힘차게 외쳤다.
“신랑 신부. 입장~”
신랑 김철수 원장이 신부 나탈리아와 팔짱을 끼고선 함께 버진로드를 걷기 시작한다.
『딴딴다단~ 딴~딴따단~~ 딴딴따다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의 삽입곡인 <결혼행진곡>이 예식장에 가득 울린다.
그때 버진로드 한쪽에 앉은 신부측 하객들이 작게 속삭이기 시작한다.
-오늘 신부가 너무 예쁜데?
-나탈리아 이모 오늘 진짜 예쁘다.
-엄마. 나도 나중에 시집갈 때 나탈리아 이모 옷 사줘.
-남편 입꼬리 찢어지는 거 봐.
신부 하객으로는 세리 쪽 집안 식구들과 세리네 동네 사람들이 맨 앞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론 굴렁쇠 엔터의 연예인들과 매니저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태풍과 정유진 미소 고재수 박상규 강하나 최덕배 체리블라썸 서연우를 비롯해 매니저들까지 모두가 찾아왔다.
그리고 TVM에서는 조응천 이사가 직접 찾아와서 자리를 채워 주고 있었다.
덕분에 대부분이 의사인 김철수 원장의 하객들에 비해 모자람은 없었다.
그때 맞은편 신랑 측 하객에서도 웅성거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탈리아가 이혼 전력이 있고 하루까지 있어서 솔직히 걱정했었다.
그러나 다행히 김철수 원장의 친구들과 가족들 역시 좋은 사람들이다 보니 선입견을 두지 않고 축하를 보내고 있었다.
남자친구들이라서 조금 짓궂은 장난을 치긴 해도 말이다.
-철수 저 자식은 평생 장가 못 갈 줄 알았는데 그게 다 눈이 높아서 그랬을 줄이야. 부럽다. 부러워.
-우리 철수. 장하다!
-철수야. 넌 인마. 제수씨한테 잘해야 해.
-저 자식 저거 저런 미인에 하루까지 아들로 얻다니! 완전 도둑놈 아냐?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말이 들리자 김철수 원장은 오히려 어깨를 쭉 펴며 걷고 있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어느새 버진로드의 끝에 도달했다.
“그럼 신랑 신부 성혼 선언문 발표 후 주례사가 있겠습니다.”
김철수 원장이 자신의 왼쪽 팔짱을 낀 나탈리아 오른손 위로 자기 오른손을 포개어 준다.
주례를 맡은 세리의 할아버지 김판석 옹이 단상에 올라오며 빙긋이 웃는다.
김판석 옹은 정장을 입고 곱게 빚은 하얀 머리카락을 반짝이며 두 사람의 성혼을 선언한다.
그리고는 이어서 주례사를 시작했다.
“우선 신랑 김철수 군과 신부 나탈리아 양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판석 옹의 낮고 무게감 있는 말투가 예식장을 울린다.
“오랜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 보니 부부가 어떻게 백년해로할 수 있는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내 지금부터 알려 드릴 테니 잘 새겨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수십 년간 아내 이영숙 여사와 해로하고 있는 김판석 옹이기에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말이었다.
김철수 원장과 나탈리아가 귀를 기울인다.
김판석 옹은 두 사람과 눈을 맞춘 뒤 천천히 또박또박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 준다.
“결혼 생활을 무탈하게 유지하려면 눈과 귀가 늘 상대방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남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자기 반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반려의 허물을 보거든 들추지 말고 덮어 주려 애를 쓰십시오.
반려의 기쁨은 함께 기뻐하고 반려의 슬픔은 함께 슬퍼하십시오.
그렇게 하루하루 아끼고 사랑하다 보면 어느덧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고 반백 년이 지나있을 겁니다.
그쯤 깨닫게 될 겁니다.
우리 부부는 백년해로하였구나 라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입니다.
조급하지 말고 오늘 하루에 충실히 사랑하십시오.
그것만이 행복한 부부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김판석 옹은 아직도 이영숙 여사와 산책할 때는 한 손은 지팡이를 짚고 다른 손은 아내의 손을 꼭 잡는다.
그렇게 수십 년간 지금처럼 아내를 한결같이 사랑한 그였기에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을 전하고 있었다.
결혼식장에 있는 사람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김판석 옹의 주례사에 공감을 보냈다.
주례사를 마친 김판석 옹이 김철수 원장에게 묻는다.
“자 신랑. 대답해 보십시오. 아내를 자신보다 더 사랑할 자신 있습니까?”
그때였다.
늘 조용조용하던 김철수 원장이 큰 소리로 외친다.
“예! 자신 있습니다!”
신랑 측 하객석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김 원장님이 저렇게 목소리를 크게 내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해야지. 늦장가 가는 놈이. 뭔들 못 해!
-우리 철수 장하다!
김판석 옹이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신부는 어떻습니까?”
나탈리아가 숙인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김철수 원장 쪽을 쳐다본다.
그러고선 차분히 말을 잇는다.
“어떤 고난과 어떤 유혹이 와도 저 나탈리아는 당신만을 사랑하겠습니다.”
나탈리아의 진심 어린 고백에 김철수 원장이 감동해서 답한다.
“아냐. 내가 더 사랑한다니까?”
두 사람의 시선이 딱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때 김판석 옹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아무래도 오늘 주례는 이쯤 해야겠구만. 하하하.”
김판석 옹의 농담에 예식장에는 큰 웃음소리가 터졌다.
‘행복하세요 하루 엄마. 아니 나탈리아.’
머나먼 땅에 찾아와 힘들고 불행했던 나탈리아에게 드디어 아름다운 사랑과 행복이 깃들고 있었다.
* * *
여의도 일식집 동경.
박상아를 비롯해 HK 그룹 회장 홍문규 전 대천그룹 회장 성학수 LSP 그룹 회장 이상필이 긴급히 모였다.
TNT 엔터를 앞세워 정윤호의 발목을 잡으려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드르륵.
VIP 문이 열리며 뒤늦게 진명규과 진명희가 나타났다.
어젯밤 유강석 대표와 함께 체포되었다가 진성그룹의 법무팀 덕분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HK 그룹 홍문규 회장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한다.
“고생했군.”
진명규와 진명희는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망할 병X 놈 하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습니다.”
“큼. 이제 올 사람은 다 왔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지. TNT 엔터 대표는 빼내기 힘들 것 같던데 어떻게 할 건가?”
박상아가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저희 개가 되어 줄 사람을 따로 구해야죠. 단 엔터업계 인물로요.”
“크흠. 귀찮게 그러지 말고 우리가 다들 힘을 모아서 정윤호를 치면 안 되나?”
“절대 안 돼요. 저희가 일을 꾸미는 게 기사로 나면 골치 아파져요. 재보궐 선거철에 재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는 거 아시잖아요.”
“크흠. 하긴 그렇지. 근데 말일세 자네 아버님도 참 대단하다 싶으이. 선거철만 되면 재계 쪽 인사들의 돈을 쏙쏙 빼먹으면서 때리는 건 또 어찌 그리 매섭게 때리시는지 원. 허허허.”
박상곤 의원은 대표적인 반기업 정서를 일으키는 인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뒤로는 누구보다 정치자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기도 했다.
HK 그룹 회장인 홍문규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박상아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 말씀 꼭 전해 드릴게요.”
“크흠!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굳이 전할 필요가 있나?”
홍문규는 괜한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그런데 잘려 나간 그놈을 대신할 놈은 있나? 다들 없으면 내가 하나 추천하지.”
그때 대천그룹의 전 회장인 성학수가 손을 든다.
“제가 정윤호한테 악감정을 가진 친구를 한 명 압니다.”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능력도 있는 친구입니다. 여기 오라고 했는데 불러도 될까요?”
홍문규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순간 성학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드르륵.
VIP룸의 문이 열리더니 날카로운 인상을 한 남자가 나타났다.
“오래간만에 인사 올리겠습니다. 방상영이라고 합니다. 저한테 TNT를 맡겨 주시면 정윤호 그놈은 제가 꼭 잡겠습니다.”
전 굴렁쇠 엔터의 1실장에서 이사까지 승진했던 방상영.
그는 해고가 된 이후 몰라보게 살이 홀쭉 빠진 채로 나타났다.
그때 홍문규가 말한다.
“내 방 이사 수완이야 나도 잘 알지. 과거 굴렁쇠의 그 1실을 운영할 때만 해도 보기 좋았어. 그렇다고는 해도 자넨 이미 정윤호 그놈에게 크게 꺾인 사람 아닌가?”
“이번에는 다릅니다.”
“뭐가 다른가?”
“목숨을 걸었습니다.”
방상영의 얼굴에 살기가 깃든다.
그제야 홍문규가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래. 그거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런 패기를 보여 줘야지!”
홍문규는 한참을 웃더니 방상영에게 묻는다.
“근데 패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방법은 있고?”
“예. 마침 오늘 정 실장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프로젝트 I.O.A>의 첫 방송이 있는데 거기서 손을 쓸 생각입니다. 단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방상영은 그때부터 계획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계획을 들은 홍문규가 너털웃음을 짓는다.
“오호라. 이 친구가 그동안 날개를 감추고 있었구만!”
성학수를 비롯해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상영이 내놓은 수가 그만큼 쓸 만했기 때문이다.
홍문규가 고개를 끄덕인 뒤 모두의 뜻을 모아 전한다.
“그래. 자네가 이제부터 TNT 대표를 맡아.”
방상영이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당장 제가 부탁드린 일부터 좀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놈에게 고통스러운 하루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 말 참 듣기 좋군.”
그 순간 VIP룸에 모인 이들이 정윤호를 잡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 *
김철수 원장과 나탈리아의 예식이 끝나고 식사 시간이 되었다.
어른들이 많았기에 스테이크가 아닌 갈비탕이 포함된 한정식 코스 메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미소가 눈 깜짝할 사이 갈비탕을 비우고선 볼록해진 배를 내민다.
“엄마. 나 ET 됐어!”
유진이가 웃으며 미소에게 손가락을 내민다.
“E.T~”
미소가 키득거리며 엄마가 뻗은 손가락을 맞댄다.
“E.T~”
두 사람은 요즘 연기 연습을 위해 과거의 영화들을 보곤 했다.
그래서 종종 옛 영화의 한 장면들을 이렇게 재현하며 놀곤 했다.
곁에 앉은 세리는 E.T가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미소를 따라 하려고 한다.
우연희를 향해 두 손을 얼굴에 모으고 애교를 떨어대면서.
“엄뫄~ 세리도~ E.T. 되고 시퍼요~ 배가 통통해지면 좋겠어요~”
우연희가 세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세리야. 이따가 촬영해야 하잖아. 촬영 끝나고 먹자. 응?”
잠시 후.
체리블라썸은 나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가서 <프로젝트 I.O.A> 첫 방송에 포함될 ‘중국 일본 예선 통과자 환영식’ 촬영을 해야 한다.
그때 체리블라썸은 가장 앞에 있어야 했기에 간단한 야채와 과일만 먹으며 속을 달래는 중이었다.
“그러면~ 이짜나~ 나 오늘 밤에 떡볶이 먹어도 돼? 응?”
우연희가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우리 세리가 먹고 싶다는 데 사줘야지.”
“진짜지?”
“그럼.”
“아싸!”
세리의 표정이 금세 밝아진다.
딱 봐도 나중에 떡볶이를 먹기 위한 술책이었지만 우연희는 모른 척 넘어가 주고 있었다.
이왕이면 ‘간장 떡볶이’를 먹으라고 말해 주려던 그때였다.
지잉~
[발신자 : SBC 지영식 PD]
잠시 후 인천공항에서 보기로 한 지영식 PD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예. PD님. 이제 결혼식 끝나고 식사 중인데 곧 출발할 겁니다.”
현재 시각 오후 1시 15분.
잠시 후 1시 30분에 출발하면 3시까지는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지영식 PD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정 실장님. 그게 아니라······ 지금 난리 났습니다.
“난리라뇨?”
-전세기 2대가 중국이랑 일본에서 떴는데 입국 금지될 거 같다고 합니다.
중국과 일본 예선 통과자들이 내리지 못한다면 방송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개별 입국 금지도 아니고 전세기가 입국 금지라고?
“아니 왜요?”
-아니 그게 지금 알아보고 있는데 알 수가 없네요. 갑자기 공항 출입국 담당자가 와서 자기도 그런 지시를 받았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가버렸습니다.
그때였다.
지잉~
진동이 울리며 에브리데이가 알람을 알려온다.
[알림 : 2021년 3월 14일 ‘김세리’에 관한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알림 : 2021년 3월 14일 ‘유은아’에 관한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갑자기 뜬 새로운 일정이 있었기에 급히 확인했다.
그런데 <프로젝트 I.O.A>의 심사위원인 두 사람의 일정에 입국 금지에 관한 터무니없는 단서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