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4화
734. 과거와 현재 1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4일]
-AM 09:00 [NEW. 최덕배]
<전지적 관찰 시점> 3월 13일 방송분. 온라인 다시 보기 삭제 통보.
(긴급회의 : 채미현과 강은기에 관한 찌라시 기사 파장 여파.)
<전지적 관찰 시점>은 토요일밤 11시에 본방송이 끝난 뒤 2시 정간 정도 지난 시점부터 MBS 온라인으로 VOD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내일 아침 이번 화의 다시 보기가 삭제된다고 한다.
이번 화는 1부가 ‘최덕배 – 정윤호 매니저’ 편이고 2부와 3부가 ‘채미현 – 강은기 매니저’ 편이다.
그리고 VOD 다시 보기에는 중간 광고가 없기에 파일이 하나로 합쳐져서 올라간다.
그러니 그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일단은 파일 전체를 삭제할 수밖에는 없다.
다행히 덕배에게 큰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채미현과 강은기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둘 다 문제인가? 아니면 한 사람만?’
사실 채미현과 강은기 두 사람 모두 여론을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
채미현은 로코의 여왕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발달장애 동생의 존재를 대중에게 숨겨왔다.
그리고 강은기의 경우 폭력 조직 출신의 전과자였고.
즉 두 사람 모두 방송이나 언론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대중의 미움을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방송을 코앞에 두고 이런 일정이 떴다는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찌라시 기사를 터트린다는 의미다.
그 순간 조금 전 김애련 부회장의 경고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김애련 부회장이 유강석 대표를 조심하라고 했지?’
보통 에브리데이의 일정은 문제의 원인이나 관련이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소식을 들을 때 업데이트가 되곤 한다.
그렇다면 유강석 대표가 이번 찌라시의 기사를 터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그 궁극적인 목표는 채미현과 강은기가 아닌 바로 나일 것이고.
난 그 즉시 안전벨트를 풀며 이미리 대리에게 당부했다.
“이 대리님. 유진이 집에 좀 데려다주세요. 운전 조심하시고요.”
“어디 가시게요?”
“아 전 은기 좀 만나야 할 것 같아서요.”
“알겠어요 실장님.”
난 차에서 내린 다음 곧장 택시를 타고 리버스 엔터로 향했다.
* * *
리버스 엔터에 도착하자 오후 7시가 되었다.
대표이사실로 뛰어 올라가자 강은기와 이수찬이 날 반긴다.
“어?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혹시 기자들 관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오늘 방송될 <전지적 관찰 시점> 방송에 이어 채미현과 강은기에 관해 호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리버스 엔터는 기자들에게 손을 써 놓았다고 알고 있다.
강은기가 믿으라는 듯 말한다.
“어 웬만한 연예부 기자들한테 손 다 써놨어.”
이수찬 역시도 강은기의 말을 거든다.
“예 형님. 바로스타 연예올스타 스타특종 스타패치까지 모조리 다 손을 써 놨습니다.”
두 사람이 기자들에게 손을 썼는데도 찌라시 기사가 뜬다는 건 기자들이 배신한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그 기자들이 배신한 거 같아.”
강은기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배신하다니?”
“TNT 엔터의 유 대표가 날 잡으려고 니들이 쓴 돈보다 뒷돈을 좀 크게 쓴 모양이다.”
현재 유강석 대표가 무리해서 찌라시를 터트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강은기를 건드려서 이미지를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면 덩달아 그의 친구인 나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가 노리는 진짜 목표는 나였다.
순간 이수찬이 주먹을 불끈 쥐고 당장이라도 사무실을 나서려고 한다.
“제가 유강석 그 자식을 붙잡아 오겠습니다!”
“수찬아. 너흰 손 씻었잖냐. 증거도 없이 주먹질하면 그땐 찌라시가 아니라 진짜 안 좋은 기사가 실릴 거야.”
“그러면 이대로 저쪽에서 때리는 대로 맞아야 합니까?”
“에이~ 그럴 리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때 강은기가 흥분하는 이수찬을 달랬다.
“윤호가 설마 대책도 없이 왔으리라고? 좀 참아 이수찬!”
이수찬이 아차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죄송합니다.”
강은기가 날 보며 묻는다.
“방법 있지?”
“당연하지.”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우린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
“일단 지금 당장 흥신소 직원들을 풀어서 유강석 대표의 뒤부터 캐는 게 우선이야.”
“유 대표 뒤를요?”
“어. 지금 그 인간 아마 뻔질나게 기자들 만나며 다니고 있을 거다. 따라다니다 보면 뭐라도 걸릴 거야.”
이수찬은 즉각 늘 이용하는 최고다 흥신소에다가 연락하겠다고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난 그 틈에 주간스타의 장문기 기자 스타특종 최소혜 기자 스타패치 한연홍 기자에게 각각 연락을 넣었다.
채미현이나 강은기에 대한 찌라시가 도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하지만 극비리에 취재 중인지 들려오는 소식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강은기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찌라시 업체인 BM 리포트를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 오후 7시 10분.
<전지적 관찰 시점>이 방송되기까지는 이제 3시간 하고 50분이 남았다.
* * *
밤 10시가 되었을 무렵 이수찬이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알았어.”
전화를 끊은 이수찬이 표정을 굳힌 채 말한다.
“유강석이 ‘마포발발이’랑 압구정동과 신사동을 돌아다니고 있답니다.”
이수찬이 폰에 전송된 사진 몇 장을 보여준다.
강은기가 인상을 찌푸린다.
“맞네 마포발발이.”
“누군데?”
“여수길이라고 강한파 시절 마약에 손을 댄 약쟁이. 당시에는 나한테 밀려 조직에서 쫓겨났고.”
강은기는 강한파에 있을 때 마약이나 여자에 관한 일은 절대 손을 대지 않았다.
두 가지 행위 모두를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설 클럽 주류 도매만으로도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기에 그 두 가지에 손을 댈 필요도 없었고.
그러던 어느 날.
30살인 마포발발이 여수길이 중국 쪽에서 들어오는 마약에 손을 대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안 강은기는 여수길을 조직에서 내쫓았다고 한다.
그 사람이 바로 마포발발이라는 거다.
“그러면 마포발발이와 유 대표가 손을 잡았나 보네. 너의 조직 시절의 일을 증언이라도 하려나 보는데?”
강은기의 표정은 씁쓸했다.
아무리 형량을 마쳐도 과거의 일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이미 죗값을 치른 강은기를 안심시키고선 이수찬에게 물었다.
“수찬아. 혹시 기자들이랑 같이 있는 걸 찍은 사진은 없대?”
“예. 보안 때문인지 철저하게 VIP룸이 있는 업소만 돌아다니고 있다네요. 혹시 기자들과 만나는 장면을 찍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사람들을 배치해서 대기 중이랍니다.”
“결국 아직 기자 리스트가 없다는 거네?”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저기 그런데 지금 막 유강석이랑 마포발발이가 헤어졌다고 합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기는 잡아야지.
기자들이 누군지를 특정할 수 없다면 마포발발이의 뒤를 털어보면 된다.
그러면 누굴 만났는지 알겠지.
“지금 마포발발이랑 유 대표가 있는 곳이 어디랬지?”
“이태원 쪽입니다.”
“오케이. 마포발발이 쪽으로 바로 가자.”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된 이상 그리고 약을 공급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정보를 캐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 * *
이태원 스타벅스 인근의 소형 빌딩 앞.
미리 연락받고 나온 최고다 흥신소 직원들 다섯 명이 인사를 한다.
“여기 2층이 신세계 대부업체 사무실입니다. 마포발발이 여수길이 그 안으로 올라갔습니다.”
“조폭 사무실입니까?”
“아직 경찰 관리를 받지는 않으니까 조폭까지는 아닌데 뭐 조만간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일하는 직원까지 포함해서 5명인 대부업체니까요.”
대부업체는 돈을 만지다 보니 자연스레 조폭으로 발전하기 쉽다.
“대표가 누굽니까?”
“김대명이라고 하던데요?”
순간 난 믿을 수가 없어 되물었다.
“혹시 키가 185cm 정도에 늘 스포츠머리를 하고 다니며 왼쪽 관자놀이에 상처가 있는 사람입니까?”
“예. 어떻게 그리 자세히 아십니까? 맞습니다.”
김대명은 나랑 같은 복싱 클럽을 다니던 선배다.
그의 관자놀이에 난 상처는 내가 낸 것이었고.
강은기 역시도 내가 다니던 복싱 클럽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다만 원래 경호원으로 살던 사람이 왜 여기서 대부업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은기야. 일단 너랑 나랑 둘이서 들어가자.”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현재 이곳에는 이수찬과 동생들 그리고 경호팀들까지 합치면 거의 4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다.
하지만 상대가 5명 정도밖에 없는 작은 사업체인 데다 김대명은 우리와도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강은기와 난 단둘이서 사무실로 향했다.
* * *
2층 사무실의 문 앞에는 [신세계 대부]라는 상호가 붙어 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문이 벌컥 하고 열리더니 씨름 선수같이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온다.
“돈 빌리러 왔습니까?”
“아뇨. 이 안에 혹시 김대명 씨 계십니까?”
“김대명 씨?”
덩치 큰 사내는 우리의 아래위를 심각한 표정으로 훑어보기 시작한다.
“새파랗게 어린 놈들이 우리 대표님 존함을 들먹여? 앙?”
그때 문 안에서 큰 소리가 흘러나온다.
-종구야. 뭐냐?
큰 덩치가 고개를 돌려 안에다 말한다.
“웬 놈들이 형님을 찾는데요?”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인마!
종구란 사내는 그제야 우릴 보고 누군지 묻는다.
“야. 누구냐 니들?”
아무래도 이 사업체.
오래는 못 갈 거 같다.
“강은기 정윤호가 형님 보러 왔다고 전해 주세요.”
덩치는 그걸 또 그대로 안에다 전한다.
“형님~ 강은기랑 정윤호라는데요?”
-뭐? 윤호? 은기? 걔들이 왜? 아니다. 들어오라고 해!
종구란 덩치가 옆으로 비켜나더니 안을 가리킨다.
“안으로 들어가.”
작은 사무실 안은 소파를 중심으로 책상들이 뺑 둘러서 있다.
김대명과 여수길은 소파에 앉아 있고 직원 2명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그런데 여수길은 강은기가 나타나자마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는 사이 난 김대명도 강은기에 관한 찌라시를 터트리는 일에 관여했을지를 유심히 관찰했다.
하지만 김대명은 전혀 그 사실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우릴 반긴다.
“이야! 두 사람 TV로 소식 듣고 있는데 잘나가더라? 근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여기 사무소 연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형님은 왜 여기 계십니까? 경호원 하고 계셨잖습니까?”
“아 그거? HK 전자 그룹 경호원이었는데 잘렸어. 근데 다른 데 취업하려고 하니까 잘 안 되더라고. 그래서 최근에 사람들 모아서 설립했다.”
속으로 뜨끔했다.
HK 전자는 내가 박살을 내버린 곳이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라 윤호야. 설마 윤호 네가 내 일자리 없애려고 HK 전자를 물 먹인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김대명은 내가 HK 전자를 무너뜨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즉 그의 운명은 내가 바꾼 셈이다.
그때 강은기가 말한다.
“대명이 형. 혹시 여수길 씨한테 절 엿 먹이라고 시킨 게 형이에요?”
“응? 엿을 먹이다니?”
그때였다.
후다닥!
여수길이 문 쪽으로 달려 나간다.
순간 강은기가 번개처럼 움직여 여수길의 뒷목을 붙잡았다.
덥석.
“어딜 가려고?”
“놔! 새꺄!”
김대명이 인상을 쓰며 외친다.
“은기야. 너 지금 뭐 하냐? 내 사업체에 들어와서 내 밑의 내 사람을 건드려?”
“대명이 형. 그게 아니라······”
“좋은 말로 할 때 손 놔라. 그 사람 한때는 너희 강한파에 있었다지만 지금은 우리 회사 영업직원이다.”
그 순간 난 김대명에게 폰을 내밀었다.
폰 액정에는 여수길과 유강석 대표가 함께 있는 사진이 떠 있다.
“형님. 이것 좀 보세요.”
김대명이 눈을 돌리지 않고 말한다.
“윤호 넌 이따가 따로 이야기하자.”
난 목소리를 쫙 깔고 말했다.
마치 우리가 마지막 스파링을 벌였을 때처럼.
“형님. 이것 좀 보시라니까요!”
김대명이 고개를 돌린다.
그의 눈에 살기가 맴돈다.
우린 사이가 좋았지만 그와 동시에 난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이기도 했다.
“정윤호. 그날 스파링. 내가 봐줘서 무승부였던 거 기억나지?”
나보다 나이가 5살 많고 몸무게는 10kg 차이가 나고 키도 5cm 차이가 나던 형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몸을 가지고 있던 김대명은 마지막 스파링에서 나와 무승부를 이뤘다.
관자놀이 옆에 있는 상처는 그때 내가 낸 거고.
하지만 미안하게도 진짜 봐준 건 나였다.
형의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그러나 지금 그걸 언급할 수는 없었다.
“형님이랑 다시 싸우기 싫습니다. 그것보다 이 사진부터 보시라니까요?”
김대명이 폰을 쳐다본다.
“이게 뭐야?”
“형님. 여수길 저 양반이 오늘 은기의 뒤통수를 치려고 TNT 엔터 대표랑 붙어 다녔습니다.”
“뭐?”
“형님이 은기를 묻으라고 지시하신 거 아니면 저 인간 저희한테 넘겨주십시오.”
김대명이 당황한 기색으로 여수길을 쳐다본다.
“여수길.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여수길이 바들바들 떨며 외친다.
“자 잠깐. 다 부 불게요! 불겠습니다.”
김대명 덕분에 손도 안 대고 코를 풀게 생겼다.
* * *
테이블 위에 여수길이 받은 기자들의 명함 15개가 놓여 있다.
여수길이 주간스타 바로스타 연예올타임즈 라이브스타 기자까지 만나서 받은 명함들이다.
여수길에 따르면 기자들은 오늘 새벽 12시 30분.
<전지적 관찰 시점>의 방송이 끝난 직후.
강은기의 강한파 시절에 대한 기사를 쓰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김대명이 어이없어하며 말한다.
“그러니까 여수길 이 양반이 은기 네 조폭 시절 과거를 기자들에게 제보했다고?”
여수길은 김대명의 엎드려뻗쳐 자세로 진땀을 흘리며 답한다.
“예. 형님.”
그때 김대명이 소파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인다.
“내가 면목이 없네. 미안하다. 전혀 몰랐다.”
“괜찮습니다. 근데 그보다는 여수길 저 사람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김대명이 고개를 든다.
“혼 좀 낸 다음에 써야지. 저 양반 말고는 우리 회사에 영업직이 없어.”
마약 공급책을 대부업체 영업직으로 쓴다고?
어이가 없이 곧장 되물었다.
“설마. 형님. 마약에도 손 대신 겁니까?”
“뭐? 마약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여수길. 마약 공급책으로 뛰던 사람인 걸 모르셨습니까?”
“뭐?”
강은기 역시도 내 말을 거든다.
“강한파에서 쫓겨난 것도 마약 공급을 하다가 저한테 걸려서 그렇습니다.”
한국은 마약 사범에 대해서 너그럽지 않았기에 같은 조직이라는 것만 밝혀져도 공범이 될 수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대부업체를 없애는 게 좋았다.
그리고 여수길을 빨리 검찰에 넘겨야 했고.
김대명도 어이가 없는지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허허허. 아무래도 윤호 너랑 얽히면 난 망하는 팔잔가 보다.”
나 때문에 두 번이나 망하게 둘 순 없었다.
“아뇨. 새로운 인생을 사실 팔자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김대명이 한숨을 푹 내쉰다.
“알았다. 요즘 네가 잘나가니까 한번 믿어 볼게.”
“예.”
그때 강은기가 날 쳐다보며 묻는다.
“윤호야.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이제 <전지적 관찰 시점>이 시작하기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기자들을 싹 다 내 편으로 만들 생각이니까.”
난 그 즉시 테이블에 놓인 명함을 손에 쥐고 전화를 걸었다.
“주간 스타 배현태 팀장님?”
-아이고! 공사다망하신 정 실장님이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연락을 주셨을까? 하하하.
상대가 반갑게 웃는다.
그러나 난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배 팀장님. 감옥에 가고 싶으십니까?”
배현태 팀장이 당황해서 말한다.
-뭐 이 이 자식이 너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야?
“오늘 당신이 만난 여수길 씨. 마약 공급책인 건 아십니까?”
-뭐 뭐라고?
“하필이면 그런 사람 말을 듣고 조폭 시절의 은기 기사를 쓰려고 하십니까? 쯧쯧. 안됐네요. 여수길 씨를 곧 검찰에게 넘길 건데 기자님 연락처도 같이 넘길 테니 그렇게 아십시오.”
-저 정 실장.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난 과감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달칵.
강은기가 고개를 갸웃한다.
“응? 왜 끊어?”
“기다려 봐.”
1초 2초 3초.
지이잉~
얼마나 다급한지 그 즉시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한다.
이제 배현태 팀장은 살기 위해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다.
남은 14곳의 기자들 또한 다르지 않을 거고.
‘그럼 이제 유강석 대표에게 눈에서 피눈물을 흐르게 해볼까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제부터 난 유강석 대표에게 날 노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