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2화
732. 나비 3
또각또각.
대천그룹 김애련 부회장이 딸 이하윤과 비서진들을 대동한 채 콘퍼런스 현장에 나타났다.
웅성웅성.
김애련 부회장을 알아본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애련 부회장이 여긴 왜 왔지?
-그러게? 오늘 대천 쪽에서는 최 상무가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어? 뒤에는 이하윤 아냐? 부회장 딸.
-뭐야? 이거? 갑자기 왔는데?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이사님 모시고 올걸.
-야야 빨리 부사장님한테 전화 넣어.
대천 그룹은 백화점을 핵심 사업체로 성장한 유통 전문그룹이었기에 명품 브랜드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모두 잘 보여야 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콘퍼런스장에 모인 브랜드 관계자들은 다들 벌떡 일어나 김애련 회장을 반긴다.
그때 곁에 앉은 진아람 대표 대행이 낮은 목소리로 귓속말을 건넨다.
-정 실장님이 말씀하신 비밀 무기가 김애련 부회장님이셨어요?
-예.
-그랬으면 빨리 좀 말씀하시죠.
-올 수 있을지 확답은 못 받았거든요.
김애련 부회장이 직접 온 이상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잠시 후.
김애련 부회장이 루이비숑의 테이블 앞에 도착했다.
테이블에 있던 우리 역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김애련 부회장을 반겼다.
“오셨습니까 부회장님.”
“라이언. 오랜만이야.”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김애련 부회장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건넨다.
“예.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별말을 다 한다. 아 그리고 다음 주에 그쪽 신규 브랜드 이곳 진성 호텔 삼성점에서 런칭하지?”
“예 부회장님.”
김애련 부회장이 주변을 쓰윽 둘러본 뒤 장소연을 쳐다본다.
“루이비숑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른 거 보니까 이쪽이 메인모델?”
“아 아직 확정 짓지 않았습니다.”
“확정을 안 해? 모델이 이렇게 괜찮은데 왜?”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눈치를 보다가 답한다.
“그게······ 다른 쪽도 괜찮아서 고민하는 중입니다.”
김애련 부회장이 유강석 대표와 민규리를 쓰윽 쳐다본다.
“유 대표가 데려온 저 여배우가 그 후보 중 하나인가 보네?”
“예. 맞습니다.”
그 순간 김애련 부회장이 피식 웃는다.
“라이언. 복잡하게 가지 말자.”
“예?”
“대천백화점 삼성역점에 있는 루이비숑 명품관을 가장 좋은 곳으로 옮겨줄게. 그리고 신규 브랜드 제품 200억 선구매해 줄게. 이 정도면 어때?”
현재 한국 최고라고 평가받는 대천백화점 삼성역점에서 가장 좋은 위치는 사넬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목 좋은 자리를 루이비숑이 차지해 주게 해줄뿐더러 다음 주 런칭하는 신규 제품을 추가 선구매해 준다고 말한다.
“아. 그리고 내가 선구매하려는 물량은 여기 우리 정 실장이 제안한 것에 더하는 거야.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난 여기 정 실장을 밀고 있고.”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정말······ 입니까?”
“그렇다니까?”
내가 제시한 160억에 김애련 부회장의 200억을 더하면 무려 360억 원어치에 해당하는 선구매액이었다.
유강석 대표 쪽이 제안한 180억에 비하면 2배 많은 금액이다.
거기에 더해 대천백화점 삼성역점에서 가장 좋은 위치까지 약속받자 라이언 킴 총괄이사는 냉큼 결정을 해버렸다.
“그 그렇게까지 보증해 주신다면야 고민할 필요도 없겠네요. 본사에서 이상 없다고 하면 콘퍼런스 1부 끝나는 대로 사인하시죠.”
“그래 잘 좀 부탁해.”
“예. 부회장님.”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이영아 대표가 런칭한 L.M.L 브랜드 성장에 정 실장님이 있다는 걸 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제가 착각했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 실장님.”
난 그와 손을 맞잡으며 답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때 김애련 부회장이 곁에 있는 이하윤을 가리킨다.
“참. 이번 일은 우리 하윤이가 맡아서 진행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연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이하윤이 웃으며 라이언 킴 총괄이사와 내게도 인사를 한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난 그 틈에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3일]
-PM 10: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NEW. 장소연] <연예계 방방곡곡> 루이비숑 액세서리 브랜드 [LVS.ACC] 광고 모델. TNT 엔터 민규리로 확정. (기타 : 장소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모델로 선정.))
드디어 일정이 사라졌다.
순간 지난 이틀 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다.
그때 맞은편에 앉은 TNT 엔터의 유강석 대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루이비숑의 광고 모델을 눈앞에서 놓치다 보니 울기 일보 직전이다.
그리고 곁에 있는 민규리 역시도 마찬가지고.
‘이 정도로 인상 찌푸리면 곤란하지 유 대표. 이제 시작인데?’
두 사람을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내 표정을 확인한 유강석 대표와 민규리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콘퍼런스 1부가 끝나고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다.
연예부와 경제부 기자들이 우리 테이블로 달려와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는 그 자리에서 다음 주에 공개될 새 액세서리 브랜드 LVS.ACC의 모델로 장소연이 선정되었음을 알렸다.
그때부터 장소연은 발바닥이 아프다는 사실을 감쪽같이 숨기고 ‘BUTTERFLY’ 세트를 몸에 장식한 채 꽤 오랫동안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해야 했다.
이후 우린 다 같이 12층 VIP 전용 라운지로 향했다.
라운지에 마련된 룸에서 식사를 하며 우린 선구매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360억이라는 거금의 선구매 계약을 맺은 덕분인지 장소연은 1년에 1억이란 거액의 광고비로 모델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작품 한 편 등장하지도 않았고 전문 모델이 아닌 것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대우였다.
김애련 부회장과 라이언 킴 총괄이사는 백화점 매장의 위치 이전을 의논하기 위해 이하윤과 함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애련 부회장이 만족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러면 우린 먼저 갈게. 수고들 했어.”
“오늘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감사는 무슨. 나도 손해 보는 일도 아닌데 뭐. 하여간 조만간에 또 봐.”
“예. 부회장님.”
김애련 부회장과 라이언 킴 총괄이사 그리고 이하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그 순간 장소연이 내 팔을 잡는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소연아. 안 되겠다. 일단 오빠한테 업혀.”
“아 아뇨. 복도에서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해요. 스위트룸에 들어갈 때까지만 좀 부축해 주세요.”
“알았어.”
결국 난 오른쪽에서 그리고 진아람 대표 대행은 왼쪽에서 장소연을 부축해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절뚝절뚝.
발을 내딛는 것도 힘들 정도로 장소연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달칵.
스위트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장소연이 허물어지듯 옆으로 쓰러진다.
순간 난 양팔로 쓰러지는 장소연을 붙잡았다.
방에서 기다리던 이미리 대리와 양소리 대리가 깜짝 놀라 외친다.
“실장님!! 이게 뭐예요?”
“소연아!”
난 장소연을 부축한 채 외쳤다.
“우선 드레스부터 벗기세요.”
루이비숑에서 협찬받은 드레스는 몸을 죄는 스타일이라서 숨쉬기가 불편하다.
이미리 대리가 알겠다며 와서 급히 드레스를 벗기자 검은색의 얇은 이너 드레스가 나온다.
장소연이 조금은 편하게 호흡하기 시작한다.
난 반쯤 정신을 잃은 장소연을 달랑 안아서 소파로 데려갔다.
털썩.
소파에 장소연을 놓은 난 우선 그녀의 신발을 벗겼다.
그런 다음 연거푸 지시를 내렸다.
“양 대리님. 가위요! 그리고 이 대리님은 수건에 미지근한 물 적셔 오세요.”
“예! 네!”
양소리 대리가 방으로 뛰어 들어가고 이미리 대리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이미리 대리가 가져온 수건을 장소연의 이마에 올렸다.
이어서 양소리 대리가 가져온 가위로 반쯤 정신을 놓은 장소연의 스타킹을 찢기 시작했다.
부우욱.
스타킹을 벗기자 실리콘 발 보호대가 보인다.
난 가위로 조심스레 보호대를 자르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발 보호대의 접합부를 따라서 가위질을 한 덕분에 장소연이 다치지 않게 발 보호대를 벗겨낼 수 있었다.
그런데 발 보호대를 벗긴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장소연의 발은 퉁퉁 불어 있고 감싸 놓은 붕대는 피에 흠뻑 젖어 빨갛게 변해 있었다.
몇 시간이나 힐을 신고 있었던 탓에 어설프게 아문 상처가 다시금 터진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양소리 대리와 이미리 대리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소연아······.”
“어떻게 해요. 실장님.”
나 역시 울컥했지만 진아람 대표 대행에게 말했다.
“진 대행님. VIP 환자 이송 프로토콜을 이용해서 병원에 이동시켜주실 수 있습니까?”
진성 호텔 정도의 대형 호텔에는 VIP 환자를 은밀하게 이송하는 방법이 있다.
VIP들은 그들의 건강 상태가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회사 주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다른 투숙객들이 모르게 병원에 갈 수가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준비할게요.”
“예.”
진아람 대표 대행이 최희선 비서에게 병원 이송을 준비하란 지시를 내린다.
그때였다.
장소연이 힘겹게 눈을 뜬다.
“소연아. 정신 들어?”
순간 장소연이 내 손을 꼭 붙잡고서 묻는다.
“오빠······ 저······ 오늘 실수한 거 없어요?”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오늘 그녀는 붕대가 피로 적셔질 때까지 아프다는 소리 한번 없이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그런데도 누군가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받아 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아 본 적도 없다 보니 1억이라는 광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놓고도 잘했는지 확신을 못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장복길과 엄마가 장소연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궈놓았는지 알 것 같다.
“오늘 최고였어. 소연아.”
장소연이 그제야 떨리는 목소리로 한숨을 내쉰다.
“다행이다.”
“그래 이젠 좀 쉬어. 곧 병원 갈 거야.”
“알았어요. 저 그럼······ 조금만 더 잘게요······.”
장소연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금 의식을 놓아버렸다.
그녀의 눈꺼풀은 사르륵 다시 감겼고 온몸은 축 늘어진다.
그런데 날 붙잡은 손은 놓지 않고 있다.
마치 유일한 생명줄을 잡고 있는 것처럼.
어떻게든 성공해서 동생들을 데려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난 그녀의 손을 꼭 붙들며 답했다.
“소연아 이제부터는 내가 버팀목이 되어 줄게. 그러니까 안심해.”
회귀 전에는 그녀가 이토록 힘든 상황이었다는 걸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사실에 실망하며 스케줄 펑크를 내는 것에 화만 냈었다.
하지만 이번 생은 그녀가 가진 아픔을 조금 더 이해하고 품어 줄 생각이다.
그리고 그런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그녀의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진다.
그래 소연아.
이제부터는 나만 믿어.
오늘 넌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는 내가 널 스타로 만들어 줄게.
* * *
[루이비숑. 다음 주에 새롭게 런칭하는 액세서리 브랜드 모델로 굴렁쇠 엔터의 신인 장소연을 선택.]
[무명에서 스타로.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 된 신데렐라 장소연.]
[라이언 킴 총괄이사. “장소연의 고혹적인 매력에 반했다. 그녀는 앞으로 루이비숑의 뮤즈가 될 것.”]
[장소연이 차고 있는 액세서리는 10억대의 ‘BUTTERFLY’ 세트.]
서울 칠성 병원 별관 VIP 병실로 장소연을 데려온 순간 기사들이 쏟아졌다.
회사의 홍보실을 이용해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뿌렸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언 킴 총괄이사의 허락을 얻어 액세서리를 착용한 사진을 그대로 기사에 나갈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그로 인해 댓글 창은 폭발하고 있었다.
(댓글)
-와~ 이 모델. 눈이 엄청 매력적이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데?
-진짜 도도해 보인다.
-한국 사람 맞아? 카리스마 쩌는데?
-루이비숑이 신규 브랜드 모델 잘 구한 듯.
-도대체 굴렁쇠 엔터는 어디서 이런 애들을 계속 찾아낸대?
이런 좋은 반응이라면 장소연이 동생들을 데려올 수 있는 시각은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콘퍼런스장에서 함께 온 유진이와 주영인도 기사를 보고 한마디씩 거든다.
“오빠. 기자들이 요새 오빠한테 좀 우호적인 거 같지 않아요?”
유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거 같다.
“그러게?”
주영인이 그것도 모르냐며 피식 웃는다.
“오빠가 이상한 기사 내면 가만 안 두니까 겁먹어서 그렇죠.”
100% 동의하진 않지만 꼭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때 장소연이 정신을 차린다.
“으으······ 여긴······ 어디예요?”
난 황급히 일어나려는 장소연을 억지로 붙잡아 다시 눕혔다.
“치료 중이니까 그대로 누워 있어. 여기 칠성 병원이야.”
현재 한쪽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고 발바닥은 소독을 끝내고 새롭게 붕대를 갈아 놓은 상태다.
“예? 병원이요?”
“그래. 그리고 패션쇼 하루 전날까지는 입원해야 하니까 그전까지 태블릿 보면서 워킹 연습해. 알겠지?”
“네.”
“그리고 이거.”
난 장소연의 앞으로 폰을 내밀었다.
갤럭티카 Z플립2 라벤더 컬러 모델이다.
“이걸 왜 주세요?”
장소연의 과거 폰은 금이 간 갤럭티카 7이었기에 꼭 바꿔주고 싶었다.
“고생한 선물. 그리고 이제 루이비숑의 모델이 되었는데 품위를 챙겨야 하지 않겠어?”
장소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거 받아도 돼요?”
“당연하지.”
“저 이렇게 비싼 폰은 처음 써 봐요.”
새아빠인 장복길은 비리 형사라서 돈이 많았지만 가족에게는 거의 돈을 쓴 적이 없다고 한다.
이미 감옥에 잡아넣었는데도 그에 관한 이야기만 들으면 주먹이 절로 쥐어진다.
“그러면 이제부턴 적응해. 이제부턴 네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
“고마워요 오빠. 그리고······.”
난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동생들 빨리 데려오고 싶은 거 다 아니까 말 안 해도 돼. 우선 동생이랑 통화해 봐야지.”
“아 예.”
유심칩을 바꿔 끼운 다음 장소연에게 통화를 하라 말했다.
장소연이 영상 통화로 장준현에게 전화를 건다.
원래 장준현의 폰 역시 카메라 고장으로 영상통화가 안 되었지만 이젠 수리를 마친 터라 영상통화가 가능해졌다.
마음 같아서는 장준현에게도 폰을 사주고 싶었지만 엄마에게 들킬 수 있어 그럴 수는 없었다.
-누나? 어? 누나 폰. 이제 영상통화 돼?
“어 정 실장님이 폰 바꿔줬어. 그나저나 잘 지냈어?”
-어. 이제 며칠 됐다고 걱정해? 우린 괜찮아.
“엄마는······ 뭐 하는데?”
-새아빠 잡혀갔다는 소식 듣고는 좀 난동을 피웠는데 이젠 괜찮아. 술 마시는 건 여전하고.
“니들한테 뭐라고는 안 해?”
-누나한테 연락해 오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하긴 하는데 없다고 했어. 그리고 말 안 할 테니까 안심해.
장소연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인다.
그러다가 막냇동생의 안부를 묻는다.
“그러면 연주는?”
-잠깐만. 연주야~~
그때였다.
통통거리는 발소리가 끝나자마자 장연주의 얼굴이 화면에 보인다.
-어? 언니다! 언니! 이제 나 데리러 오는 거야?
“아직 아냐. 하지만 언니가 빨리빨리 데리러 갈게?”
장연주가 아쉬운 표정으로 답한다.
-응 언니. 엄마 무서워. 그러니까 빨리 와? 아라찌?
장소연이 몸을 부르르 떤다.
“알았어. 언니가 최대한 빨리 갈게?”
-응! 언니 싸랑해~~ 음빠!
장연주가 손 키스를 연신 해댄다.
-어? 누나. 전화 끊어야겠다. 미안.
달칵.
엄마가 오는지 갑자기 전화가 끊긴다.
장소연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그 순간 난 장소연은 다시 한번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흥신소 직원을 붙여 놨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할 거야.”
장소연의 엄마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이미 사람을 붙여 놓았다.
순간 장소연이 내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인다.
“고마워요 오빠.”
난 장소연의 손을 톡톡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그런데 그때였다.
내 뒤에 있던 주영인이 유진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조용히 말한다.
-유진아. 나랑 잠깐 밖에서 이야기 좀 해.
-지금?
-어 지금.
주영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병실을 나선다.
유진이가 말없이 그 뒤를 따라나선다.
‘주영인 쟨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