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1화
731. 나비 2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3일]
-PM 10:00 [NEW. 장소연]
<연예계 방방곡곡> 루이비숑 액세서리 브랜드 [LVS.ACC] 광고 모델. TNT 엔터 민규리로 확정. (기타 : 장소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 모델로 선정.)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예비모델이라고?
그렇다면 유강석 대표가 준비한 것들 또한 만만치 않다는 뜻이었다.
‘그런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고?’
난 오늘 나온 장소연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루이비숑 액세서리의 광고 모델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때 진성 호텔 1층 연회장에 있는 브랜드 임원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 실장이랑 같이 온 쟨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거참. 매번 저런 애는 또 어디서 찾아오는 거야?
-저 드레스랑 액세서리도 참 괜찮네. 어디 상품이지? 한정품인 것 같은데.
그때 함께 온 진아람 대표 대행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반응이 바로 오는데요?”
“예. 노력한 보람이 있는데요?”
내 생각대로 각 명품 브랜드 임원들은 장소연에게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장소연의 미모와 큰 키에 올블랙 드레스가 주는 강렬한 임팩트는 고혹적인 느낌을 한껏 선사하고 있어서였다.
보통 이런 장소에 오면 떨 법도 한데 장소연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이 연회장에서 주인공이 자기인 것처럼.
“괜찮아? 소연아?”
장소연이 내 팔을 가볍게 쥐며 작게 속삭인다.
“솔직히 떨려요. 하지만 잘할 수 있어요. 아니 잘할게요.”
마치 주문을 외듯 장소연의 말에 힘이 담겨 있다.
“알았어. 자 그러면 가볼까?”
“네. 천천히 가주세요.”
“물론이지.”
오늘의 목표대상은 1열에 있는 루이비숑의 라이언 킴 총괄이사다.
하지만 그에게 곧장 다가가는 건 하수나 하는 짓.
아무리 급해도 상대가 관심을 가질 때까지 인내할 수 있어야만 했다.
난 장소연의 발 상태를 고려해 그녀를 에스코트하며 느릿느릿 L.M.L 테이블로 향했다.
* * *
L.M.L에게 배정된 테이블.
이영아 대표와 전담 모델인 유진이가 앉아 있다.
아름다운 L.M.L 연분홍 투피스를 입은 유진이는 3열 국산 명품 브랜드 테이블에서 가장 눈에 띈다.
옷도 아름다웠지만 유진이가 최고의 인기 여배우로서 뿜어내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그녀가 입은 옷과 액세서리들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어서였다.
이영아 대표도 장소연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정 실장님은 어디서 또 이런 원석을 발견하셨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그 운. 매번 너무 탐나는 거 아시죠?”
미안하지만 회귀 전에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운이지.
“근데 전문 모델이에요? 포스가 장난 아닌데요?”
“아뇨. 배우입니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광고하는 브랜드 정해진 거 있어요? 없으시면 저희랑 같이하는 게 어때요?”
이영아 대표도 장소연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혹시 유진이를 두고 한눈파시는 겁니까?”
“에이~ 유진 씨야 영원한 저희 메인 모델이죠. 하지만 신규 브랜드 하나 런칭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 같은데요? 정 실장님이 케어하면 배우로서 성공하는 거야 보장된 걸 테니까 최고로 대우해 드릴게요.”
“죄송합니다만 이번은 좀 힘들 거 같습니다.”
“그래요?”
이영아 대표가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결국 잘되기를 빌어준다.
그때 이영아 대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진이가 장소연을 쳐다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소연아 발은 좀 괜찮아?”
어젯밤.
장소연의 병실에 들른 유진이는 자신이 L.M.L 브랜드 쇼 행사와 L.M.L 블랙라벨 트렁크쇼 때 녹화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런웨이에 섰을 때의 경험담과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줬었다.
배우는 전문 모델이 아니니 그들과 같은 수준의 전문적인 워킹을 선보일 게 아니라 다른 특색이 있어야 한다고.
덕분에 지금 장소연은 탑 모델처럼 표정 연기를 하는 중이다.
“괜찮아요. 하나도 안 아파요.”
하지만 눈이 좋은 유진이는 단번에 장소연의 거짓말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굳이 지적하지 않고 응원을 보낸다.
“오늘만 힘내. 그러면 네가 바라는 대로 동생들 데려올 수 있을 거야.”
“그럴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현장에 있는 모두가 장소연을 경계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유진이만큼은 장소연을 순수하게 응원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진아람 대표 대행이 작게 속삭인다.
-정 실장님. 라이언 킴 총괄이사도 아까부터 우리 쪽을 쳐다보기 시작했어요.
목표물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라이언 킴 총괄이사를 낚을 시간이다.
“그럼. 루이비숑 테이블로 가볼까요?”
* * *
“처음 뵙겠습니다. 굴렁쇠 엔터의 정윤호라고 합니다.”
난 동석한 유강석 TNT 대표를 무시하고 곧장 라이언 킴 루이비숑 총괄이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포마드로 머리를 넘긴 고전적인 스타일에 하얀 정장을 입은 라이언 킴 총괄이사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혼혈인데 주로 사용하는 영어로 답한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 모두 미스터 정 이야기만 하더군요. 하하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라이언 킴 루이비숑 총괄이사는 최근 한국 연예계에서 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손을 맞잡았다.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악수를 하자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기다렸다는 듯 장소연에 관해 질문한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지?”
“아 새롭게 키우는 배우입니다. 일단 모델 일에서부터 시작하려고 적당한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너무 아름답고 포스가 넘쳐서 신인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전 라이언 킴 루이비숑 아시아 총괄이사입니다.”
난 장소연에게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한 말을 통역해줬다.
장소연이 고개를 살짝 숙인다.
“칭찬 감사드립니다. 장소연이라고 합니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환히 웃으며 장소연과 악수를 한다.
그때였다.
인사를 하며 장소연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던 라이언 킴의 눈동자에 이채가 흐른다.
“혹시······ 이 의상은 모나코 패션쇼에서 저희가 출품한 신상 브랜드 드레스가 맞습니까?”
“예. 모나코에서 오늘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이야~ 아시아 쪽으로는 6개월 정도 지나야 출품할 상품이었는데 용케도 구하셨군요.”
“제 친구가 라이언 킴을 만난다고 하니 이 의상을 추천해 주더군요.”
“친구요?”
“제이슨 조입니다.”
“오 제이슨이 쉽게 곁을 주는 사람이 아닌데 친구라니. 대단한 인맥입니다.”
라이언 총괄이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데도 라이언 총괄이사의 눈은 계속 장소연의 목에 고정되어 있다.
그러다 결국 그의 입에서 기다리던 말이 튀어나왔다.
“저기······ 이 십자가 액세서리는 세트로 판매한 한정판인데 왜 목걸이는 없습니까?”
역시나 완벽주의자인 그는 의문을 참지 못하고 물어온다.
그 순간 난 시치미를 뚝 떼고 답했다.
“이 올블랙 드레스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목걸이가 따로 협찬으로 나가긴 했지만 이 액세서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 변명이 그럴싸했는지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흐음. 그렇다 이거죠······.”
그런데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던 그가 뜬금없는 말을 꺼낸다.
“블랙에는 실버보다는 골드가 더 어울리죠.”
“예?”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씩 웃더니 테이블의 옆 좌석에 앉아 있는 비서 레이첼에게 말한다.
“레이첼.”
“예. 이사님.”
“버터플라이 가지고 와.”
레이첼 비서가 눈을 깜빡거린다.
“버터플라이를요?”
나 역시 레이첼 비서처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말한 ‘버터플라이’는 다음 주에 런칭을 하는 루이비숑 신규 액세서리 브랜드 LVS.ACC의 메인 상품으로 아직 공개조차 안 한 것이기 때문이다.
“총괄이사님. 진심이세요?”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어깨를 으쓱인다.
“어차피 팔려고 만든 건데 어때서? 걱정하지 말고 갖고 와. 책임은 내가 질게.”
“아 알겠습니다.”
레이첼 비서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대연회장을 나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버터플라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건 나 혼자뿐이 아니었다.
유강석 대표가 당황한 말투로 말한다.
“라이언. 혹시 그거······ 다음 주 쇼에 선보일 메인 아이템 아냐?”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맞아.”
“그거 다음 주에 우리 규리한테 착용시켜 선보이기로 한 거잖아!”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가만히 유강석 대표를 쳐다본다.
“내가? 언제 민규리 씨한테 내준다고 했지 미스터 유?”
“갑자기 왜 이래? 나한테 약속했잖아! 액세서리 150억 원어치를 선구매하는 조건으로 우리 규리를 LVS.ACC 메인 모델로 세우기로!”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피식 웃는다.
“난 우리 신규 브랜드 제품 150억 원어치를 진성에서 사준다기에 고려해 본다고 했지 픽스하진 않았잖아. 그보다 대체 우리 루이비숑을 뭐로 보는 거야? 고작 150억으로 모델을 픽스하시겠다?”
통상 루이비숑이 새롭게 브랜드를 런칭하면 일 년 매출은 500억 정도로 본다.
그렇기에 그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억은 절대 작은 수치가 아니다.
내가 백기사들에게 선구매로 사달라고 부탁한 금액이 다 합치면 130억이니 말이다.
이제야 에브리데이가 일정을 띄운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리고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버터플라이를 가지고 오라고 한 이유 또한 알 수 있었다.
‘날 이용해서 유강석에게 제대로 한몫 뜯어내겠다는 거잖아?’
난 내 의심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슬쩍 폰을 쳐다봤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3일]
-PM 10:00 [NEW. 장소연]
<연예계 방방곡곡> 루이비숑 액세서리 브랜드 [LVS.ACC] 광고 모델. TNT 엔터 민규리로 확정. (기타 : 장소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 모델로 선정.)
내 생각이 맞았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는 나와 장소연을 이용해 위기감을 조성한 다음 TNT 엔터에게 돈을 더 뜯으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오늘 들러리를 서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난 오늘 여기 장소연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찾아왔기 때문이다.
“라이언 총괄이사님.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도 선구매 의사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유강석이야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이사였다.
그에 비해 나는 유명세를 얻고 있다지만 실장급 매니저였고.
그러다 보니 내 입에서 설마 선구매의 제안이 나올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언블리버블! 우리 정 실장님이 그렇게까지 준비를 해오셨을 줄이야! 괜히 업계에서 정 실장님 정 실장님 하는 게 아니었군요? 이거 제가 실례했습니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흥분해서 방방 뛰더니 조심스레 묻는다.
“그러면 혹시 얼마나 선구매를 해주실 수 있을지······?”
준비한 금액을 말하려던 순간 나와 함께 온 진아람 진성 호텔&리조트의 대표 대행이 말한다.
“라이언이 소연 씨가 마음에 드신 거 같은데 선택 쉽게 할 수 있게 제가 도와드리죠. 저희는 160억 맞춰 드릴게요. 아 참고로 진성 호텔&리조트와 진성식품 쪽은 여기 정 실장님과 협력 관계입니다.”
원래 내가 준비한 건 130억이었는데 진아람 대표 대행은 자신이 30억을 더 보탠 160억을 말해버렸다.
상대보다 10억이 더 많은 금액이다.
“이거 이렇게 화끈하게 말씀해주시니까 마음이 동하는군요. 그런데 대체 우리 정아람 대표 대행께서는 정 실장과 어떤 관계이시길래 서포트를 하시죠?”
“제가 비즈니스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분이라면 대답이 될까요?”
“오우~ 그렇군요.”
이대로 결정이 나나 싶은 순간 유강석 대표가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말한다.
“잠깐!”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쳐다본다.
“와이?”
“아직 최종 결정하긴 이르지. 우린 180억까지 선구매해 줄게.”
우리보다 20억을 더 쓴다고?
그 순간 영특한 라이언 킴 총괄이사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거~ 당장 결정할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린 것 같은데? 미스터 유.”
유강석 대표가 발끈한다.
“이봐! 라이언! 적당히 해! 180억이면 충분히 체면 세워준 거잖아.”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피식 웃는다.
“이봐 미스터 유. 체면으로 비즈니스 해? 아니잖아.”
“뭐?”
그때였다.
레이첼 비서가 흰 장갑을 끼고 작은 받침에 올린 목제 케이스를 가지고 왔다.
“총괄이사님. 가지고 왔습니다.”
검은색 벨벳으로 둘러싸인 케이스에는 루이비숑의 마크가 금색으로 찍혀 있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는 자사가 자랑하는 제품이 눈앞에 있자 어깨를 으쓱이며 유강석 대표와 내게 말한다.
“두 곳이 우리 버터플라이를 원하는군요. 그렇다면 우리······ 비즈니스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합시다. 전 지금 비즈니스고 뭐고 미스 장에게 이 멋진 작품을 당장이라도 걸어주고 싶네요?”
일부러 시간을 끄는 라이언 킴 총괄이사의 행동이 밉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의 입장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회사의 수익을 올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테니까.
달칵.
라이언 킴이 장갑을 끼더니 케이스를 연다.
나비 모양을 형상화해서 섬세하게 세공해 놓은 화려한 금빛 액세서리 3개가 곱게 놓여 있다.
버터플라이 액세서리들이 대연회장의 샹들리에 불빛을 받자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빛을 반사한다.
“이건 다음 주 무대에서 공개하기로 한 버터플라이라는 제품입니다. 판매가는 세트당 10억 정도로 잡아놓았고요.”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자부심 있는 표정으로 말한 뒤 우리 모두에게 보여준다.
그러고선 장소연을 향해 액세서리를 내민다.
“소연 양. 그 드레스에는 버터플라이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콘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 대여를 해드릴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장소연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이 제품의 주인은 나라는 것처럼.
“저야 영광이죠.”
무려 10억짜리 제품인데도 장소연은 겁도 내지 않고 착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의 얼굴에 이채로운 눈빛이 깃든다.
마치 이것 봐라 하는 표정이다.
장소연이 10억짜리 액세서리 세트를 눈앞에 두고도 탑 배우나 탑 모델급의 담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레이철에게 지시한다.
“레이첼. 버터플라이 착용시켜 드려. 기존에 있던 건 이 케이스에 잠깐 넣어두고.”
장소연이 레이첼 비서의 도움을 받아 액세서리를 교체해서 착용한다.
그때였다.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손뼉을 치며 아이처럼 기쁜 얼굴로 감탄사를 내뱉는다.
“브라보!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올블랙 드레스를 입은 장소연이 금빛 버터플라이 액세서리를 착용한 순간 그 화려함에 눈이 멀 것 같다.
그 탓인지 현장에 있는 패션 관계자들의 눈이 다시 한번 쏠리고 있었다.
그러나 장소연의 아름다운 모습은 맞은편에 앉은 유강석 대표와 민규리의 눈에서는 불똥이 튀고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눈앞에서 광고 모델을 뺏기게 생긴 유강석 대표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유강석 대표가 눈을 희번덕거리자 라이언 킴 총괄이사의 얼굴에는 웃음이 짙어진다.
마치 더 많은 선구매를 해달라는 듯 말이다.
그때 진아람 대표 대행이 내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정 실장님. 척 봐도 유 대표 눈이 돌아갔는데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진아람 대표 대행은 필요하면 오빠에게 연락해서 우리 쪽 선구매액으로 200억을 맞춰 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혹시라도 이런 일을 대비해 난 최후의 한 수를 준비해뒀기 때문이다.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예? 상대가 투자하는 만큼 저희도 해야죠.
그때였다.
콘퍼런스 장 입구에서 내가 숨겨둔 비장의 수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분이 오신 이상 유강석은 더는 베팅하지 못할 테니까요. 저희가 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