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5화
725. 인연 2
올해 나이 22살인 장소연.
회귀 전 그녀는 지금과 달리 27살의 늦은 나이로 탑 엔터테인먼트에 찾아왔었다.
그런데 그때도 지금처럼 갑작스레 회사로 날 찾아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74cm에 이르는 큰 키와 고혹적인 눈빛을 가진 여우상의 미녀인 장소연은 한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당시에 나 역시 그녀를 보자마자 영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적 사항 이외 정보를 철저히 숨겼다.
뭔가 수상했던 난 안타깝지만 그녀와 계약하려던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를 밝히지 않은 연예인들은 데뷔 전 문제가 생길 만한 일을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굉장한 미녀가 회사로 찾아왔다는 말을 들은 김동수는 과거는 덮어두자며 곧바로 장소연을 스카우트해 버렸다.
이후 장소연은 큰 키 덕에 패션모델로 얼굴을 알리다가 이지연 작가의 <하늘비>라는 작품에서 단번에 주목을 받고 일약 스타가 된다.
그런데 얌전하던 그녀는 스타가 된 이후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에 이미 ‘우환 이 대장’이라 불리던 민규리와 소이영처럼 남자 문제나 스폰 문제는 아니었지만 업무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장소연에게는 알코올 중독 증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가 처음 왔을 때부터 소주를 자주 마시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성공한 이후 마시는 술이 소주에서 와인으로 바뀌더니 매일같이 와인 한 병을 마시고선 잠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턴 촬영 스케줄에 펑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채로 현장에 나타나서 스태프들과 다툰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하지만 탑 엔터테인먼트나 방송국이나 영화판에서도 그녀를 내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빼어난 외모와 연기력 때문이었다.
특히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씬을 연기할 때 보여준 장소연의 연기는 어린 나이에도 인생의 고난은 다 겪은 듯 절절함을 뿜어내며 현장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었다.
그건 연기 천재 유진이에게 버금갈 정도의 연기력이었기에 각종 문제에도 불구하고 일이 끊이지를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매니저들이 대신 욕을 먹어야만 했다.
스케줄 펑크에 대한 모든 책임은 매니저에게 있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 과거의 악연이 지금 굴렁쇠 로비에 나타났다.
그것도 내 눈앞에 말이다.
그때 경비원이 내게 묻는다.
“실장님을 알고 있다는데 아시는 분 맞습니까?”
그제야 바들바들 떨고 있는 장소연이 눈에 들어온다.
뚝뚝뚝.
장소연의 머리와 몸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겨 가출한 듯한 모습을 보니 신경이 쓰인다.
더군다나 아직은 사고를 치지 않은 상태였기에 난 과거의 악연은 잠시 묻어두자고 생각했다.
에브리데이 또한 오늘의 운세에서 운명은 바꿀 수 있다고 했으니까.
“제가 맡을 테니 안심하세요.”
“예. 실장님.”
경비원이 그제야 한숨을 내쉰 뒤 인포데스크로 돌아간다.
난 그 즉시 도란희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라고 말했다.
일단은 회사 샤워실에서 씻긴 뒤에 옷부터 제대로 입혀야 할 테니까 말이다.
* * *
4층 회의실.
장소연은 샤워를 마치고 도란희가 건네준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났다.
174cm의 큰 키에 날렵한 턱선과 또렷한 이목구비와 커다란 눈이 돋보인다.
화장하지 않았는데도 눈에 띌 정도의 미모지만 그녀는 본인의 미모에 자신이 없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감춘다.
“거기 앉으세요.”
장소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맞은 편에 앉는다.
그때 도란희가 말한다.
“실장님. 전 나가 볼게요.”
“그래.”
회의실의 문이 닫힌다.
난 그제야 장소연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절 안다고요?”
장소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전 그쪽을 모르는데요?”
장소연이 숙였던 머리를 들어 올린다.
“저······ 정말 기억 안 나세요?”
긴 머리카락이 양옆으로 갈라지더니 그녀의 얼굴이 선명히 드러난다.
분명 날 아는 사람이나 할 법한 행동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설마 회귀 전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에도 그녀가 처음 날 만났을 때 지금 같은 행동을 했었다.
자기가 기억나지 않느냐고.
그때의 내 대답은 간단했다.
모른다고.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리고 지금도 그 대답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기억 속에 ‘장소연’이란 이름은 없었고 이런 독특한 분위기의 미모를 가진 여자도 기억나지 않았다.
혹시 그녀가 회귀라도 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문뜩 들었다.
하지만 그때 장소연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역시 못 알아보시네요.”
말을 마친 장소연이 한숨을 푹 내쉰다.
그래.
회귀 전에 지금처럼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반응을 보였었지.
당시에는 무심하게 넘겼지만 이렇게까지 반복되면 물어볼 수밖에 없다.
“혹시 우리 이전에 만난 적 있습니까?”
“예.”
“어디서요? 정확히 말을 해줘야 저도 오해를 안 하죠.”
장소연이 내 눈치를 보다 말한다.
“저······ 진숙이에요. 최진숙.”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은 듯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최진숙.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
천사 보육원에 한 달간 맡겨졌다 떠났던 아이의 이름이다.
당시 내 나이는 13살이고 최진숙의 나이는 7살이었다.
최진숙은 엄마가 첫째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하면서 버리고 갔던 아이였다.
그리고 한 달 뒤에 그 엄마가 다시 보육원에 찾아와서 데려갔었다.
당시에도 눈이 크고 코도 오뚝했지만 지금 같은 외모는 아니었었기에 전혀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네가······ 진숙이라고?”
“예. 엄마가 새아빠를 3번이나 바꿨어요. 처음엔 성이 바뀌었는데 이름은 엄마가 저 때문에 재수 없다고 바꾸라고 해서 2년 전에 개명했고요.”
날 안다는 게 정말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회귀 전에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문제보다 어떻게 이런 비참한 모습을 하고 날 찾아왔는지부터 알아야만 했다.
“그런데 몰골이 왜 이래?”
그때였다.
장소연이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빌기 시작한다.
“오빠.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 테니까 저······ 연예인 좀 시켜 주시면 안 돼요? 그게 아니면 매니저라도요. 아니 시키는 거 뭐든 다 할 거니까 그냥 저 좀 취직시켜 주세요. 예?”
그녀의 연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누구보다 잘 안다.
외모도 빼어난 편이고.
당연히 배우로 취직시켜 줄 순 있지만 그보단 왜 이런 몰골로 나타났는지 아는 게 중요했다.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벌컥.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눈에 쌍심지를 켠 주영인이 들어왔다.
“이게 어디서 오빠한테 들러붙으려고 해? 야. 너 아까 전에 우리 회사 앞에서 전화하는 거 다 들었거든?”
전화라니?
성큼성큼 다가온 주영인이 내 곁에 털썩 앉는다.
“영인아 그게 무슨 말이야?”
주영인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더니 목소리를 높인다.
“오빠. 얘. 믿지 마요. 아까 우리 회사 앞에서 누군가랑 통화하는 거 들었어요. 윤호 오빠 이름도 나오고 함정 뭐 경찰 같은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리고 뭣보다 TNT 엔터 이름도 언급됐고요. 얘 순수한 의도로 온 거 절대 아니에요!”
TNT 엔터는 오늘 진성그룹이 지분을 40%나 인수한 곳이다.
그런데 누군가와의 통화에서 그곳이 언급됐고 그 이후 저런 모습으로 날 찾아왔다고?
‘설마. TNT 엔터에서 보내서 온 건가?’
과거 에이스 엔터 출신의 백세기도 굴렁쇠 엔터에 들어와서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주영인이 말한 건 그때와 비슷한 상황일지 모른다는 소리였다.
그때 장소연이 다급히 손을 휘휘 젓는다.
“아 아니에요! 절대 그러려고 오빠 찾아온 거 아니고요 제 제가 다 설명할게요. 설명할 수 있어요!”
“이거 아주 몹쓸 애네? 내가 너 같은 애들 잘 알아. 걸리니까 발뺌하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고양이 쥐 잡듯 장소연을 윽박지른 주영인이 이번에는 날 쳐다본다.
“오빠. 내 이런 애들 잘 아는데 딱 봐도 보통 애 아니에요. 눈동자 굴리는 거랑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게 딱 예전의 나랑 같은 과예요. 아시겠죠? 내 말?”
이거 자기를 칭찬하는 건지 욕하는 건지 헷갈린다.
하지만 난 우선은 흥분한 주영인을 진정시켰다.
“일단 진정 좀 해봐. 그나저나 넌 여기 왜 왔어?”
“아침 뉴스를 보는데 진성이 TNT에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길래 이야기 좀 하러 왔죠.”
“안 대표님은?”
“안 대표는 밖에 있어요. 그보다 오빠 얘 사정 같은 거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당장 쫓아내세요!”
회귀 전이라면 그리고 에브리데이가 없었더라면 주영인의 말을 듣고 당장 내보냈을 거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있는지 들어는 보고 싶었다.
난 이제 예전의 그 서툴고 남의 사정에 무관심하던 정윤호가 아니니까.
“영인아. 일단은 사정부터 알아보고 판단할게.”
주영인이 불만족스러운 듯 투덜댔지만 결국엔 입을 닫았다.
“쳇. 알았어요.”
잠시 한숨을 돌린 난 장소연을 쳐다봤다.
“진숙아 아니 소연아.”
“예. 오빠.”
“우리 어릴 때 인연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부터 솔직해져야 해. 그래야 도와줄 수 있어.”
장소연이 울상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예. 다 말할게요.”
“그래. 지금부터 남김없이 이야기해봐.”
“일단 TNT 엔터에서 보냈다는 말은······ 맞아요.”
장소연의 고백에 주영인이 고개를 뻣뻣하게 든다.
“들었죠? 완전히 얘 막장이라니까요?”
살짝 째려보자 주영인이 입을 동그랗게 말며 삐죽인다.
“쏘리~”
쏘리는 무슨.
난 다시금 장소연을 쳐다봤다.
장소연이 침을 꼴딱 삼킨 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 * *
장소연의 새아빠 장복길은 강남경찰서의 형사계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리 경찰이다 보니 각종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곤 한단다.
그런데 장복길은 TNT 엔터 유강석 대표와 친분이 막역한 사이다 보니 이번에 유강석 대표의 사주를 받았다고 한다.
장소연을 내게 붙인 다음 셋업을 해달라고.
전화로 그 말을 언급한 건 제대로 들었는지 복창해 보라고 해서란다.
그리고 이렇게 불쌍한 모습으로 나타난 건 장복길이 입고 있던 겉옷과 신발을 벗긴 후 회사에 보내서라고 한다.
동정심을 사게 하려고.
“장복길 그 인간이······ 저한테 정 실장님을 찾아가서 어떻게든 엉겨 붙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술 한잔하자며 꼬시라고 했어요. 그러면 자기가 와서 오빠를 잡아가겠다고요.”
어이가 없었다.
‘필리핀 경찰도 아니고 대한민국 경찰이 셋업을 해?’
필리핀 같은 곳에선 셋업 범죄라고 해서 경찰이 범죄자들과 손을 잡고 목표 대상을 구속한 뒤 돈을 뜯어내는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
그래서 연예인들 데리고 해외 출장을 갈 때면 난 연예인들을 조심시키곤 했었다.
특히나 현지에서 여자들이 달라붙으면 절대로 합석조차 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한국에서 벌이려고 했다고 한다.
내가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되면 자연스레 굴렁쇠 엔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으니까.
장소연이 파르르 떨며 이어서 말한다.
“하지만 저 윤호 오빠한테는 그런 나쁜 짓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영인 언니가 말하기 전에 제가 먼저 말하려고 했고요. 저 진짜 이런 일 한 적도 없고 하기도 싫어요. 그래서 염치없지만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 장복길 그 인간한테 벗어나고 싶어서요.”
주영인이 쌍심지를 켠다.
“웃기고 있네! 우리 윤호 오빠를 상대로 셋업하러 온 주제에 그 말을 전부 믿으라고?”
“믿어지진 않으시겠지만 장복길 그 인간이 저를 늘 감시하고 있어서 그냥은 절대 못 빠져나왔어요. 그래서 이 기회에 만나서 이야기하려고 한 거예요.”
장소연이 억울해했지만 의심이 많은 주영인은 절대로 믿어주지 않았다.
장소연이 왜 회귀 전에 가족 이야기를 안 했는지 알 것 같다.
새아빠는 학대와 착취를 기본으로 말도 안 되는 짓을 시키고 엄마는 그런 친딸에 대해 무관심하니 남에게 말하기 힘들었겠지.
더군다나 내가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무관심하게 대했으니 과거를 털어놓지도 않았을 거고.
어쨌건 사정을 알았으니 주영인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영인아. 그만해.”
주영인이 고개를 젓는다.
“오빠는 마음이 너무 여려서 문제라니까요? 이런 건 믿을 필요도 없이 확실히 내쳐야 해요.”
주영인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득만을 위해 살고 내 욕심만을 위해서 산다면 두 번째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 삶은 이전에도 살아봤으니까.
장소연의 말을 아직 다 믿을 순 없지만 에브리데이가 알려준 대로 한 번 정도는 믿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장소연이 한 말은 이수찬과 정보팀을 돌려서 확인하면 되기도 하고.
“영인아. 그런 인생 재미없어.”
“재미없다뇨?”
“그렇게 확인도 안 하고 다 쳐내다 보면 결국 곁에는 아무도 안 남아 있을걸?”
주영인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
나도 회귀 전에는 몰랐다.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탓에 죽을 땐 정사모 멤버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이제 결단을 해야 할 때다.
에브리데이의 말대로 장소연의 운명을 바꿔줄지 말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다른 것도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이다.
그리고 사람의 삶을 바꿔주는 일이라면 충분히 고생할 가치가 있었다.
에브리데이가 장소연을 만나기 전 알림을 띄운 것도 그런 뜻인 것만 같았고.
13년 전 처음 보육원에 온 최진숙이 겁을 먹고 울던 그때는 식판에 밥을 담아 가져다주는 게 내가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겐 한 사람의 일생을 바꿔 줄 힘이 있다.
차고도 넘칠 만큼.
“내가 도와줄게. 소연아.”
“정말요?”
“그래. 하지만 네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는 없어.”
“저라도 그럴 거 같아요.”
“난 네가 말한 건 지금부터 다 알아볼 거야. 그러니까 말 안 한 게 있으면 지금 다 이야기해.”
“알았어요.”
“대신 네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면 그땐 가만히 안 둔다?”
“네.”
장소연이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그나저나 아이돌 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배우를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 전에 연기 레슨부터 하자. 일단 연습생 신분으로 등록하고. 한번 지켜볼게. 아 물론 숙식은 제공하고. 용돈도 좀 줄게.”
“진짜요?”
“그래. 그런데 조건이 한 가지가 있어.”
“뭔데요?”
“술 마시지 마. 절대로.”
장소연이 눈치를 살핀다.
“저 술 마시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척 보면 알아. 힘든 걸 술로 잊었지?”
“예 근데 가끔 한잔도 안 돼요?”
“어. 안 돼. 너 술 마셨다는 소리 들리면 끝인 줄 알아.”
장소연이 손가락을 꼬물꼬물거리다 말한다.
“알았어요. 안 마실게요. 그럼 저 굴렁쇠 엔터 소속이에요?”
“그래. 계약서는 이따 쓰자.”
그때 주영인이 끼어든다.
“오빠. 난 그 결정 마음에 안 들어요.”
우리 회사도 아니면서 씩씩거리기는.
“넌 또 왜?”
“다 사실이라고 치고요. 근데 얘 아빠는 어떻게 하려고요?”
그래 그게 문제지.
“그건······.”
그때였다.
벌컥.
회의실의 문이 열린다.
이영진이 뛰어 들어오며 외친다.
“실장님. 웬 조폭같이 생긴 인간이 형사라면서 들어와 장소연 씨를 찾는데요?”
회사에 온 장소연이 연락이 없자 장소연의 아빠 장복길이 나타나 버렸다.
그 순간 장소연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이것만 봐도 장소연이 거짓말을 안 했다는 걸 알 것 같다.
“영인아. 소연이 아빠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지?”
“네.”
난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지금부터 보여줄게.”
오늘 난 장복길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