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3화
723. 진짜라면 2
오후 9시 55분.
<화란전>을 방영하기 5분 전 ‘진짜라면’ 광고가 시작했다.
TV 속에선 내가 앞치마를 입고 라면을 끓인 뒤 덕배와 한울이의 앞에 냄비를 가져다 놓는다.
화면 속에 면발이 살아 있는 먹음직스러운 ‘진짜라면’의 모습이 가득 찬다.
잠시 후.
화면이 바뀌더니 덕배와 한울이 그리고 나 셋이서 한 테이블에 앉아 라면을 먹기 시작하는 모습이 나온다.
덕배는 한울이의 앞 접시에 라면을 덜어주고 본인은 냄비를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후루루룩.
냠냠.
후루룹.
면을 먹고 국물을 마시는 리얼한 사운드가 덕배네 집 거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사운드 팀이 한 음도 놓치지 않은 선명한 먹방 소리가 울리자 미소와 은별이 그리고 한울이까지도 침을 꼴딱 삼킨다.
다들 조금 전 8시에 잡채와 볶음밥을 잔뜩 먹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30초가 지나갔다.
『라면은 역시 진짜~ 라면!』
덕배와 한울이가 식탁 앞에서 엄지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난 덕배와 한울이를 뒤에서 껴안은 채 똑같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렇게 광고가 끝이 난 순간 덕배의 방에서 연신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들 오늘 밥 한 끼도 못 먹은 것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던 순간 미소가 배시시 웃으며 엄지를 치켜든다.
“유노 삼촌~ 나 배고파요.”
아까 밥을 잔뜩 먹어서 배가 살짝 볼록해 보이는데 미소야?
그때 한울이와 은별이도 똑같이 날 쳐다보며 엄지를 치켜든다.
“윤호 삼촌~ 라면 끓여주세요~”
“라면 끓여주세요!”
미소보다는 적게 먹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 다 밥을 한 공기씩 뚝딱 해치웠는데?
그러나 세 아이는 마치 밥을 먹지 않은 듯 허기진 표정으로 한 손으로는 배를 만져댄다.
그런데 그때였다.
유진이도 ‘사랑이’와 ‘행복이’를 품에 안고 날 쳐다보며 눈을 초롱거리면서 말한다.
“윤호 오라버니. 소녀도 배가 고프옵니다~ 진짜라면을 먹지 못하면 쓰러질 것 같사옵니다. 부디 간청드리옵건대 라면 좀 끓여 주시옵소서~”
타고난 연기력을 그런 데다 쓰지 말래 유진아?
그리고.
“배가 고프다니! 내일은 촬영이 없다고 아까 밥을 한 공기 반이나 먹었잖아!”
“소녀. 기억이 나지 않사옵니다아~”
기억이 안 나기는 뭐가 안 나!
그런데 채상우와 이미리 대리 역시도 똑같이 부탁한다.
내가 끓이는 라면이 너무도 맛있어 보인다며.
결국 난 몸을 일으킨 뒤 손가락을 풀었다.
“알았어요. 제가 끓여 올게요. 다들 한 사람 앞에 한 개씩?”
미소가 해맞이 인형을 안고선 벌떡 일어나서 외친다.
“예! 쉐프님!”
은별이와 한울이도 똑같이 따라 일어나서 외친다.
“예! 쉐프님!”
유진이는 사랑이와 행복이를 쳐다보다 바닥에 내려놓고 일어나려 한다.
“유진이 넌 스톱!”
“에이~ 난 맛만 볼게요. 맛만.”
“입가의 침이나 닦고 이야기하지?”
“알았어요. 그럼 한 젓가락만! 그리고 내일 촬영 없으니까 쉬면서 운동 좀 더 할게요. 그럼 됐죠?”
한 젓가락이라면 기어코 한 그릇을 먹겠다는 거군.
하긴 뭐 광고도 잘 나왔고 반응도 이렇게나 좋은 날이니까 기분이다.
대신 스쿼트 한 500개만 더 하자 유진아?
“알았어. 그냥 한 개 끓여줄게.”
유진이가 내 미소를 보고 몸을 부르르 떤다.
“뭐야? 왜 무섭지? 오빠 무슨 생각 했어요? 예?”
쓸데없이 예리하기는.
난 유진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선 주방으로 향했다.
* * *
후루룹.
쩝쩝.
냠냠.
<화란전>이 17화가 시작했지만 다들 드라마를 보는 둥 마는 둥 라면에만 집중하고 있다.
동 시간대 방송되는 KBC <정희왕후>가 아니라 ‘진짜라면’이 경쟁자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어차피 라면을 먹는 동안 채널은 돌아가지 않을 테니 시청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다들 그릇을 다 비우고 났을 무렵 진성준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전화를 받는 순간 잔뜩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 실장님! 대박입니다!
“반응이 좋나 보네요.”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닙니다! 재고분은 이미 모조리 팔려나갔고 지금 다른 생산 라인까지 급히 이쪽으로 돌려야 할 정돕니다!
‘진짜라면’은 진성 식품의 첫 번째 대표 라면으로 한때는 일일 50만 개가 판매되었던 인기 라면이다.
하지만 현재 라면업계 1위인 동산식품의 ‘매운라면’에 밀려 최근에는 일일 5만 개까지 판매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광고가 워낙 잘 나왔기에 일일 10만 개로 생산을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광고 반응을 본 순간 일일 50만 개로 생산 계획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다른 라면 생산을 중지하고 ‘진짜라면’의 생산을 서두르는 중이라고 한다.
물론 업계 1위 제품인 동산 식품 ‘매운라면’의 생산량은 무려 일일 200만 개 정도라서 여전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광고 횟수를 최대한 늘릴 겁니다. 버전도 조금 전 세 사람이 다 나온 가족 편이랑 덕배 군과 정 실장님만 나온 매니저 편으로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정 실장님을 보자고 하십니다.
‘진짜라면’은 진성 식품을 창립하고서 처음으로 만든 라면이었다.
그래서 진대운 회장이 리뉴얼에 크게 기대했었는데 오늘 광고 반응을 보고 급하게 생산라인 증설을 지시했다고 한다.
-광고도 회장실에서 함께 봤는데 회장님께서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잘됐네요. 그러면 언제 뵐까요?”
-혹 내일 시간 되시면 아침에 바로 좀 뵈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리고 이번에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으니 저 또한 굴렁쇠 상장에 맞춰 확실히 보답하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난 덕배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완판이란다 완판.”
“진짜요?”
“그래. 잘하면 진짜라면이 출시됐던 전성기의 위상을 되찾을 거 같다는데?”
그 순간 덕배의 집에선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 *
여의도 일식당 동경(東京) VIP룸.
밤 12시가 넘은 시각.
차기 대권 1순위로 꼽히는 박상곤 의원의 딸 박상아는 홀로 룸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폰을 보고 있다.
그런데 포털 연예면의 기사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화란전> 17화 시청률 32.1%.]
[경쟁 상대가 없는 명품 드라마 <화란전>.]
[최덕배. ‘진짜라면’ 리뉴얼 제품 광고 모델 발탁! 매니저 정윤호와 동생 최한울도 함께 출연.]
[‘진짜라면’의 제2의 전성기 시작?]
[정윤호 매니저 광고비 전액 기부를 약속하다.]
[최덕배 최한울 형제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광고비 전액 기부. 결초보은한 두 형제의 선행.]
[최덕배. “정윤호 매니저가 성공의 일등 공신.”]
악재를 만들어 굴렁쇠 엔터의 주식 상장을 어떻게든 막으려 했건만 모든 기사가 호재뿐이다.
그런데 그뿐 아니라 꼴 보기 싫은 정윤호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 탓에 박상아는 괜스레 발끈해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일개 매니저 주제에 광고는 무슨 광고야!”
이대로는 굴렁쇠 엔터의 주식 상장을 막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박상아는 오늘 자신에게 힘을 보태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때였다.
드르륵.
VIP 룸의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굴렁쇠 엔터의 주주인 LSP 그룹 이상필 회장이 나타났다.
박상아는 입을 다물고 고압적인 태도로 이상필을 쳐다본다.
“오셨어요?”
이상필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맞은편에 앉는다.
털썩.
“왜 불렀소?”
“왜 부르다뇨? 박 대표님이 체포된 이상 새 대책을 세워야죠!”
“대책?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박상아가 두 눈에 쌍심지를 켠다.
“이봐요. 이 회장님. 정윤호 저 인간이 저렇게 날뛰는데 보고만 있을 거예요? 굴렁쇠 엔터 그냥 넘겨줄 거냐고요!”
뾰족한 목소리에 이상필이 가만히 박상아를 노려본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나한테 뭐 할 말 없소?”
“무슨 할 말요?”
이상필이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린다.
“최만식.”
“만식 씨가 왜요?”
이상필이 짜증을 내려 말한다.
“알아보니까 그 양반이 강은기인가 뭔가 옛날 조폭 출신인 리버스 엔터 대표를 죽이려고 청부했다던데? 맞소?”
박상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끝까지 숨기려고 한 비밀을 엉뚱한 사람들이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상필의 얼굴 또한 일그러진다.
“알고 있나 보군. 그럼 할 말 없지? 그쪽을 못 믿겠으니까 난 알아서 하겠소.”
이상필이 거들먹거리며 일어나려 한다.
순간 박상아가 눈을 부라리며 말한다.
“이 회장님. 지금 돌아가면 명동 최은태 회장님이 다시 받아줄 거 같아요?”
“그거야 내가 하기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할 거요. 내 지분이 회장님한테는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웃기시네. 당신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박상아의 말에 이상필이 발끈하며 쳐다본다.
“지 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 만식 씨가 이대로 끝날 사람 같아? 증거도 없이 조폭의 증언만으로 판사가 잡아 가둔다고?”
“당연하지! 사람을 죽이려고 했어! 당신 남편 될 사람이. 그런데 빠져나갈 수 있을 거 같아?”
박상아가 코웃음을 친다.
“이봐요 이 회장님. 우리 측에는 그 증인이 모든 걸 꾸몄다고 말할 증인도 있는 거 몰라?”
“뭐?”
“게다가 우리 아빠가 사위 구속될 걸 보고만 있을 거 같아? 당신 우리 아빠를 뭐로 본 거야? 그리고 만식 씨는 또 뭐로 본 거고?”
그제야 이상필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박상아의 말대로라면 최만식 대표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순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내겠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쉽진 않겠지만 박상곤 의원은 미래의 대통령 1순위.
박상아의 말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았다.
‘XX. X됐네.’
이상필의 머릿속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비굴하게 사과하는 것이었다.
“저 저기 상아 양. 내가 잠깐 잘못 생각을 한 거 같네. 미 미안하네.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내가 잠시 어떻게 됐었나 보네. 용서해 주게.”
재계 100위권 기업이라고 한들 박상곤이 대통령이 되어 버리면 공중분해되는 건 한순간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최만식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상필이 납작 엎드리자 박상아는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이상필이 가진 굴렁쇠 엔터 지분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장님.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다시는 저울질 같은 거 하지 마세요. 곧 이번 일을 함께 추진할 분도 오시니까 실망시킬 생각도 하지 말고요.”
이상필이 고개를 들고 갸웃한다.
“응? 우리 말고? 누가 또 있어?”
“보면 알아요.”
그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진성그룹의 진명규 전 부회장과 진명희 전 대표가 들어왔다.
“조금 늦었어.”
“상아야. 미안. 늦었지?”
진명희 전 대표와는 안면이 있는지 박상아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았다.
“아니에요.”
이상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잠시 그룹 핵심에서 밀려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계 25위인 진성그룹을 움직이는 실세였던 거물들이 나타날 줄은 짐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진명규 부회장님이랑 진명희 대표님께서 여긴 어쩐 일입니까?”
“우리도 정윤호한테 쌓인 게 많아서요.”
그런데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드르륵.
“벌써들 모였군. 조금 늦었네.”
재계 12위 HK 그룹의 홍문규 회장이 박한복 비서실장과 함께 직접 나타나 버렸다.
순간 박상아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홍문규 회장을 반겼다.
“홍 회장님. 이쪽으로 오세요.”
박상아가 상석을 가리키자 홍문규가 비서실장과 함께 상석으로 향한다.
탁탁탁.
홍문규가 자리에 앉은 순간 마지막으로 한 명이 더 들어온다.
깔끔한 머리를 하고 안경을 낀 깐깐한 남자다.
그는 바로 대천그룹 김부호 명예회장의 사위이자 김애자 부회장의 남편인 성학수 전 대천그룹 회장이다.
성학수는 아내가 감옥에 간 이후 모든 경영권을 내려놓고 사퇴를 했다더니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이상필은 재계의 거물들이 나타나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박상아의 힘 아니 박상곤 의원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그때 박상아가 이상필을 쳐다본다.
“이 회장님.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이상필이 침을 꼴딱 삼키고 말한다.
“그 그렇지. 이분들이 함께 해 준다면 정윤호 그놈을 밟고 굴렁쇠 상장을 막는 것쯤이야 뭐가 문제겠나?”
정윤호의 이름이 나온 순간 모두의 눈이 번뜩인다.
섬뜩한 살기가 일다 보니 이상필이 숨이 턱하고 막혀 입을 다물었다.
특히 홍문규 회장의 반응이 가장 격렬했다.
“정윤호라. 그 이름만 들어도 혈압이 오르는군.”
재계에는 HK 그룹의 셋째와 넷째가 정윤호 때문에 구속되어 버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이상필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때 박상아가 손뼉을 짝하고 치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이렇게 모이기 힘든 분들이 모였는데 모임 이름은 정해야겠죠?”
“뭐라고 할 건가?”
“정실모요.”
“정실모?”
“예. 정모 씨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에요. 발음하기 쉽도록 ‘싫’은 ‘실’로 부르고요.”
모임의 명칭을 들은 홍문규 회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입에 짝 달라붙는군.”
“좋아요.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당장 다음 달이 굴렁쇠 엔터의 상장인데 그걸 막는 게 제일 우선이에요.”
여의도 일식집에서는 그렇게 새로운 정실모가 탄생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굴렁쇠 엔터의 주식 상장을 방해하고 정윤호를 몰락시키는 것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새벽같이 눈을 뜨자마자 연예계 관련 기사부터 확인했다.
[‘진짜라면’ 광고 시청 후 판매량 급증.]
[모든 온라인 구매 사이트. ‘진짜라면’ 품절.]
[편의점과 대형마트. ‘진짜라면’ 재고 부족.]
[‘진짜라면’ 생산량 증산! 일일 50만 개. 업계 1위의 ‘매운라면’의 아성에 도전?]
[최덕배. 완판남 대열에 들다.]
“고작 하루인데 오버들은······”
기자들이 오버한다 싶었지만 덕배에게 ‘완판남’이라는 말을 붙인 기사만큼은 만족스러웠다.
‘완판남’이나 ‘완판녀’란 호칭이 붇는 순간 광고주들에게는 광고 모델 제1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난 아침부터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난 빠르게 샤워를 마친 뒤 곧장 진성준 대표와 약속한 대로 진성그룹으로 향했다.
그리고선 진성그룹 입구에서 진성준 대표를 만나 함께 회장실로 들어갔다.
진대운 회장과 석한중 비서실장 석한일 경호1실장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격조했습니다. 회장님.”
진대운 회장이 빙그레 웃는다.
“아니야. 어서 앉아. 내 정 실장 덕에 우리 진짜라면이 다시금 빛을 보게 된 것이 고마워서 사례를 하려고 불렀어.”
그는 날 보며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을 그대로 믿을 순 없다.
진대운 회장은 내가 날려 버린 진명규 부회장과 진명희 대표의 아버지이기도 하니까.
“괜찮습니다 회장님. 저야 조금 도운 것뿐입니다. 일은 여기 계신 진성준 대표께서 다 하신 겁니다.”
난 일부러 공을 진성준 대표에게 돌렸다.
진성준 대표는 아직까진 그저 유력한 진성그룹 후계자 후보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공은 진성준 대표가 가져가는 게 좋았다.
그래야지 차기 후계자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대운 회장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정 실장이 우리 성준이를 많이 도와준 거 알아. 그러니까 내가 줄 선물은 아무 말 말고 받도록 하지.”
그때였다.
석한중 비서실장의 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액정을 힐끗 쳐다보던 그의 안색이 변한다.
“회장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우선 TV를 좀 보셔야겠습니다.”
“급한 일이야?”
“예.”
석한준 비서실장이 TV를 켰다.
TV 화면에서는 MBS 아침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런데 얼토당토않은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진성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