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0화
720. 스타 매니저 3
방송의 힘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예능 출연 한 번에 반짝스타가 될 정도로.
물론 계속 그 인기를 이어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어쨌건 한울이의 감사 인사가 방송을 타자 매니저인 내게도 덕배와 함께 출연해 달라는 광고 제의가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내 폰으로는 통화가 불가능해진 터라 유진이의 폰을 빌렸다.
그런데 회사에서 야근 중인 이영진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고객님이 통화 중이어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전화를 걸어 봐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결국 난 회사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고객님이 통화 중이어서······.]
‘뭐지?’
우리 정 실에 있는 번호뿐 아니라 홍보실 전화도 통화 중이다.
밤 12시 40분이 다 되어 가는 시각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때 내 손에 들린 유진이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 : 정수혁 재무 이사]
“정 이사님이 웬일이지?”
굴렁쇠 엔터의 지분 상장을 총괄하는 정수혁 이사는 현재 회사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일을 하는 중이다.
혹시라도 회사의 상장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곧장 전화를 받았다.
“예. 이사님.”
-어 이영진 대리가 찾아와서 전화 좀 걸어달라고 해서 말이야.
“영진이가 거긴 왜 갔습니까?”
-지금 회사의 모든 전화 회선이 마비됐네. 대표실로도 자네랑 덕배 앞으로 광고를 문의하는 전화가 들어오고 있어서 통화가 안 된다는군.
이 늦은 시각에 회사의 직원 개인 연락처나 회사 전화번호가 모두 통화 불능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죄송합니다. 영진이 좀 바꿔 주십시오.”
-하하. 이게 어디 죄송할 일인가? 축하할 일이지! 잠깐만 기다려 보게.
이영진이 전화를 건네받곤 상기된 목소리로 외친다.
-실장님. 광고랑 섭외 전화가 쏟아집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유진이가 <신의 이름으로>로 크게 성공했을 때 그리고 이태풍이 <경계 너머로>의 주연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할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오늘은 그때보다 조금 더 격한 반응이 오고 있단다.
배우의 클래스를 올리는 건 드라마나 영화의 성공 그리고 수상이다.
하지만 배우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예능만 한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회사 전화와 개인 폰으로는 응답 불능 상태니까 까톡 돌려. 메일로 광고 문의해 달라고. 그리고 이쪽에서 검토한 다음 답변을 드리겠다고 해.”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들 실장님이 함께 광고에 출연해 줬으면 하는데 그건 뭐라고 답합니까?
회귀 전도 회귀 후도 광고 출연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난 연예인이 아니라 매니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땐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내가 함께 출연하는 것이 덕배의 인지도를 올려주는 큰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나가긴 할 건데 일단은 그쪽도 메일로 검토하고 따로 답해 준다고 해. 그리고 덕배 앞으로 단독 광고 들어온 건 따로 분류해 두고. 아 그리고 덕배 광고비는 1년에 3억 이하로는 받지 마.”
-3억······이요?
“그래. 나하고 같이 광고가 들어와도 그건 꼭 지켜.”
-덕배는 이제 막 데뷔한 앤데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1년에 3억이면 최소 중박 이상의 작품을 견인해 본 주연들이나 받는다는 A급 대우다.
“괜찮아. 이럴 땐 약간은 오버해서 지르는 게 좋아.”
인기 연예인들을 간판으로 쓰려고 하는 광고주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인기 있는 연예인들의 몸값을 너무 싸게 해버리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인기에 비해 몸값이 싼 연예인이 있다면 광고주들은 다들 그 연예인만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같은 회사는 물론 업계 선후배들의 광고료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니 이럴 때 광고비를 올려야 한다.
내 배우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다른 연예인들과도 공생하기 위해서.
-알겠습니다. 그러면 실장님 몸값은 얼마로 측정할까요?
“내 건 금액을 절대로 붙이지 마. 난 몸값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광고를 받느냐가 더 큰 문제니까.”
이영진이 알겠다며 전화를 끊으려 하는 터라 다급히 물었다.
“혹시 성연 씨 앞으로 들어온 광고는 없고?”
덕배와 나에 대한 관심이 쏠렸지만 <전지적 관찰 시점> 1부에 나온 오성연 역시 반응이 있었었다.
MBS <무한 취업 시대>에서 ‘숙자’로 출연 중인 그녀는 현재 자취 중인 옥탑방에서 사는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오늘 프로그램 게시판에서는 드라마 속 ‘숙자’와 싱크로율 100%란 평가를 들으며 환호를 사고 있었다.
-오성연 씨는 ‘취업넷’에서 2년에 5천만 원 광고가 들어왔습니다. 그 이외에도 다수가 들어왔는데 신인이라서 대부분 2천만 원 이하짜립니다.
‘취업넷’은 설립한 지 1년 만에 업계 10위로 성장한 취업 소개 포털이다.
<무한 취업 시대> 출연 중인 오성연의 ‘숙자’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광고였다.
다만 액수가 좀 작다.
“금액은 1년에 5천만 원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관심이 있으면 직접 만나자고 해. 나머지들은 패스해.”
-알겠습니다. 근데 빨리 좀 올라오세요. 이러다가 회사 전체가 마비될 거 같습니다.
“미안. 내일 새벽 첫 비행기로 돌아갈게.”
-예. 그러면 지시한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수고 좀 해.”
-옙.
이영진과 전화를 끊고 긴 호흡을 들이마신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우리 대박 났다는데요?”
순간 VIP 라운지에 있는 모두가 입을 막고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침묵의 환호성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치 술자리 혹은 대학 OT 때나 하던 ‘침묵의 007빵!’ 게임을 하듯 서로를 가리키며 말이다.
“읍읍~ 읍~”
“으으으읍!!”
새벽 1시라서 소리는 제대로 내진 못했지만 환호하는 모두의 눈은 그 어떤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요일 새벽 서울행 비행기 안.
비즈니스석에 앉은 난 노트북으로 포털 연예면부터 확인했다.
[<전지적 관찰 시점> 분당 최고 시청률 15.1%로 급상승!]
[<전지적 관찰 시점> 평균 시청률 11.7%!]
[<전지적 관찰 시점> 최전성기를 뛰어넘은 시청률에 제작진도 고무!]
[<전지적 관찰 시점>에 출연한 최덕배와 최한울 형제 그리고 정윤호 매니저의 놀라운 케미.]
[최덕배의 얼짱 매니저 화제 집중!]
‘반응 좋네.’
이 정도면 밤 12시 예능으로는 초대박이다.
게다가 기자들은 어찌나 급했는지 나와 인터뷰도 하지 않고서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처럼 기사까지 써놓고 있었다.
‘급한 일부터 처리해 놓고 나면 기자들 인터뷰도 좀 해야겠네.’
능력 있는 매니저라면 이런 호재에 올라타서 배우를 알리는 것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난 포털 기사를 읽고 난 뒤 이영진이 정리해서 보내 놓은 메일에 답변하기 시작했다.
팀 메일로 들어온 덕배에 관한 광고 문의는 총 352건.
그것도 어젯밤 12시 30분부터 오늘 새벽 6시까지만 모아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중 ‘ONE_HIT’란 유사 투자자문 회사는 덕배 앞으로 광고비를 2억을 설정해 놓고 내 앞으로도 광고비를 1억 주겠다는 제안을 해놓은 게 보인다.
“이러면 내가 혹할 줄 알고?”
가끔 이렇게 매니저에게 뒷돈을 제안하는 회사가 있는데 이런 건 1순위로 걸러야 했다.
사고를 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후 난 광고주들의 명단을 먼저 확인한 이후 3억 언더 제안은 일단 다 걸러버렸다.
그런데도 무려 23곳이나 3억을 맞춰 준다고 한다.
물론 그 광고주들 역시 내가 동반 출연해 달라는 내용이었고.
난 별도의 파일에다 23개 회사의 제안을 적은 뒤 옆에 다가가는 회귀 전에 기억하고 있던 주의사항들을 적었다.
회사에 가서 직원들과 이야기한 후 최종 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이후 난 나머지 회사에는 정중한 사과 메일을 작성했다.
탁.
“됐다.”
노트북 자판을 덮은 순간 갑자기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점이 떠올랐다.
LM 의류.
L.M.L.
대천 그룹.
진성 식품.
LT 엔터.
그런 나의 백기사들에서 일절 연락이 없다는 것이다.
‘왜······ 연락이 없지?’
언제나 알아서들 광고 제안을 하던 업체들이 연락이 없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직접 전화를 걸어 광고 제안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이번에는 패스할 건가 보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비행기는 김포 공항에 도착하고 있었다.
* * *
회사에 도착하니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4층으로 올라가자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회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난 내 자리에 가방을 놓고 4층 회의실로 향했다.
끼익.
혹시라도 이영진이 회의실 테이블에 엎드려서 자고 있을 수도 있었기에 조심스레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영진은 여전히 초췌한 모습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여자친구인 도란희도 함께였다.
두 사람의 눈 밑에 짙게 드리워진 다크서클을 보니 어젯밤부터 잠도 못 자고 전화를 받은 모양이다.
“아 예. 이사님. 메일로 자세한 내용을 적어 주시면 저희가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아뇨. 무시하다뇨. 지금 저희 부서 업무가 마비되어서 그렇습니다. 조만간 제가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예~ 들어가세요.”
이영진이 전화를 끊으며 의자에 기댄다.
“하아~”
그때 도란희 역시 전화를 끝내고 의자에 몸을 기댄다.
“전화가 끊이질 않네. 진짜. 우리 정 실장님. 무슨 짓을 하신 거야.”
“대박 날 짓? 그래도 문의가 안 오는 것보단 낫잖아.”
“하긴 그건 그래. 근데 오빠······ 나 지금 33시간째 못 자고 있는 거 알아?”
“난 35시간.”
그때였다.
지잉~
두 사람의 폰으로 동시에 전화가 걸려 온다.
도란희가 이러다가 죽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이영진을 노려본다.
“영진 오빠. 나 죽어도 딴 여자 만날 거 아니지?”
이영진이 못 들은 척 폰을 쳐다본다.
“영진······ 오빠?”
도란희의 말에 이영진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응?”
“들었잖아.”
“뭘~?”
“나. 죽어도 딴 여자 만날 거 아니냐고~오~?”
도란희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어 앞머리는 꼬불꼬불해져 있고 입을 벌리며 미소를 지으면서.
이영진이 몸을 부르르 떤다.
“그런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하지 마. 무섭잖아.”
“그러니까 대답하라고~ 자기야~ 지금 당장 죽기 싫으면~?”
도란희가 주먹을 들자 이영진이 침을 꼴딱 삼키고 답한다.
“아 안 해. 그리고 아마도 같이 묻힐 거니까 걱정하지 마. 외롭겐 안 할게.”
도란희가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씨익 웃는다.
“그래. 죽어도 같이 죽어야지. 좋았어~”
얘들이 밤을 새우더니 조금은 이상해진 것 같다.
서로 순장을 권해?
아니지.
도란희는 원래 좀 이상했지 참.
하여간 난 회의실로 들어가며 두 사람을 달랬다.
“누구 마음대로 죽어? 니들은 평생 내게서 못 벗어나니까 일은 이만하고 빨리 집에 가서 자.”
니들은 내가 죽으면 그제야 순장 조로 삼을 거야.
그런 내 속내를 모른 채 두 사람의 표정이 환해진다.
“지 진짜 가도 돼요?”
“어. 그리고 조만간에 소고기도 사줄게. 고생했어. 두 사람 다.”
그때 이영진이 조심스레 묻는다.
“그러면 걸려 오는 전화는 어떻게 합니까?”
아무리 광고가 급해도 내 팀원보다 중요하진 않다.
“급한 건 메일로 다 처리했으니까 다음은 나중에 처리하자. 아쉬운 게 우리는 아니잖아?”
이영진의 얼굴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뿜어져 나온다.
“그럼 실장님은요?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난 일단 대표님부터 뵈어야지.”
광고 중에서 마음에 드는 광고가 있긴 했지만 그 전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건 바로 회사 내 관우 엔터 출신들의 태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박인기 팀장이 뛰어 들어왔다.
“정 실장. 전화 응대는 내가 맡을 테니까 7층 임원 회의실에 좀 가봐.”
“예?”
“정 실장 앞으로 광고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선 김관우 부대표가 태클을 걸고 있어.”
“알겠습니다.”
난 걱정이 되어 남겠다는 이영진과 도란희에게 괜찮다고 말한 뒤 곧장 7층 임원 회의실로 뛰어 올라갔다.
* * *
7층 임원 회의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회의실 안엔 강감찬 대표 정수혁 재무 이사 김관우 부대표 그리고 김장비 본부장 성민석 홍보실장이 모여 있다.
그런데 그중 김관우 부대표가 한창 언성을 높이는 중이다.
“매니저가 광고라뇨! 절대 허락해서는 안 됩니다.”
강감찬 대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고작 광고 하나로 너무 걱정이 심한 것 같은데?”
“뭐든 선례가 중요합니다. 요즘 매니저랑 같이 나가는 방송들이 많아서 매니저들한테 광고 제안이 들어오는 거 아시잖습니까? 근데 이번 일을 허락해 주면 광고비를 노리고 자기가 관리하는 연예인에게 안 좋은 광고를 주는 매니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땐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리고 만약 정 실장이 그러면요?”
“정 실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돈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약해지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그러니 이참에 저희도 다른 회사들처럼 매니저 광고 출연 금지 조항을 넣으시죠!”
김관우 부대표의 말대로 일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는 매니저 광고 출연 금지 조항들이 있다.
몇 년 동안 매니저와 스타가 함께 출연하는 예능이 늘어나면서 매니저에게 광고 제안이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고주들이 매니저를 공략해서 배우에게 안 좋은 광고도 수주하게 하는 경우가 생기곤 했었다.
오늘 내가 받은 제의 중 하나인 ‘ONE_HIT’라는 곳이 바로 그런 곳 중 하나였고.
하지만 굴렁쇠 엔터는 이제까지 그런 문제가 없었던 터라 회사 사규가 없었다.
그런데 김관우 부대표는 이 기회에 그 제약을 가하기 위해 딴지를 걸고 있었다.
‘못 봐주겠군.’
순간 난 인기척을 내며 김관우 부대표를 향해 말했다.
“부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김관우 부대표가 내게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이런 문제를 상의할 때 당사자는 좀 빠지지?”
“저도 실은 광고 나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연예인도 아닌데 매니저가 나댄다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뭐? 그렇다면 안 나갈 거야?”
“아뇨. 이번에는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처럼 반향이 있으면 같이 뛰어주는 게 제 배우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김관우 부대표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야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결국 말장난이나 하면서 본인 주머니에 돈을 쓸어 담겠다는 거 아냐?”
그래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광고비는 전액 기부할 예정인데요?”
“기 기부?”
김관우 부대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다.
이제껏 광고 출연을 막으려던 근거를 내가 박살 내 버린 탓이었다.
“예. 기부요. 그리고 광고주들의 이런 제안을 무작정 거절하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고요.”
김관우 부대표가 씩씩거리며 답한다.
“광고주들이 뭐라고 하든 회사 방침이 그렇다고 하면 끝이지! 그리고 기부를 한다고? 그거 난 인정 못 해. 뭐든 선례를 하나 만들어 주면 다음에는 50%만 기부하겠다 30% 기부하겠다 그러다가 다 먹게 되는 거 뻔하잖아!”
억지를 부리는 꼴이 한심했는지 강감찬 대표가 한소리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때였다.
똑똑.
강감찬 대표가 문밖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회의 중이니까 이따가 와.”
하지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영진이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진성 식품의 대표님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진성준 대표가? 여기로?”
“예. 정 실장님에게 광고를 맡기고 싶다고 하시네요.”
“그래?”
“그런데······ 그뿐이 아닙니다. LM 의류 LT 엔터 CK 엔터 쪽에서도 임원들이 몰려왔습니다. 이 이거 어떻게 할까요?”
타이밍 예술이다.
어쩐지 백기사들이 연락이 없더라니.
그들은 통화가 안 될 거라고 예상하고 무려 일요일에 우리 회사로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임원들을 보내서 말이다.
‘부대표님.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난 씨익 웃으며 김관우 부대표를 쳐다봤다.
조금 전까지 자신만만하던 김관우 부대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