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9화
719. 스타 매니저 2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전지적 관찰 시점>은 총 2부 편성에 1시간짜리 방송이다.
그런데 오늘은 3부로 특별 편성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2부와 3부를 합해 덕배와 내 분량으로 무려 1시간을 배정했다고 한다.
[박은찬 PD : 우리 뒤에 방영될 <야밤 토크> PD랑 딜 끝내고 하는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었다.
[정윤호 실장 : 감사합니다.]
[박은찬 PD : 감사는 무슨. 상부상조하는 거지. 아무튼 오늘 10% 넘기면 내가 소주 한잔 살게. 최근 방송국 근처 김치찌개에 계란말이를 기가 막히게 하는 집이 생겼어.]
MBS로서도 최근 핫한 덕배의 인기를 한껏 써먹을 수 있으니 상부상조가 맞긴 하다.
다만 이례적인 것만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때 TV 화면에 덕배가 사는 암사동 빌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은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이 나온다.
“오빠. 오늘따라 슈트가 엄청 멋있어 보이는데요?”
유진이가 지난주에 내게 사 준 아르마니 양복이다.
뻔히 알면서 말하기는.
“그래. 내가 볼 때도 그런 거 같은데?”
그제야 유진이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예능이든 인생이든 뭐든 리액션이 중요하다.
난 박은찬 PD와의 까톡을 끝내고선 H2 호텔 VIP 라운지에 걸린 대형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
양소리 대리와 채상우의 스타일링을 받은 내가 연예인처럼 세련된 모습으로 덕배의 집을 누비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 나 스타일 좀 사는데?’
화면 속의 내 모습이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프로의 손길이 닿자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된 듯 했다.
* * *
<전지적 관찰 시점>은 스튜디오에 있는 MC들과 관찰 대상인 연예인 그리고 그 연예인의 매니저에 대한 일상을 ‘관찰’하는 게 주요 콘텐츠다.
난 2층에 올라오자마자 쪼그리고 앉아 치즈태비 고양이인 사랑이와 흰색 포메라니안 행복이의 사료를 주고 있었다.
능숙하게 강아지와 고양이를 케어하는 모습을 본 유진이가 흐뭇하게 웃는다.
“우리 윤호 오빠. 오늘따라 좀 멋있게 보이는 거 같아요. 다정해 보이는 것도 같고~”
난 피식 웃으며 답했다.
“매니저인 내가 인기 많아서 뭐 하게? 덕배 인기가 많아져야 좋지.”
“왜요 많으면 좋죠~ 얼짱 매니저니까 오늘 방송 나가면 광고도 막 들어오고 할걸요?”
그런데 유진이가 아까부터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TV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진이와 내 의자 사이에 놓인 테이블 위엔 언제 가져다 놨는지 모를 캐러멜 팝콘이 올려져 있다.
그때 유진의 손이 팝콘으로 슬금슬금 향하는 게 보인다.
눈은 앞으로 향해 있는데 말이다.
‘노 룩(No Look) 군것질이니?’
유진이는 날 칭찬하며 몰래 팝콘을 빼먹으려는 수작이었다.
‘어딜 감히!’
난 유진이의 손이 팝콘에 닿기 전 왼쪽 테이블에 있는 오이 스틱과 바꿔치기를 시전했다.
덥석.
손에 오이 스틱이 잡히자 유진이가 놀라서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유진이가 무안한 듯 배시시 웃는다.
“오 오이 스틱 먹으려고 했어요.”
“응. 그래. 그럴 거라 생각했어. 내일 아침에 촬영 있는데 설마 우리 주연 배우님이 캐러멜 팝콘을 먹었겠어? 그치?”
“그 그렇다니까요?”
유진이는 저 멀리 치워 둔 캐러멜 팝콘을 바라보며 오이 스틱을 한입 깨문다.
오도독.
왠지 내 뼈를 씹어 먹고도 남을 듯한 소리가 난 것 같다.
아마도 착각이겠지?
그러는 사이 TV 화면 속에서 내가 덕배를 깨우고 있었다.
-덕배야. 일어나~
달캉.
문이 열리며 덕배가 한울이의 손을 잡고 나타난다.
둘 다 내가 선물로 사다 준 잠옷을 세트로 맞춰 입었는데 한울이는 잠이 다 깨지 않은 듯 눈을 비비고 있다.
-아직 피곤해?
-어제 늦게까지 대본을 보느라 얼마 못 잤거든요.
-윤호 삼촌. 오셨습니까아~?
-어. 두 사람 씻고 식탁으로 와. 밥 먹어야지.
덕배가 한울이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 뒤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간다.
그 순간 화면이 화장실 안을 비춘다.
덕배는 화장실 안에 있는 발판을 내밀더니 한울이를 들어서 발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선 물을 틀고 한 손으로 한울이의 얼굴을 씻겨 주기 시작했다.
-눈 감아 한울아.
-응 형.
한울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도 덕배는 한울이를 세 살짜리 아이 다루듯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울이는 그런 형의 손길이 싫지도 않은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 한울이는 혼자서 밥도 해 먹을 수 있는 아이다.
그러나 촬영 때문에 집을 비워서 미안해하는 형이 이렇게라도 챙겨주고 싶다는 걸 이해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덕배가 한울이의 얼굴을 씻긴 뒤 타월을 꺼내 닦아준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도 세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화장실을 나온 덕배는 식탁에서도 끝없이 한울이를 챙겨주고 있었다.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 주는 건 기본일뿐더러 심지어 비빔밥까지 다 비벼준 다음 그제야 자기도 먹기 시작한다.
덕분에 VIP 라운지에 모인 우리 정 실 식구들 입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우리 덕배. 너무 다정하다~”
“그러게. 나도 덕배 동생 했으면 좋겠는데?”
덕배가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아 아니에요. 한울이가 아직 어려서 그래요. 어려서.”
<화란전>에는 남성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덕배지만 <전지적 관찰 시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분위기가 워낙 좋은 터라 난 <전지적 관찰 시점>의 게시판을 확인했다.
우리 정 실 식구들 반응과 마찬가지로 게시판 반응도 뜨거웠다.
[<전지적 관찰 시점> 시청자 게시판]
-와~ 덕배. 진짜 다정하다.
-지난주에 한울이랑 같이 나왔을 때도 대충 짐작하긴 했는데 이건 상상 이상인 듯.
-덕배 오빠. 나도 좀 거둬 주면 안 돼요? (29살 여자)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27살 남자)
-와 우리 형에게 이 방송 보라고 해야겠다.
-이거 주작 방송 아님? 형제가 이렇게 사이가 좋을 리 없음!
-우리 누나가 덕배 형의 반만 따라갔어도 내가 진짜 누나님으로 불렀을 듯.
-여러분. 속지 마세요. 이건 방송이에요. (크흑. 부럽다. 젠장.)
덕배가 한울이를 대하는 태도 탓에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의 개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오늘 우리 덕배 인기가 많이 올랐겠는데?’
회귀까지 하고서 웬만한 콘텐츠는 다 보고 아는 나지만 지금 보여 주는 덕배의 진심 어린 모습은 감히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진심이 담긴 마음은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 * *
30분 동안이나 방송은 지루할 틈도 없이 진행되었다.
식사를 마친 뒤 덕배의 집에서 간단한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하는 장면.
덕배가 한울이를 아침 등교시키기 전 주의를 알려 주는 장면.
덕배가 <화란전>의 대본 리딩 연습을 하는 장면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예고편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흡입력이 있는 방송이었기에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30분이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12시가 된 순간 갑자기 화면이 바뀐다.
한울이가 붉은 배경 앞에 홀로 앉은 채 인터뷰를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최덕배 동생]이란 티셔츠를 입고서.
“어?”
“어 한울이가 언제 이걸 찍었지?”
덕배와 나 모두 한울이가 언제 이런 장면을 찍었는지 몰라 눈을 깜빡였다.
그때 유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오빠도 몰랐어요?”
“전혀.”
제작진들이 우리 몰래 집을 방문에서 찍었나 보다.
그 순간 <전지적 관찰 시점> 메인 이솔아 작가가 한울이에게 인터뷰를 시작한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한울이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최덕배의 동생 최한울이라고 합니다.
한울이가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카메라의 울렁증 따위는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그래서인지 이솔아 작가의 목소리에서 다정하기 이를 데가 없다.
-한울이. 형에 대해서 자랑 좀 해줄 수 있어요?
-예!
한울이가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려 한다.
그런데 그때였다.
화면이 검게 바뀌더니 흰색 글자가 나온다.
[60초 뒤에 3부가 공개됩니다.]
[<전지적 관찰 시점> 3부는 30분간 방송이 될 예정입니다.]
[오늘 방송될 <야밤 토크>는 휴방임을 알려 드립니다.]
순간 VIP 라운지에 모인 이들이 당황해서 외친다.
“응?”
“엉?”
“이거······ 이래도 돼?”
프로그램 하나를 휴방한 대신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변형 편성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설마 60초 후에는 기대하지 못한 구성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게시판은 불이 타고 있었다.
[<전지적 관찰 시점> 시청자 게시판]
-이거 뭥미? 지금 싸우자는 거임?
-와 대박. 이렇게 절단을 때리냐?
-형들. 예능도 긴급 편성하는 경우가 있어?
-간혹 있지. 특히 심야 예능은. 다만 설마 여기서 60초 후에 다시 오겠다는 걸 할 줄 몰랐다. 그러니까 다 같이 PD 놈을 때려잡자!
역시나 게시판은 시청자들의 분노로 활활 타고 있었다.
“난리 났네. 하하하.”
그때였다.
박은찬 PD의 까톡이 들어오고 있다.
[박은찬 PD : 지금 시청률 10% 뚫었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으하하하.]
박은찬 PD는 욕을 먹어도 좋다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토요일 밤 12시에 시청률 10%를 넘은 건 <전지적 관찰 시점>이 최고 인기를 끌 때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일로 인해 그는 드래곤급 수명을 얻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앞으론 그를 드래곤 팍이라고 불러 줘야겠다.
* * *
TV 광고 60초 이후 한울이가 갑자기 손가락 10개를 쭉 펴는 장면으로 방송이 시작한다.
-우리 형은요······.
한울이는 세상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덕배의 ‘자랑’을 시작했다.
그 순간 제작진이 만든 자막이 위로 올라온다.
[한울 군이 워낙 자랑을 많이 해서 시간 관계상 CG로 대신합니다.]
[우리 형은 아침에 꼭 절 껴안아서 깨워 줘요 밤에는 잠들기 전에 꼭 책을 읽어 주고요 가끔은 업어서 재워 주기도 해요. 형이 목말을 태워 줄 때도 있는데요 세상에서 제일 키 큰 사람이 된 거 같아 진짜 좋아요. 그리고······.]
한울이가 덕배를 자랑하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기 시작한다.
그런데 자랑거리가 워낙 많아서인지 손가락 접기가 끝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전지적 관찰 시점> 시청자 게시판]
-ㅋㅋㅋ. 완전 형 바라기인데?
-덕배나 한울이나 똑같음. 둘 다 서로만 챙김.
-남자분들. 형제가 나이 차가 나면 진짜 저렇게 되나요?
-띠동갑인 내 형제들 보면 저런 집들 있음. 근데 흔하지는 않음.
-이건 거의 아빠랑 아들이잖어.
-한울이 손가락 접는 거 귀엽다.
-아 내 동생이랑 비교된다. 우리 동생은 날 ‘죽이고 싶은 이유’를 손꼽으라면 두 손 꼽을 거 같은데.
게시판에선 덕배는 물론이고 한울이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게 결국 20개의 자랑거리를 채운 한울이가 숨을 몰아쉰다.
이솔아 작가가 다시 묻는다.
-우리 한울이. 원래 이렇게 말을 잘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인 게 믿기지 않는데요?
한울이가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는다.
-아 아니에요. 그냥 자랑할 게 워낙 많아서······.
화면 속에서 한울이가 눈웃음 짓는 순간 VIP 라운지에 있는 유진이가 가슴을 부여잡고 외친다.
“오빠. 방금 나 심쿵 했어요.”
유진이뿐만 아니라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 역시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다.
그때 최대기가 조심스레 묻는다.
“실장님. 혹시 한울이는 이쪽 일 해볼 생각 없답니까?”
“어. 없어.”
“왜요? 잘생기고 귀여워서 연예인 하면 딱일 거 같은데요?”
“한울이는 꿈이 의사거든.”
똑똑한 한울이는 쪽방촌 어르신들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벌써 학교에서 치는 시험들은 모조리 100점을 받아오고 있고.
거기다 우리 미소한테 개인 과외도 해주고 있었고.
어쨌건 보통의 가족이라면 연예인부터 시키려고 하겠지만 덕배는 한울이가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끝내려던 순간 한울이가 말한다.
-아 맞다. 그리고 저······ 혹시 윤호 삼촌 이야기를 해도 돼요?
-매니저님이요?
-예! 윤호 삼촌이랑 저랑 덕배 형이랑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알려 드리고 싶어서요. 그리고 윤호 삼촌이 제 목숨을 살려준 것도요.
-그런 일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말해 주세요.
그 순간 한울이는 우리가 만난 첫날 차가운 쪽방촌에서 와들와들 떨고 있던 그 날의 이야기를 자신의 시선으로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게시판이 폭발하고 있었다.
* * *
난 한울이를 구조한 그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떠벌리고 다닌 적이 없다.
그저 애들을 구했다 정도만 했을 뿐.
괜한 짓으로 덕배와 한울이의 아픈 과거를 건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울이는 방송에서 내가 어떻게 도와줬는지 모든 걸 다 털어놓았다.
차가운 냉방에서 의식이 끊길 듯 말 듯 하며 형을 기다리던 순간 내가 나타났다고.
그날에 뜨겁게 느끼던 나의 체온을 잊지 못한다고.
그리고 내가 없었다면 오늘의 자신은 없을 거라면서 말이다.
-윤호 삼촌이 그날 찾아오지 않았다면 전 여기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형이 티브이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었을 거고요.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금 보니까 매니저님이 한울이랑 덕배 씨의 은인이네요?
-예. 그리고 저기 작가님. 저 꼭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해도 돼요?
한울이가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묻자 이솔아 작가가 냉큼 답한다.
-뭐든 해도 돼요.
그 순간 한울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린다.
-윤호 삼촌. 늘 고맙고 사랑해요~
한울이는 전국 방송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에서 고마움을 한껏 표현하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그저 한울이와 덕배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더 고마워 한울아.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줘서.’
회귀를 하고 누군가를 구했다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TV를 보던 유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쳐댄다.
“오빠도 참.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는 말해 주시지. 진짜 수고하셨어요.”
짝짝.
유진이의 칭찬에 이어 VIP 라운지에 있던 정 실 식구들도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덕배 역시도 내게 고맙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진짜 그때 형 아니었으면 저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돈도 없을 때라서 기껏 할 수 있는 게 보일러 켜고 한울이를 안아 주는 것밖에 못 했을 텐데······.”
괜스레 부끄러워져서 손사래를 쳤다.
“다 지나간 일이야. 다 지나간 일.”
그러는 사이 화면이 바뀐다.
<화란전>의 세트장으로 가기 전 덕배와 내가 샵에 간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머리를 세팅하는 와중에도 덕배의 눈은 대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장면을 끝으로 [다음 주에······]란 자막과 함께 1시간 30분짜리 길었던 방송이 끝났다.
오늘 방송은 덕배의 인간적인 매력과 한울이와의 관계 그리고 나와 덕배의 케미가 잘 나온 드라마 같은 예능이었다.
게시판은 불타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객관적인 데이터인 시청률이었다.
난 최종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을지 기대하며 박은찬 PD의 까톡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까톡.
[박은찬 PD : 분당 최고 시청률 15.1%! 완전 대박이야!]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5%도 안 되던 방송의 시청률이 무려 3배로 치솟아 버렸다.
1시간 30분으로 방송을 30분 늘린 긴급 편성이 적중한 것이다.
그 순간 난 폰을 들고 VIP 라운지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분당 최고 시청률 15.1%랍니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다.
“와오~! 덕배야. 축하해.”
“윤호 오빠. 축하해요~~”
난 긴급 편성을 해준 박은찬 PD에게 감사하다는 답 까톡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까톡. 까톡.
까가가가가가가가톡.
이러다 폰이 터지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광고주들의 까톡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그런데 그 광고 제의 대부분에는 한 가지 조건이 달라붙어 있었다.
‘나도 광고에······ 나와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