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8화
718. 스타 매니저 1
채석현이 낑낑거리며 2층에서 가지고 내려온 건 길이 1m 정도는 될 아크릴 박스 세 개다.
거기에는 각각 다른 디자인의 모형 칼이 들어 있다.
70cm 정도의 길이 종이 공예로 만든 작품들로 손잡이와 칼받이는 작은 종이들을 겹겹이 이어 붙여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놓았고 예리한 날까지 세워 놓았다.
종이를 접고 붙이고 은빛의 래커 칠을 해서 말이다.
그 놀라운 디테일은 마치 예술 작품 수준이었기에 강은기와 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와~ 대박인데?”
“그러게.”
자폐 증상이 있는 아이들이 가끔 특정 영역에서 따라갈 수 없는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성 영역이 떨어지는 대신 하나에 집착하다 보니 집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놀라운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천사 보육원에 있는 요셉이의 경우엔 숫자 계산을 좋아하다 보니 그레이스 수녀님과 엄마를 도와 컴퓨터 대신 회계 업무를 볼 정도니까.
“끄응······.”
채석현이 힘을 쓰며 조심스레 아크릴 상자 세 개를 거실에 내려놓았다.
“이거는 내가 만든 아이빅 테크빅 파워빅 전동 검입니다. 유노 삼촌한테 하나 드리겠습니다.”
채석현이 내민 건 <로봇 전사 아이빅>의 주인공 세 로봇이 사용하는 검들이다.
주인공 로봇들의 이름은 아이빅 테크빅 파워빅인데 그중 채석현이 좋아하는 건 가장 리더십 있고 의지가 강한 아이빅이고 테크빅은 머리를 주로 쓰는 두뇌파 로봇 파워빅은 힘을 주로 쓰는 육체파 로봇이다.
세 로봇 모두 초진동 검을 사용하는데 채석현이 만든 건 그 세 로봇이 쓰는 검들이다.
아이빅의 검은 황금색.
테크빅의 검은 푸른색.
파워빅의 검은 핑크색.
그런데 세 개 중 하나를 내게 고르라고 한다.
“이걸 내게 준다고?”
“유노 삼촌이 나쁜 사람들 혼내주고 석현이를 지켜 줬습니다. 그래서 이젠 이 많은 검들이 다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채미현이 곁에서 말해 준다.
“이거 석현이가 하나 만드는 데 6개월 정도 소요된 것들이에요. 저한테도 구경만 하고 상자에 손도 못 대게 하는 건데······.”
<로봇 전사 아이빅>에서는 세 개의 검들이 합체하면 트라이던트 소드라는 것이 만들어져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설정이 있다.
그래서 채석현은 검 3개를 만든 다음 늘 머리맡에 두고서 자신을 지켜 달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걸 내게 내놓았다.
오늘 내가 채석현을 괴롭힌 놈들을 무찔러 줬기 때문이다.
즉 이것들은 채석현에게는 단순한 작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 보물이나 다름없는 것들이었다.
괜찮다고 말을 하려 했지만 초롱초롱하게 보고 있는 눈을 보니 그 마음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걸 거절한다는 건 채석현의 마음을 거절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채석현이 강은기에게도 말한다.
“그리고 은기 삼촌도 하나 고르십시오. 세 개니까 석현이 하나 유노 삼촌 하나 은기 삼촌 하나 나눠 가지면 되는 것입니다.”
강은기 역시도 채석현이 준 선물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강은기가 날 쳐다보더니 입 모양으로 말한다.
‘아이빅의 검은 고르지 마.’
‘당연하지. 석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며?’
황금색 아이빅을 빼면 남은 건 푸른색 테크빅의 검과 분홍색 파워빅의 검만 남는다.
우리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검이 든 아크릴 상자를 가리켰다.
그런데 둘 모두가 테크빅의 푸른색 검을 동시에 가리켜 버렸다.
둘 다 핑크색 검을 고를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같은 검을 가리키자 채석현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둘이 같은 검을 고른 것입니까? 어······ 어······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패닉에 걸린 채석현을 본 순간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함을 알아차렸다.
그래.
남자는 핑크지.
난 파워빅이 쓰는 핑크색 검이 든 아크릴 상자로 손가락을 옮겼다.
“파워빅이 가장 힘이 세니까 난 핑크색인 파워빅의 검으로 고를게.”
그제야 채석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됐습니다! 유노 삼촌은 파워빅 은기 삼촌은 테크빅 나는 아이빅입니다. 이제 우리 셋이 모이면 최강입니다.”
채석현이 들떠서 외치자 조금 전까지 있었던 부끄러움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래.
핑크가 최강이지.
그렇게 검을 고르고 나자 채석현은 직접 포장해 주겠다며 2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쿵쿵쿵.
채석현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은 덕에 강은기나 나나 가슴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강은기나 내가 생각하지 못한 선물 하나가 더 있었다.
채미현이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우리 손을 꼭 잡는다.
“석현이가 누군가의 이름을 이렇게 친근하게 부른 건······ 두 사람이 처음이에요. 고마워요 대표님. 정 실장님.”
채석현이 나와 강은기에게 준 진짜 선물은 바로 로코의 여왕 채미현과의 끈끈한 유대감이었다.
* * *
채석현은 선물 포장까지 직접 하고 마친 순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이 와서 너무 즐겁게 논 탓에 지쳐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채석현은 고개를 저으며 자지 않겠다고 버틴다.
채미현이 그런 동생을 달래기 시작했다.
“석현아. 낮잠 자자. 응?”
“안 됩니다. 낮잠을 자면 윤호 삼촌이랑 은기 삼촌이 가버립니다!”
“괜찮아. 촬영 때문에 두 분도 제주도에 자주 오시니까 석현이를 보러 오실 거야.”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순간 강은기가 채석현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한다.
“그래. 석현아. 그리고 오늘 난 자고 내일 갈 거야. 걱정하지 마.”
나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저녁 먹고 갈 거야. 그러니까 좀 자 석현아.”
그제야 채석현이 안도하더니 2층으로 올라가 잠을 청한다.
그러자 밖에 있던 박은찬 PD가 1층 거실로 들어왔다.
<전지적 관찰 시점> 스태프들은 곧장 고정 카메라에 넣어둔 SD 카드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박은찬 PD는 그 틈에 채미현에게 미소를 짓는다.
“생각보다 쓸 만한 그림이 많이 찍혔어. 다들 수고했어요.”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PD님.”
“나야말로 고맙지. 아픈 동생이랑 같이 우리 프로에 나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박은찬 PD는 그래도 잘 풀릴 거라며 채미현을 안심시킨 뒤 강은기를 향해 말했다.
“아 그리고 강 대표.”
“예.”
“오늘 수고 많았어요. 석현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거 너무 보기 좋더라고.”
“감사합니다.”
“그러면 주말 동안 두 사람 케어 잘하시고 다음 주에는 서울에서 촬영합시다.”
그사이 스태프들이 SD 카드를 다 빼냈다.
“PD님. 배터리 팩이랑 SD 카드는 다 교체했습니다. 오늘 밤 12시 내일 새벽 6시에 각각 한 번씩만 교체하면 됩니다.”
“알았어. 그리고 교체하러 들어오기 전에 꼭 미현 씨한테 연락해.”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태프들이 고개를 숙이고 먼저 나간 후 박은찬 PD가 오늘 촬영에 대해서 평한다.
“정 실장. 오늘 촬영한 분량도 충분히 화제가 되겠어.”
채석현이 경계하던 부분부터 마음을 터놓고 선물을 받는 장면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단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괜찮을 거라고.”
“솔직히 조금 걱정되긴 했는데 예상외였어. 석현이 저 친구를 이렇게 케어할 줄은 몰랐거든. 덕분에 미현 씨랑도 더 보기 좋아진 거 같아.”
박은찬 PD는 내게 고맙다고 말하더니 갑자기 씩 하고 웃는다.
“아 그리고 오늘 나갈 덕배랑 오성연 편. 기대해도 좋을 거야.”
“예? 뭘 말입니까?”
“보면 알아.”
박은찬 PD는 바쁘다며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오늘 밤 11시.
<전지적 관찰 시점>에서 내가 새로 영입한 오성연과 덕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재미있게 편집이 되었다는 건 오늘 아침부터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런데 대체 뭘 또 기대하라는 거지?
* * *
현재 시각은 오후 10시 30분.
난 준비한 스마트워치를 채석현에게 건네주고 사용 방법을 알려 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할 수 있게 단축 번호도 저장해 놓았다.
단축 번호 1번은 채미현 2번은 강은기 3번은 나로.
그리고 스마트워치의 배경 화면은 <로봇 전사 아이빅>으로 세팅까지 해줬다.
이후 채미현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그녀의 동생 채석현과 한참을 놀아 준 이후에야 혼자 호텔로 돌아왔다.
강은기는 자신이 관리하게 된 첫 번째 스타인 채미현과 그녀의 동생을 챙기기 위해 남았고.
호텔로 돌아온 난 잠깐 저녁 잠을 잔다던 유진이를 깨우기 위해 호텔 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11시에 VIP 라운지에서 다 같이 <전지적 관찰 시점>을 봐야 한다며 깨워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유진이가 외친다.
-네~ 오빠. 들어오세요.
어차피 매니저인 난 유진이의 방문 키를 들고 있다.
띡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진이가 침대에 누운 채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누군데?”
유진이가 입 모양으로 말한다.
‘미소요.’
‘어.’
난 발걸음을 조심조심하고 그녀의 곁으로 갔다.
온종일 이어진 촬영으로 피곤할 테지만 유진이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영상 통화 속 미소는 파자마를 입고선 학교 가방을 멘 채 제자리걸음을 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학교 종이 땡땡땡~』
미소가 노래에 맞춰 오른손을 들어 올려 종을 치는 것처럼 흔든다.
그리고는 이어선 두 손을 입가에 모으고 생긋 웃으며 외친다.
『어서 모이자~』
미소가 신이 나서 율동을 섞어 노래하자 유진이의 얼굴에도 환하게 웃음이 깃든다.
“우리 미소. 학교에서 배운 거야?”
-아니. 혼자 생각한 거야. 어? 유노 삼촌이다. 유노 삼촌~~
미소가 영상 통화 속 날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댄다.
“응. 미소야. 근데 안 자고 뭐 해?”
“잘 준비하고 있었어요. 근데 오늘 방송에 엄마랑 덕배 오빠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 대신 미소야 보다가 피곤하면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자. 알았지?”
“예~~”
미소가 씩씩하게 대답한 뒤 유진이와 대화를 조금 더 나눈다.
달칵.
전화를 끊은 유진이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오빠. 충전 끝! 어서 가요.”
미소와의 통화로 지친 몸에 힘이 샘솟기 시작한단다.
“그래 레츠 고~!”
* * *
유진이와 방을 나서며 VIP 라운지로 향했다.
그런데 복도를 걷던 도중 유진이가 묻는다.
“오빠. 회사 상장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요?”
“지금까진 우리가 유리해. 최만식 대표는 일본에 발이 묶여 힘을 못 쓰고 있고 착실하게 백기사 모으고 있고. 우리 사주도 우리가 압도적으로 많고.”
“다행이다. 근데 최만식 대표랑 결혼할 박상아 대표인가? 그 여자가 만만치 않다면서요?”
모든 것이 유리하지만 박상곤 의원의 딸인 박상아와 일행들이 어떻게든 상장을 방해하려 하고 있었다.
“그쪽이 조금 문제긴 한데 걱정하지 마. 잘 이겨 낼 테니까.”
그때 유진이가 조심스레 말한다.
“저기······ 오빠. 영인이가 그러는데 제가 새 드라마나 새 영화에 나가면 기사가 나서 상장에도 도움 될 거라던데 맞아요?”
“영인이가 그래?”
“예.”
주식 상장 전에 호재의 기삿거리가 많으면 좋은 건 사실이다.
특히 유진이는 현재 굴렁쇠 엔터의 간판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진이가 <화란전>에 출연하면서 차기작 출연이 정해졌다고 언급만 해도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렇긴 한데······.”
“그럼 미리 다음 작품을 픽하는 게 어때요?”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괜찮겠어?”
“<화란전>도 다음 주까지만 빡시게 찍고 슬슬 일정 조정 들어간다니까 괜찮을 거 같아요. 그리고 저도 꼭 돕고 싶어요. 저나 미소도 오빠랑 우리 대표님 둘이서 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으니까요.”
유진이는 내가 이끄는 굴렁쇠 엔터가 보고 싶다며 뭐든 도움이 되겠다고 말한다.
역시 유진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백기사다.
“알았어. 그러면 추진해 볼게.”
“넵!”
현재 이지연 작가의 <경성 1950>이나 김솔잎 작가의 <변호사들> 그리고 그 이외에 내심 찍어 둔 작품들도 있었다.
그러니 난 그중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골라 유진이에게 소개시켜 줄 생각이다.
감히 어떤 배우도 견주지 못할 한국 최고의 배우로 만들기 위해서.
* * *
H2 호텔 VIP 라운지.
박태석 대표가 우리 일행들만이 사용할 수 있게 배려를 해준 덕에 VIP 라운지에 걸린 100인치 대형 TV로 <전지적 관찰 시점>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라운지에 들어서자 오성연과 최대기 그리고 덕배와 정상봉 이미리 대리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도 촬영이 있는 터라 다들 탄산수나 생과일주스와 과일 스틱 같은 걸 테이블에 놓아두고 있다.
비록 라운지 한쪽 편에는 팝콘과 비스킷 간단한 요리들이 있었지만 다들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고.
밤 11시에 시작하는 <전지적 관찰 시점>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방송되는데 1부에선 오성연과 그녀의 매니저 최대기의 촬영분이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11시가 된 순간 TV 속 스튜디오에선 오성연이 인사를 하는 것으로 1부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오성연이라고 합니다. 현재 <무한 취업 시대>에서 숙자로 <화란전>에서는 아소의 배역을 맡고 있습니다.
TV 속 오성연의 인사에 기다렸다는 듯 유진이가 외친다.
“성연아 축하해. 이제 성연이도 빼도 박도 못하는 정 실 식구가 됐네~ 축하해.”
“처음부터 여기로 왔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죄송해요.”
“에이~ 아냐. 근데 부모님은 뭐라고 안 하셔? 부모님이 TK 엔터 추천해 주셨다면서?”
“오히려 미안해하세요. 요즘 굴렁쇠가 얼마나 잘나가는지 아시니까요. 아 그리고 오늘은 친척들 다 모여서 집에서 TV 보실 거래요.”
오성연은 자신이 집안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밝게 웃었다.
내가 몸을 담은 굴렁쇠는 이제 회귀 전과는 전혀 다른 위상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때였다.
지잉~
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박은찬 PD : 정 실장. 시청률 6.1%로 시작했어. 분위기 좋은데?]
지난주 덕배와 나의 등장 예고편만으로도 <전지적 관찰 시점>의 시청률은 8%를 돌파했었다.
그런데 보통 가장 낮은 시청률이 나오는 첫 스타트가 무려 6.1%가 나왔다고 한다.
지난주 방송 덕분에 오성연 편 1부 역시도 시청률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었다.
이후 30분이 지났다.
박은찬 PD가 다시 한번 시청률이 7.8%가 넘었다고 연락을 해왔다.
생각보다 빠른 시청률 상승에 VIP 라운지에 모인 우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서 <전지적 관찰 시점> 2부 ‘덕배-정윤호 매니저 편’이 방송되기 시작했다.
TV 속에서 스튜디오 중간에 앉은 덕배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최덕배라고 합니다.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울리자 스튜디오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이야~ 우리 덕배 씨. 목소리 엄청 좋으시다는 이야기 많이 듣죠?
-와 잘생긴 사람은 목소리도 이렇게 좋나?
-덕배 씨. 성우예요?
덕배에 대한 칭찬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덕배가 특유의 눈웃음을 짓는다.
덕분에 스튜디오에서는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그때 박은찬 PD에게 까톡이 들어온다.
[박은찬 PD : 정 실장. 2부는 덕배 출연하자마자 8.3% 찍었어! 오늘 대박 느낌인데?]
아직 2부가 30분이나 남았는데 지난주 예고편이 달성한 분당 최고 시청률 8%를 넘어버렸다.
오랫동안 시청률 5%를 넘지 못해 폐지를 눈앞에 뒀던 프로그램이 지금 이 순간 동 시간대 1위 시청률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박은찬 PD가 또다시 까톡을 보내온다.
[박은찬 PD : 아 그리고 오늘 기대하라고 한 말 기억나지?]
그러고 보니 아까 채미현의 집에서 오늘 좋은 선물을 기대하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정윤호 실장 : 예 PD님. 근데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리 뜸을 들이십니까?]
그때였다.
[박은찬 PD : 사실 오늘 덕배랑 정 실장이 나오는 2부는 12시가 아니라 12시 30분에 끝날 거야. 총 3부 편성이라고 보면 돼. 즉 2부랑 3부 합해서 1시간 동안 덕배랑 정 실장 방송이 나갈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그 순간 오늘의 운세에서 ‘생각하지 못한 선물’이 여전히 남아 있던 게 떠올랐다.
채석현의 선물 말고도 무려 30분이나 편성이 늘어난 이번 일 또한 그 선물이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최근 3년간 12시를 넘긴 시각에 분당 최고 시청률이 10%를 넘긴 프로그램 없었다.
이젠 이 방송의 여파가 얼마나 커질지 나조차 예측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