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6화
716. 천사의 선물 2
제주도에 있는 채미현의 집.
채미현의 남동생 채석현은 우릴 보자 집 안으로 도망쳐 버렸다.
어제 담을 넘어 들어온 남자들이 채석현을 괴롭혀서였다.
난 박은찬 PD에게 잠시 촬영 중단을 요구한 뒤 곧장 강은기를 따라온 경호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찬아. 뭐 하나 좀 부탁하자.”
-예. 형님.
“한 개 팀만 여기 현장에 남기고 남은 두 팀으로 사람 하나 찾아 주라.”
강은기와 함께 내려온 팀은 총 3개 팀이다.
1팀은 이수찬과 리버스 엔터 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2팀은 평소 정 실 식구들을 경호하기도 하는 TOP 경호 업체에서 나온 팀으로 리버스 엔터가 고용한 경호팀이다.
그리고 3팀은 최은태 회장이 보낸 사설 경호팀이다.
-사람이라뇨?
“어제 어떤 놈들이 담을 넘어와서 마당에서 놀고 있는 채미현 씨 동생을 괴롭혔단다. 자폐 아동이라서 피하지도 못하고 괴롭힘을 당했고. 사건 생긴 시간은 저녁 8시 정도고······.”
-알겠습니다. 인상착의를 말씀해 주십시오.
난 채미현의 외할머니를 쳐다봤다.
채미현의 외할머니가 인상착의를 이야기해 준다.
“20대 중반에 키는 180cm 정도였어요.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3명이었어요. 한 명은 노란색 머리카락이고 한 명은 귀걸이 다른 한 명은 금목걸이를 했는데 덩치가 꽤 컸어요.”
제주도 중문 단지 근처에는 호텔과 펜션들이 많다.
그곳에 놀러 온 관광객 중 세 명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혹시나 CCTV가 있는지도 확인했지만 예전에 CCTV를 한번 달았다가 해킹이 무서워서 다 떼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놈들의 사진을 찍은 다음 외할머니가 확인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들었지?”
-예. 찾는 대로 사진 찍어서 까톡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래. 고생 좀 해줘.”
-이 정도로 고생은요 무슨. 금방 연락드릴 테니 촬영이나 잘하세요.
“땡큐.”
전화를 끊은 뒤 채미현과 채미현의 외할머니를 보며 답했다.
“곧 연락해 올 겁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후 난 박은찬 PD 감독에게 말했다.
“박 감독님. 카메라는 1층에만 고정식으로 세팅해주신 다음에 좀 빠져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긴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좋겠네. 아이가 사람을 경계하면 머릿수 하나라도 줄여야지.”
박은찬 PD가 주변을 바라본다.
“우린 카메라만 세팅하고 밖으로 빠진다.”
“예. PD님.”
“그리고 1층 거실 식탁만 세팅해. 나머지는 설치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채석현은 2층 자기 방으로 도망쳐 있었기에 우린 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집 안으로 향했다.
* * *
채미현의 집 곳곳은 마치 세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집처럼 가구 모서리마다 고무 보호대가 씌워져 있다.
채석현이 다칠까 걱정한 채미현의 마음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채미현은 우리에게 음료수를 내어준 뒤 외사촌 여동생인 유정애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 설득을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박은찬 PD와 함께 들어온 촬영팀이 세팅을 마쳤다.
“다 됐습니다. PD님.”
박은찬 PD가 고개를 끄덕이고 강은기를 쳐다본다.
“강 대표. 잘 좀 부탁합니다.”
강은기는 채미현의 매니저로 <전지적 관찰 시점>에 동반 출연을 한다.
하지만 방송에 채미현의 매니저로 등장하려면 가장 먼저 채석현과 친분을 다져야 한다.
채미현에게 발달 장애 남동생 채석현이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릴 텐데 그 곁에 채미현의 매니저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만약 잘 안 되면 방송을 연기할 테니까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때 채미현이 2층에서 혼자 내려온다.
“우리 석현이가 몇 시간은 안 내려올 거 같은데 어쩌죠?”
자폐 아동들은 공포를 느끼거나 하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도망가곤 한다.
박은찬 PD가 눈물 자국이 있는 채미현에게 티슈를 건네며 말한다.
“미현 씨. 이런 사정 밝히기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 내줘서 고맙기만 한데 뭘. 정 실장이 많이 부탁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최대한 신경을 쓸게.”
예능 PD로서 그는 흥행을 최우선시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다행히 채미현의 가족이 겪었을 일을 재미 삼아 내보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고마워요 PD님.”
“에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지 뭘.”
박은찬 PD는 그 말과 동시에 2층을 쳐다본다.
“아이 눈이 참 맑던데 어떻게 담을 넘어와서까지 그런 애를 괴롭히냐 거참······.”
지나가듯 한 말인데 가슴에 콕 하고 가시가 박힌 듯하다.
“그러면 우리는 나가 있을게.”
박은찬 PD는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촬영팀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채미현이 인사를 한 뒤 다시 2층으로 올라가려 한다.
최대한 빨리 동생을 설득해서 데려오려는 거다.
하지만 강은기가 고개를 젓는다.
“제가 해볼 테니까 미현 씨는 저 좀 도와주세요.”
“뭘 하시려고요?”
강은기가 씨익 웃는다.
녀석은 요셉이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방법을 쓰려하고 있었다.
* * *
“짜장면 시키신 분~~”
강은기는 근처 청룡관에서 짜장면 곱빼기와 탕수육을 주문해서 받은 뒤 주방 식탁에 올려놓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주방 식탁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옆에 있었기에 강은기의 목소리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난 멀찍이 떨어진 주방 구석으로 이동했다.
가능한 카메라의 앵글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난 구석에 선 다음 갤럭티카 노트의 메모장 앱을 켰다.
그러고선 마치 큐카드처럼 강은기에게 알려줄 내용을 작성해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번 더!]
강은기는 내가 적은 글을 보고 크게 외친다.
“짜장면 시키신 부~~운~~~”
그때였다.
덜컥.
2층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짜장면은 맛있습니다! 짜장면이 왔습니까?”
쿵쿵쿵.
채석현이 맑은 목소리로 물으며 2층 복도를 뛰는 소리가 들린다.
현재 시각이 벌써 오후 1시.
배가 한창 고플 때다 보니 참지 못하고 나온 것이다.
그래 짜장면은 못 참지.
보육원에 있는 요셉이도 짜장면이면 화를 잠시 잊고 다가오곤 했었다.
채석현이 2층 자기 방에서 나오자 강은기가 더 크게 외친다.
“예. 짜장면 왔습니다. 청룡관에서 곱빼기로 왔습니다. 탕수육도 왔습니다.”
“탕수육도 왔습니까?”
채석현이 기쁜 목소리로 반문하며 계단을 뛰어 내려온다.
쿵쿵쿵.
그런데 계단 끝에 왔을 무렵 발걸음 소리가 멈춘다.
채석현이 계단 끝에 서더니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주방을 쳐다본다.
그런데 강은기가 서 있자 다시금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집 밖에서 본 사람이 집 안으로까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우리가 부탁한 대로 채미현이 강은기의 옆에 서서 말한다.
“석현아. 여기 은기 삼촌이 우리 석현이 짜장면 사 주셨어. 우리 석현이 짜장면 좋아한다고 해서. 그리고 은기 삼촌은 누나 친구야. 어서 누나 친구한테 감사합니다 하고 말해.”
아까와는 달리 강은기를 누나 친구라고 소개했다.
“누나 친구입니까?”
강은기가 대신 대답한다.
“응. 난 누나 친구고 이름은 강은기.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석현아.”
그 말과 동시에 강은기가 채미현과 어깨동무를 한다.
채미현 역시도 강은기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한다.
그제야 채석현의 표정에 호기심이 깃든다.
“둘이 진짜 친구입니까?”
채미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석현아. 이분이 누나랑 제일 친한 친구야. 그리고 날 도와주기도 하고.”
그 순간 채석현이 쀼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누나의 제일 친한 친구는 석현입니다! 이제 석현이는 제일 친한 친구 아닙니까?”
채미현이 아차 하고 대답을 망설인다.
“아 그게······.”
난 그 즉시 다급히 액정에다가 글을 써서 내밀었다.
[제일 친한 친구가 한 명 더!]
강은기가 액정을 힐끗 보고 말한다.
“아냐. 맞아. 대신 누나한테 제일 친한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거야.”
채석현이 퉁명스레 말한다.
“제일은 한 명만 있습니다. 그래서 제일입니다.”
강은기가 진땀을 흘린다.
난 다시 한번 액정에다가 글을 썼다.
[짜장면 분다! 불면 맛없다!]
강은기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짜장면이 붇는데 우리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석현아?”
채석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으로 향한다.
“아 짜장면! 짜장면은 불으면 안 됩니다. 오자마자 바로 먹어야 합니다.”
털썩.
채석현에 이어 채미현과 채미현의 외할머니 강은기까지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난 뒤따라 2층에서 내려온 유정애와 함께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기 위해 작은 접이식 식탁을 펴고 앉았다.
그런데 그때 채석현이 짜장면 그릇의 랩을 벗기며 묻는다.
“그런데 저기 있는 삼촌도 우리 누나랑 제일 친한 친구입니까?”
채석현의 눈이 날 향하고 있다.
순간 난 뻔뻔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 그러면 누구입니까?”
채석현이 당황하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누나 팬.”
“팬?”
“우리 석현이도 팬 알지?”
“압니다! 팬!”
“응.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팬이니까 안심해.”
그때였다.
채석현이 젓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꼽 인사를 한다.
“팬. 감사합니다. 우리 누나 좋아해 줘서 감사합니다.”
그 순간 채미현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틀어막는다.
자신은 동생의 존재를 숨겨 왔지만 동생은 단 한 번도 누나를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난 채석현의 인사에 맞서 똑같이 배꼽 인사를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채석현은 씨익 웃더니 자리에 앉아 랩을 벗기고 짜장면을 비비기 시작했다.
경계심이 많은 자폐 아동과 이렇게 같은 상에 앉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요셉이를 키워온 탓에 강은기와 난 생각보다 쉽게 유대관계를 맺을 수가 있었다.
* * *
“단무지 좋아하네 우리 석현이?”
강은기는 짜장면에 손도 대지 않고서 채석현이 좋아하는 것을 채석현의 앞에다 내밀어 준다.
단무지를 잘 먹는 걸 보고 자기 앞에 있는 단무지를 몰아 준다.
채석현은 그런 강은기가 고마운지 살짝살짝 고개를 숙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순간 강은기는 한 젓가락도 뜨지 않은 채로 바로 선물을 내밀었다.
<로봇 전사 아이빅>에 나오는 50cm 크기의 주인공 아이빅 로봇이다.
“아까 주려던 거야 석현아. 이제 받아 줄 수 있어?”
채석현의 얼굴이 환하게 변한다.
“누나 친구는 모르는 사람 아닙니다. 아이빅!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감사해 줘서 감사합니다.”
강은기가 너스레를 떤 뒤 조금 더 깊은 유대관계를 갖기 위해 시도한다.
“석현아. 밥 다 먹었으니까 우리 <로봇 전사 아이빅> 애니메이션 볼까?”
먼저 일어난 강은기가 조심스레 채석현에게 손을 내민다.
채석현이 가만히 보다가 강은기의 손을 붙잡았다.
자폐 아동들은 누군가와의 신체접촉을 극도로 꺼리지만 강은기는 짜장면과 선물 그리고 다정한 배려에 첫날부터 가까워지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이 손을 꼭 잡은 채 거실로 걸어가자 채미현은 울음을 참는다.
채석현이 누군가와 이처럼 빠르게 가까워진 적이 처음일 테니 말이다.
그러는 사이 강은기와 채석현이 TV 앞에 앉았다.
채석현이 리모컨으로 능숙하게 <로봇 전사 아이빅>을 틀었다.
<로봇 전사 아이빅>은 우주에서 온 거대 괴수들을 막기 위해 세계의 과학자들이 로봇을 만든다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아이빅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으로 사람과 같은 자아가 있다는 설정이다.
스마트 TV에서 <로봇 전사 아이빅>이 나오자 채석현은 주제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이빅! 아이빅! 지구를 지키는 로봇 전사 아이빅~!』
채석현이 흥이 난 걸 보고 강은기가 슬그머니 대화를 시도한다.
“석현아. 아이빅 앞에 있는 저 괴물 이름은 뭐야?”
채석현이 손을 뻗으며 말한다.
“저건 오르탄! 지구로부터 12만 광년 떨어진 X732 행성에서 태어난 불가사리형 괴수로 빨판으로 생명 에너지를 흡수하는 괴물입니다. 키는 85m 체중은 1257톤인데 바닷물을 머금으면 2700톤까지도 늘어납니다. 주공격은 몸통 가운데 있는 입으로 고압 살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린 몸통은 1분 이내에 새끼 오르탄으로 변신합니다. 불로만 죽일 수 있습니다.”
“와~ 우리 석현이 똑똑한데?”
그때였다.
채석현의 얼굴이 굳더니 갑자기 주먹을 꽉 쥔다.
그러고선 울먹거리며 목청을 놓아 말한다.
“아닙니다. 나 안 똑똑합니다. 나 안 똑똑해서 사람들을 아프게 합니다. 나 안 똑똑해서 누나도 아프게 합니다. 안 똑똑해서 외할머니도 아프게 합니다. 그래서 어제 그 아저씨들이 나 싫어한 겁니다!”
어제의 일이 갑자기 떠오른 모양이다.
그러고선 갑작스레 몸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쿵 하고 때리기 시작한다.
“나 안 똑똑합니다 나 안 똑똑합니다.”
쿵쿵.
자기 머리를 반복해서 때리는 채석현의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채미현이 말리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가까이 있는 강은기가 두 손으로 채석현의 머리를 감싼다.
하지만 흥분한 채석현은 그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자기 머리를 향해 쉬지 않고 주먹을 날린다.
퍽-퍽-퍽.
채석현의 주먹은 채석현의 머리를 감싼 강은기의 손을 반복해서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강은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자기 손을 때리는 채석현의 주먹을 대신 맞아주고 있었다.
자폐 아동인 채석현의 주먹질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 * *
채석현이 눈을 감고 자기 머리에 주먹을 휘두른 게 1분이 넘어간다.
강은기의 손등이 발갛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결국 채미현이 눈물을 흘리며 외친다.
“채석현. 그만해. 삼촌 아파!”
채미현의 외할머니도 힘센 채석현의 손을 꼭 붙들며 말린다.
“석현아~ 그러면 안 돼~. 응? 삼촌 아프잖아. 그만해~ 제발~ 그러면 안 돼······.”
그제야 채석현이 주먹을 천천히 멈췄다.
그러고는 자신이 이제껏 강은기를 때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 어······ 왜 은기 삼촌 손이 내 머리 위에 있습니까?”
채석현이 당황해서 패닉에 걸리려고 한다.
그러자 강은기는 아픔을 꾹 참고선 빙그레 웃으며 묻는다.
“석현아. 우리 석현이가 어제 그 아저씨들한테 먼저 뭐라고 했어?”
채석현이 빠르게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난 그저 아이빅 칼을 들고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들이 찾아와서 등신이라고 병신이 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날 나뭇가지로 찌르고 욕을 했습니다. 멍청하다고 했습니다. 도망치고 싶었는데 도망도 못 치게 했습니다. 아팠습니다.”
강은기가 이를 악물며 천천히 말한다.
“그렇다면······ 그건 그 아저씨들이 나쁜 사람이라 널 괴롭힌 거지 석현이는 잘못한 거 없어.”
“정말입니까?”
“당연하지. 그리고 우리 석현이가 뭐가 멍청해? 난 오르탄이 그런 무시무시한 괴물인지도 몰랐는데? 그리고 만약 그 괴물이 나타나면 석현이 보고 도와달라고 할걸? 석현이는 오르탄 약점 알잖아.”
“내 내가 지켜줄 수 있습니다! 오르탄의 약점은 불입니다.”
“그래. 그러니까 우리 석현이 안 멍청해. 그리고 그 새······ 아니 그 아저씨들이 나쁜 거야. 나쁜 사람들은 원래 그래. 이유도 없이 괴롭히니까 나쁜 사람인 거야.”
곰곰이 생각하던 채석현도 결국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석현이는 잘못한 거 없습니다. 그 아저씨들이 나쁩니다.”
채석현의 어두웠던 얼굴이 펴지고 감정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채석현이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미안합니다. 석현이가 착한 삼촌을 아프게 했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채석현은 강은기의 손을 입으로 호~ 하고 불면서 연신 사과를 한다.
믿을 수 없게도 채석현이 마음속 깊이 세워놓은 벽이 몇 시간 만에 무너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잉~
폰에 진동이 울리더니 이수찬이 보낸 까톡이 도착했다.
[이수찬 : 형님 찾았습니다.]
어젯밤 채석현을 괴롭힌 놈들을 찾았다고 한다.
이제 놈들을 만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