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5화
715. 천사의 선물 1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6일]
[오늘의 운세 : 뜻하지 않은 부고(訃告)를 받게 되니 미리 상복을 준비하라.]
에브리데이는 관련된 사람들의 소식을 듣거나 그 사람을 직접 만날 때 경고 알람을 띄워준다.
즉 부고(訃告)를 받는다는 일정이 떴다는 건 바로 이 차에 탄 사람이나 이 사람들의 지인이 죽는다는 뜻이다.
난 얼른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내 옆 조수석에 앉은 강은기 그리고 뒤편에는 리버스 엔터를 대표하는 여배우 로코의 여왕 채미현과 그녀의 외사촌 동생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유정애가 보인다.
셋 중 가장 먼저 떠오른 대상은 바로 강은기나 강은기의 가족이다.
현재 굴렁쇠 엔터의 지분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최만식 대표 쪽에서 손을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연실과 아기들은 칠성 병원에서 2중 3중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리고 최은태 회장 역시도 평소보다 훨씬 높은 등급의 경호를 받고 있다.
그러니 그쪽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백미러에 비친 채미현과 그 가족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싶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사람은 바로 지금부터 만나러 갈 채미현의 남동생이었다.
채미현의 남동생인 채석현은 올해 17살 나이로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
그리고 회귀 전에도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었다.
매주 찾아오던 누나가 비행기의 결항으로 찾아오지 못하자 누나를 마중 간다며 외할머니 몰래 길가로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채미현에게 <전지적 관찰 시점>의 출연을 제안하면서 채석현을 세상에 알리자고 제안한 이후 채석현의 일정은 사라졌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비틀린 운명이 다시금 원래대로 돌아가려 한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윤호야? 왜 그래?”
강은기가 폰을 뚫어지게 보는 날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난 폰을 안주머니에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그래.
내가 막아내면 아무 일도 아니게 된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고.
난 짧은 심호흡을 한 뒤 강은기에게 말했다.
“은기야. 오늘 만날 석현이는 지적 장애 아동이니까 조심해서 대해야 해.”
“걱정하지 마. 나도 미리 알아보고 준비해 왔으니까.”
그때였다.
뒷좌석에 앉은 채미현이 주저주저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현 씨. 왜 그러세요?”
“실은······ 우리 석현이가······ 자폐 증상도 있어요. 이제야 말씀드려······ 죄송해요.”
순간 오늘 일의 난이도가 급증해 버렸다.
원래 채미현은 우리에게 그녀의 남동생이 대략 초등학생 정도 지능까지는 된다고 말했었다.
그 정도면 대화를 하고 노는 데도 지장이 없기에 강은기와 난 그에 맞춰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채미현은 채석현이 자폐 증상이 있다는 걸 처음 털어놓았다.
즉 다시 말해 발달 장애 환자라는 거다.
왜 이제야 말을 했냐고 물어보려던 순간 채미현의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게 보인다.
도와주려고 하는 우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할 정도로 그녀가 상처를 받아서란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발달 장애의 가족들은 수없는 편견과 손가락질 속에서 마음을 다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강은기에게 발달 장애는 생소한 게 아니었다.
옆을 쳐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강은기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요셉이 한 명 더 관리하는 거면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네.”
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넌 요셉이를 별로 안 돌봤잖아. 내가 다 돌봤지.”
“뭐라냐? 너 맨날 운동할 땐 요셉이는 내가 다 키웠는데.”
“웃기고 있네. 넌 맨날 밤마다 밖으로 놀러 다녔잖아?”
“하~ 야 너 복싱할 때 밤 9시 되면 왔잖아. 난 그때까지 요셉이 돌보다가 그제야 놀러 나간 거라니까?”
그런 거였군.
어쩐지 밤에만 놀러 나간다고 했더니 살짝 미안해지려 한다.
“그런데 말하다 보니까 요셉이 보고 싶다.”
“요셉이? 요즘 그레이스 수녀님 돕고 있어. 나름 동생들 군기도 잡고 한다더라.”
발달 장애 증상이 있는데도 강은기와 내가 편하게 대화하자 채미현의 당황한 티가 역력했다.
“저기······. 두 사람 지금 무슨 이야기 하는 거예요? 자폐 아동이 별로 어렵지 않다뇨? 그리고 요셉이는 또 누구예요?”
난 별일 아니라는 듯 덤덤히 답했다.
“김요셉이라고 저희 천사 보육원에 사는 동생이 있어요. 아이가 자폐증이 있는 거 알고서 부모가 보육원에 버리고 갔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키웠어요.”
“예?”
강은기가 가슴을 툭툭 친다.
“미현 씨. 제가 자폐 아동 관리에는 선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말이세요?”
“예. 진즉에 말씀하시지 그러면 준비를 더 해왔을 건데. 일단 선물 좀 사 가죠. 애가 <로봇 전사 아이빅>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선물부터 사 가면 되겠네요.”
아동용 로봇 애니메이션인 <로봇 전사 아이빅>이 채석현의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었기에 강은기는 가는 길에 들러 선물을 사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오늘의 운세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들과 다르지 않은 길을 겪었다는 걸 알자 채미현과 유정애가 눈물을 훔쳤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지······.”
“매니저 오빠들도 고생하셨겠네요······.”
그녀들의 어려웠던 시절은 아마도 우리가 가장 잘 알 거다.
하지만 그 어려웠던 시간은 천사 보육원의 형제들을 더욱 끈끈하고 강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린 동생 요셉이를 천사라고 불렀다.
“자~ 출발하겠습니다.”
난 채석현을 만나기 위해 액셀레이터에 발을 올렸다.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가 탄 승합차는 채미현의 외할머니 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또 한 명의 천사를 만나기 위해서.
* * *
채미현의 외할머니가 사는 집은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 바로 옆에 있었다.
그 집은 바닷가에 난 해안도로에서 50m 떨어진 2층 주택인데 집 뒤로 낮은 동산을 끼고 있다.
그리고 돌로 쌓은 낮은 담벼락이 집에서부터 해안도로까지 이어져 있는데 좌측 담벼락과 우측 담벼락 사이의 길이가 50m는 될 정도로 넓었다.
또한 마당에는 잔디가 빼곡하게 심겨 있고 풋살 골대도 2개나 놓여 있었다.
게다가 집 앞을 가리는 게 아무것도 없어 현관에서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채미현이 입구 쪽 담벼락 옆에 있는 공터를 가리킨다.
“차는 여기 세운 다음에 걸어가야 해요.”
강은기가 말한다.
“혹시 소음 때문에 이렇게 사방에 사람이 없는 곳을 산 겁니까?”
자폐 아동들은 각종 자극에 너무도 민감했다.
빛과 소리.
일반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백색 소음마저도 그들에게는 콘서트 공연장이나 전쟁을 할 때 총소리처럼 크게 들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 손뼉을 치고 소리를 내는 틱 행동을 한다.
“맞아요. 우리 석현이를 위해서 반경 100m 정도에 있는 땅이랑 집 그리도 집 뒤에 동산이 뻗어 있는 곳까지 전부 제가 다 샀어요. 예전에 우리 석현이 이웃들이 경찰에 고소하고 구청에도 민원을 하도 넣어서······.”
자폐 아동이 보이는 틱 같은 행동들을 보고 위협이 된다 생각했는지 이웃의 고소로 경찰에 잡혀간 적도 있단다.
가슴이 아픈 일이지만 요셉이도 겪었던 일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린 요셉이를 한시도 곁에서 떼놓지 않았었다.
하지만 채미현은 그럴 수가 없었을 거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동생을 위한 천국을 만들어 놓은 것이고.
강은기는 채미현의 고통을 안다며 자기 폰을 꺼낸다.
강은기의 폰 액정에 한눈에 봐도 장애 있는 요셉이가 해맑게 웃고 있다.
그리고 그런 요셉이를 강은기가 껴안고 있는 사진이 있다.
“우리 요셉이는 이렇게 생겼는데 미현 씨 동생분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채미현이 떨리는 손으로 폰을 내밀었다.
약간은 살집이 있고 덩치가 있는 17살의 채석현이 누나를 껴안고 티 없이 웃고 있다.
“이 아이가 석현이에요.”
“누나를 쏙 빼닮아서 그런지 아이가 잘생겼는데요?”
그제야 채미현의 얼굴에 웃음이 조금씩 깃든다.
“미현 씨. 지난 과거는 잊고 앞으로 한 발짝씩 나가봅시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자폐 아동을 대하는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 부모와 가족과 유대관계를 맺어야 했다.
세상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부모나 가족들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동생 요셉이 덕분에 그 어려운 첫 번째 단계를 너무도 쉽게 통과해 버렸다.
“잘 부탁드려요.”
강은기가 채미현과 인사한 뒤 시계를 확인했다.
“윤호야. 박 PD는 언제 온대?”
<전지적 관찰 시점> 촬영팀이 근처까지 다 왔다는 까톡을 확인하고 답했다.
“한 5분 정도 걸린다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되네. 그런데 그건 뭐야? 선물?”
난 포장된 작은 선물 상자를 들어 올렸다.
“어. 스마트워치.”
“스마트워치?”
“그래. 위치추적도 되고 통화도 가능하니까.”
“아~”
강은기가 채미현과 <전지적 관찰 시점> 예고편을 잘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지만 채석현의 목숨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내게는 그만큼 중요했다.
그러니 만에 하나의 경우를 고려한 선물로 스마트워치만 한 게 없다.
더군다나 일반 시계와 달리 스마트워치는 액정 화면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액정 화면을 마음껏 바꿀 수 있지.”
“오올~ 대박인데?”
그때 채미현이 당황해서 말한다.
“정 실장님. 너무 비쌀 텐데 그 돈 제가 낼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미현 씨는 인터뷰 대응만 준비해 주세요.”
채미현은 이 돈에 신경 쓸 시간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했다.
강은기가 채석현과의 유대관계를 잘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면 채미현은 국민들에게 동생이 있다는 걸 숨긴 이유를 잘 설득해야 했다.
그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었기에 그녀는 결국 내가 말한 대로 사전 인터뷰 질답지를 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은기 역시도 <열혈 매니저의 길! 이대로만 하면 된다!>란 책을 보기 시작했다.
* * *
끼익.
박은찬 PD가 탄 승합차가 도착했다.
미리 전화한 터라 박은찬 PD는 경적을 울리지 않고 차에서 내린다.
난 강은기와 채미현은 차에 두고 혼자만 차에서 내렸다.
박은찬 PD가 날 보며 인사한다.
“정 실장. 바로 촬영하면 돼?”
“아 예.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채석현이 단순한 지적 장애 아동이 아니라 자폐 아동이라고 합니다.”
“뭐?”
박은찬 PD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지적 장애 아동과 달리 자폐 증상이 있는 발달 장애 아동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해? 내가 알기로는 발달 장애도 단계가 있다던데?”
“말로 듣는 거랑 실제랑은 많이 차이가 나니까 보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후우. 알았어.”
“그보다······ 채미현 씨와 강은기에 관한 최종본은 내기 전에 편집본 먼저 보여 주신다는 약속.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나도 상도의가 있는 놈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우리 프로그램은 강은기 대표 돈으로 만드는 데 뭘 그리 걱정해.”
채미현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강은기 역시 스타로 만들려면 편집본에 신경을 써야 했다.
순간 박은찬 PD가 함께 온 작가와 촬영팀에게 지시를 내린다.
“다들 특별한 지시 없으면 입 열지 마. 우린 제주도로 내려온 김에 돌하르방이 되는 거다. 알았지?”
“예.”
“그럼 시작하자고.”
촬영팀 역시 긴장하며 촬영 장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 * *
“레디~ 액션!”
박은찬 PD의 신호와 함께 <전지적 관찰 시점 : 채미현 – 강은기> 편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강은기가 차에서 내리더니 승합차 문을 열어 준다.
그러고는 채미현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손잡아주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강은기는 나의 조언과 매니저 경력 30년인 김길동이 쓴 <열혈 매니저의 길! 이대로만 하면 된다!>의 도움 덕분에 베테랑 매니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후 강은기와 채미현 그리고 채미현의 외사촌 동생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유정애가 집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난 최대한 앵글에 잡히지 않게 촬영팀의 뒤쪽에서 선물을 들고 따라갔다.
집에는 초인종이 달려 있지 않았기에 집 앞에서 채미현이 전화를 건다.
“저 왔어요.”
잠시 후 달칵하고 문이 열린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곱게 빗은 채미현의 외할머니가 빙그레 웃고 있다.
“왔니?”
다정한 말투에 채미현의 목소리가 떨린다.
“예······.”
그때였다.
“누나 왔습니까?”
외할머니의 뒤로 머리 하나 더 큰 채석현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나타났다.
키는 175cm 정도에 덩치가 제법 있는 편이다.
외할머니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덩치가 커진 17살의 채석현은 자신이 좋아하는 <로봇 전사 아이빅> 티셔츠를 껴입은 채 환히 웃고 있었다.
티 없이 천사 같이 웃는 표정을 보니 채미현이 그토록 힘든 연예계 생활을 하는 동안 매주 한 번씩 꼭꼭 찾아온 이유를 알 것 같다.
“석현아. 누나 왔어.”
채미현이 두 팔을 벌린다.
그런데 채석현이 다가오던 발걸음을 멈춘다.
그러더니 우리를 보고선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먼저 다가와서 안아주고 볼 뽀뽀도 해주던 채석현이라 했지만 좌우를 살피더니 겁먹은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채미현이 다급히 곁에 있는 강은기를 가리키며 말한다.
“석현아. 여긴 은기 삼촌. 누나를 도와주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우리 석현이도 도와줄 거야.”
자폐 아동에게는 최대한 직설적으로 말을 해야 했다.
그래야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강은기도 활짝 웃으며 준비한 선물을 내민다.
“우리 석현이가 아이빅 좋아한다고 해서 로봇 선물 사 왔어. 이거 받을래?”
그때였다.
채석현이 오른발을 쿵쿵 구르며 큰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모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받으면 안 됩니다! 모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됩니다! 모르는 사람은 무섭습니다!”
채미현이 다급히 말한다.
“아냐 석현아. 은기 삼촌은 모르는 사람 아니야. 이제부터······.”
하지만 채석현은 이번에는 오른손까지 격렬히 흔들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아닙니다! 모르는 아저씨! 모르는 아저씨는 무섭습니다! 나 싫습니다! 나 아파요!”
채석현이 그 말을 마치고 몸을 홱 돌린 뒤 집 안으로 뛰어간다.
쿵쿵쿵.
2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파요?
자폐 아동은 거짓말을 못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채석현을 괴롭혔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순간 외할머니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채석현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말해 준다.
“어젯밤에 어떤 놈들이 담을 넘어 들어와서 마당에서 놀고 있던 석현이를 괴롭혀서 그래요. 이해 좀······ 해주세요.”
경찰에게도 연락했지만 채석현이 크게 다치지 않았기에 한번 쓰윽 훑어보고 사라져 버렸단다.
채미현의 집이라고 알렸다면 달랐을 거다.
하지만 채미현의 이름을 알릴 수 없었기에 별달리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단다.
그러자 채미현이 외친다.
“할머니. 나한테 말을 했었어야지!”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석현이가 누나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그랬어. 걱정한다고······.”
“아니 그래도······.”
채미현은 속이 상해 주먹을 꽉 쥔다.
그 말을 들은 강은기와 난 서로를 쳐다봤다.
‘그 새X들 잡자.’
‘당연하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글거리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뜻이 통했다.
그놈을 반드시 잡겠다고.
그런데 그때 오늘의 운세가 다시금 떠올랐다.
[오늘의 운세 : 뜻하지 않은 부고(訃告)를 받게 되니 미리 상복을 준비하라.]
채석현을 괴롭힌 놈들이 바로 그 부고를 일으키는 범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시 올지도 모른다.’
이 집의 마당은 놀기에 정말 좋은 구조다.
풋살 골대도 있고 잔디도 잘 관리되어 있고.
그러니 놈들이 다시 찾아오면 채석현에게 사고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 즉시 어젯밤 채석현을 괴롭힌 놈들을 잡기 위해 폰을 들어 올렸다.
‘누군지 몰라도 니들은 오늘 조상님 알현할 각오 하는 게 좋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