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5화
705. 셋업 3
정윤호가 금강 빌딩 지하 BM 리포트에서 2번째 셋업을 실행하려던 무렵.
박형문을 중심으로 한 명동의 트루엔젤스 사무실 사람들도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둘러! 시장에 나온 주식들은 싹 다 쓸어 담아! 딴 놈들이 정보 알면 그땐 꽝이야!”
오전 9시 10분.
밤을 꼬박 새운 박형문이 직원들에게 연신 지시를 내린다.
그러자 한동안 거래량이 없던 5959치킨의 주가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1010원 1020원 1030원······.
“좋아. 계속 퍼부어!”
밤사이 트루엔젤스의 여유 자금을 계산해 보니 대략 100억 정도였다.
박형문은 그중 30억 정도 투자하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 업계의 격언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띠링.
다시 한번 박형문의 이메일로 찌라시가 도착한다.
[VVIP용 긴급 찌라시. (5959치킨 광고 모델로 리버스 엔터 채미현도 고려 중.) -리버스 엔터 채미현 차량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 확인.
-5959치킨의 이완영 대표. 이태풍과 채미현을 동시 광고 모델로 활용 고려 중.
-이완영 대표. 막대한 광고비 투자 계획.
-(사진) 채미현과 이완영 대표 악수. 내부 유출.
[VVIP용 긴급 찌라시. (대흥 저축은행 최영호 은행장과 부은행장 5959치킨에 투자 협약을 위해 방문.)]
-주차장에 최영호 은행장의 전용 차량 진입.
“이거······ 진짜로 무슨 일이라도 있나 본데?”
어젯밤엔 정윤호와 이태풍이 광고 모델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오늘 새벽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채미현이 5959치킨 본사로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거기다가 심지어 대흥 저축은행장도 회사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박형문은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들이 한데 모인다는 건 5959치킨이 무슨 큰 사고를 칠 거라는 뜻이니까.
즉 큰돈을 벌 절호의 기회였다.
박형문은 즉각 자기 앞자리에 있는 김창수 이사에게 말했다.
“김 이사! 우리 회사 잔고 다 털어서 5959에 무조건 올인해. 선물 쪽도 알아보고 오르는 데 다 박아 넣어! 그리고 다른 데 있는 주식들도 빨리 팔아서 여기 올인하고.”
박형문이 평소와는 달리 전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겸하는 김창수가 말리기 시작한다.
“저 대표님. 아무리 그래도 찌라시 몇 개로 이렇게 움직이시는 건 대표님답지 않으십니다. 다른 찌라시 소식지에는 관련된 소식도 없고요. 혹시······ 저쪽이 셋업을 한 거 아닐까요?”
박형문이 코웃음을 친다.
“셋업? 아냐. 정윤호 그놈 주식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일자무식이야. 쟨 증권사 계좌도 없어!”
박형문은 정윤호의 움직임을 캐면서 정윤호의 증권사 계좌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하지만 정윤호는 아예 주식 시장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기껏 하는 거라고는 우리 사주 청약 정도인데 그건 주식을 잘 몰라도 직장인이면 누구나 할 수가 있는 것들이다.
“주식 거래 한번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셋업을 한다고?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건 너도 알잖아.”
“그래도······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야! 2년 전에 네가 ‘송영 테크’의 성장세가 비이성적이라고 했을 때 기억나지? 그래서 투자 안 했던 그 주식! 반도체 신재료 개발로 주가가 20배 폭등한 거 기억 안 나? 그때도 찌라시 한 군데에서만 밝혀냈잖아.”
김창수가 진땀을 흘린다.
“그때는 제 실수라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 수상합니다. 관련자들 또한 모두 대표님이랑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고요.”
그 순간 박형문의 화가 폭발했다.
“그거야 자기네들끼리 다 해 먹으려 그러는 거 아냐! 야!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돈 벌 기회가 날아가면 니가 책임질래? 그리고 이거 봐봐!”
박형문이 갑자기 폰을 내민다.
이태풍의 스타그램 계정이 떠 있다.
[@lee.typhoon]
-<지리산> 홍보 투어 완료.
-<지리산> 850만 관객 수 돌파 기념 치킨 데이~. 여러분도 치킨에 빠져 보아요~
(댓글)
-와~ 태풍 오빠. 거기 치킨 어디거임? 겁나 맛있어 보인다.
-나도 치킨치킨.
-저기 5959치킨에서 나온 슈크림 치킨 아님?
-맛있나 저거?
-호오는 갈리는데 호인 사람은 괜찮음.
-아 이거 서울 말고는 매장 없구나.
-혹시 태풍 오빠. 다음번 광고 5959치킨임?
-5959치킨 주가 떡상하나요?
······.
“봐봐. 보이지 이거? 이태풍이 치킨 먹는 거! 얘가 이런 거 올리지를 않던 애라고!”
김창수는 그래도 모든 것이 끼워 맞추기식 해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저히 말릴 수가 없다.
박형문은 ‘정윤호’의 행적에 대해서는 묘할 정도로 집착하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1년간 트루엔젤스의 자산 규모가 몇 배가 된 건 정윤호를 따라 투자해서 그런 것도 있었고.
김창수는 그래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대표님······.”
그때였다.
“야! 너 그냥 퇴근해!”
“대표님!”
“그딴 소리 할 거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박형문이 고성을 지른 순간 김창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선 시키는 대로 가방을 들고 퇴근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다시 돌아왔을 때 자기 자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텅.
김창수가 사무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와 동시에 박형문은 날개를 활짝 펴기 시작했다.
“기존 주식에 들어간 자금 회수해서 여기에 싹 다 퍼부어!”
지금 이 순간은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정치인 딸이랍시고 자신을 괄시한 박상아나 연락도 잘 안 닿는 최만식보다 정윤호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정윤호! 니가 내 돈줄이다! 고맙다 이 녀석아! 크크크!’
황금에 눈이 먼 박형문의 이성은 철저히 마비되어 있었다.
* * *
박형문에게 두 번째 찌라시를 뿌리고 10분 뒤.
“1210원 1220원······.”
주가가 더욱 빠르게 급등하고 있다.
오전 11시를 막 넘긴 시각.
우리와 함께 있던 최영호 은행장이 증권사 쪽을 통해 구매처를 확인한다.
“지금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게 트루엔젤스 맞다고? 매입물량의 70%? 그래. 알았어.”
최영호 은행장이 전화를 끊고 말한다.
“박형문 이놈 이거 완전히 미쳤는데? 시중에 풀린 주식을 아예 혼자서 싹 다 쓸어 담고 있다는군.”
찌라시는 말 그대로 찌라시이기 때문에 거짓 정보에 속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반드시 확인 절차들을 거친다.
하지만 박형문은 그동안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큰돈을 벌다 보니 생각 없이 투자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아예 우리 회장님 편에 서지 왜 최만식 대표한테 붙었을까요?”
최영호 은행장이 피식 웃는다.
“몇 년 전에 돈 장난을 치다가 회장님한테 크게 한번 혼이 난 적이 있거든. 그날 이후 만식이에게 붙어 다니더라고. 유유상종이지.”
그럼 뭐 자업자득이네.
난 곁에서 주가 그래프를 보던 강은기에게 말했다.
“은기야 그리고 채미현 씨 건은 고맙다. 덕분에 일이 좀 편해졌어.”
“뭘. 니 일이 곧 내 일인데. 그리고 채미현 씨도 네 일이라니까 흔쾌히 돕겠다던데 뭐.”
이태풍만으로는 불안했기에 강은기에게 부탁해서 채미현을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채미현은 내가 자기를 돕겠다고 한 덕분에 흔쾌히 제안에 응했단다.
그리고 우리의 움직임을 보던 최영호 은행장도 나서 줬다.
덕분에 박형문은 깜빡 속아 넘어가 버렸다.
그때였다.
강은기가 쭈뼛대다 최영호 은행장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저기······ 윤호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영호 은행장이 능청맞은 웃음을 짓는다.
“감사하면 아이들 사진이나 보내주게. 회장님 드릴 테니.”
강은기가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살짝 당황한다.
“이따가 사진 찍어서 전송하겠습니다.”
“고맙네. 아 근데 애들이 쌍둥이라서 작게 태어났을 텐데 건강은 하고?”
“조산에 쌍둥이라서 좀 작은 편이긴 하지만 건강하다고 합니다. 몸무게는 윤수가 2.2kg이고 은수가 2.3kg이고요.”
“그래. 다행이군.”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강은기는 확실히 태도나 말투 인상까지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주가가 상한가에 도달했다.
컴퓨터 앞에 앉은 태범구가 묻는다.
“상한가 찍었어. 이젠 어떻게 할까?”
현재 시각 오전 11시 30분.
생각보다 일찍 주가가 상한가에 도달했다.
박형문이 얼마나 돈을 뿌렸는지 실감이 난다.
순간 난 깊게 심호흡을 하며 태범구를 쳐다봤다.
“폭탄 투하하세요.”
폭탄이라는 건 5959치킨의 주가를 폭락시킬 찌라시였다.
태범구가 인상을 찌푸린다.
“정 실장. 저기······ 박서혜 걔 이제 막 뜨는 애인데 이렇게 죽일 생각이야?”
“박서혜에 대해서 잘 모르십니까?”
“모르긴 왜 몰라? <제대한 줄 알았더니 깨고 나니 꿈? 다시 입영했어요!>라는 예능 프로에서 이제 막 인기 얻었잖아. 오랫동안 무명 여배우로 살다가 27살이 되어서야 겨우 뜬 애잖아. 근데······ 그 예쁜 애를 죽이는 건 너무한 거 아냐?”
예쁘긴 예쁘지.
예쁜 만큼 독하기도 하고.
“그러면 걔가 고등학교 때 친구 하나를 자살시킨 건 아십니까?”
태범구의 입이 딱 하고 닫힌다.
“자살?”
박서혜는 고등학교 얼짱으로 유명했지만 한편으로 일진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데뷔 전 박서혜의 일진 무리가 왕따와 괴롭힘으로 동급생을 자살시키는 일이 있었다.
당시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다른 일진이 책임을 졌지만 박서혜야말로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어차피 다음 주면 터진다.
박서혜가 예능으로 인기를 얻는 걸 보고 눈이 뒤집힌 희생자의 친구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해당 내용을 올리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완영 대표는 얼마 없는 점주들과 회사의 돈을 빼돌려 여자에게 환심을 사기 바쁜 양아치였고.
난 다치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했지만 사람 같지도 않은 짓을 한 자까지 지켜 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 대체······ 자네는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나?”
“처음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도 정보팀이 있다고. 그게 아니면 태 사장님 사무실 위치는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일개 개인이 정보팀을 둔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데?”
내가 더 대답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였다.
“어서 부탁드린 일이나 하시죠.”
“후우~ 알았어.”
결국 태범구는 미리 작성한 찌라시를 그제야 전송하기 시작했다.
띡.
“폭탄 투하 완료.”
박형문을 제외한 BM 리포트를 받아보는 모든 구독자에게 보내는 찌라시가 모니터에 뜬다.
[(BM 리포트 찌라시) 5959치킨 대표. A 모 양과 불륜 사건.]
-5959치킨 대표. 배우 출신 A 양과 불륜.
-A 양. 10년 전 진해 여고생 자살 사건에 연루.
······.
여의도 전역에 찌라시가 퍼져 나가는 순간 에브리데이에 기록된 일정들도 삭제되고 있었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8일]
-PM 10: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연예계 방방곡곡> “신인 배우 박서혜. 5959치킨 맛다시다 치킨 광고 모델로 전격 발탁.” (회의 내용 : 맛다시다 치킨의 내부 평가 입수. 역대 최악임. 광고 모델인 박서혜의 이미지도 하락.)
[날짜 : 2021년 3월 9일]
-PM 10: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박서혜. 10년 전 진해 여고생 자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 (회의 내용 : 영입에 신중할 것.))
‘끝났군.’
잠시 후.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다.
적절하게 사용된 찌라시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번 셋업으로 박형문을 비롯해 이완영 대표 거기다가 박서혜까지 한 번에 털어버렸다.
하지만 내가 준비한 건 이게 끝이 아니다.
일을 시작했으니 이젠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을 때다.
* * *
같은 시각.
박형문은 떨어지는 주가 그래프를 보고 패닉에 빠져 버렸다.
“뭐야! 왜 갑자기 주가가 떨어져?”
그 순간 자금 부서 담당 직원이 다급히 말한다.
“대표님. 5959치킨 주식 거래 중지 가능성이 있답니다!”
“왜? 무슨 일인데?”
“5959 이완영 대표가 튀었답니다!”
“그게 뭔 소리야? 회사 대표라는 사람이 튀긴 어디로 튀어?”
“방금 여의도 찌라시에 박서혜랑 불륜 기사가 떴는데 그게 뜨자마자 금고에 있는 돈을 털어서 어디론가 잠적해 버렸답니다.”
“대표가 회삿돈을 횡령하고 도망쳤다고? 뭐 그런 미친 XX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머리가 하얘진 박형문이 다급히 외쳤다.
“돈 빼!”
“예?”
“어서 내 돈 빼라고!”
아침 일찍부터 돈을 넣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쳤던 박형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물량을 받아 줄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가 다 매도를 때리고 있습니다.”
여의도 전역에 찌라시가 돌자 5959치킨 주식을 사는 사람은 없고 파는 사람만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당황한 박형문이 어떻게든 싸게 팔아치우려고 전화를 붙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BM 리포트가 사용하던 전화번호다.
“이것들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감히 날 상대로 작업을 해?”
박형문이 화를 내며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폰에서는 정윤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박형문 대표님.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형문의 온몸에 핏기가 사라진다.
김창수 이사가 말한 대로 오늘 일은 정윤호가 셋업한 것이었다.
“야. 정 실장. 너······ 너······ 서 설마······ 네 네가······ 오늘······.”
-욕심은 과하면 탈이 난다는 거 못 들으셨습니까?
“이······ 이익······.”
박형문은 피가 거꾸로 치솟아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다. 늘 그리 말씀하시면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돌리셨죠? 이번 일은 바로 그때 투자자들이 흘린 피눈물 값이라 생각하십쇼.
“아아악!! 이 새X가······.”
-아 그리고 굴렁쇠 엔터 지분을 파실 땐 제게 연락해 주십시오. 누가 제안하든 그 사람이 부른 최고가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매입해 드리겠습니다.
박형문이 쌍욕을 하려고 숨을 들이켰다.
그런데 그때였다.
뚜우- 뚜우-
전화가 끊겨 버린다.
화를 풀 길이 없어진 박형문은 들고 있던 폰을 벽에 집어 던졌다.
콰직!
폰이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그와 동시에 박형문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머리가 멍해지고 속에서 욕지기가 올라왔다.
“우웁!”
가지고 있던 주식마저 팔아 치워서까지 5959치킨에 투자한 터라 오늘 손해가 얼마가 될지 가늠이 되지를 않았다.
“이 박형문이······ 박형문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하던 그때였다.
벌컥.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박형문 씨?”
“누······ 누구······?”
“중앙지검에서 나왔습니다. 주가 조작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맨 앞에 선 수사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내민다.
“뭐? 내가 주가를 조작했다고?”
“시치미 떼셔도 소용없습니다. 고의로 주가를 올리려고 한 다음 서민들의 주식을 털어먹으려고 하셨잖습니까?”
박형문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정윤호가 한 마지막 셋업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니야! 난 아니야! 내가 아니라 다른 놈이라고!”
“혼자 모든 물량을 다 매입하고 판매하려 하시면서 무슨 X소리입니까? 예?”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그물이 박형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제야 박형문은 정윤호가 주식 계좌가 없다고 바보 취급한 걸 뼈저리게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 * *
모든 작전이 끝이 났다.
내 예상보다 5959치킨은 부실했고 이완영 대표는 내 생각보다 겁쟁이였다.
박형문 대표는 날 너무 믿었고.
그로 인해 5959치킨은 내 생각보다 빨리 부도가 나게 생겼다.
그런데 날 보는 태범구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너······ 뭐 뭐 하는 놈이냐? 내가 근처 업계 대표들에게 연락을 돌려 봤는데 니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아는 놈이 하나도 없던데?”
최영호 은행장도 의심의 눈초리로 날 쳐다본다.
“정 실장. 이건 설명 좀 해주면 좋겠군. 대체 자네가 물고 오는 정보 출처가 어디길래 그리 귀신같나?”
강은기는 엄마가 무당이다 보니 예지몽을 꾼다는 내 말을 믿는다.
하지만 예지몽이라는 건 이 정도로 구체적이진 않기에 강은기도 날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오늘 하루 내가 벌인 일은 단순히 예지몽을 꿨다는 걸로 설명이 안 되는 것이 많았다.
도저히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난 이런 사태를 대비해 생각해 둔 변명거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