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4화
704. 셋업 2
좁은 지하실 계단을 통해 BM 리포트가 있는 지하 사무실로 뛰어 내려왔다.
콰앙.
지하실의 철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사무실 안엔 소파와 데스크 야전 침대와 함께 한쪽 벽에는 컴퓨터 4대가 PC방처럼 일렬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때였다.
우당탕!
태범구와 직원들이 비상 탈출구로 향하는 발소리가 들린다.
회귀 전에도 이곳을 와본 적이 있었기에 난 기억을 되살려 굽이굽이 휘어진 통로를 뒤따랐다.
사무실의 끝까지 달리자 이미 열린 쪽문이 나온다.
난 고개를 숙여 쪽문을 통과했다.
사람 한 명이 통과할 정도의 폭을 가진 두 갈래 길이 나온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왼쪽 길이 1층 노래방으로 나가는 탈출로다.
난 그 즉시 왼쪽으로 몸을 틀고선 좁은 통로를 끝까지 달렸다.
통로의 끝에 도착한 순간 계단이 나온다.
혹시라도 다른 비상 탈출구로 도망갔으면 어쩌나 했다.
다른 탈출구는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계단 위쪽에 태범구와 영업 사원 2명 경리 1명이 모여 문을 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쾅쾅!
“XX. 이거 왜 안 열려?”
“사장님! 힘 좀 써봐요!”
“오빠. 왤케 힘이 없어!”
“이거 밖에서 누가 문을 막은 거 같은데?”
“아 그러니까 옆집 아줌마가 쓰레기 쌓아두는 거 미리미리 좀 처리하자니까!”
밖에 있는 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문을 틀어막았다.
“태 사장님. 이쯤 하시죠? 밖에 저희 쪽 사람들이 문을 막아둬서 절대 못 열 겁니다.”
계단 위에 있던 태범구가 외친다.
“정윤호······ 네가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여의도에 있는 수많은 유료 찌라시 생산업체들은 찌라시를 매월 유료로 구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한 다음 사무실 밖에서 만난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실의 위치는 철저히 비밀이다.
하지만 사무실 위치를 발각당하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어떻게긴.
회귀 전에 당신이 직접 날 여기로 초대했잖아.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면 미친놈이라고 보겠지.
“저도 나름의 정보통이 있다고 아시면 됩니다. 어쨌건 비즈니스 이야기만 할 거니까 긴장 푸세요.”
“XX. 야. 내가 바보로 보여? 정윤호 너한테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리는데 내가 그 말을 순순히 믿을 것 같아? 비즈니스? 네가 말하는 비즈니스가 어떤 건 줄 알고!”
난 씨익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제 정보도 많이 캐셨나 봅니다?”
“내 내가 꼭 그러려고 한 건 아니야. 아 앞으로 당신 관련 의뢰는 절대 안 받을게. 됐지? 그러니까 이제 가.”
태범구가 나의 정보도 제법 팔았나 보다.
하지만 핵심적인 건 모를 거다.
내가 얼마나 내 뒤를 조심했는데.
다만 지금은 그걸 논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뭐 그건 됐고. 어차피 나가지도 못하니까 내려오세요. 그 이야기 하러 온 거 아니니까.”
그때 내 등 뒤로 강은기와 동생들이 나타났다.
“저 사람이야? 찌라시 업자라는 사람이?”
강은기가 내 뒤에 서서 위를 올려다본다.
“어. 인사해. 앞으로 함께 비즈니스를 하실 분이니까. 태범구 사장님.”
강은기가 씨익 웃는다.
“태 사장님. 저 리버스 엔터 대표. 강은기라고 합니다.”
“특사로 나왔는데 벌써······ 움직이쇼?”
“찌라시 업체 정보력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대단하신데요?”
태범구가 침을 꼴딱 삼킨다.
강은기가 전직 조폭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일 이야기 하러 온 거니까 사무실로 돌아가시죠. 예?”
“진짜?”
“예.”
유료 찌라시 생산업자들은 겁이 많다.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들에게 온갖 분풀이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태범구를 직접 건드릴 생각이 없다.
그는 스타특종 기자 출신으로 이 찌라시 업계에서도 나름 선을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알았어. 내려갈게.”
망설이던 태범구와 직원들도 결국엔 천천히 계단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 * *
다시 돌아온 사무실.
강은기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유료 찌라시 생산업체 BM 리포트의 태범구 대표는 우리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사이 리버스 엔터 동생들은 들어오는 입구와 비상 탈출구의 앞을 막았다.
그 순간 눈치를 보던 BM 리포트의 직원들은 다 같이 빠르게 커피를 타서 돌렸다.
“이것 좀 드세요~”
하지만 커피를 마시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난 곧장 여기 찾아온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태 사장님. 혹시 트루 엔젤스랑 거래하십니까?”
“트루엔젤스? 박형문?”
“예.”
여의도 증권사에 있는 유료 찌라시 생산업체는 수십 개도 넘는다.
그중 연예계 쪽 찌라시 업체로는 태범구가 대표로 있는 BM 리포트 쪽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걸로 알려져 있다.
“어. 해. 그 사람 연예계 쪽 정보는 싹 다 긁어모으는 거 같던데? 특히 정 실장 쪽 정보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역시나 박형문 대표가 내 뒤를 캐고 있다는 게 맞았다.
“그럼 됐습니다. 우리 일 하나 하시죠.”
“일? 무슨 일?”
“셋업을 좀 할까 합니다.”
유료 찌라시 업계에서 ‘셋업’이라는 건 가짜 뉴스를 고의적으로 만들어서 퍼트리는 걸 말한다.
악질적인 찌라시 업체는 없는 사실도 진실처럼 만들어서 뿌리지만 태범구는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아예 없는 내용을 뿌리지 않았다.
이 업계에도 최소한의 상도의가 있는 거라면서.
그래서인지 태범구는 내 제안을 듣는 순간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잘못 알고 온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짓 안 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찌라시 잘못 뿌리면 어떻게 되는 줄은 알아?”
태범구는 찌라시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
특히 기자로 있으면서 찌라시 때문에 배우나 가수들이 자살하는 경우를 봐서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박형문 대표 말고 다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야. 그런 게 가능할 거 같아?”
태범구가 날 보며 이빨을 드러낸다.
“일단 들어나 보고 판단하시죠?”
씨익 웃으며 쳐다보자 태범구가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이 일단 들어볼게.”
난 그때부터 내가 하려는 계획을 조용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5959치킨에 이태풍이 광고 모델 계약을 맺으려고 찾아갈 겁니다. 제가 그 사진을 찍어서 줄 테니까 태 사장님은 그 사진을 박형문 대표에게 넘겨주십시오.”
박형문을 낚기 위해서는 탑스타가 필요했다.
하지만 정사모 중 서울에 있는 탑스타는 <지리산>의 지방 투어를 마친 이태풍이 유일했다.
사실 원래는 연예인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주영인의 말 때문에 생각을 바꿨다.
내가 굳건히 버텨야지 연예인들이 더 안전할 수 있을 거라는 그 말이 떠올라서였다.
그래서 난 이태풍에게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고 이태풍은 흔쾌히 내 계획에 협조한 상황이다.
태범구가 놀란 눈으로 묻는다.
“이태풍이 5959치킨 광고를 찍어?”
“아뇨. 계약하는 척만 할 겁니다.”
박형문 대표는 내가 손을 대는 비즈니스에 돈을 투자한다.
그러니 난 이태풍으로 박형문 대표를 꾀어낼 생각이다.
“근데 5959치킨이면 요즘 주가가 바닥이잖아? 곧 상장 폐지할 거라는 소문도 돌던데? 거기 대표가 완전히 제멋대로라서.”
“맞습니다.”
“잠깐만. 설마 다음 주에 신상품 나온다던데······ 혹시 주가 띄우려고 장난치는 거야? 작전?”
5959치킨은 회사 대표가 자금을 멋대로 운용해 엉망이 된 상태다.
그래서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 주 신상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신상품의 이름은 ‘맛다시다 치킨’.
물론 난 그 제품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안다.
치킨 사상 최악의 평가를 받으면서 회사의 하향 곡선에 방점을 찍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의 정보는 여전히 내 다이어리에 남아 있었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8일]
-PM 10:00 <연예계 방방곡곡> “신인 배우 박서혜. 5959치킨 맛다시다 치킨 광고 모델로 전격 발탁.” (회의 내용 : 맛다시다 치킨의 내부 평가 입수. 역대 최악임. 광고 모델인 박서혜의 이미지도 하락.)
박서혜는 최근 방영한 군대 예능 프로그램인 <제대한 줄 알았더니 깨고 나니 꿈? 다시 입영했어요!>라는 예능 프로에서 인기를 얻은 27살의 에이스 엔터 배우였다.
그리고 5959치킨은 그녀를 앞세워 군대의 추억이 어린 신상품을 판매한다.
이른바 ‘맛다시다 치킨’.
군대 장병들이 먹던 ‘맛다시다’의 맛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며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조금도 비슷하지 않았다.
거기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5959치킨은 고급스러운 맛을 추구한다며 치킨을 덜 달고 덜 짜게 만들었다.
심지어 포장 패키지 안에는 작은 식판까지 넣어 두고.
PTSD가 올 것 같은 박스 디자인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맛 심지어는 2만 5천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금액까지.
망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가득했다.
거기에 더해 5959치킨의 이완영 대표와 광고 모델인 박서혜와 염문설까지 터져 나온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9일]
-PM 10:00 박서혜. 10년 전 진해 여고생 자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 (회의 내용 : 영입에 신중할 것.)
박서혜는 고등학교 시절에 동년배 한 명을 자살하게 만든 일진 무리의 핵심 주동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결과 박서혜는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5959치킨 회사는 상장 폐지에 들어가게 된다.
즉 지금 난 무슨 수를 써도 살릴 수 없는 회사에 박형문 대표의 돈을 투자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순간 눈치를 보던 태범구가 묻는다.
“그 그런 거라면 괜찮겠지만······ 그래도 맨입으로 하자는 건 아니겠지? 박 대표를 묻어 버리는 일에 동참하라는 거잖아.”
“C로 하실래요? P로 하실래요?”
태범구가 침을 꼴딱 삼킨다.
“당연히 C가 좋지.”
난 고개를 돌렸다.
“은기야. 준비해온 것 좀 줘.”
강은기가 검은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태범수가 얼른 가방을 열어본다.
달칵.
검은 가방 안에는 현금이 가득 들어가 있다.
현찰로 1억.
나중에 돈을 주기로 하고 리버스 엔터에서 융통한 돈이다.
갑자기 내 통장에서 돈이 나가면 쓸데없는 소문이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태범구의 눈에 숨길 수 없는 탐욕이 보였다.
“오케이. 콜!”
“그러면 일이 끝날 때까지 우리 쪽 사람들이 여기 있어도 되겠습니까?”
“그 그래. 어차피 장기전 할 게 아닌 일이잖아.”
난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리버스 엔터 동생들에게 이곳을 감시하라고 말해두곤 강은기와 함께 BM 리포트를 나왔다.
* * *
BM 리포트를 나와 지상으로 올라오자 강은기가 아까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다고 묻는다.
“윤호야. 대체 그놈의 C랑 P가 뭔데?”
난 왼쪽 안주머니를 뒤져 5만 원짜리를 꺼냈다.
“CASH의 C.”
난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을 쥐었다.
“PUNCH의 P.”
강은기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야 돈과 주먹질이 안 통하는 사람도 있어? 근데 왜 C니 P니 하고 특별한 것처럼 굴어?”
나 역시 동의하며 돈과 주먹을 주머니에 넣었다.
“내 말이······ 근데 저 인간들은 뭔가 있어 보이는지 그런 말을 쓰더라고. 돈 받고 할래 맞고 할래 하는 것보다는 좀 덜 쪽팔리기도 하고.”
“하여간 웃긴 인간들이네.”
“그러니까 이런 업체로 돈 벌 생각을 하지. 아 그리고 잠깐만? 태풍이한테 전화 좀 하고.”
“어.”
난 폰을 꺼내 이태풍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하시려던 일은 잘됐어요?
“어. 잘됐어. 그런데 진짜 너 괜찮겠냐?”
-당연히 괜찮죠. 그리고 계약도 안 할 거고 그냥 그쪽 대표를 만나 보기만 한다면서요? 근데 왜 그렇게 목소리가 처져 있어요?
“너한테 못 할 짓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해서 그러지.”
-또 이런다. 형. 굴렁쇠 엔터가 안전해야지 우리가 맘 놓고 연예계 생활 하죠. 그리고 형 일이 곧 제 일이라고 했잖아요.
이태풍은 5959치킨이랑 광고 미팅이 잡히면 알려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런 일까지 도와주는 이태풍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난 잠깐 심호흡하고선 5959치킨 이완영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완영 대표와는 지난번에 이태풍을 광고 모델로 쓰고 싶다며 통화를 해왔었기에 내겐 아직도 그의 개인 전화번호가 있어서였다.
걸걸한 이완영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고~ 우리 정 실장. 웬일이쇼~?
“대표님. 저희 이태풍 배우님이 5959치킨을 먹더니 무조건 광고를 잡으라고 하십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오늘 좀 뵐 수 있을까요?”
-으하하하. 암요! 우리 회사로 당장 오쇼. 내가 오늘 풀코스로 쏴드릴 테니까!
이완영 대표는 언제나 이랬다.
지난번 광고 제안을 할 때도 이태풍을 광고 모델로만 잡아 주면 룸에 데려가 주고 뒷돈을 퍼주겠다고 말이다.
대체 날 뭐로 보고 이러나 싶어 욱하고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난 꾹 참고선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그러지 말고 오늘은 간단히 미팅이나 하시죠. 바빠서 술 마실 시간도 없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알았습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예.”
전화를 끊은 뒤 난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셋업 시작이다.
* * *
트루엔젤스 여의도 사무실.
박형문은 황진서를 사주해 오디션을 망치는 걸 실패했다가 어린 박상아에게 쌍욕을 먹은 상태였다.
“XX. 애비가 여당 대표면 여당 대표지 새파랗게 젊은 게 나한테 뭐? 무능한 사람? XXX!”
머리끝까지 화가 난 박형문 대표는 사무실을 나가서 술이나 진탕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컴퓨터를 끄려는 순간 BM 리포트에서 보내온 찌라시 이메일이 도착한 걸 확인했다.
“이 시간에 찌라시라고?”
술 생각이 간절했기에 메일은 내일 볼까 했지만 긴급이라는 말이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클릭한 순간 얼토당토않은 내용이 있었다.
[VVIP용 긴급 찌라시. (5959치킨 광고 모델로 이태풍 선정)]
-광고 모델 이태풍 선정 완료.
-이완영 대표. 내일 발표 예정.
······.
찌라시 내용을 본 박형문 대표가 코웃음을 친다.
“하~ 벌구도 오래 생활하다 보니까 별수가 없네. 이런 말도 안 되는 찌라시를 믿으라고?”
5959치킨은 현재 대표의 일탈과 부실한 제품으로 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주가가 1주당 1천 원까지 떨어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윤호가 끼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결국 박형문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뭐야 이거?”
정윤호와 이태풍이 이완영 대표의 사무실에서 웃으면서 악수를 하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정윤호 박수무당 이 자식이······ 뭔가 돈 냄새를 맡았나?”
분명 5959치킨이 다음 주에 신상품을 낸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만나는 건 차기 제품 광고 때문이 확실했다.
박형문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다.
1주에 1천 원 하는 주식이라면 투자금을 몇십 배로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 박형문은 퇴근하려는 최일식 전무를 급히 붙잡고 지시를 내린다.
“야. 최 전무. 회사 여유 자금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봐 당장!”
“왜 그러십니까?”
“설명은 나중에! 급하니까 빨리!”
“아 예······.”
최일식 전무가 사라진 순간 박형문 대표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정윤호! 고맙다 이 자식아!”
분노는 판단을 흐리게 하고 욕심은 실수를 낳고 있었다.
자신의 선택이 스스로를 늪으로 끌고 가는지도 모른 채.
* * *
다음 날.
BM 리포트 사무실.
강은기와 난 태범구와 직원들의 뒤에서 주가 그래프를 보고 있다.
현재 시각 9시 10분.
우린 전날 주가 1000원으로 시작한 뒤 변동 없는 5959치킨의 주가 그래프를 보는 중이다.
주식을 사거나 팔면 변동이 있어야 하는데 주가 그래프가 요동이 없다.
뒤를 돌아보자 최은태 회장이 보내준 최영호 은행장이 여전히 폰을 붙들고 고개를 젓는다.
그가 아직 매입을 안 했다는 거다.
‘혹시 안 먹혔나?’
그렇다면 다음번 작전을 시작할까 했을 때였다.
띡.
그래프가 변동하기 시작한다.
“어······ 어······ 오릅니다!.”
그때 최영호 은행장 역시 증권사에 있는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한다.
“박 대표가 시작했다는군.”
드디어 상대가 미끼를 물었다.
그 순간 난 태범구를 보며 외쳤다.
“그러면 2차로 준비한 찌라시 박형문한테 쏴주세요!”
난 이 기회에 박형문 대표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 버릴 생각이다.
다시는 나와 내 사람들에게 손대지 못하도록 말이다.
‘박 대표님. 각오하십쇼!’
피도 눈물도 없는 게임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