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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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01화

701. <연무(煙霧)> 오디션 3

<연무(煙霧)>에 등장하는 일영신(日影神)과 월영신(月影神)이란 연무도라는 섬에서 신(神)으로 받들어지고 있는 존재다.

그러나 그 실체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무도에 영이 묶인 원귀(冤鬼)였다.

일제 강점기 남해 고도의 박수무당 월영(月影)은 나이가 들어 자신의 영력이 약해진 걸 깨닫고 비장의 수를 쓰기로 결심한다.

영력이 강하고 신기가 있다고 알려진 일곱 살 여자아이를 태자귀(太子鬼)로 만들어서 영력을 높이려고 한 것이다.

태자귀(太子鬼)는 쉽게 말해 점을 칠 때 미래를 알려 주는 동자신(童子神)으로도 불리는 아기 귀신이다.

하여간 연무도의 섬사람들은 박수무당이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섬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자 아이를 구하기 위해 온 섬을 뒤지게 된다.

하지만 섬사람들이 월영(月影)을 죽이고 일영(日影)을 찾았을 땐 이미 일영(日影)은 월영(月影)의 손에 막 목숨을 잃은 후였다.

섬사람들은 죽은 일영(日影)을 불쌍하게 여겨 사당을 지어 제를 지냈고 월영(月影)의 시체는 섬에 있는 산속 가장 깊은 웅덩이에 까마귀밥으로 던져 버렸다.

이후 연무도에는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는데 그 귀신들은 제물로 쓰인 어린아이 일영(日影)과 저주를 퍼붓고 죽은 박수무당 월영(月影)이었다.

그때부터 섬사람들은 둘을 일영신(日影神)과 월영신(月影神)으로 부르며 자신들을 해치지 않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동자신인 일영신(日影神)은 해의 그림자가 생길 때만 연무도를 돌아다녔고 음험한 월영신(月影神)은 달의 그림자가 뜰 때만 연무도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대연무가 일어나는 일주일.

코앞을 분간하기 힘든 짙은 안개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섬을 가득 덮는 동안은 두 귀신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유로이 섬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극의 설정상 일곱 살에 죽은 일영신(日影神)은 월영신(月影神)을 피해 끝없이 달아난다.

박수무당 원귀인 월영신(月影神)이 연무도에 갇힌 지박령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선 일영신(日影神)의 영력을 빼앗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영력이 강한 일영신과 달리 월영신(月影神)의 혼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약해진다.

그래서 월영신(月影神)은 자신의 혼령이 흩어져서 소멸하는 걸 막기 위해 사람들을 꾀어 자신이 죽은 웅덩이로 끌어들이며 그들의 혼을 빼앗고 있다.

오직 일영신(日影神)을 흡수할 때까지 버티기 위해서.

지금 오디션을 볼 3화의 씬은 일영신(日影神)이 연무도에 정박한 낚시꾼들에게 귀신을 피해 도망칠 장소를 알려 주다가 월영신(月影神)과 마주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미소는 일영신(日影神)을 박상규는 월영신(月影神)을 맡아 오디션을 시작할 차례였다.

그때 오상도 PD가 오디션을 시작하라는 사인을 준다.

“레디~ 액션!”

박상규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더니 연기를 시작했다.

박상규는 연극단 시절 수많은 배역을 연기해 ‘천의 얼굴’이라는 별명을 얻어 온갖 연기에 익숙하다.

그런데 그에게는 또 하나의 별명이 있었다.

연극단이 쉬는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알바왕’이라고도 불렸었다.

그러다 보니 박상규는 무서운 월영신(月影神)의 캐릭터를 보여 주면서도 미소를 놀라지 않게 하는 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놀이방 보조 같은 아르바이트를 수도 없이 한 그는 어린아이 기분을 맞춰 주는 데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라고 봐도 무방한 사람이니까.

쿵쿵.

박상규는 제자리에서 발 구르기를 하며 자신이 다가간다는 인기척부터 내기 시작한다.

덕분에 일영신(日影神)의 배역에 깊이 몰입한 미소는 충분한 마음의 대비를 하고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디 있니~ 일영(日影)~』

박상규가 대본에도 없는 말을 슬쩍 꺼내며 느릿느릿 제자리걸음을 한다.

그 순간 배역에 몰입한 미소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박상규를 보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러고는 진짜 일영신(日影神)이 된 것처럼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월영······ 할아버지?』

미소는 마치 100년 전 제물로 쓰일 때 도망치지 못하던 그 공포를 고스란히 연기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미소가 배역에 몰입하자 박상규는 그제야 제대로 된 원귀 월영신(月影神)의 모습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박상규가 허리를 노인처럼 구부정하게 구부정하게 굽히더니 두 팔에 힘을 뺀다.

그러고선 가래가 낀 듯한 걸걸한 목소리를 내며 월영신(月影神)의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흘흘흘. 요 앙큼한 것~ 더는 도망칠 곳도 없으니 이만 포기하고 나와 함께 가자꾸나. 기억하겠지? 백 년 전 네 어미에게 큰돈을 주고 널 산 게 바로 나라는 것을. 흘흘흘. 그러니 네 혼도 나의 것이다.』

『아냐! 난 그런 거 몰라!』

『일영아. 소용없다. 이제 그만 내 속을 태우고 이리 오거라~ 흘흘흘.』

난 일영(日影)의 혼을 흡수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위협적으로 대사를 읽었는데 그에 비해 박상규는 탐스러운 복숭아를 앞에 둔 듯한 욕심 많은 노인 같은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었다.

귀신보다는 악질 마름 같은 분위기다 보니 미소가 느끼는 공포가 확실히 많이 줄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상규는 미소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다.

덕분에 미소는 안정적인 연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어쩌지······ 어쩌지······.』

미소가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뒤에는 마치 희생자가 될 낚시꾼들이 있는 듯 뒤를 연신 돌아보면서.

그 사이 박상규가 음흉한 웃음을 짓고 코앞까지 다가간다.

하지만 미소의 손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멈춰 선다.

『어허. 이리 오래도~ 일영~ 넌 내 것이래도~ 흘흘흘.』

그때였다.

미소가 눈을 꼭 감고선 두 손을 앞으로 쭉 하고 뻗는다.

『할아버지 싫어! 오지 마! 사람들 아프게 하지 마!』

그 순간 박상규는 미소의 손이 가슴에 닿지도 않았는데도 뒤로 발랑 나자빠져 버렸다.

쿠웅.

『크흑!』

바닥에 쓰러진 박상규가 마치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한다.

미소가 깜짝 놀라 눈을 뜬다.

그러고선 자기 손을 보고 눈을 끔뻑인다.

제물일 때의 기억만 갖고 있던 일영신(日影神)이 자신에게도 힘이 생겼다는 걸 처음 깨닫는 장면이다.

왼손 한 번 오른손 한 번 번갈아 보던 미소의 얼굴이 점점 상기 된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미소는 뒤를 돌아보며 외친다.

『도망가요! 빨리!!』

미소는 뒤편에서 촬영 중인 스태프들이 마치 극 중 낚싯배 사람들인 듯 힘차게 외친다.

미소의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온 소리는 오디션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였다.

그리고선 미소는 관광객들이 도망갈 때까지 막겠다는 듯 두 손을 꼭 쥐고 박상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와 연기할 때 겁먹었던 모습은 씻은 듯 사라졌고 앙다문 입술과 얼굴에선 용기마저 드러나고 있었다.

박상규의 놀라운 연기력과 섬세한 리드 덕분에 미소는 단번에 원래 실력을 되찾았다.

그나저나 상황을 알고 바로 해결책을 내어놓는 박상규나 단번에 본인의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미소나 언제 봐도 놀라운 재능들이다.

그렇게 미소가 넘어진 박상규를 노려보며 씩씩대는 것으로 오디션은 끝이 나고 있었다.

“오케이~ 컷!”

짝짝짝.

오상도 PD가 기립 박수를 치며 말한다.

“이야~ 두 사람. 뭐야? 연기 호흡 따로 맞춰본 거 아닙니까?”

연기를 끝낸 박상규가 심호흡하고 고개를 숙인다.

“대본을 멋대로 바꿔 죄송합니다. 미소가 겁을 먹은 거 같아 분위기를 조금 죽였습니다.”

유태평 작가가 고개를 젓는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갑자기 오디션에 참석하셨는데 캐릭터 분석을 완벽히 잘해 오셨는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하하하.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건데요. 아 참. 그런데 아역이랑 연기는 예전에 많이 해보신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겁니까? 이력서를 보니까 연극단에만 계셨던데.”

박상규가 머리를 긁적인다.

“LT 놀이공원에서 인형극 알바를 오래 했습니다. 거기서 키메라 마왕 역할을 하면서 아이들이 지난 칼에게 퇴치당하는 역할을 많이 맡아 봐서요. 제가 애들에게 얻어터지는 악당 역할은 누구보다 잘합니다.”

박상규는 LT 공원에의 인형극 쇼 <우주 용사 카이저>에서 소탕당하는 ‘키메라 마왕 빠삐용’ 역할을 맡았다고 실토했다.

그 역할은 쇼를 보던 도중 관계자들이 아이 한 명을 가리켜서 용사라며 검을 쥐여 주면 아이가 휘두른 칼에 맞아 죽는 역할이란다.

철저히 아이들을 용사로 느끼게 해주는 연기를 해야 하는 터라 그토록 자신이 있었던 거였다.

물론 초창기에는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가 알바에서 잘릴 뻔하기도 했다지만.

아무튼 ‘천의 얼굴’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경험 그리고 많은 아르바이트 덕에 그는 훌륭하게 자신이 맡은 연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 순간 한유식 대표 유태평 작가 오상도 PD 현종연 실장 등의 얼굴이 밝아진다.

“젊은 분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저희가 오해했네요. 본인 연기력도 뛰어나고 미소와의 연기 합도 좋고. 잘 봤습니다.”

박상규가 보여준 의외의 연기력에 현장에 모인 스태프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자 황진서에게 집중하던 기자들은 이젠 다들 카메라를 들고 미소와 박상규를 찍어대고 있었다.

박상규와 미소가 보여준 연기는 동년배의 배우들이 결코 보여줄 수 없는 연기였기 때문이다.

주연 배우들은 이미 주영인과 성규환이 스카우트되었고 주요 조연마저 놀라운 연기력을 가진 터라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기 시작한다.

찰칵. 찰칵.

바쁘게 카메라 소리가 오디션장을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 그 틈에 에브리데이의 일정을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2일]

-PM 10: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NEW. 정미소]

-<연예계 방방곡곡> 아역스타 J양. 선배 배우들 앞에서 실수 연발.

-(연예가올타임즈) 이름값 못 한 스타 아역배우. 오디션 현장에서 계속된 실수로 눈살을 찌푸리게 해.

(회의 내용 : <연무(煙霧)> 오디션 현장에서 미소 실수 연발. 대책 마련 필요.))

내 생각대로 박상규의 멋진 리드 덕분에 미소의 약점이 철저히 가려져 버렸다.

그뿐 아니라 미소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일영신(日影神)의 모습을 훌륭히 연기해냈다.

덕분에 원래는 미소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기사들이 뜰 미래가 모두 다 사라지고 있었다.

* * *

박상규와 완벽한 연기의 합을 맞춘 미소는 자신감이 잔뜩 올라 있었다.

“미소야. 다음 오디션을 할까 싶은데 괜찮겠어?”

“넵!”

미소는 곧장 다음 오디션에 나서겠다고 한다.

보통의 아역들이라면 한 번의 오디션으로도 나가떨어지지만 미소는 달랐다.

자신감을 얻은 미소는 씩씩하게 앞으로 나가 황진서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안녕하세요. 정미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황진서는 눈을 감은 채 뜨지 않고 있다.

미소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자 심사 테이블에 앉은 한유식 대표가 헛기침하며 말한다.

“미소야. 우리 황 배우가 집중하고 있는 것 같네. 액션 하면 바로 연기하면 돼.”

“아 넵! 알겠습니다.”

하는 꼴만 보면 오디션은 황진서가 아닌 미소가 보는 것 같다.

지금 이건 일영신(日影神)이 아닌 월영신(月影神) 역을 맡은 배우를 위한 오디션이고 미소는 그 파트너 연기를 해주는 것뿐인데 말이다.

다만 황진서의 위상 때문인지 현장에선 태클을 거는 사람이 없다.

그때였다.

“황 배우 시작합니다.”

그제야 황진서가 눈을 뜬다.

“레디~ 액션!”

오상도 PD가 큐 싸인을 보낸 순간 황진서가 폭풍같이 미소를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일영(日影)! 이리 와라! 내 오늘은 반드시 너를 삼켜 나의 태자귀(太子鬼)로 만들겠다!』

황진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그런데 그의 대사는 박상규의 것과는 어감과 말투가 완전히 달랐다.

큰소리를 지르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강렬하게 적의를 내보일 뿐이었다.

눈은 희번덕거리고 있고 입에는 마치 미친개처럼 거품을 물고 있다.

더군다나 손은 갈고리처럼 허공을 할퀴고 있다.

월영신(月影神)의 광기를 보여 주는 좋은 연기였지만 오디션 파트너인 미소와의 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연기였다.

혹시나 미소가 겁을 먹진 않을까 싶어 끼어들까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걱정은 기우였다.

미소는 나와 박상규와 연기를 하면서 용기를 얻었는지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떨친 미소가 앙다문 입을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겁을 주려는 황진서의 연기를 상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할아버지 싫어! 오지 마! 사람들 아프게 하지 마!』

‘이 대사를 지금 한다고?’

황진서가 대본을 바꿔서 말하자 미소는 잠시 후에 쓸 대사를 끌어와서 쓰고 있었다.

오디션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이 놀랄 정도로 놀라운 대사 응용력이었다.

‘황 배우님. 이게 우리 미소입니다!’

그런데 내가 뿌듯해하는 것과 달리 황진서는 미소가 놀라지 않고 자기 연기에 맞서기 시작하자 안색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졸지에 새파랗게 어린 미소와 연기 대결을 하기 시작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황진서는 더욱더 연기를 거칠게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소는 지지 않고 배역에 더욱 몰입하며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른바 용호상박.

단 이빨 빠진 늙은 용과 걸음마를 하는 아기 호랑이의 싸움이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아기호랑이 하나 압도하지 못하는 늙은 용의 체면은 점점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심사위원과 기자들의 표정도 미묘해지기 시작했다.

한때 천하의 황진서가 저 정도밖에 안 되냐는 의심이 든 것이다.

한동안의 열렬한 연기 대결이 이어지다 드디어 오디션의 마지막 장면을 연기할 때가 되었다.

『저리 가~~! 나쁜 할아버지!』

미소는 화가 난 듯 앞으로 두 손을 쭉 내민다.

그때였다.

황진서는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쓰러지는 연기를 패스해 버린다.

“자 볼 건 다 보여 줬으니······ 여기까지 하지. 오디션에서 바닥을 좀 구르는 건 아니잖아?”

아무리 베테랑이라지만 자기 멋대로 오디션을 중단시켜 버리는 오만함이란.

그 행동은 심사위원석에 있는 한유식 대표 오상도 PD 유태평 작가 현종연 실장 네 사람에게 고개를 젓게 하긴 충분했다.

* * *

황진서의 월영신(月影神) 오디션이 끝이 났다.

박상규가 미소와 놀라운 호흡을 보여준 이후 자연스레 황진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었다.

신인인 박상규에 비해 황진서는 경력이 수십 년이 되는 베테랑이었으니까.

하지만 황진서는 자신만 돋보이려고 연기를 한 데다가 미소를 윽박지르듯 연기해 버렸다.

미소가 보통 아역이었다면 질색하고 경기를 일으켰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박상규와 연기를 하며 힘을 얻은 미소는 굴하지 않고 연기를 마쳤다.

최근 황진서의 연기력이 예전만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혼자 튀려다가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야 만 것이다.

“황 배우님. 돌아가 계시면 저녁때 결과를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오상도 PD가 말했는데도 황진서가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오디션 결과를 묻는다.

“어땠어? 한 대표?”

오디션 중에 결과를 묻는 건 무례한 일이다.

하지만 한유식 대표는 흔쾌히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황 배우. 잘했어. 잘했는데······.”

“잘한 거면 잘한 거지 왜 말꼬리가 길어?”

“좋아. 솔직히 말할게. 미소와 연기 합이 조금 안 좋은 거 같아. 미안하지만 황 배우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아니네.”

황진서가 즉시 결정을 지으라고 한 탓에 한유식 대표도 바로 불합격 통보를 내려버렸다.

순간 뒤 편에 있는 기자들이 노트북 자판을 톡톡 두드린다.

유력한 배우인 황진서가 불합격 통보를 받아 버린 까닭이다.

그러자 황진서는 인상을 찌푸리고 항의를 시작한다.

“내가 불합격이라고?”

“황 배우 연기는 나쁘지 않았어. 근데 이번 작품에서 주요 조연인 일영신(日影神)과 월영신(月影神)의 호흡이 중요하단 말이야. 그래서 굳이 배역에 확정된 미소를 불러서 같이 오디션 하게 한 거잖아.”

연기의 ‘합’이 중요하다는 말을 황진서가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쉽게 수긍하지 않았다.

“어이~ 한 대표 당신. 정 실장이랑 친하다더니 박상규 저 자식을 꽂으려고 한 거 아냐? 이거 다 짜고 치는 판 아니냐고!”

역시나 황진서가 얼토당토않은 말로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마치 일부러 이 상황을 깽판이라도 치려는 듯.

그 순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기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오디션에서 황진서가 떨어진 것만 해도 재미있는 기삿거리인데 합격자를 미리 내정하고 오디션을 열었다면 그것 또한 조회수 달달하게 뽑을 만한 기삿거리니까.

미소의 연기력 논란을 지웠지만 이건 이것대로 기사가 나가면 곤란하다.

아무래도 오늘 황진서에게 세상의 쓴맛을 보여 줘야겠다.

‘60년간 스타로서 꿀 빤 인생 회귀자에게 한 번쯤 혼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황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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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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