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9화
699. <연무(煙霧)> 오디션 1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2일]
-PM 10:00 [NEW. 정미소]
-<연예계 방방곡곡> 아역스타 J 양. 선배 배우들 앞에서 실수 연발.
-(연예가올타임즈) 이름값 못 한 스타 아역배우. 오디션 현장에서 계속된 실수로 눈살을 찌푸리게 해.
(회의 내용 : <연무(煙霧)> 오디션 현장에서 미소 실수 연발. 대책 마련 필요.)
오후에 있는 ‘미리내’ <연무(煙霧)> 오디션은 기자들을 초대한 채 공개 오디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미리내’의 부활을 널리 알리면서 작품에 대한 PR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오디션에서 미소가 실수 연발이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재 미소는 최지영 배우와 유진이에게 동시에 연기를 배우며 나날이 실력이 느는 중인데 말이다.
대체 왜 이런 일정이 떴는지 고민하던 순간 귓가에 강감찬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 실장.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아차 지금은 회의 중이지.
난 폰을 내리며 답했다.
“아 생각보다 덕배 광고비 제안이 세게 들어와 놀라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난 최근 인기가 높아진 덕배의 핑계를 대며 자리에 앉았다.
미소의 오디션은 오후 1시부터니까 일단은 굴렁쇠 엔터의 미래를 논하는 이 회의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 아 그리고 덕배는 정 실장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신경 써줘. 배우의 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데뷔 초가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예. 대표님.”
지시를 마친 강감찬 대표가 주변을 둘러본다.
“우리 사주는 이번 주까지 모두 청약을 마쳐. 또한 이제부터는 언론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니만큼 홍보팀은 홍보실로 승격할 예정이다. 그러니 먼저 성민석 팀장!”
홍보팀장 성민석이 답한다.
“예 대표님.”
“홍보실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바빠질 거다. 실장직 감당할 수 있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오케이. 그러면 상장 전까지 여론에 신경 쓰도록. 주식은 특히 여론에 좌지우지되니까.”
증시에 주식을 상장할 땐 ‘호재’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하고 돈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밤잠을 안 자는 한이 있더라도 케어하겠습니다.”
현재 굴렁쇠 엔터는 ‘정 실’에 소속된 연예인을 중심으로 호재를 이어가고 있었기에 성민석 홍보팀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때 성민석 홍보팀장이 장난스레 말을 더한다.
“그리고 회사에 스타 매니저가 한 명 있으니까 여러모로 회사 이름을 알리기가 쉽더군요. 최근엔 정 실장 이름을 팔면서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어쩐지.
내 이름이 기사에 좀 많이 나오더라니 범인이 여기 있었네.
강감찬 대표가 나와 성민석 팀장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큰 웃음을 터트린다.
“으하하하. 우리 성 팀장. 아니 이젠 성 실장이라고 불러야겠군. 그래. 지금처럼만 해.”
“예. 대표님!”
이후 강감찬 대표는 관우 엔터 쪽 라인들이 관리하는 팀들을 향해서도 지시를 내렸다.
호재를 만들고 악재를 피하라고.
그제야 우리 굴렁쇠 엔터도 상장을 코앞에 뒀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우리 사주 매입을 거의 하지 못한 김관우 부대표와 그 일행들은 죽을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강감찬 대표가 내 이름을 부른다.
“아 그리고 정 실장.”
“예.”
“덕배 앞으로 광고 들어온 것만 이번 주에 15억이 넘는다며?”
“예. 1차 계약분이 그 정도 되고 이번 주에 또 그 정도 더 계약할 겁니다.”
“잘했다. 그리고 오늘 안으로 5천만 원 입금될 거다. 확인해 봐.”
이 와중에도 굴렁쇠 엔터는 노력한 보상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하고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굴렁쇠 엔터는 다닐 만한 회사였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다들 해산!”
회의가 끝난 순간 난 곧장 회의실을 나왔다.
특히나 주식 상장을 선언한 오늘 같은 날에 미소의 연기력 논란 기사가 뜨게 할 순 없었다.
* * *
압구정 일식 요리점 동경.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쓴 박상곤 의원의 딸 박상아가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화려한 일식 요리가 한 상 차려져 있지만 그녀는 차가운 얼음물만 들이켤 뿐이었다.
빠드득.
속이 타는 박상아는 입 안에 들어온 얼음을 씹어 먹고 있었다.
드르륵.
VIP룸의 문이 열린다.
굴렁쇠 엔터의 주주 4인방 중 두 명인 LSP의 이상필 회장과 트루 엔젤스의 박형문 대표가 들어온다.
두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 의원님은 어디 가시고······.”
“상아 양. 아버님은?”
최만식 대표가 일본에 구속된 이후 이상필 회장과 박형문 대표는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최만식 대표 없이 최은태 회장과는 싸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미래의 한국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박상곤이 보자고 연락을 해왔다.
순간 이상필과 박형문은 즉시 부름에 응했다.
그런데 박상곤은 보이지 않고 그의 딸 박상아가 기다리고 있으니 당황스러웠다.
두 사람이 실망한 기색을 밖으로 드러내자 박상아가 미간을 구겼다.
“아버지 대리인이자 우리 만식 씨 대리인으로 왔으니까 두 분은 인상 좀 펴세요. 내 기분 잡치려고 하려는 게 아니라면요?”
박상아의 날 선 태도에 이상필과 박형문이 다급히 떨떠름한 기색을 숨겼다.
그녀는 차기 한국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거물 정치인의 딸이자 명동의 살모사인 최만식의 아내가 될 사람이니까.
더군다나 박상아가 소유한 미술관은 정 재계의 돈세탁 창구로도 쓰이는 터라 아버지와 약혼자의 비호가 없더라도 쉽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크흠······.”
“일단 이야기나 해보도록 하죠.”
이상필과 박형문이 자리에 앉자 박상아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아빠 말씀 전하기 전에 만식 씨랑 통화부터 시켜 드릴게요.”
“연락이 됩니까?”
박상아는 아무 말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띡.
전화가 닿자 즉각 최만식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회장님. 박 대표님.
이상필이 전화기에 대고 다급히 묻는다.
“최 대표. 어떻게······ 된 건가? 일본에 갔다더니 왜 연락이 안 돼?”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습니다. 다만 제가 드릴 말은 한 가지뿐입니다. 굴렁쇠 엔터의 상장을 어떻게든 연기시켜 주십시오.
“상장을 연기시키라고? 어떻게?”
-악재를 좀 터트려 주십시오.
“그 그러면 우리가 보유한 주식 가격이 내려갈 텐데?”
이 와중에 자기들 지분 가격이 내려갈까 봐 걱정하자 최만식이 한숨을 내쉰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라고 생각하십시오. 현재 제가 일본에 묶인 처지라 우리 사주 문제부터 상장까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럴 땐 악재를 터트려서 상장을 늦추고 상대편 백기사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서 발을 빼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편을 늘리고요.
이상필과 박형문은 떨떠름했지만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미 편을 정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나? 구체적으로 좀 말해줘.”
-일단 방송과 신문사들을 동원해서 굴렁쇠에 흠집을 내주십시오. 가능하면 정 실장이 관리하는 가수나 배우들 위주로 말입니다.
“이제껏 자네가 하려고 하다가 다 실패하지 않았나. 더군다나 우리가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이젠 다를 겁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 일은 거기 있는 상아 씨랑 상의하십시오. 저보다도 그런 쪽으로는 더 낫습니다.
최만식이 누군가를 인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최만식은 박상아를 인정하고 있었다.
“아 알았어.”
-그리고 저도 최대한······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겠습니다.
최만식은 자신이 강은기를 살인 청부했다는 일을 두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다.
기회주의자인 이상필과 박형문이 말을 갈아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통화를 오래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전화 끊겠습니다.
“그 그래.”
달칵.
전화가 끊기자 박상아가 폰을 덮으며 두 사람을 쳐다본다.
“두 분은 지금부터 제 지시를 따라서 움직여 주세요.”
이상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보고 새파란 자네의 수족이 되라는 건가?”
“평소라면 모를까 지금은 선거철이잖아요. 제가 움직이는 순간 아빠를 따라다니는 야당 측 기자들의 표적이 될 거예요. 그리고 이건 아버지 지시예요.”
박상아가 아버지의 재보궐선거를 도와줘야 한다는 말에 이상필이 입을 다물었다.
“아. 그 그렇지. 깜빡했군. 난 전적으로 협조하겠네. 아버님께는 말 좀 잘해 주게.”
박형문 대표도 서둘러 답했다.
“나 나도 그럴게.”
박상아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다 첫 번째 지시를 내린다.
“가장 먼저 손을 쓸 곳은 오늘 있을 미리내 오디션이에요.”
“미리내? 거긴 왜?”
“거기서 굴렁쇠 엔터 배우들이 대거 오디션을 보거든요. 기자나 연예인들을 동원해서 분탕을 치라고 하세요. 타깃은 미소고요. 연예인 한 명한테는 손을 써뒀지만 언론사들은 두 사람이 좀 움직여 주세요.”
그때 박형문이 말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를······.”
그때였다.
쨍그랑.
박상아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이 벽에 맞고 산산조각 난다.
박상아는 두 사람을 향해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당신들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회사를 날름 뺏길 위기인데 그런 안일한 생각이 들어? 그리고 이 일이 잘못되면 우리 아빠가 당신들 가만둘 것 같아?”
이상필과 박형문은 깜짝 놀라서 수치심도 잊고 잘못했다고 말했다.
눈알이 희번덕거리는 박상아는 한마디로 ‘미친X’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진정하게. 진정.”
“그 그래. 나도 언론사 관계자들을 만나볼 테니까······ 진정해.”
박상아가 거친 숨을 훅훅 몰아쉰다.
그러다 조금 진정이 됐는지 두 사람을 노려본다.
“혹시라도 침몰하는 배에서 내리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같이 살든 아니면 같이 죽든. 둘 중 하나뿐이에요. 아시겠어요?”
박상아의 눈빛은 살모사라고 불리던 최만식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표독스러워 보였다.
그 순간 이상필의 머릿속엔 한 가지 단어가 떠오르고 있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
그런데 그와 동시에 또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정윤호가 어느새 최만식 대표와 박상아와 함께 자기들까지 나서서 잡아야 하는 체급이 됐다는 것 말이다.
* * *
잠시 후 오디션을 볼 <연무(煙霧)>는 한 달에 한 번 지독한 안개가 끼는 연무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한국형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이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연무도.
그곳에서는 일 년에 일주일 대연무(大煙霧)라고 하여 섬 전체가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안개로 휩싸인다.
그리고 그날 밤 섬사람들은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대연무(大煙霧)의 밤.
바다에서 죽은 익사자들의 귀신이 섬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그 일주일간은 낚시 손님조차 받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근처에 왔던 대형 낚싯배가 기관 고장을 당하여 섬에 정박하게 된다.
그 이후 낚싯배에 탔던 사람들은 귀신에게 빙의되어 서로 간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런데 그 일에는 섬에 사는 신비한 존재들도 관여하게 된다.
연무도에는 신이라고 잘못 알려진 두 귀신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아이의 모습을 한 일영신(日影神)이고 또 하나는 노인의 모습을 한 월영신(月影神)이다.
일영신(日影神)은 선을 월영신(月影神) 악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일영신(日影神)은 섬에 올라온 사람을 지키고 월영신(月影神)은 사람들을 빙의시켜 제물로 삼는다.
오늘 <연무(煙霧)> 오디션에서는 일영신(日影神)과 월영신(月影神)뿐 아니라 대형 낚싯배에 탔던 관광객 섬사람의 오디션을 모두 할 예정이다.
그리고 미소는 잠시 후 기자들 앞에서 월영신(月影神)의 오디션 파트너로 참석할 예정이고.
그런데 에브리데이는 미소가 기자들 앞에서 미흡한 연기력을 보여준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 즉시 굴렁쇠 엔터에서 50m 정도 떨어진 미리내로 달려갔다.
미리내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가자 회의실에서 한유식 대표와 현종연 제작 실장 대본을 쓴 유태평 작가 그리고 오상도 PD가 오디션에 관해 이야기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한유식 대표가 뒤를 돌아보며 놀란다.
“어? 왜 이렇게 일찍 왔나? 아직 40분이나 남았는데.”
현재 시각은 12시 20분이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잠깐 따로 이야기 좀 드릴 수 있을까요?”
“으흠······ 알았네.”
한유식 대표는 잠시 후에 보자며 스태프들에게 5층 오디션장으로 먼저 올라가라고 말한다.
난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한 뒤 한유식 대표에게 물었다.
“오늘 기자들은 몇 시에 옵니까?”
“10분 뒤에 오겠지? 보통 오디션 시작하기 한 30분 전에 와서 자리 잡으니까.”
이미 기자들을 오지 말라고 하긴 늦었다.
“그러면 혹시 오늘 월영신(月影神) 역의 오디션을 미소 없이도 할 수 있을까요?”
월영신 역할에 지원한 배우들은 실력이 검증된 중견 배우들이다.
그렇기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상대 파트너인 미소가 없어도 오디션은 가능했다.
하지만 한유식 대표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건 좀 힘들지 않겠나? 기자들이 솔직히 우리 미소 찍으려고 오는 거지. 월영신 역의 배우들을 찍으러 오는 건 아닐 거잖아. 미소가 없으면 1시가 아니라 주영인이랑 성규환이 오고 조연 배우들이 오디션을 하는 3시에 맞춰 왔겠지.”
월영신(月影神) 역에 지원한 중견 배우들은 경력이 상당하지만 아무래도 화제성에서는 미소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다.
“그렇······군요.”
“혹시 미소 어디 아픈 건 아니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러면 부탁 좀 함세.”
상황이 이렇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오늘 처음 기자들에게 <연무(煙霧)>를 선보이는데 기자들에게 찍혀서 안 좋은 기사가 뜨면 드라마 시작도 전에 흥행 전선에 붉은 불이 들어올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미소의 연기력 논란 원인을 없애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수고하게. 난 먼저 오디션장에 올라가 있겠네.”
“예.”
한유식 대표와 일별한 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소가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연소희 팀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실장님. 저희 미리내에 도착했어요.
때마침 잘됐다.
이참에 미소의 연기력부터 점검해 봐야겠다.
“5층 말고 3층 회의실로 오세요. 저도 지금 미리내에 있습니다.”
-예. 실장님.
난 전화를 끊은 뒤 곧장 3층 회의실로 향했다.
* * *
개학식을 마치고 온 미소는 붉은색이 감도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미소는 일영신(日影神)이 입을 옷과 비슷하게 맞춰 왔다.
“유노 삼촌~~!”
미소가 반갑게 인사한다.
“그래. 미소야. 오늘 개학식 못 가서 삼촌이 미안해?”
미소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아니에요. 나 이제 초등학생이라서 괜찮아요!”
미소가 괜찮다며 의젓하게 대답하지만 섭섭하지 않을 리가 없다.
“대신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거 먹자? 삼촌이 쏠게.”
미소의 눈이 큼지막하게 변한다.
“진짜요?”
“그럼~”
“아싸!”
미소가 엉덩이춤을 씰룩씰룩 춘다.
의젓하다는 건 취소다.
어쨌건 이렇게 미소의 기분이 좋다면 유진이에 견줄 만한 연기력이 나오곤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래도 일단 확인부터 해봐야지.
“미소야. 혹시 연습해 온 연기를 미리 좀 보여 줄 수 있을까?”
“알았어요. 대신 삼촌이 파트너 연기해 주세요.”
“삼촌은 연기 안 해봤는데?”
“유노 삼촌. 화란전에서 막막 칼싸움도 하고 했잖아요!”
미소는 내가 연기를 잘했다며 손날을 세우고 신이 나서 이리저리 휘둘러댄다.
하긴 파트너가 되어서 연기를 해주면 문제점을 더 잘 알 수 있겠지
“알았어.”
나는 월영신(月影神) 역을 맡기로 하고 태블릿을 손에 들었다.
“그럼 미소부터 시작할래.”
“네~”
미소는 길게 한숨을 쉬고 빠르게 일영신(日影神) 역에 몰입했다.
그런데 미소와 함께 연기를 시작한 순간 오늘 다이어리가 뜬 이유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