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8화
698. 디데이
최은태 회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내가 혹시 잘못되거든······ 자네가 내 유언집행자가 돼줬으면 하네.”
유언집행자란 유언자의 사망 이후 유언 내용을 실현하는 자를 말한다.
“회장님. 그런 일은 변호사가 하는 게 아닙니까?”
“보통은 그러하지. 하지만 유언집행자는 변호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네. 그러니 내 부탁을 꼭 좀 들어주게.”
최은태 회장은 이번 일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사채왕인 그는 만에 하나를 대비해 모든 유산의 뒤처리를 내게 맡기겠다고 하고 있었다.
지난번은 일본 쪽 비자금만을 이야기하더니 이번엔 유산 전체였다.
“걱정하지 말게. 한국 쪽 비자금은 영호한테 물어보면 되고 일본 쪽 비자금은 스즈키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겐 너무도 과한 역할이었기에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최은태 회장이 먼저 말을 한다.
“부담스러운 것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가 이 일을 맡아야 하는 이유가 있네.”
“이유요?”
최은태 회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은기를 아들로 인정한다는 유언을 남기려고 하네. 그러면 유언집행자가 날 대신해 ‘인지신고’를 할 수가 있지. 그런데 그런 중요한 일을 자네 이외에 대체 누구한테 맡길 수 있겠나?”
‘인지(認知)’란 생부나 생모가 혼외자인 출생자를 자녀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임의 인지’는 아들의 허락 없이도 부모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인지’를 뜻하고.
그렇기에 최은태 회장은 잃어버린 아들의 존재를 알고 몇 번이나 고민했다고 한다.
혼외자를 아들로 ‘인지’하는 건 최은태 회장 혼자 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은기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인지 절차를 진행했다가는 영원히 얼굴조차 볼 수 없을 것 같아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아들의 얼굴을 보고선 조금이나마 앙금이 풀렸고 또 내가 있었기에 유언으로나마 ‘인지’를 하려고 결심했다고 한다.
혹 잘못되면 자신의 재산이 최만식 대표에게 모두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
그의 눈에서 너무도 간절한 염원이 느껴졌기 때문에 난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순간 최은태 회장이 내 손을 덥석 붙잡는다.
“정말 고맙네. 이제 난 언제 죽어도 안심일세!”
최은태 회장은 이제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며 홀가분한 미소를 짓는다.
난 괜스레 툴툴대며 말했다.
“돌아가시긴 왜 돌아가십니까? 윤수랑 은수가 결혼할 때까지 사셔야죠.”
“허허허.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여간 난 가 봐야겠네. 인간 같지도 않은 쓰레기들을 쳐내려면 이제부터 준비해야 할 게 많지 않나?”
자신의 뒤를 기약할 수 있게 된 최은태 회장은 많이 달라졌다.
강인하기만 하던 모습에 부드러움이 섞여 훨씬 더 보기가 좋아졌다.
게다가 희망이 생긴 덕분인지 회한이 가득하던 지친 눈에 생기도 맴돌고 있었다.
이렇게 강은기와의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다 보면 그의 여명도 늘어날 것만 같은 기대가 될 정도였다.
* * *
상도동 박상곤 의원의 집.
1천 평은 될법한 거대한 건물 3층 거실에선 차기 대통령이라 불리는 박상곤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어젯밤 자신에게 라인을 댄 법무부 차관에게 시켜 긴급 공문까지 내려보내 강은기라는 남자를 특사로 출소시켰다.
딸 아이와 최만식이 간절히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이 있다던 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교도소에서 나온 강은기를 처리하는 계획이 연달아 실패로 돌아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거기다 검찰 내부의 조력자에게서는 습격자들에게서 최만식의 이름이 나왔다는 이야기마저 들을 수가 있었다.
다음 달에 있는 재보궐선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딸과 비서관에게 일을 맡겨 뒀다지만 이런 간단한 일이 실패로 돌아갈 줄이야.
딸의 독하고 꼼꼼한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중요한 일에 실패했다는 것이 납득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대체 그자가 누구길래 이렇게 집요하게 노리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래서 박상곤은 자기 딸을 불러놓고 묻기 시작했다.
“상아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아빠······.”
박상아가 대답하지 못하자 박상곤이 버럭 역정을 낸다.
“실패도 실패지만 대체 강은기 그놈이 누구길래 이렇게 집착한단 말이야?”
박상아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강은기가 최은태 회장의 아들이라는 건 최만식 대표와 자신 둘만이 아는 비밀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걸 말하면 최만식이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이유는 말 못 해요.”
그때였다.
“왜? 혹시 누가 네 남성 문제를 갖고 협박이라도 하든?”
박상아의 눈이 큼지막해진다.
“아 아빠가 그걸 어떻게?”
“내가 설마 그 정도도 모르고선 오늘 일을 놔뒀을까. 그동안은 네가 제법 꼼꼼하기에 따로 말하지 않았던 거다. 그리고 최만식과는 적절하게 선을 잘 타길래 놔둔 거고. 그런데 아무래도 넌 이 애비를 허투루 봤나 보구나.”
여당의 당 대표이자 차기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그에게는 수많은 눈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박상아가 실수한 일들을 ‘설거지’ 해주기도 했었다.
“그러면 아빠가 그동안······.”
“그래. 지금은 내가 도와줄 게 거의 없어졌지만 네가 서투를 때는 내가 조금 도와줬었다.”
박상아는 그동안 자신의 유흥 거리를 아빠가 다 알고 있었다는 말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자기가 모든 걸 털어놔야 했음을 알아차렸다.
박상곤이 진짜 관심을 가진 이상 그의 눈을 가릴 수가 없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실은 강은기 그 사람이 명동 왕회장인 최은태 회장의 친아들이래요.”
박상곤이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큼지막하게 뜬다.
“그게 무슨 소리냐? 최은태 회장의 아들이라니? 그 영감 혈육이 없어서 양자인 최만식이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걸로 아는데? 그래서 나도 너랑 그 친구의 결혼을 추진하려 한 거고.”
박상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은 저도 강은기가 아들인지 확실하겐 몰라요. 아무튼 만식 씨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왜 사람을 죽이려고까지 했겠어요?”
그때였다.
순식간에 충격에서 벗어난 박상곤이 눈빛을 번쩍인다.
그러고선 영민한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최은태 회장의 유산을 다 먹으려면 강은기란 놈을 없애야 한다는 거지?”
박상아가 눈치를 보며 말한다.
“예. 그간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도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건지 고민이 많았어요.”
“됐다. 지나간 일을 따지는 건 못난 놈들이나 하는 거다. 실수는 다시 저지르지 않으면 되니까 이제부터는 같이 의논하자꾸나.”
딸에게 훈수를 둔 박상곤의 입가에 미소가 올라간다.
“아빠.”
“괜찮대두~”
자기 딸과 최만식이 저지른 짓이 발칙했지만 용서해주는 척하면서 그 모든 재산을 자기 손에 넣기 위한 생각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돈을 바탕으로 종국엔 대한민국을 거머쥘 생각이었고.
“일단 최만식과 이야기해야겠다. 연락은 바로 할 수 있고?”
다행히 아빠가 최만식을 그 새X 같은 비속어로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른다.
그 순간 박상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은 최만식이 쓸모가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일본 쪽 변호사한테 연락하면 1시간 정도 있다가 통화돼요.”
“그러면 지금 바로 연락해 봐라.”
“예.”
“그리고 내가 손을 쓸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나도 최은태 회장의 돈이 엉뚱한 놈 아가리에 들어가는 걸 두고 볼 생각은 없다.”
박상아로서는 ‘우리’의 것이라는 말이 내심 걸렸다.
하지만 아빠가 안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일이 잘 풀리더라도 꽤 많은 돈을 주는 수밖에.
하지만 그 순간 분노는 정윤호에 대해 쏠리기 시작한다.
‘정윤호!! 대체 넌 뭔데? 넌 뭐길래 이렇게 내 앞길을 막아!!’
박상아의 머릿속에는 정윤호라는 이름이 메아리치며 깊게 새겨지고 있었다.
최만식 대표보다 더 말이다.
* * *
잠을 못 자고 새벽부터 강은기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 탓인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 다음 날 오전 10시였다.
“시간이······ 삭제됐네. 아으~”
그런데 기지개를 켜던 순간 깜짝 놀랐다.
“아 맞다. 오늘 미소 입학식인데······.”
놀라서 유진이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이미 까톡이 와 있었다.
[러블리♡유진 : 오빠. 피곤해 보여서 연소희 팀장님과 정인지 아주머니랑 같이 왔어요. 푹 쉬세요~ (미소_입학식_사진) (이쁨)(귀여움)(깜찍함)(들뜸)]
유진이는 미소의 입학식 사진과 함께 온갖 이모티콘을 보내놓았다.
유진이가 보내준 사진 속 미소는 상기된 볼을 한 채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 미소가 이렇게 컸네~’
괜스레 아침부터 흐뭇해지고 있었다.
난 유진이의 까톡에 대답해준 뒤 샤워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깨끗하게 씻고 나온 난 어제 일을 강감찬 대표에게 보고하고자 곧장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왁자지껄하는 소란이 일고 있었다.
강감찬 대표가 굴렁쇠 엔터의 주식 상장 일정을 앞당겨서 공지해 놓은 탓이었다.
“4월 1일에 상장한다고?”
“왜 이렇게 일정이 당겨졌지?”
“한다한다 하더니 진짜 하는구나. 미리 실탄 준비한 애들은 돈 좀 만지겠는데?”
“서예종 라인 식구들은 연말 보너스를 다 써서 우리사주 거의 못 샀다던데?”
“아 씨. 정 실장네 애들 산다는 소문 돌 때 나도 샀어야 하는데.”
공지를 보고 구시렁대던 직원들이 뒤늦게 날 발견하고 묻는다.
“야. 정 실장. 주식 샀어?”
“얼마나 샀어?”
다들 말을 걸지만 난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지금 묻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 실’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 성장성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안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원론적인 이야기로 대꾸한 나는 간단히 묵례한 다음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똑똑.
“대표님. 윤호입니다.”
문 너머로 강감찬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와.
“예.”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감찬 대표가 정수혁 이사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어제 최은태 회장이 상장 일정을 앞당긴다고 알린 터라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만식 대표가 많이 당겨 놓아서 가까스로 4월 1일에 일정을 맞출 수가 있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강감찬 대표가 묻는다.
“회장님한테 미리 연락받았다. 어젠 고생 많았다. 큰일 날 뻔했더구나.”
“아닙니다.”
“아니긴. 보통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했던데?”
강감찬 대표는 강은기를 구한 내 활약을 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첫 번째가 몸조심이다. 네가 다치면 무슨 소용이냐.”
강감찬 대표는 마치 최은태 회장이 강은기를 쳐다보듯 날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로 엄마 말고 이런 따스한 눈빛을 보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게 너무도 고마웠다.
만약 내게 아버지란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강감찬 대표 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봐 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끄떡없습니다.”
“그래. 아 그리고 쌍둥이를 낳았다며?”
“예. 저와 은기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윤수와 은수로 이름 지었습니다.”
“좋은 이름이네. 그쪽 강 대표한테 축하한다고 전해 주고.”
“예.”
강감찬 대표는 씨익 웃더니 테이블에 펼쳐진 종이를 가리켰다.
“자자. 그러면 주식 이야기나 좀 해 보자. 우리 사주는 이번 주까지 청약받을 생각이다.”
“동감입니다. 최만식이 힘을 못 쓸 때 최대한 빨리 앞당겨야 합니다.”
“그래. 그리고 우리사주 청약 결과도 우리에게 매우 좋다.”
우리 사주의 청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대략 8대 2로 정 실과 배우 2실 가수 2실 쪽 멤버들이 신청했다고 한다.
예상한 것 이상으로 훨씬 높은 비율이다.
“엄청난데요?”
“작년부터 네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나도 몰랐다.”
곁에 앉은 정수혁 이사도 기쁨의 표정을 짓는다.
강감찬 대표는 너무도 만족스럽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 그러면 뒤는 회의실에 가서 이야기 하자.”
오늘은 3월 2일.
이제 주식 상장을 계획한 4월 1일까지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 해야 할 수많은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당장 화제의 중심에 놓인 덕배를 더욱 위로 띄워야 했고 나 역시 방송에도 출연해야 했다.
그리고 강은기도 방송 출연을 시켜 스타로 만들고 <프로젝트 I.O.A>의 지역 예선이 끝나면 3월 14일부터는 합숙도 진행해야 했다.
유진이는 30%가 넘어버린 <화란전>의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야 했고 미소는 <실종 – 잃어버린 자들>과 <연무(煙霧)>에 출연해서 인기를 끌게 도와줘야 했고.
그리고 지난 주말 드디어 시작한 <먹방 유람단>에선 이태풍과 하루 그리고 미소가 한데 어울려 먹방을 하고 있는데 동시 방송 중인 너튜브 댓글 관리도 해줘야 했다.
강하나는 너튜브 구독자가 거의 200만 명에 달하고 있었기에 이벤트를 해줘야 했고.
그뿐 아니라 이태풍이 주연을 맡은 <지리산>의 관객 수가 800만 명을 넘고 있었기에 1천만 명의 관객이 들어올 수 있게 힘을 써야 했다.
또한 박상규는 아내의 치료를 하면서도 <도플갱어> 촬영에 들어갈 준비를 도와줘야 했다.
유진이를 비롯한 모두의 커리어를 관리하는 일이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이번 생에서는 절대 그 짐을 내려놓지 않을 생각이다.
이들은 이미 내 삶의 일부이자 전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굴렁쇠 엔터도 그중 하나였고.
* * *
팀장급 전체 회의가 열린 즉시 강감찬 대표는 우리사주의 매입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4월 1일 주식 상장을 한다는 공지를 봤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사주 매입 청약은 이번 주까지만 신청받을 생각이다.”
김관우 부대표가 당황해서 외친다.
그들의 뒷배인 최만식 대표가 일본에 구속된 데다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상장이 진행되기 시작해서였다.
“대표님. 갑자기 이러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서예종 출신인 관우 엔터 출신의 실장과 팀장들은 우리사주를 매수할 실탄을 아직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순간 강감찬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나한테 그런 이야기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길게 시간을 끌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서두르라는 회장님의 지시야.”
“아무리 회장님 지시라고 해도 그렇죠······.”
강감찬 대표는 더는 들을 생각이 없는지 곧장 다음 이슈로 화제를 돌린다.
“자자. 그 이야기는 끝났으니까 다음 이야기를 하지. 오늘 ‘미리내’에서 <연무(煙霧)> 오디션이 있는데 오디션을 볼 배우들 리스트는 다 뽑아 뒀나?”
내가 부활시킨 ‘미리내’는 드디어 오늘 첫 작품 연무의 오디션을 시작한다.
한유식 대표는 내가 ‘미리내’를 살린 덕에 많은 배역을 배정해줬고 오늘 굴렁쇠 엔터는 최대한 많은 배역들을 따내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미소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배우들을 추천하지 않았다.
어차피 ‘정 실’의 배우들은 이미 다른 작품으로 눈코 뜰 새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잉~
폰이 울리더니 갑자기 알림이 떠올랐다.
V13이 되면서 정사모 뿐 아니라 내가 관리하는 연예인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소였다.
[알림 : 2021년 3월 2일 ‘정미소’에 관한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기는가 하고 일정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잠시 후 벌어질 미소의 <연무(煙霧)> 오디션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미소한테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