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4화
694. 은기야 1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2월 28일]
[오늘의 운세 : 바다를 건너지 마라. 소중한 지인과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이 일정이 가리키는 건 단 하나다.
전용기를 타고 중국에 가게 된다면 내일 오전 10시에 특사로 나올 강은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에브리데이의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지금은 최만식 대표나 박상곤 의원이 강은기를 제거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상황.
만사에 조심을 해야 했다.
결국 난 중국에 가서 어른들과 백기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는 왕룽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왕룽. 아버님한테 가는 건 무리겠다.”
잠시 후 <프로젝트 I.O.A> 한국 오디션의 심사위원들은 왕룽이 마련한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국한다.
그때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하자 왕룽과 릴리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 아쉽네. 알았어. 아버지한테는 내가 따로 백기사에 관해서 알아서 잘 상의해 볼게. 어차피 널 돕는 일이라면 발 뺄 분이 아니니까.”
“그렇게 해주면 고맙고. 그리고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 꼭 전해줘.”
“그래. 그러면 나중에 또 보자.”
어차피 <프로젝트 I.O.A>의 첫 생방송인 3월 14일에 왕룽은 중국 쪽 합격자들을 전용기에 태우고 한국으로 올 예정이다.
그때 다시 보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마무리합시다!”
무대 쪽에 있는 지영식 PD가 급하게 스태프들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프로젝트 I.O.A> 한국 예선이 끝났으니 이제 중국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중국 가기로 한 스태프들은 뒷정리를 다른 스태프들에게 넘기고 한데 모여. 인원 체크 끝나면 심사위원들 모시고 김해공항으로 이동할 거니까!”
“자자 지영식 PD 말 들었지? 서둘러. 10분 뒤에 체육관 앞에서 모이고.”
왕룽과 릴리가 옷깃을 어루만진 채 심호흡한다.
한국 심사위원들과 스태프를 중국으로 데려가는 안내 역할을 맡은 것이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왕룽은 옷 정리를 마친 뒤 함께 온 경호원들과 회사 직원에게도 출국 준비를 지시했다.
강은기와 관련된 일정이 있었지만 우선 공항까지는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에브리데이가 바다를 건너지 말라고 했지 공항을 가지 말라는 소리를 안 했으니까.
“공항까지는 배웅해 줄게.”
왕룽이 씨익 웃는다.
“그래. 이왕이면 중국 가는 장면에서 내 옆에 서서 얼굴 좀 비춰. 어제 보니까 카메라빨 잘 받던데?”
왕룽 역시 MBS의 <전지적 관찰 시점>을 시청했다고 한다.
언제 또 그걸 봤는지.
릴리 역시도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한국어로 말한다.
“마차요. 윤호 오파! 나도 봐써요. 오파 잘생겼어요!”
릴리의 서툰 한국말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다.
곁에 있던 왕룽이 씨익 웃는다.
“다른 건 다 잘하면서 왜 이리 칭찬에 약해?”
미안.
회귀 전에는 칭찬 같은 걸 받아 본 적이 없어서 그래.
“큼 어서······ 가자. 어서!”
난 헛기침을 한번 내뱉은 뒤 두 사람을 밀며 공항으로 가는 팀에 합류했다.
* * *
김해공항 VIP 라운지.
지영식 PD는 라운지 안에서도 촬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김해공항 측에도 미리 협조를 구해둔 터라 별다른 방해 없이 라운지 안에서 이동민 실장과 왕룽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컷! 됐습니다. 그러면 잠시 후에 전용기 급유 끝나면 바로 이동하시죠.”
“예.”
라운지에 있는 대형 창문으로 촬영팀과 심사위원들이 타고 갈 전용기가 보인다.
100명은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은 대형 전용기의 외관에는 <프로젝트 I.O.A>라는 글자와 함께 한 중 일 3개 국어로 적힌 랩핑이 씌워져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상하이 뉴 미디어그룹 역시 큰돈을 썼다는 게 한눈에 들어올 정도다.
그렇게 라운지 촬영이 끝나자 중국에 심사위원으로 가게 될 세리가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 감탄사를 외친다.
유리창에 얼굴을 들이밀며 찹쌀떡 같은 볼을 살짝 찌부러뜨리며.
“우아아아~~ 유노 오빠. 비행기! 저거! 우와아! 비행기에 내 얼굴이 랩핑되어 있어요!”
세리의 호들갑에 양은비는 이해가 안 간다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진짜······ 쟤가 어떻게 1위 가수지?”
세리는 어제와 오늘도 <반딧불 다리>로 음방 1위를 하고 왔다.
우연희가 그런 세리를 보며 엄마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왜~ 귀엽잖아~”
양은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귀여워? 어디가? 그리고 언니는 생긴 거랑 달리 세상을 만사 좋게만 봐서 문제야. 심사 볼 때도 애들이 다들 언니만 보는 거 알지?”
우연희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그래도 안타까운 걸 어떻게 해······.”
우연희는 심사 첫날 나름 단호하게 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엔 본성을 숨기진 못했다.
그래서 오디션 참가자들 사이에서 벌써 ‘연희 엄마’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반면 논리왕 양은비는 ‘칼은비’라고 불리고 있었고.
다만
세리는······ 그냥 세리였다.
그때 개구리처럼 유리창에 붙어 있던 세리가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은비 언니! 또 내 욕하지?”
세리가 투덜대자 양은비가 쏙하고 혀를 내민다.
“베에~”
세리가 발끈하며 부들거린다.
“우이씨! 언니 계속 이런 식으로 굴면 나······ 나······.”
“왜에~? 어쩔 건데~에~?”
“은비 언니 과자 다 먹어 버릴 거야! 어젯밤에 케이스에 있는 거 다 봤어!”
양은비가 처음으로 움찔한다.
“야. 너······ 설마 내 과자 건든 거 아니지?”
양은비는 많이 먹지 않지만 유일하게 과자에 대한 식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중국 심사에도 밀봉 팩에다가 잘 포장한 과자를 케이스 하나에 가득 채워서 중국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종류별로 하나씩 담아서 말이다.
양은비가 당황하자 세리가 씨익 웃는다.
“과연 언니의 쪼꼬미볼이 아직 멀쩡할까?”
“쪼 쪼꼬미볼? 야! 너 그거 먹었어?”
“어쨌을까아~~?”
“먹었어? 야~ 너 이리 와~”
“시른데~~”
양은비가 쫓으러 가자 세리가 도망가고 있었다.
그러자 우연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두 사람을 말리러 뛰어간다.
“얘들아. 뛰지 마~”
그때 지영식 PD가 어느새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을 찍으려 하는 게 보인다.
난 다급히 움직여 PD의 앞을 막았다.
“PD님. 찍으시면 안 됩니다.”
“왜요? 발랄하니 보기 좋은데요.”
“보기는 좋은데 명색이 심사위원들 아닙니까? 너무 초딩······처럼 노는 걸 시청자들이 보게 되면 권위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내 연예인의 이미지는 내가 지켜야지.
지영식 PD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다.
“아~ 그림이 좋은데······ 일리가 있네요. 알겠습니다.”
지영식 PD가 카메라를 내린다.
그러는 사이 세리에게 쪼꼬미볼을 먹지 않았다고 실토를 받아낸 양은비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그런데 그때 숨을 헐떡이던 양은비가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킨다.
“윤호 오빠! 불! 불! 카메라 불 안 꺼졌어요!”
그 와중에 꼼꼼하기는.
양은비답다.
그러자 지영식 PD가 헛기침하며 아래로 내린 카메라의 전원을 끈다.
“어. 이게 안 꺼졌네? 하하.”
달칵.
드디어 카메라의 REC 붉은 불이 꺼진다.
하여간 방송국 인간들이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잠시 후.
전용기의 급유가 끝났다는 연락이 들어오더니 VIP 라운지의 출구 문이 열린다.
지이잉~
왕룽과 릴리가 앞장서며 인사했고 그 뒤를 따라 지영식 PD와 스태프들도 이동을 시작했다.
우연희와 양은비 그리고 세리는 언제 투닥거렸냐는 듯 다 같이 손을 잡고 내게 인사한다.
“다녀올게요~”
모두가 라운지를 빠져나가고 나 혼자 남았다.
약간은 쓸쓸함이 느껴졌지만 빠르게 머리를 털고 감정을 정리했다.
지금부터는 강은기를 구해야 했으니까.
* * *
VIP 라운지에서 창문 밖으로 활주로를 쳐다봤다.
전용기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활주로를 천천히 이륙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에브리데이는 진동으로 운세가 변경되었음을 알려준다.
[알림 : 오늘의 운세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난 그 즉시 운세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2월 28일]
[오늘의 운세 :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 치의 방심도 금물이다.
(삭제된 운세 : 바다를 건너지 마라. 소중한 지인과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새롭게 운세가 업데이트되었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일 오전 10시.
강은기의 출소에 맞춰 일정이 없는 리버스 엔터의 동생들 대부분이 나가서 안전하게 맞이할 예정이다.
폭력 조직 시절 수없는 실전을 겪은 행동파들이다 보니 그들 한 명 한 명이 어지간한 경호원들보다 강한 편이다.
그리고 그들을 최은태 회장이 보낸 사복 경호원들이 원거리에서 지킬 예정이고.
그렇게 2중으로 철저한 경비를 서기로 된 상황인데 방심하면 안 된다고?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였다.
* * *
최은태 회장의 명동 고택.
밤 11시 50분이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지만 최영호 은행장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최영호 은행장은 내일 있을 강은기의 출소에 대비해서 왔다가 내 연락을 받고 기다린 것이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아닐세. 사안이 사안 아닌가? 시간을 따질 때도 아니고.”
얼른 인사를 한 나는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갔다.
최은태 회장도 잠자리에 들기 전 입는 실크 잠옷을 입고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대체 무슨 일이길래 급히 보자고 한 건가?”
여기 오면서 어떻게 말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중으로 경호 계획이 잡혀 있는데 그걸 뚫고 최만식 대표가 보낸 사람이 강은기를 죽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
그렇다고 에브리데이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것’ 역시 알릴 수도 없다.
그래서 난 뻔뻔하게 나가기로 작정했다.
“교도소 안에 있는 정보원이 저한테 각별하게 조심해야 한다더군요. 강은기를 노리는 놈들이 있다고요.”
최은태 회장의 얼굴이 차갑게 식는다.
“그게······ 정말인가?”
“이미 놈들은 구치소에 있을 때도 은기를 죽이려고 했던 전력이 있던 놈들입니다. 그런데 내일 특사는 다른 강한파 동생들과 달리 강은기만 혼자 나옵니다. 그러니까 감방에서 나오는 그 순간부터 신경 쓰셔야 합니다.”
최은태 회장이 가만히 날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자네 정보라면 믿을 만하지.”
성공만 하면 사람들은 네가 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언젠가 들었던 조언이 머리를 스친다.
다행히 최은태 회장도 내 과거의 성공에 비춰 따지지 않고 믿어주는 눈치다.
잠시 고민하던 최은태 회장이 옆에 있는 최영호 은행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영호야. 지금 교도소 내에 우리가 손써 둔 근무자들에게 연락되겠냐?”
“바로 연락은 닿지 않겠지만 최대한 빨리 연락해 보겠습니다.”
“알았다. 연락 닿는 즉시 지금부터 은기가 묵던 감방에서 교도소를 나올 때까지 확실히 보호하라고 지시해 둬라.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 쓸 만한 정보가 있는지 다시 한번 알아보고.”
“예. 지금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최영호 은행장이 고개를 꾸벅인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드르륵.
최영호 은행장이 나서자 최은태 회장이 헛기침한다.
교도소 내에 미리 손을 써둔 것이 미안하다는 눈치다.
“간섭을 안 한다고는 했지만 은기가 안전했으면 하는 바람에······ 혹시 몰라 교도소 내부에 사람을 심어 뒀었네. 얼마 전에 기결 등급이 떨어진 것 때문에······.”
이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아버지가 되어서 아들이 구속되어 있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괜찮습니다. 덕분에 지금이라도 내부 사정을 더 잘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해해 줘서 고맙네.”
그때부터는 초조한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재깍재깍.
최은태 회장의 머리맡에 놓인 작은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들려오는 적막한 밤이 이어지고 있었다.
달칵.
12시가 되며 시침과 초침이 일치한다.
그리고 그때 다시 한번 오늘의 운세가 떠올랐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3월 1일]
[오늘의 운세 : 친한 친구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한다.
* * *
새벽 3시 30분.
최은태 회장이 강은기에 관해 말해달라고 한 터라 난 긴장감을 털기 위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일부는 지난번에 해준 적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최은태 회장은 계속해 듣고 싶어 했다.
그때였다.
덜컹.
인사도 없이 방문이 열리더니 최영호 은행장이 다급히 나타났다.
“회장님! 은기가 새벽 4시 30분에 출소하게 되었답니다!”
“뭐?”
얼마나 놀랐는지 올해 76살의 노인인 최은태 회장은 용수철이 튕기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새벽 4시 30분이면 이제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었으니까.
“출소가 갑자기 앞당겨져? 왜?”
“법무부에서 가능한 일찍 내보내라고 긴급 공문이 내려왔답니다.”
한때 특사로 나오는 시간이 0시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밤에 범죄자를 풀어줬다가는 교통편도 무리가 있고 사고를 칠 확률이 있다고 오전 5시로 변경되었던 적도 있다.
그러다가 다시 10시로 변경되었었고.
과거에도 이처럼 출소 시간이 변경된 적은 있었지만 출소 당일 시간이 변경된 건 처음이다.
즉 누군가 손을 썼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순간 미리 준비한 모든 경호 계획이 무너졌다.
다급해진 최은태 회장이 휘청이며 움직인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
순간 난 자리에서 일어나 최은태 회장을 말렸다.
“아닙니다. 회장님. 제가 가겠습니다.”
최은태 회장이 움직이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만천하에 강은기가 최은태 회장의 아들이라는 걸 광고하는 꼴이고.
요 며칠 사이 강은기를 최영호 은행장이 주의 깊게 보는 투자 대상으로 포장을 해뒀는데 이제 와서 그걸 다 수포로 만들 순 없었다.
“자네가 간다고?”
“예. 제가 직접 가서 은기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최영호 은행장 역시 내 말을 거들었다.
“그게 좋을 듯합니다. 회장님께서 나서시면 오히려 아랫사람들이 움직이기 부담스러워집니다. 은기 군이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최대한 외부 사람들이 모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최은태 회장이 부들부들 떨다가 한숨을 푹 내쉰다.
그의 적은 최만식 대표뿐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를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최은태 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내 아들을······ 구해주게 정 실장.”
간절한 그의 부탁에 고개를 숙였다.
“예. 어르신. 제 친구를 반드시 구해 오겠습니다.”
난 단단히 마음을 먹은 뒤 최영호 은행장과 함께 서둘러 차에 올랐다.
* * *
서울 남부교도소에 도착하자 새벽 4시 25분이 되었다.
교도소 입구에는 차를 댈 수 없었기에 입구에서 3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주차장에다 차를 대고 기다렸다.
현재 이 주차장에는 급히 오느라 나와 최영호 은행장 그리고 최영호 은행장의 비서가 탄 벤X 승용차 한 대 그리고 이수찬과 동생들 세 명이 탄 차량 한 대만이 있다.
다들 오늘 오전 10시에 출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연락이 닿은 동생들과 경호원들이 뒤늦게 교도소로 모이고 있었다.
그때 최영호 은행장이 말한다.
“일단 나오는 대로 차에 태워 리버스 엔터로 향하도록 하지. 최대한 빨리 리버스 엔터까지 가는 게 우리 목적이야.”
“예. 수찬이한테도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동생들도 시간이 되는 족족 중간에서 합류할 겁니다.”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일단 교도소로 오다가 중간에서 합류할 거야.”
그렇게 피신 계획을 세운 다음 강은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달캉.
남부교도소 철문이 열린다.
은기가 교도관들 네 명의 경호를 받으며 나온다.
미리 연락해 놓았더니 감방에서 나올 때부터 특별 보호를 받고 있었다.
강은기가 철문 밖으로 나오자 교도관들이 인사를 한 뒤 뒤로 돌아 들어간다.
그리고 그제야 다른 출소자들 한 무리도 따라서 나온다.
갑작스러운 출소 시간 변경에 맞이하러 온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난 마음이 급해 차에서 내린 뒤 강은기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강은기 역시도 날 보고 반갑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린다.
“어~ 윤호야?”
그런데 그때 출소자 중 한 명의 움직임이 남들과 다른 게 보인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빠르게 강은기에게 다가간다.
순간 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을.
난 그 즉시 목청이 찢어지라 외쳤다.
“고개 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