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3화
693. 준비
TV 화면에선 평소와 전혀 다른 얼굴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우리 덕배는······
작게 가르마 탄 앞머리에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준 내 헤어스타일은 상당히 스타일리시했고 검은 티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는 상당히 댄디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치 탑스타들이나 할 법한 스타일링이 된 터라 인터뷰를 하는 내 얼굴에선 마치 빛이 나는 것만 같다.
게다가 워낙 편안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한 덕에 탑스타급 연예인들이나 보여주는 여유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건······ 내가 봐도 딴사람 같은데?’
<신의 이름으로>에서 유진이를 ‘만신 월아’로 변신시킨 분장의 신 양소리 대리가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 있어 하더니 그 말이 맞았다.
뉴욕 패션 잡지 편집자 출신인 채상우도 ‘전혀 다른 나’를 볼 수 있을 거라 말했는데 그 말 또한 맞는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엔 없었다.
게다가 방송국 스태프들 또한 한몫을 거든 게 언뜻언뜻 보였다.
현장에서 조명팀들이 광량을 체크하고 카메라 2대를 동원해서 찍은 다음 카메라 마사지를 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정작 연예인도 아닌 날 이렇게 집중적으로 찍어 놓은 것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난 콩나물국밥을 떠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괜한 말을 내뱉었다.
“제작진들이······ 아주 날 공개 처형하려고 작정을 했네. 연예인도 아닌 매니저한테 이렇게 카메라 마사지를 해서 방송을 내보내면 어떻게 해······ 그리고 순서도 왜 덕배가 아니라 내가 먼저야?”
보통은 연예인이 먼저 출연한 후 매니저가 그다음으로 나온다.
그런데 현장 인터뷰를 잘한 덕분인지 제작진들은 나와의 인터뷰를 먼저 방송에 내보냈다.
사실상 덕배에 대한 소개를 MC가 아닌 내게 맡긴 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때 곁에 있는 유진이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아~ 왜요~ 보기 좋은데. 그나저나 MC들보다 오빠가 덕배를 소개하는 게 훨씬 보기 좋다. 크~ 아깝다. 이건 미소 깨워서 같이 봐야 하는데~”
유진아.
그런데 말을 하면서 왜 내 얼굴은 안 쳐다보니?
유진이는 TV 속의 날 보며 카메라빨이 잘 받는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소쿠리에 담긴 콩나물 대가리를 톡 하고 딴다.
그래.
인정.
내가 봐도 TV 속의 내가 낫긴 하다.
정인지 아주머니도 빙그레 웃으며 유진이의 말을 거든다.
“그러게. 우리 정 실장 카메라빨이 참 좋네?”
저건 내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두 사람은 아예 들을 생각이 없다.
잠시 후 카메라가 내게서 덕배로 넘어갔다.
덕배는 나보다 선이 굵은 남성다운 외모인데 단발머리를 양옆으로 갈라 펌을 해놓은 터라 상당히 성숙해 보인다.
-안녕하세요. ‘화란전’에서 김법민 역을 맡은 최덕배입니다.
덕배의 강점인 매력적인 중음의 목소리가 TV에서 흘러나온다.
유진이와 정인지 아주머니는 손을 맞잡고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내 연예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후 덕배는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액션 스타’ ‘유화 공주의 마음을 훔친 장본인’ 등등의 수식어를 들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와~ 덕배 신인 맞아요? 인터뷰하는 데 하나도 안 떠는데요?”
“애가 멘탈이 좋아.”
“오늘 두 사람 다 화제 되겠다.”
유진이가 신이 나서 빨리 시청자 게시판에 접속해 보라며 재촉한다.
평소 같으면 당장이라도 <전지적 관찰 시점>의 시청자 게시판을 봤겠지만 오늘은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내 출연에 악플이라도 달렸을까 봐 신경이 쓰여서였다.
그런데 그때 MBS <전지적 관찰 시점>의 박은찬 PD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조금 전 시청률이 4%로 떨어지고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까톡을 보냈는데 혹시라도 내가 나온 것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졌나 싶어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PD님. 혹시 시청률이 떨어졌습니까?”
-응? 뭔 소리야! 정 실장 나오고부터 나서 빵 터졌는데! 아 물론 덕배도 마찬가지고 시청률 그래프가 2번 연속으로 뛰었어!
“정말요?”
-그래. 정 실장 나오니까 4%에서 5.3%로! 덕배가 나오니까 거기서 다시 뛰어 7%까지 갔다고!!
이번 예고편은 고작 MC들과 덕배의 반 인터뷰밖에 없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시청률이 뛰었다고 한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다행이네요.”
-하하하. 그나저나 정 실장. 카메라빨 진짜 잘 받는데? 게시판에도 난리야. 한번 들어가서 봐봐.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끝나는 대로 다시 한번 전화 줄게.
“예.”
전화가 끊기자 유진이가 신이 나서 외친다.
“거봐요! 잘됐다죠?”
“어.”
난 고개를 끄덕인 뒤 곧장 시청자 게시판에 접속했다.
박은찬 PD가 말한 그대로 게시판은 난리가 나 있었다.
[<전지적 관찰 시점> 시청자 게시판]
-이야~ 어떻게 매니저 얼굴에서 빛이 나지?
-역시 잘생겨야지 카메라빨도 잘 받는구나. 부럽다. 제길.
-근데 정윤호 저 사람 진짜 대단하다. 체리블라썸 정유진 이태풍에 이젠 최덕배까지? 손대는 연예인마다 빵빵 터지네.
-근데 아직 20대래.
-다 가졌네. 돈 명예 스타들과의 친분에 미모까지.
-요즘 굴렁쇠 일 잘하는 듯. 최덕배가 화제의 인물이 되니 바로 예능에 꽂아주는 것 좀 봐.
-굴렁쇠가 대세인 듯?
-덕배 팬클럽에 오세요. [덕배는 한울 (링크)]
-덕배는 한울? 그게 뭔 말임?
-‘한울’은 우리말로 ‘온 세상’이란 뜻이라서 지은 걸로 앎. 동생 이름도 ‘한울’이라서 섞어서 만든 거임. 저기 소모임에 ‘한울’이 팬클럽도 있음.
-팬클럽 회장님 다녀가셨나 보네.
-와. 두 사람 캐미 쩐다. 친형제도 저렇게 챙기지는 않을 텐데.
-나도 저런 매니저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덕배를 놓고 온갖 말들이 오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은 좋은 반응들이다.
다시 한번 안도한 순간 예고편이 끝나고 유진이 얼굴과 함께 ‘THE 순수’의 CF가 나오고 있었다.
그때 폰이 다시 울린다.
박은찬 PD의 전화인가 싶어서 받았더니 이번에는 화장품 회사 ‘예뜨랑’ 안석훈 대표의 전화다.
‘아 맞다. 여기도 가봐야 하는데······.’
강은기를 방송에 출연시켜 스타로 만들어야 했지만 지분 전쟁을 위해서 백기사도 구하고 있었다.
백기사 중 한 곳으로 예뜨랑을 생각했기에 때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 안석훈 대표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정 실장님! 최덕배 배우 화장품 광고 아직 비어 있죠?
“아 예. 비어 있습니다.”
-그러면 내일 당장 좀 뵐 수 있을까요?
“내일은 아침 일찍밖에 시간이 안 되는데 괜찮으십니까?”
안석훈 대표가 알겠다며 내일 덕배와 함께 보자 말한다.
그런데 그때였다.
안석훈 대표가 또 하나의 제안을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 실장님. 혹시 덕배 군이랑 같이 광고에 나올 생각 없으십니까?
내가 광고를?
* * *
예뜨랑 본사. 회의실.
난 덕배와 함께 안석훈 대표와 안명훈 홍보이사를 기다리며 어제의 일들이 가득한 기사들을 확인했다.
[<전지적 관찰 시점> 예고편으로 최고 시청률 8.1% 달성!]
[본편보다 더 관심을 끈 예고편. 다음 회차에 등장할 화제의 신성.]
[스타 매니저 정윤호. <전지적 관찰 시점>에 깜짝 출연.]
어젯밤 <전지적 관찰 시점>은 결국 시청률이 8%가 넘어버렸고 덕배와 내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달칵.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안석훈 대표와 안명훈 홍보이사가 환하게 웃으며 들어온다.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다시 앉자 안석훈 대표가 말한다.
“두 분의 어제 방송이 엄청 화제던데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자 안석훈 대표는 그저 웃기만 한다.
“그보다 어떻게? 생각해 보셨습니까? 저희는 정 실장님이 덕배 씨랑 같이 광고에 출연해 주셨으면 합니다.”
난 아쉬운 표정으로 답했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니 왜요?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반응도 엄청 좋던데요?”
“전 굴렁쇠 엔터 소속이잖습니까? 안 그래도 군소리들이 많이 나오는데 광고까지 출연하게 되면 문제가 심해집니다.”
현재 최만식 대표와의 지분 전쟁을 시작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관우 엔터 출신들의 서예종 라인들은 일제히 내 꼬투리만 잡으려고 노력 중이다.
리버스 엔터를 돕는 것 또한 원칙적으로 안 되는 일이지만 그건 업무 협조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광고를 맡아버리면 회사 업무 외적인 수익 추구가 된다.
‘THE 베스트’로 돈을 벌고는 있지만 그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상관없고.
안석훈 대표는 몇 번 더 설득하다가 아쉬움을 토로한다.
“아쉽네요. 덕배 씨가 정 실장님이랑 함께 나오면 시너지가 좋을 텐데······.”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덕배 씨가 신인이니까 1년 광고비 1억에 계약을 했으면 합니다. 단 덕배 씨의 성장 가능성을 생각해서 추가 옵션으로 지분 1%를 드릴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지분······ 1%요?”
현재 예뜨랑의 지분 가치는 1%당 거의 5억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것도 대략적인 가치고 상장하게 되면 10억은 거뜬하다.
게다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도 없고.
덕배를 쳐다보며 무조건 하는 게 이득이라고 하자 덕배가 고개를 끄덕인다.
덕분에 일사천리로 계약이 이뤄졌다.
그렇게 계약을 맺고 나자 안석훈 대표가 아침을 같이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난 <프로젝트 I.O.A> 한국 오디션 마지막 행사 때문에 부산으로 내려가야 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일정 때문에 내려가 봐야 해서요.”
“그렇습니까? 크흐~ 우리 정 실장님은 언제쯤 안 바빠지시는 날이 옵니까?”
“글쎄요······.”
난 머쓱한 표정을 짓다 어젯밤 전화로 ‘백기사’가 되어줄 수 있냐고 부탁한 것에 대한 대답을 부탁했다.
“아참. 어제 제가 부탁드린 건 생각해 보셨습니까?”
안석훈 대표가 씨익 웃으며 답한다.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그러십니까? 백기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아니 사실은 어려운 게 맞다.
나야 자신 있지만 엔터 회사의 주식은 주식판에서 이른바 개잡주라고 불린다.
등락이 워낙 큰 데다 순식간에 망하고 사라지는 회사도 많기 때문이다.
에이스 엔터테인먼트만 하더라도 업계 1위였는데 현재 이대붕이 구속되어 회사는 반으로 쪼개지고 수십억의 추징금까지 물려서 망하기 일보 직전이고.
그런데도 두 사람은 흔쾌히 돈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액수가 얼마가 되었든 고마운 일이었기에 난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안석훈 대표가 말한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역시.
기업을 하는 사람들답게 조건이 있나 보다.
난 긴장을 바짝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십시오.”
그때 안석훈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사실 저희도 이번에 주식 상장을 할 예정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러니까 지분 2%를 더 인수해 주시죠.”
잠깐만.
인수해 달라고?
예뜨랑이 작년과 올해 팔아 치운 화장품을 생각하면 현금 보유가 아무리 못해도 수십억은 넘을 거다.
유진이가 광고하는 화장품 라인은 전국 백화점에 깔리고 있고 체리블라썸과 손잡고 만든 화장품들은 전국 화장품 가게와 온라인 상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없어서 못 파는 주식을 내게 ‘인수해 달라고?’
그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깐만요. 혹시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그러면 말만 하십시오. 제가 지분 싸움 때문에 다 드릴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융통을······.”
현재 내 통장에는 대략 20억 넘는 돈이 있다.
작년 인센티브에 이것저것 보너스를 합친 돈이다.
그리고 다음 주가 되면 상반기 인센티브가 따로 들어오는 터라 또 몇억이 쌓이고 ‘THE 베스트’의 라이센스 계약 때문에 또 수억이 들어온다.
다 합치면 25억 정도가 될 텐데 그중 5억 정도는 내어놓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 심각한 표정이던 안석훈 대표가 빙그레 웃는다.
“저희 현금만 150억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제안을······.”
“정 실장님이 좋은 배우들을 계속 저희에게 주신 덕분에 저희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안명훈 이사도 옆에서 말을 거든다.
“기업 하는 사람이 서로를 지켜주려면 서로의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지금처럼 따지지도 않고 도와주시겠다 나설 분은 정 실장님이 유일할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저희도 백기사가 되어 드려야죠. 이미 예전부터 정 실장님이 저희의 백기사셨는데요. 뭘.”
안석훈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동생 말이 맞습니다. 그리고 저흰······ 정 실장님이 좋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화장품을 처음 알아봐 준 내게 감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주식을 상장하게 되면 더는 지금처럼 싸게 줄 수 없다면서.
“다만 지분 2%는 아무리 싸게 저희가 하려고 해도 5억 미만으로는 넘겨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금이 부족하시면 제가 개인적으로 돈을 대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내게 증여할 방법을 알아봤지만 차후 문제 여지가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그나저나 2%에 5억?
이건 거저먹으라는 거다.
차후 상장 후에는 몇십억이 될지도 모르는 주식이니 말이다.
“이게 저희들이 백기사가 되어 드리는 조건입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날 생각해주는 두 사람의 마음을 도저히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난 안석훈 대표의 말에 정중히 화답했다.
“그 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
난 두 사람과 악수하며 감사한 마음을 한껏 표현했다.
서로를 맞잡은 손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
난 그렇게 또 한 명의 파트너와 끈끈한 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부산 사직체육관.
예뜨랑에서의 일을 끝내고 부산으로 내려오자 오디션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오늘로써 <프로젝트 I.O.A>의 한국 예선이 모두 끝이 났다.
한국 쪽 심사위원들과 제작진 일부는 이제 중국 상하이로 가서 중국 오디션을 본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는 심사위원들을 중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전용기를 타고 날아온 왕룽과 릴리가 함께 있다.
그런데 왕룽이 한국 오디션 참석자들의 실력을 다 보고선 혀를 내둘렀다.
“상하이에서도 연습생들 하드 트레이닝을 시키는데 한국 따라잡으려면 아직 한참 먼 것 같다. 왜 장웨이 회장이 그렇게 한국 시장을 탐내는지 알겠어.”
지난번 류신이 한국에서 사고를 친 이후 장웨이 회장은 잠잠하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든 다시 올 수밖에 없다는 걸 지금 막 깨달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도 한국 쪽 엔터 회사 쪽에 투자 좀 해야겠는데?”
어차피 난 백기사를 구해야 했기에 왕룽에게 말했다.
“우리 회사 상장할 건데 거기에 투자하지?”
“뭐 그건 당연한 소리고.”
“그러면 우리 회사 지분 전쟁 중이라는 거는 들어봤냐?”
“혹시······ 지난번에 최만식 그 사람이랑 사이 안 좋다고 하더니 그 문제야?”
“어.”
“자세히 이야기 좀 해봐.”
난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알렸다.
강감찬 대표 쪽 라인과 최만식 대표를 필두로 한 서예종 라인이 경영권을 잡기 위해 전쟁 중이라고.
왕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릴리를 쳐다본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 같이 입을 모아 내게 말한다.
“우린 가족을 버리지 않아.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슴이 뭉클한 탓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린다.
“고맙······다.”
그때 왕룽이 말한다.
“아니다. 그냥 내친김에 중국에 지금 가자. 우리 아버지랑 릴리 아버지도 흔쾌히 백기사가 되어주실걸? 전용기 가지고 왔으니까 갔다가 오면 금방이잖아.”
왕민 부서기와 레드페이의 사장이 내 백기사가 되어주면 날개를 다는 셈이다.
현재 시각 오후 6시.
그리고 특사로 나오는 강은기 출소 시간은 내일 오전 10시.
지금 전용기를 타고 갔다 와도 충분히 시간이 있긴 하다.
그런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그 순간 갑자기 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에브리데이 V12.2]
[알림 : 2021년 2월 28일 ‘오늘의 운세’가 새롭게 등록되었습니다.]
대체 이 상황에 무슨 운세인가 하고 내용을 확인한 순간 난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중국 여행은 절대 안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