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1화
691. 방송 출연 1
MBS <전지적 관찰 시점>의 박은찬 PD가 활기찬 목소리로 답한다.
-정 실장이 우리 방송에 출연만 해주면 작가들이랑 대본에 대해서 미리 협의할 수 있게 해줄게.
덕배는 다음 주부터 매니저와 함께 출연하는 예능인 <전지적 관찰 시점>에 정상봉과 함께 출연하기로 계획이 잡혀 있다.
오늘은 그 예고편을 찍을 예정이었고.
그런데 당장 오늘부터 정상봉 대신 나에게 출연해 달라고 하고 있었다.
“아니 박 PD님. 제가 출연하는 게 조건이라고요?”
-그래. 이번 주에 덕배랑 인터뷰하거나 할 때 계속 얼굴 비췄잖아. 그래서 지금 정 실장 수요 방송계에서 꽤 많아. 몰랐어?
정유진 이태풍의 매니저인 내가 이번에는 덕배를 맡았다는 것이 드러나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단다.
-그러니까 출연만 해주면 채미현 씨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편집 때도 최대한 의견 반영해 줄게. 아 덕배도 확실하게 띄워 주고.
PD들이 얼마나 편집 권한에 대해서 민감하게 구는데 이런 제안이라니.
고민을 해봤지만 이건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였다.
채미현과 강은기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는 PD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오~~케이!
“대신 채미현 씨랑 같이 출연하는 매니저는 누가 됐든 받아 주시는 겁니다?”
-하하. 그거야 뭐 어렵나. 근데 누군지는 알려줘야지.
“리버스 엔터의 강은기라고 있습니다.”
잠깐 전화가 멎는다.
-그게······ 누군데?
리버스 엔터가 에이스 엔터의 절반을 인수하면서 갑작스레 급성장한 터라 리버스 엔터의 존재만 알고 강은기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리버스 엔터의 대표입니다.”
-리버스 엔터 대표? 그 신비의 경영인?
“예? 신비라뇨?”
-요즘 업계에서 유명하잖아.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업체가 튀어나와서 에이스 엔터의 절반을 잡아먹어 버렸다고. 다들 대체 대표가 누구길래 그렇게 공격적인 경영을 하느냐는 소문이 많아. 뭐 누군 재벌 2세라고 하는데······ 하여간 그 친구가 이번에 나온다고?
정보 차단을 해놓았더니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덕분에 박은찬 PD가 내 제안을 꽤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있다.
“예!”
-이야~ 이거 볼만하겠는데? 채미현에 강은기까지. 이거 대박 삘이 오는데?
한때 <전지적 관찰 시점>의 시청률을 10%에 올려놓았던 감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그러면 지금은 예고편 촬영해야 하니까 바로 와. 자세한 건 와서 이야기하지.
“예.”
-그럼 빨리 와~
달칵.
촬영 준비가 급한지 박은찬 PD는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그때 곁에 있던 이수찬이 묻는다.
“근데 형님. 은기 형님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 안 해도 괜찮을까요?”
“괜찮아. 박은찬 PD는 내가 잘 아니까 가서 설득하면 돼.”
시청률에 목마른 박은찬 PD는 화젯거리를 그 어떤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강은기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설득하기 어려운 건 편집 권한이었지.
그게 해결되었으니 남은 건 문제도 아니다.
“자~ 그러면 덕배도 은기도 스타로 한번 만들어 볼까?”
졸지에 방송 출연을 하게 되었지만 나가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 *
<전지적 관찰 시점>은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하는 심야 프로그램으로 연예인과 매니저들의 일상을 보여 주는 방송이다.
방송 4년 차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한때는 최고 시청률 12%의 인기 예능이었으나 최근 미스 캐스팅 논란이 거듭되며 시청률은 4%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 2주간 <화란전>에 출연 중인 에이스 엔터의 윤주연이 출연한 터라 5%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이번 주 화제의 중심에 놓인 덕배가 출연하게 되자 MBS 예능국은 다시 프로그램이 전성기를 찾을 수 있을 거라며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MBS <전지적 관찰 시점>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흥분한 스태프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며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지금부터 다음 주 긴급 예고편 녹화를 딸 거야. 보이는 곳만 세팅하고 바로 시작하자. 시간 없어.”
“뭣들 해! 20분 뒤에 촬영 시작이니까 빨리빨리 서둘러 촬영 준비 끝내자고!”
“예능국에 사람 더 불러와. 배우랑 매니저들도 갑자기 불려 와서 짜증일 테니까 최대한 비위 맞춰 주고!”
“3번 카메라 감독님! 동선 수정할 거니까 여기 좀 와 보세요.”
“윤주연 씨 예고편도 추가 분량 더 해야 하니까 서둘러!”
세트장의 한가운데에는 원탁 테이블과 모니터가 있고 스태프들이 부리나케 뛰어다니며 세팅 중이다.
잠시 후 11시에 나갈 본방송 녹화는 어제 끝났었다.
하지만 덕배가 갑자기 다음 주부터 출연하기로 된 터라 예고편을 추가로 긴급 녹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한 손에 큐 카드를 든 박은찬 PD가 내게 뛰어온다.
“어서 와. 정 실장.”
“예. PD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PD님!”
나와 이수찬이 함께 인사하자 박은찬 PD가 묻는다.
“채미현 씨랑 강은기는 급한 거 아니니까 그건 오늘 촬영 끝나고 나서 이야기하고······ 일단 정 실장 메이크업부터 하자. 윤주연 씨 오면 바로 촬영해야 해.”
다음 주 출연자 중 또 다른 한 명인 윤주연이 오고 있단다.
꽤 까칠한 성격인 그녀와 괜스레 부딪히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냐며 서두르자고 한다.
“알겠습니다.”
“스타일리스트 붙여줘?”
“아뇨. 덕배가 현장에 왔다니까 거기 가서 메이크업 받겠습니다.”
“안 그래도 사람 손이 모자란데 땡큐. 굴렁쇠 사람들 3번 대기실에 와 있다니까 거기서 하면 되겠다. 그리고 잠깐만······.”
박은찬 PD가 곁을 쳐다본다.
이정세 AD가 손에 들린 검은색 티셔츠를 내민다.
“이거 들고 가세요.”
촬영 중에 매니저들이 입는 [최덕배 매니저]라고 흰 글씨가 쓰인 티셔츠다.
미리 준비해 둔 티셔츠는 정상봉에게 줘서 그런지 흰색 테이프로 급조해서 티셔츠 위에 이름을 새겨 놓았다.
“예. 감사합니다.”
난 검은 티셔츠를 받아 들고 대기실로 달렸다.
* * *
달칵.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덕배는 얌전히 앉아 양소리 대리로부터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채상우가 덕배의 몸에 옷을 대어 보며 뭘 입힐까 고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MBS <다큐 7일> 팀에서 촬영 중이다.
이선애 PD와 최일주 감독 박석희 작가가 한 팀인 <다큐 7일> 팀은 일주일간 덕배를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기록 중이었다.
그런데 정상봉은 소파 한구석에 앉아 홀로 여유롭게 편하게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다.
예상외로 편한 표정이라 의아해하던 순간 날 발견한 정상봉이 도시락에서 젓가락을 떼고 인사를 꾸벅한다.
“오셨어요?”
“어. 상봉아. 미안. 오늘 방송 출연이 나 때문에 못 하게 되어서 어쩌냐?”
정상봉이 씨익 웃는다.
“아뇨. 부담감으로 밤에 잠도 못 자고 어젠 밥도 못 먹었는데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 오늘 이게 첫 끼입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정상봉은 제법 인터뷰 스킬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방송에 나가서 인터뷰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단다.
“그럼 다행이고. 그러면 일단 밥 먹어.”
“예!”
난 이후 <다큐 7일> 팀과 인사를 하고 난 뒤 메이크업을 받는 덕배 옆으로 갔다.
사극을 위해 머리카락을 단발머리로 기른 덕배가 눈만 옆으로 돌리며 인사를 해온다.
“형. 왔어요?”
“어때?”
“뭐 괜찮아요.”
쪽방촌에서 힘들게 산 덕배는 어떤 환경에 놓여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뭘 해도 그때보단 낫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MBS <다큐 7일>의 이선애 PD가 슬쩍 곁으로 다가온다.
“정 실장 나랑 인터뷰 좀 하자 응?”
올해 36살인 그녀는 다큐 프로그램 쪽에서도 시청률을 잘 뽑기로 이름이 난 PD다.
“저를요?”
“그래. 이번 주에 촬영 현장의 에피소드 중에서 물어볼 게 많아서.”
“죄송한데······ 그럴 시간이 없어요.”
“없긴 왜 없어? 메이크업하는 동안 간단히 인터뷰하면 되잖아.”
눈치가 빠른 PD다 보니 피하긴 그른 것 같다.
“형. 저 끝났어요 앉으세요.”
덕배가 메이크업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양소리 대리가 웃으며 의자를 톡톡 두드린다.
“실장님~ 오세요.”
난 덕배와 자리를 교체하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제가 오늘 최고로 만들어 드릴게요.”
양소리 대리의 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초롱초롱하다.
“그냥 튀지 않게 부탁드려요.”
양소리 대리가 거울 속에 비친 내게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놉! 그 배우에 그 매니저 소리가 나오도록 두 사람 다 최고로 멋지게 나오도록 해드릴게요. 절 믿고 맡기세요.”
양소리 대리의 눈이 반짝이는 터라 난 그냥 목 위를 맡겼다.
“뜻대로······ 하셔요······.”
양소리 대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메이크업을 시작한다.
“네~”
그와 동시에 내 뒤편에서는 스타일링을 맡은 채상우가 내게 입힐 바지와 신발을 고르기 시작한다.
그사이 덕배가 소파에서 일어난다.
“형. 화장실 다녀올게요.”
“어~”
순간 식사를 마친 정상봉도 서둘러 젓가락을 놓고 그 뒤를 따라나선다.
“같이 가자.”
덕배와 정상봉이 대기실을 나서자 <다큐 7일> 팀은 곧장 내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 실장. 덕배를 처음 만난 이야기부터 해봐. 정 실장이 덕배를 스카우트했다면서?”
난 덕배와 첫 만남부터의 일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난 덕배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좋은 이야기들만 골라서 말하기 시작했다.
회귀 전 수많은 인터뷰를 한 경험들을 살려서.
* * *
마치 연예인들이나 할 정도의 짙은 메이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선애 PD는 온갖 질문을 해댔다.
심지어 덕배의 이성 관계 같은 아찔한 질문까지 말이다.
하지만 난 여유롭게 그 질문을 받아넘겼다.
“덕배는 지금 한울이를 기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서 연애할 시간이 없습니다.”
다양한 함정 질문을 피해 가자 이선애 PD가 갑자기 한숨을 팍 내쉰다.
“이거 뭐 이래? 덕배는 애늙은이같이 웃기만 하고 매니저는 무슨 짬이 십 년은 넘은 매니저처럼 질문을 흘려? 뭐지? 이 콤비?”
덕배는 워낙 어릴 때부터 힘든 생활을 경험한 터라 철이 상당히 들어 있다.
게다가 온갖 경험도 많이 했기에 이선애 PD의 함정 질문을 싹 다 피해 갔다고 한다.
그리고 난 회귀한 매니저였고.
그러니 이선애 PD의 자극적인 질문이 와도 우리 둘은 말려들지 않았다.
난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굳이 자극적이지 않아도 시청률 잘 나올 겁니다.”
이선애 PD가 투덜대며 답한다.
“쳇. 인정. 하긴 그렇긴 하더라. 솔직히 그런 환경에서 애가 어떻게 그처럼 맑은 평정심을 유지하는지 놀랍더라니까?”
“천성 아닐까요?”
“그래. 진짜 그랬으면 좋겠어. 나도 다큐 촬영하다 보면 성선설(性善說)이라는 걸 믿고 싶을 때가 많거든.”
덕배 덕분에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을 믿던 자기 생각이 맹자의 성선설(性善說)로 기울 정도란다.
그런데 그때였다.
벌컥.
대기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이정세 AD가 들어온다.
“정 실장님 큰일 났습니다!”
난 메이크업을 받던 것도 잊고선 고개를 돌렸다.
“무슨 큰일이요?”
“에이스의 윤주연 씨가 지금 덕배를 혼내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추가 예고편을 찍으려고 온 윤주연이 사고를 치고 있었다.
순간 난 메이크업이고 뭐고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배를 구하기 위해서.
* * *
덕배가 있는 곳까지 달려가며 이정세 AD에게 물었다.
“근데 주연 씨가 왜 우리 덕배를 혼내는 겁니까?”
이정세 AD가 따라오며 말한다.
“헉헉. 인사를······ 안 했다고요······. 헉헉.”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연예계에서 얼마나 ‘인사’를 중요시 하는지를 말해줬었는데 덕배와 정상봉이 인사를 안 했다니.
내 말을 철석같이 믿는 두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
빠르게 달렸더니 눈 깜짝할 사이 대기실 복도에 도착했다.
이정세 AD의 말대로 에이스 엔터 소속이자 <화란전>의 3왕후 윤주연이 덕배를 보며 삿대질을 하고 있다.
“야! 너보다 까마득하게 높은 선배를 봤으면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와서 인사를 했었어야지. 어디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가려고 그래?”
“죄송합니다. 선배님. 빨리 대기실에 가서 촬영 준비를 해야 하다 보니 실수했습니다.”
“새파란 게 건방지게 변명이나 하고 있고. 촬영 현장에서도 오냐오냐해 주니까 여기도 네 안방인 줄 알아?”
어처구니없는 꼬투리 잡기였지만 덕배는 꾹 참고 있었다.
그때 정상봉이 다시 한번 사과한다.
“윤주연 배우님. 저희가 미처 못 뵙고 뒤늦게 사과드린 점 죄송합니다. 근데 지금은 촬영이 있으니까 끝나고서 찾아뵈면 안 되겠습니까?”
“야 매니저. 넌 입 다물고 있어. 누가 네 사과 필요하대?”
그때 정상봉이 다시 한번 말한다.
“죄송합니······.”
“입 닥치라고 했지!”
그때였다.
윤주연이 손을 들어 올리며 정상봉의 뺨을 후려치려 한다.
백번 양보해서 인사를 제대로 못 했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난 급히 달려서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꽉!
“그만하시죠? 윤주연 씨?”
윤주연이 팔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가녀린 팔이었지만 얼마나 세게 휘두르려고 했는지 내 팔이 휘청거릴 정도였었다.
“뭐? 윤주연 씨? 야! 정 실장. 너 지금 뭐랬어?”
호칭이 문제라면 고쳐주면 그뿐이다.
“윤주연 배우님. 그만하시라니까요?”
“야! 너부터 이거 놔! 안 놔?”
마음 같아서는 계속 잡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멍이라도 들것 같아 손을 놓았다.
손이 자유로워진 그녀는 뒤로 두 발짝 주춤거리며 물러나 버렸다.
“으으윽. 배우나 매니저나 이것들이 쌍으로······.”
한마디를 받아칠까 하는데 갑작스레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다음 주 출연 분량 조정 때문에 덕배한테 화풀이하는 건가?’
원래 다음 주는 윤주연과 선혜주라는 신인 배우가 출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덕배가 다음 주 출연이 잡혔으니 자연스레 분량 조정이 있었을 거다.
최근까지 주연이던 윤주연은 그게 화가 난 것이고.
잠깐 거리를 벌린 난 함께 온 이정세 AD에게 속삭였다.
-혹시 다음 주 윤주연 배우님 촬영분 조정이라도 있었습니까?
이정세 AD가 눈치를 보며 속삭인다.
-예. 덕배 씨랑 정 실장님이 나오기로 해서 윤주연 씨 분량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지금 윤주연이 이러는 건 예능 프로에서까지 신인인 덕배에게 밀린 까닭이다.
그래서 제작진한테 낼 짜증을 덕배에게 내는 거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해봅시다. 윤주연 씨.’
난 즉시 이정세 AD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PD님 좀 모셔와 주세요.
-지금요?
-예. 지금 당장이요.
이정세 AD가 알겠다며 돌아온 복도를 거꾸로 뛰어간다.
그리고 난 덕배와 정상봉의 앞을 가로막으며 윤주연을 향해 외쳤다.
대기실 쪽 복도에서 <다큐 7일> 촬영팀이 흥분된 표정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잘 찍으세요. 이 PD님.’
“예능 프로에서 분량으로 밀렸다고 새파란 신인한테 화풀이하시는 거. 쪽팔리지도 않으십니까?”
자극적인 이슈가 생기자 MBS <다큐 7일> 이선애 PD의 얼굴이 환히 변한다.
아무리 교양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약간의 자극은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갑질하는 배우 당사자만 빼고.
<다큐 7일> 팀을 보지 못한 윤주연은 그런 것도 모른 채 바락바락 외친다.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야! 너 말이면 다야?”
난 그때부터 윤주연이 저지르는 치졸한 일을 떠벌리기 시작했다.
이선애 PD의 카메라에 담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그때 생각보다 빨리 <전지적 관찰 시점>의 PD 박은찬이 뛰어왔다.
그런데 그의 곁에는 차기 국장 후보 중 한 명인 백석주 CP도 함께 뛰어오고 있었다.
“다들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그만 안 둬?”
백석주 CP의 목소리가 대기실 복도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거 잘하면 한 방에 보낼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