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8화
688. 친구 아이가~ 5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 곁에 있는 좁은 골목.
공태상 팀장과 전윤기 팀장이 각목을 휘두르며 다시 덤벼든다.
하지만 좁은 골목인 터라 뒤에 있는 여덟 명은 각목을 들고만 있을 뿐 앞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 순간 즉각 왼쪽 벽으로 붙었다.
좁은 골목에서 벽으로 붙으면 각목을 한 방향으로 휘두를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왼쪽 벽에 붙은 것만으로도 오른손잡이들은 각목을 휘두르는 게 힘들어진다.
그 탓에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도 쉽게 휘두르는 각목을 피할 수 있었다.
부웅~
공태상 팀장이 휘두른 각목은 다시 한번 내 머리 위를 지나간다.
텅!
각목이 벽을 때렸다가 반발력에 의해 튕겨 난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태상 팀장의 턱에다가 어퍼컷을 꽂았다.
퍼억.
공태상 팀장은 그대로 기절해 뒤로 쓰러져버린다.
옆에서 각목을 휘두르려던 전윤기 팀장이 깜짝 놀라 공태상 팀장을 부축하려 한다.
난 그 틈을 타 전윤기 팀장의 턱에도 주먹을 꽂았다.
퍼억.
순간 전윤기 팀장은 선 채로 기절해 버렸다.
그 탓에 두 사람은 도미노가 쓰러지듯 겹쳐 쓰러져버린다.
쿵.
눈 깜짝할 사이 두 사람이 기절해 버리자 뒤쪽에 있던 조직원들의 몸이 긴장으로 굳어 버렸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주먹을 뻗기 시작했다.
퍽퍽퍽.
손을 뻗을 때마다 한 명씩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게임 끝이었다.
* * *
무려 10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골목길.
맨 앞에 쓰러진 공태상 팀장의 폰이 계속 울리고 있다.
『BOW~ BOW~』
난 기절한 놈들을 피해서 되돌아간 뒤 공태상 팀장의 안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폰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고성이 들려온다.
-야! 태상아! 정 실장은 건들면 안 된다!! 내 말 듣고 있냐?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 장종구 대표의 목소리다.
난 목소리를 착 내리깔고 답했다.
“장 대표님이 보낸 겁니까?”
-어? 정 실장이 이 전화를 왜······ 받지?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는 게 낫겠지.
“잠깐만요. 제가 영상 통화로 다시 걸겠습니다.”
난 전화를 끊고 내 폰으로 영상 통화를 걸었다.
영상 통화를 하자 화면 속에선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 장종구 대표와 오성파 현오성 회장이 동시에 보인다.
난 땀을 닦으며 내 뒤에 쓰러진 10명의 모습을 보여줬다.
“공 팀장 잡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10명을 본 순간 두 사람의 안색이 하얗게 변한다.
-저기······ 자는 거라고? 완전히 맛이 갔는데?
“뭐 그거나 그거나요. 그나저나 제 제안이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하지 그러셨습니까? 그러면 저도 다른 대안을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때 장종구 대표가 다급히 말한다.
-아냐! 걔들은 우리가 보낸 거 아니야. 믿어줘!
보스의 내연녀를 건든 걸 현오성에게 말할까 봐 겁이 난 모양이다.
“그러면 현오성 회장님께서 보낸 겁니까?”
이번엔 현오성 회장이 헛기침한다.
-자넬 건드렸다가는 전쟁이 날 텐데 그럴 리가 있나! 공 팀장이 혼자서 사고 친 거네!
“그걸 믿으라고요?”
-믿어주게! 자네를 제치려고 했으면 대표이사실에서 했겠지!
그때였다.
“끄으으응······.”
처음 쓰러진 공태상 팀장이 일어나려고 한다.
난 그 순간 다시 한번 주먹을 그의 턱에 날렸다.
빡.
털썩.
다시 한번 공태상 팀장이 기절해 버린다.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리자 장종구 대표와 현오성 회장이 헛기침을 한다.
하긴 생각해보면 장종구 대표와 현오성 회장이라면 이 정도 무리수를 둘 사람은 아니긴 하다.
그렇다면 나도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자칫하다간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냥은 못 봐주지.
“두 분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건 알겠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모른 척하실 건 아니죠?”
장종구 대표가 한숨을 내쉰다.
-원하는 거나 말해봐라.
“그걸 굳이 제 입으로 말해야 합니까?”
-지금······ 돈 달라는 건가?
이제야 말이 통하네.
“뭐 적당히 챙겨 주시면 놀란 가슴이 진정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뭐 한 장 정도요?”
-한 장? 그러면 백만 정도······.
양아치니?
와락 인상을 쓰자 장종구 대표가 급히 말을 고친다.
“······는 아닐 거고 천만 정도면 어때?”
살짝 열이 받는데?
“대표님 목숨은 천만입니까? 아니 각목 든 조폭들이 민간인을 습격했습니다! 제가 날래서 살았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지금쯤 구덩이에 묻혀 있을 거라고요!”
-끄응······ 그러면······ 1억······이면 어때?
뭐 위로금으로 그 정도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그것도 좀 부족한 것 같지만 그래도 성의를 보이시니 이쯤 해서 받아들이겠습니다.”
장종구 대표가 현오성 회장을 쳐다본다.
현오성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종구 대표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내일 효주랑 효리랑 계약 해지할 때 주마.
“예 그러면 이 뒤에 쓰러진 애들은 어떻게 할까요? 수찬이 불러서 정리할까요? 아니면······.”
-됐고 그냥 가라. 우리가 알아서 할게.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난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그러면 내일 아침 9시에 뵙죠.”
권투로 치면 1라운드도 뛰지 않고서 파이트머니를 1억이나 번 셈이다.
덕분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조금 아니 많이 가벼운 것 같다.
* * *
사직 체육관으로 돌아가자 <프로젝트 I.O.A>의 부산 오디션이 끝이 났다.
대기실에 있던 신효주와 신효리에게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 계약 해지 의향서를 받아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두 사람과 세리는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이후 이수찬과 이호재는 쪽방촌 어르신들과 함께 도착했고 김해 공항에 도착한 동생들마저 속속들이 체육관으로 몰려왔다.
이수찬은 신효주와 신효리의 실물을 보고선 오래간만에 대박 영입이라며 크게 기뻐했다.
“좋은데요?”
“얘들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전부는 아냐. 한 1년만 레슨하면 바로 주연이 될 만한 재능이니까 잘 키워 봐.”
“예. 형님!”
신효주와 신효리 역시 리버스 엔터테인먼트에 가게 된 걸 만족하고 있었다.
계약금과 숙소뿐 아니라 새로 신설되는 리버스 엔터의 구내식당에 엄마를 취업까지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우린 쌍둥이 자매의 엄마 이현숙이 일하는 생선구이 가게로 자리를 옮겨 회식을 진행했다.
우리 제안을 들은 쌍둥이의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답했다.
-고맙습니다 정 실장님. 부대표님.
우린 그 눈물에 화답하며 신효주와 신효리를 최고의 배우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날.
난 신효리와 신효주 그리고 두 사람의 엄마 이현숙과 함께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대표이사실로 들어가자 어제의 일로 인해 장종구 대표와 송하윤 이사가 죽을상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난 자리에 앉자마자 준비한 서류를 검토한 뒤 이현숙에게 사인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전속 계약 해지서에 사인을 마치고 나자 장종구 대표가 검은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린다.
텅.
“어제 니한테 주기로 한······ 위로금이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검은 가방에는 어제 약속한 1억이 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난 그 순간 장종구 대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왜?”
“위로금을 반으로 깎아드릴 테니까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장종구 대표의 눈이 큼지막해진다.
“진짜?”
“예.”
“뭔데?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내가 다 들어줄게.”
난 내 옆에 앉은 이현숙을 가리켰다.
“5천만 원을 여기 효주와 효리의 어머님이신 이현숙님 계좌로 넣어주십시오. 위.약.금이라는 항목으로요.”
“정 실장이 안 받고?”
“예.”
옆에 앉은 이현숙은 불안한 눈치였지만 여기 들어오기 전 무슨 일이 있어도 모른 척하라고 한 터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때 장종구 대표가 고개를 갸웃한다.
“나야 좋지만 혹시 무슨 꿍꿍이 있는 거 아냐?”
“생각해보니······ 어젠 울컥했지만 1억을 받는 게 제 욕심인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효주랑 효리가 새롭게 출발하게 됐으니까 이왕이면 서로 좋게 가자는 의미에서 제안하는 겁니다.”
장종구 대표가 불안한 듯 날 빤히 쳐다본다.
하지만 난 더 생각하지 못하도록 툭 하고 말을 내뱉었다.
“아~ 싫으시면 마시고요.”
위약금이 담긴 검은 가방 위에 손을 올리자 장종구 대표가 급히 검은 가방을 잡아당긴다.
순간 못이기는 척 슬그머니 가방에서 손을 뗐다.
“왜 이렇게 성격이 급해? 알았어. 딱 절반! 5천만 원만 위.약.금. 으로 이체하면 되지?”
“대신 지금 바로 보내 주십시오. 가능합니까?”
“당연하지!”
“그러면 위약금을 준다는 서류도 한 장 떼 주십시오.”
“오케이!”
장종구 대표는 급히 곁에 있는 송하윤 이사를 쳐다본다.
송하윤 이사도 다행이라고 안도하더니 서류를 바로 프린트한다.
이후 위약금이 5천만 원이라는 것을 적은 뒤 사인을 마쳤다.
그런 다음 송하윤 이사는 재빠르게 계좌 이체를 한다.
내 마음이 바뀔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띠링.
“됐어요. 확인해 보세요.”
이현숙이 눈을 끔뻑거리며 폰을 확인한다.
“5천만 원 드 들어왔습니다. 실장님. 여기요.”
난 이현숙이 보여준 액정 화면을 힐끗 쳐다봤다.
‘잔고 5035만 원······.’
내가 준 돈 5천만 원을 빼면 이현숙은 고작 35만 원을 갖고 있었다.
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금 장종구 대표에게 말했다.
“이번 일은 서로 얼굴을 붉혔지만 다음에는 웃으며 봤으면 좋겠습니다.”
장종구 대표와 송하윤 이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두 사람의 관계를 현오성 회장에게 말할까 봐 여전히 불안한 눈치다.
하지만 내게 그런 우려까지 덜어줄 의무는 없었다.
계약을 마친 난 곧장 이현숙과 신효주 그리고 신효리와 함께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를 나섰다.
딸랑.
로비를 지나 유리문을 열고 지상 주차장의 차에 올랐다.
차를 출발시킨 뒤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멀어지자 조수석에 앉은 이현숙이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실장님. 왜 저한테 이런 돈을 주세요?”
“아 앞으로 효주와 효리가 연예계 생활을 해서 크게 성공하면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다시 욕심을 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 계약 해지를 했다는 증거로 쓰기 위해섭니다. 돈까지 받았으니 저쪽에서 혹시나 서류에 장난질한다고 해도 입증할 수 있고요.”
난 저쪽의 약점을 손에 꼭 쥐고 있었지만 상황이라는 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난 서류에 더해 ‘위약금’이란 이름으로 5천만 원도 받게 만들었다.
나중에라도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가 딴소리를 하면 법적인 증거로 삼기 위해서다.
절반으로 깎은 건 상대가 깊은 생각을 못 하게 할 미끼였고.
“그러면 증거는 남았으니까 이제 이 돈은 뽑아서 드릴게요. 아니다. 지금 바로 이체해 드릴게요.”
난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서울 정착 자금으로 쓰세요.”
이현숙과 신효주 신효리는 이제 서울살이를 시작한다.
숙소를 비롯해 웬만한 건 이수찬이 다 알아서 해주고 월급도 나오겠지만 그래도 통장에 목돈이 있어야 든든할 게 뻔했다.
“예~? 시 실장님.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녀는 몸 누울 자리만 있으면 되고 가게를 정리하면 돈을 조금 쥘 수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난 그 돈이 나한테 오면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선을 딱 그어버렸다.
게다가 현재 내 통장에는 이미 수십억이 넘는 돈이 쌓여 있었기에 그리 돈이 급하지도 않았고.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딸들을 위해서라도 받으란 말에 결국 고개를 숙이고야 말았다.
감정이 격해진 이현숙의 눈에 굵은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렇게 신경을 써 주시는데 어떻게 빚을 갚아야 할지~”
“우리 세리의 친구 어머님 아니십니까? 정 빚을 갚고 싶으시면 저 말고 서울에 혼자 있는 세리한테 잘해주시면 됩니다.”
이현숙이 고개를 숙인다.
“예. 제가 서울 올라가면 내가 세리를 친 딸처럼 잘 보살피겠습니다.”
그때 뒷좌석에 앉은 신효주와 신효리가 안전벨트를 꼭 쥐고 고개를 숙인다.
“실장님. 저희 진짜 열심히 할게요!”
“실장님. 세리한테 진짜 잘할게요!”
세리의 친구들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했다.
이후 세 모녀는 최대한 빨리 부산 생활을 정리한 뒤 서울에 오기로 약속했다.
두 쌍둥이 자매는 신학기가 시작할 때 최대한 빨리 고등학교 전학 절차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끼룩~ 끼룩~
창밖에서 갈매기의 기분 좋게 우는 소리가 들리고 상쾌한 부산 바닷가의 바람이 차 안으로 스며 들어온다.
짭조름한 맛이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은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질이고 지나갔다.
* * *
쌍둥이 가족을 광안리에 있는 집에다 내려준 나는 다시 사직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이틀째 <프로젝트 I.O.A>가 벌어지는 날인 터라 현장에서 빠진 구석을 챙겼다.
이후 이동민 실장을 만나 ‘우리 사주’ 매입에 대해 언급했다.
이동민 실장은 가수 2실 모두 돈을 준비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걱정 안 해도 돼.”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올라갔다가 내일 저녁때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토요일인 오늘과 일요일인 내일은 공중파 음방이 있다.
현재 <반딧불 다리>로 1위인 세리도 <화연가(花戀歌)>로 2위인 서연우도 스케줄이 잡혔기에 두 사람을 데리고 방송국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러나 내일 오후에는 다 같이 부산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프로젝트 I.O.A>의 한국 오디션이 28일인 내일 끝나는데 오디션 종료 행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내일 전용기를 타고 부산으로 오는 왕룽을 만나기 위해 내려와야 한다.
왕룽에게도 ‘백기사’를 서달라는 부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네가 참 수고가 많다.”
“뭐 이 정도는 다 하는 거잖습니까?”
“그래. 수고하고.”
난 꾸벅 인사를 한 뒤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수찬 역시 어르신들을 모시고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형님. 그러면 이따가 뵙겠습니다.”
오늘은 보육원의 이연실과 미카엘라 엄마가 서울에 정기 검진을 오는 날이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지난주에 하지 못한 강은기의 면회를 가기로 약속해 놓은 상황이다.
“방송국에 애들 데려다주고 바로 너희 회사로 갈게.”
“예. 연실이랑 원장 수녀님은 저희가 모시고 올라갈 테니까 일 끝나는 대로 연락해 주십시오. 아······ 그리고 형님.”
“왜?”
“유진 씨한테 들었습니다. 형님 백기사 구하신다고요?”
“유진이가 너한테까지 말했어?”
이수찬이 머리를 긁적인다.
“제가 좀 많이 졸랐죠. 형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 달라고요. 오늘 연락받았습니다.”
“뭐 그렇게 됐다.”
“그러면 저희가 백기사를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이수찬은 내가 도움을 잘 받지 않는 걸 알고서 조심스레 말한다.
하지만 난 평소와는 달리 솔직하게 답했다.
“도와줄 수 있겠냐? 너흰 지금 에이스 엔터를 절반이나 인수한다고 돈 별로 없잖아.”
예전과 달리 난 주변의 도움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무너지면 그들에게 더 큰 슬픔을 안길 테니 말이다.
예상치 못하게 선선히 대답하자 이수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저희 돈 많습니다! 남아도는 게 돈입니다!”
“남아돌기는. 그래도 여유 생기면 좀 부탁하자.”
“예!”
이수찬이 환하게 웃는 걸 보니 괜스레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난 이수찬의 어깨를 툭 하고 치며 말했다.
“고맙다.”
“에이~ 이번에 효주 효리를 소개해 준 값이라 생각하십쇼.”
이수찬이 괜스레 말을 돌리며 내 부담을 덜어준다.
나의 편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는 하루였다.
* * *
방송국에 서연우와 세리를 내려준 나는 곧바로 엄마와 이연실을 픽업해서 남부 교도소로 향했다.
배가 한층 더 부른 이연실을 엄마와 나 그리고 이수찬이 부축하며 면회실로 향했다.
덜컹.
문이 열리더니 아크릴판 너머로 예전보다 살이 빠진 강은기가 걸어 나오며 웃는다.
그런데 잘생기고 키가 185cm나 되는 강은기다 보니 모델 같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왔······어?”
강은기의 말에 이연실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오빠······ 많이 야위었네?”
“군살이 빠져서······ 건강해진 거야.”
강은기는 배가 부른 아내를 보자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두 사람은 아크릴판을 두고 잠시 서로를 응시했고 우린 두 사람의 눈 맞춤이 끝나기를 잠시 기다렸다.
아내의 모습을 눈에 한껏 담은 강은기는 다음으로 날 쳐다본다.
그런데 그 순간 강은기가 놀라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윤호야. 나 삼일절 특사란다. 모레 나가게 됐어······.”
다시금 강은기의 목숨을 노리는 수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범인은 너무도 뻔했다.
‘어쭈. 이것들 봐라? 한번 해보자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