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6화
686. 친구 아이가~ 3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로 찾아가기 전 우선은 이수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 전에 나간 공태상 팀장과 전윤기 팀장이 신효주와 신효리의 엄마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수찬아. 아까 말한 흥신소에 연락해서 신효주와 신효리 엄마한테 사람 몇만 붙여놔 주라.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 파시고 밤에는 생선구이 백반집에서 서빙하신다. 이름은 이현숙 여사.”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난 대충 사정을 말했다.
“어. 오아시스 엔터가 걔들 엄마를 갖고 협박을 하고 있더라고. 아 참고로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의 뒤에는 오성파가 있고.”
이수찬의 목소리가 커진다.
-오성파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이수찬이 묘하게 강한 말투로 대답한 뒤 뒤 전화를 끊는다.
이수찬도 전직 조폭이었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여긴 부산이다.
쪽방촌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주 여행을 마친 후 서울로 올라갔을 이수찬이 여기 올 리가 없다.
그렇기에 난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선 전화를 끊었다.
이후 난 신효주와 신효리를 진정시키며 대기실로 향했다.
일단은 두 사람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 * *
대기실 안에 도착하자마자 지영식 PD와 세리 그리고 정상봉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신효주와 신효리가 위협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세리는 숨을 헐떡이며 자매에게 묻는다.
“어떻게 된 거야 너희들?”
세리가 고개를 치켜들고 두 손을 허리에 올린다.
신효주와 신효리가 대답을 주저한다.
난 즉시 곁에서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먼저 말해버렸다.
“효주야 효리야. 너희가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거 다 알아. 어른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온 거 아니까 숨기지 않아도 돼.”
신효주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숙인다.
“죄송해요. 회사에서 ‘프로젝트 I.O.A’에 가서 1차전만 무조건 통과하라고 했어요.”
두 사람은 17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키가 172cm와 170cm라서 눈에 톡 튄다.
더군다나 배우를 할 정도로 외모가 예쁜 데다가 이란성 쌍둥이기까지 하다.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었던 터라 대기실에 함께 온 지영식 PD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하~ 어떻게 하나. 이 두 사람 인터뷰랑 영상 많이 따 놨는데······.”
쌍둥이라면 1차전은 당연히 통과할 거로 생각하고 들어올 때부터 두 사람의 영상을 녹화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회사 소속이라는 걸 안 순간 이미 더는 <프로젝트 I.O.A>에 있을 수는 없었다.
세리는 두 사람이 회사의 협박을 받고 억지로 오디션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듣자 숨을 쒹쒹 내쉬기 시작한다.
“우이씨~ 그런 게 어디 있어!”
세리가 발을 동동 굴리며 친구들을 대신해 화를 내고 있었다.
“세리야. 참아.”
“유노 오빠. 어떻게 참아요.”
세리가 날 보며 울상을 짓는다.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나 믿지?”
세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때였다.
띠띠띠.
그때 지영식 PD의 스마트워치에서 휴식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후우~ 그럼 어떻게 한다······.”
“PD님. 뒤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먼저 가 보십시오. 어차피 두 사람은 오디션 못 보잖습니까?”
지영식 PD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진다.
“알겠습니다. 우선 두 사람은 불참으로 처리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일이 밖으로 새 나가는 게 별로 좋지는 않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뒤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아 그리고 두 사람이 오아시스 소속이라는 증거 사진은 지금 까톡으로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지영식 PD는 내가 준 사진을 증거로 삼아서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영식 PD는 시계를 다시 한번 본 뒤 세리를 쳐다본다.
“그럼 난 2부 녹화하러 먼저 갈 테니까 세리도 빨리 나와?”
“예. PD님. 금방 나갈게요.”
지영식 PD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실을 나선다.
하지만 세리는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기에 내가 다시 나섰다.
“세리야 내가 얘들 데리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디션 가봐. 그리고 이따가 다 같이······ 돌아가자.”
세리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신효주와 신효리에게 말한다.
“너희들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나 녹화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든 우리 유노 오빠만 믿으면 돼. 알았지?”
신효주와 신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알았어. 세리야.”
“알겠으니까 빨리 가 봐. 세리야. PD님 기다리시겠다.”
순간 세리는 내게 손을 모으고 허리를 반으로 꾸벅 숙인다.
“유노 오빠. 효주랑 효리 꼭 좀 도와주세요.”
“그래. 걱정하지 마.”
그제야 세리가 안도한 뒤 대기실을 나섰다.
이제 9시 15분.
에브리데이에 적힌 10시 10분까지는 이제 1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이미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에 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는 터라 난 아이들의 처한 사정부터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와 담판을 지으려면 정보를 많이 알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 * *
“그랬······구나.”
아이들은 부산에서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니다가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신효주와 신효리의 꿈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부산에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서울로 이사를 했단다.
두 아이의 아버지는 부산의 외할머니가 하던 자갈치 시장에서 일을 했었기에 서울에 가서도 곧장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자리를 얻었고.
그때가 신효주와 신효리가 서울에서 굴렁쇠 엔터의 연습생이 되고 세리를 만났던 때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아이의 아버지는 통영에서 수산물을 싣고 올라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운명하셨다고 한다.
홀로 남은 엄마는 서울 생활을 할 수 없었기에 신효주와 신효리도 아이돌의 꿈을 접고 고향인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다고 한다.
이후 가장이 된 엄마는 외할머니의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외할머니도 돌아가신 터라 지금은 홀로 힘겹게 생선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단다.
신효주와 신효리는 그런 엄마를 돕기 위해 다시 오디션을 보고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다고 한다.
연예인이 되면 엄마를 편하게 모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데뷔를 앞둔 어느 날.
갑자기 회사의 실세인 송하윤 이사가 자기들을 불렀다고 한다.
<프로젝트 I.O.A>가 잘 나가고 있으니까 오디션으로 얼굴만 알리면 올해 안에 데뷔시켜준다고.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싫으면 회사를 나가라는 말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참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세세한 사정을 털어놓은 신효주가 눈물을 글썽인다.
“실장님. 이제 저희······ 어떻게 돼요? 감옥 가요?”
신효주는 아예 어깨를 들썩들썩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우리······ 이제 엄마 못 봐요?”
키만 크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두 사람은 겁이 나는지 두 손을 꼭 붙든 채 눈물을 연신 흘려댄다.
이런 아이들에게 겁박을 줬더니 짜증이 확하고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난 감정을 최대한 숨긴 뒤 아이들에게 딱 잘라 말했다.
“뭔 소리야. 누가 니들을 감옥에 보내? 가더라도 너희 대표나 이사가 가야지! 걱정하지 마. 너희들은 잘못 없어.”
단호한 말투로 말을 했더니 두 사람의 안색이 조금 편해진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한 통 걸려 온다.
이수찬이 조금 전 까톡을 보내준 흥신소 소장의 연락처다.
[010-273X-749X]
전화를 받자 상대는 흥신소 직원 대표라며 말을 한다.
-정 실장님. 전 부산 ‘아주라 흥신소’ 소장 이대팔이라고 합니다. 서울 이수찬 부대표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아 예. 어떻게 됐습니까?”
-자갈치 시장이 있는 이현숙 여사님은 현재 생선 다 팔고 나서 이젠 근처 가게 홀에서 서빙하고 계십니다. 경호팀도 네 명 정도 붙여뒀고 멀찍이서 체크 중이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성이고 사성이고 삼성이고 누가 와도 저희가 다 막아낼 수 있습니다.
약간의 허세가 섞여 있긴 했지만 그 허세가 나쁘게 들리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주십시오.”
-예.
전화를 끊은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선 아이들에게 엄마의 현재 상태를 알리며 괜찮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그제야 아이들이 눈물을 그친다.
그렇다면 이제 세리의 부탁을 들어줄 차례였다.
그리고 오늘 일을 일으킨 오아시스 엔터에게 빅엿을 먹일 차례였고.
“너희들 혹시 회사를 옮길 생각은 있니?”
신효주와 신효리가 눈을 끔뻑거린다.
“저희요?”
“그래. 대신 가수 말고 배우로. 미안한데······ 두 사람 아이돌 될 실력은 아니야. 예전에 굴렁쇠 엔터 때 연습생으로 있던 파일 봤는데 오히려 연기에 재능이 있던데?”
난 있지도 않은 과거 데이터를 들먹이며 두 사람을 설득했다.
두 사람도 자신들은 가수가 될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눈을 반짝거린다.
“그러면 저희······ 굴렁쇠에 스카우트 되는 거예요?”
원래는 우리 회사로 스카우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가정 형편이 너무 안 좋았기에 리버스 엔터테인먼트에 소개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수찬이라면 당장 내가 줄 수 있는 지원보다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을 테니까.
더군다나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 뒤에 있는 오성파를 생각하면 두 사람을 지키기에는 굴렁쇠 엔터보단 리버스 엔터테인먼트가 더 낫다.
“아니. 리버스 엔터라고 거기 부대표가 내 동생이거든? 거기 소개해줄게. 회사도 요즘 잘나가고 지원도 한국 최고로 받을 수 있을 거야.”
“아 리버스!”
“예. 들어봤어요!”
두 사람은 리버스 엔터에 대해서 들어봤다고 답한다.
최근에 리버스 엔터가 에이스 엔터의 절반을 흡수해서 급속도로 커진 덕분이다.
그때 신효주가 묻는다.
“근데 저희 오아시스 소속인 데 그건 어떻게 해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설득할 테니까 니들 생각부터 알려줘.”
신효주와 신효리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저흰 좋아요.”
됐다.
그렇게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오후 9시 50분이 되었다.
이제 20분이 지나면 에브리데이에 적힌 일정이 일어날 시각이다.
‘놈들 성격상 분명히 다시 찾아올 텐데······.’
조폭 출신인 매니저들은 참을성이 부족했다.
그리고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의 윗선들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그때였다.
대기실 밖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벌컥.
도란희가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다.
“실장님! 체육관 밖에 조폭들이 20명 정도 와서 실장님이랑 얘들 나오라고 난리가 났어요!”
“나를?”
“예. 그래서 경찰 부르려고 했는데 그러면 당장 안으로 쳐들어온다고 해서 그만······.”
예상한 대로 놈들이 찾아왔다.
이대로 있으면 잠시 후 10시에 맞춰 세리가 다시 나올 거다.
겁이 많은 세리지만 친구들이 곤란을 겪는 걸 모른 척 보고 있을 리는 없다.
아마도 밖에 있는 놈들이 안으로 들어오면 내 친구 데리고 가지 말라며 덤비다가 다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먼저 나설 시간이다.
“알았어.”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 실장님. 뭐 하시려고요?”
“만나봐야지. 아 맞다. 그리고 오아시스로 갈 수도 있으니까 미리 알고 있고.”
“예~~?”
“어차피 딴 사람은 데려가면 짐이야. 그러니까 란희 넌 여기 딱 기다리다가 세리가 오면 붙잡아 둬.”
“시 실장님······.”
“단 세리한테는 내가 어디 갔다는 건 절대 알리지 마. 세리가 알면 일이 꼬일 수도 있으니까.”
난 신효주와 신효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고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오늘 밤을 가짜가 아닌 진짜 ‘운수 좋은 날’로 만들기 위해서.
‘자~ 그러면 마무리를 지어볼까?’
* * *
체육관 밖에는 공태상 팀장과 전윤기 팀장을 비롯해 대략 20명 정도의 정장 사내들이 우리 쪽 경호원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태상 팀장과 전윤기 팀장은 왼쪽 눈두덩이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고 입술도 터져 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신효주와 신효리를 데려가지 못한 탓에 얻어터진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다 예상한 것도 모른 채 공태상 팀장은 날 보며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내게 복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야~ 인마 진짜 겁 없네? 나오라고 한다고 진짜 혼자 나오나?”
“혼자 나오라며?”
“새X! 효주랑 효리는 대꼬 나와야지!”
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걔들은 절대 안 나와. 그러니까 그냥 나만 너희 대표한테나 안내해. 할 말이 있으니까.”
“인마 말하는 것 좀 보게? 우리 대표님이 니 친구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니는 내랑 따로 이야기 좀 하자~ 이 주먹으로!”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는 회귀 전 탑 엔터테인먼트의 협력사였기에 알고 있는 비리가 많았다.
그래서 상대하기 어렵진 않았지만 흥분한 공태상 팀장을 정리하는 건 조금은 귀찮은 일이었다.
그래도 이놈들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면 곤란하기에 다 때려눕히고서 오아시스로 혼자서 갈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무리 맨 뒤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빼빼 마른 몸을 한 정장 사내는 장종구 오아시스 대표의 비서실장 안현규였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가장 높은 인물이다.
난 그 즉시 안현규 비서실장을 향해 외쳤다.
“안 실장님. 장종구 대표님의 비리가 내일 아침에 까발려지는 걸 원하십니까? 부산 미디어 센터에 관한 겁니다.”
부산 미디어 센터는 새롭게 신설되는 5층짜리 건물인데 그곳에서 가장 큰 영역을 맡은 ‘아이돌 관’ 구성을 오아시스 엔터에서 담당하기로 되어 있다.
정부로부터 30억 정도의 돈을 받았지만 그 돈은 사실상 장종구 대표의 주머니로 다 들어간다.
앞으로 3년 뒤에야 밝혀지는 비리지만 장종구 대표가 착복한 돈을 정치인과 공무원들과 나눠 먹었기에 결국엔 별다른 징계 없이 끝나게 된다.
어쨌건 내가 아는 비리 중 한 가지를 말하자 그제야 안현규 비서실장이 눈을 부라리며 앞으로 나온다.
“어떻게······ 알았지?”
“영업 비밀은 말씀 못 드리죠. 자 선택하십시오. 제가 이것들 다 때려눕히고선 경찰에 가서 불어버리는 꼴 보실래요? 아니면 대표님을 독대하게 해주실래요?”
안현규 비서실장은 한참 날 노려다 보다가 뒤를 돌아보며 지시를 내렸다.
“다들 일단 철수해!”
“아니 형님! 우리가 설마 저 새X한테 처 발리겠습니까?”
“형님이 아니라 실장님! 그리고 까라면 까지 뭔 말이 많아? 앙?”
안현규 비서실장이 강경한 지시를 내리자 다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하나둘 물러난다.
안현규 비서실장이 쌍심지를 켜며 내게 말한다.
“따라와.”
안현규 비서실장은 이를 갈며 앞장섰다.
그와 동시에 난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2021년 2월 26일]
-PM 10:1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NEW. 김세리] 부산 대학 병원 응급실 이송. (긴급회의 : ‘프로젝트 I.O.A’ 부산 예선 중지.))
일단 일정은 삭제되었다.
그렇다면 이젠 신효주와 신효리를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빼낼 차례였다.
* * *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실.
전직 씨름선수 출신의 조폭인 장종구 대표가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올해 나이는 55살이지만 한창때의 선수 같은 탄탄한 몸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회사의 실세인 송하윤 이사 안현규 비서 실장과 공태상 팀장 전윤기 팀장이 앉아 있다.
장종구 대표가 머리를 넘기며 말한다.
“미디어 센터 이야기를 먼저 깐 걸 보니까 비리를 터트릴 생각은 아닌 거 같고······ 왜 나와 독대하자고 한 거지?”
“효주랑 효리를 포기해 달라고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장종구 대표가 씨익하고 웃는다.
“정 실장. 그건 아니지. 한국 최고의 매니저인 정 실장이 원하는 두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내놓을 것 같은가?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리고 미디어 센터 비리는 밑에 놈들을 깜빵에 보내면 되니까 계산에 넣지 마. 그비리 건으로는 효주랑 효리는 못 내놓으니까.”
내가 누구인지 아는 그는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
이럴 땐 유명한 게 오히려 독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의 약점은 그게 끝이 아니다.
그래도 일단 협상은 해봐야지.
“쉽게 가시죠. 요구 사항이 어떻게 됩니까?”
장종구 대표가 손뼉을 짝하고 친다.
“흠~ 하긴 다 같이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니까 돈만 맞으면 내놓을 수도 있지. 적당한 위약금만 내면 놓아 주지. 나도 웬만하면 일 피곤하게 할 생각은 없거든.”
그런데 말과는 달리 장종구 대표의 얼굴에는 탐욕이 더욱 깃들기 시작한다.
그래 그렇다면 위약금을 내놓을 수밖에.
난 덤덤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 뒤 종이 한 장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았다.
탁.
테이블 위에선 세종 대왕님이 혼자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위약금 1만 원.
이 이상 내어놓을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