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4화
684. 친구 아이가~ 1
[에브리데이 V12.2]
[날짜: 2021년 2월 26일]
-PM 10:10 [NEW. 김세리] 부산 대학 병원 응급실 이송. (긴급회의 : ‘프로젝트 I.O.A’ 부산 예선 중지.)
세리가 응급실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프로젝트 I.O.A>의 부산 예선마저 중지된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아무리 생각해봤지만 오늘 밤 8시부터 벌어지는 <프로젝트 I.O.A>의 부산 예선에서 세리가 다치는 일이 뭐가 있을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오늘 세리가 하는 건 오디션 행사장에서 사전 축하 공연과 오디션 심사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거처럼 콘서트장 리프트 추락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 전용 무선 마이크를 쓰는 터라 감전 사고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
그나마 확실한 것 하나는 <프로젝트 I.O.A> 부산 예선이 벌어지는 도중에 뭔가 일이 생긴다는 것뿐이었다.
‘스케줄을 취소할까?’
현재 세리는 오늘 새벽 일찍 부산으로 가서 이미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소중한 세리가 다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기에 당장이라도 스케줄을 중지시킬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에브리데이에 뜬 일정은 원인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다시 뜨고는 했기 때문이다.
마치 ‘데스티네이션’의 영화처럼.
어차피 가수 2실 직원들을 만나서 우리사주 이야기도 해야 했기에 난 일단 내려가서 사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현재 세리의 상태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혹시 세리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난 즉시 부산에 있는 도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리를 수행 중인 도란희가 전화를 받는다.
-헤이~ 와썹!
“세리 지금 뭐 하고 있어?”
-와~ 이제 대꾸도 안 해준다 우리 실장님.
“그래. 와썹~ 세리는 지금 뭐해?”
-부산 지역 방송국 쪽에서 인터뷰하고 있어요.
“잠깐. 세리 혼자서?”
-에이~ 아니죠. 연희랑 은비랑 같이하고 있죠. 대부분 연희랑 은비가 인터뷰를 맡았고 세리는 애교만 맡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세리가 착하고 열심이지만 어릴 때부터 아이돌 생활을 해서 상식이 약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인터뷰는 우연희와 양은비가 담당하고 세리는 곁에서 추임새 담당이다.
본인은 언제든 단독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린 ‘세리를 위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세리 컨디션은 어때?”
-완전히 쌩쌩하죠. 사실 그 어떤 때보다 쌩쌩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송도에서 회 한사라 하더니만 펄펄 날아다녀요. 얘 완전 부산 체질인데요?
적어도 몸에 이상이 있거나 한 건 아니군.
“그러면 현장에서 혹시 별다른 문제는 없어?”
그런데 그때 잠시 침묵이 흐른다.
난 혹시나 하고 다급히 물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 별건 아닌데요.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 쪽 매니저들이 ‘프로젝트 I.O.A’에 관해서 물어보더라고요.
“오아시스 쪽 애들이?”
-예. 혹시 오디션에서 떨어진 애들은 다른 소속사가 데려가도 되느냐 뭐 이런 것들이요? 이번 오디션에 오는 애들은 꽤 괜찮잖아요.
부산 쪽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오아시스 엔터테인먼트는 부산 오성파라는 전국구 조폭이 사실상 소유한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순위로는 약 15위 정도인 중견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떨어진 애들을 오아시스에서 데려가려고 하려는 낌세가 보인단다.
“떨어진 애들까지 우리가 어찌할 수는 없지만 웬만하면 자세한 거 알려주지도 마. 오아시스는 부산 오성파가 뒤에 있는 데다가 정산도 불투명한 곳이니까 절대 추천하면 안 된다. 알았지?”
-설마······ 조폭 계열이에요?
“어.”
도란희가 몰랐다며 답한다.
-와~ 그래서 다들 매니저들 덩치 크고 인상이 사나웠구나. 알았어요 모른다고 할게요. 아니다 그냥 건들면 PD님한테 죽는다고 할게요.
“오케이. 하여간 거기랑은 사소한 충돌이라도 일으키지 마. 문제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예.
“그리고 오늘은 절대 세리에게서 눈 떼지 마.”
-안 그래도 불안해서 못 떼요. 일곱 살 조카 보는 거 같아요~
“어 수고해.”
전화로 확인해 본 결과 세리에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 탓에 대체 무슨 일이 세리에게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세리의 문제는 여기서 해결할 수 없는 데다가 사건이 일어나는 밤 10시 10분까지는 대략 9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차차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은······ 급한 것부터 처리하자.”
당장은 회사 쪽에서 우리사주를 우리 쪽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해결해야 했다.
‘세리야 조금만 기다려.’
난 폰을 넣은 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 * *
JU 엔터테인먼트 앞.
주영인은 정윤호가 회사로 사라진 이후에도 멀뚱히 한참을 서 있었다.
안영희는 주영인을 잠깐 기다려주다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영인아. 어서 스케줄 가야지. 응?”
“후우~”
그제야 주영인이 한숨을 쉬며 몸을 돌린다.
“한숨은 왜? 일이 잘 안 됐어?”
주영인은 정윤호에게 기회를 베풀고 호감을 살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한숨을 쉬는 것이 뭔가 생각대로 안 된 듯한 표정이었다.
“아뇨. 잘 됐어요. 내 투자받는데요. 대표님 돈 투자도 받고요.”
“근데 왜? 돈도 벌 수 있을 거고 정윤호 저 사람한테 잘 보일 기회도 잡았잖아?”
주영인이 안영희를 빤히 쳐다본다.
“대표님. 나 지금 한국 최고 맞죠?”
안영희의 머릿속엔 어제 시청률 30.5%란 기록을 세운 <화란전>의 주연 유진이가 1등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말을 내뱉을 순 없다.
주영인은 작년 연말 드라마 2연속 대상 후보였고 하나밖에 없는 자기 배우였으니까.
게다가 잠깐 작품을 안 해서 그렇지 현재 <실종 – 잃어버린 자들>과 곧 있을 KBC 드라마 <연무>의 여주인공이 될 사람이다.
안영희는 곧 유진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하지! 왜? 정 실장이 또 섭섭하게 굴었어?”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럼 원한 대로 된 거 아냐? 네가 큰 도움을 줬으니까 이제 널 보는 눈도 달라질 게 분명해.”
주영인이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 왜 그러는데?”
“분명히 내가 최고인데······ 윤호 오빠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로 올라가는 거 같아서요. 나······ 이러다가 못 따라잡으면 어떻게 하죠?”
주영인은 처음 정윤호에게 제안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정윤호가 거절하지 않고 제안을 받자 묘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사자의 등에 날개를 달아줘 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탓에 이대로 정윤호가 하늘 위로 훨훨 날아 올라가 아래는 쳐다도 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안영희가 정신을 차리라며 질책한다.
“실수 아냐. 네가 그랬잖아. 저 남자가 어디까지 올라가든 같이 갈 거고! 너 왜 이렇게 약한 소리니? 너도 그만큼 올라가면 되잖아!”
주영인이 정신을 바짝 차린다.
“그래 맞아. 나 주영인이지.”
주영인은 애써 힘을 내서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정윤호가 올라가는 곳에 자신도 올라가서 나란히 서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한국 최고의 여배우가 되기로.
겨우 자신감을 찾은 주영인이 안영희를 바라본다.
평소의 도도하고 오만한 표정이 다시금 드러난다.
“대표님. 당분간 평소보다 스케줄 2배로 잡아줘요.”
“오케이! 그렇게 할게. 자 그럼 갈까?”
“예.”
주영인은 승합차로 향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꼭······ 따라갈 거야. 오빠가 올라가는 곳이 어디든지 간에······.’
* * *
회사에 온 난 우선 배우 2실과 정 실 멤버들을 만나 전체 회의보다 조금 일찍 ‘우리사주’ 매입 계획에 대해 의논했다.
순간 배우 2실과 정 실 직원들은 모두가 작년 연말에 받은 보너스를 꼭 쥐고 있다며 우리사주를 신청하겠다고 말한다.
순간 구성철 실장이 웃으며 말한다.
“걱정하지 마라. 난 오늘을 위해 작년 연말 망년회 참석을 줄였다. 그리고 우리 마누라한테는 적금 탄 거 꼭 쥐고 있으라고 했다 주식 공모할 때 살 수 있게.”
회사 직원만 살 수 있는 우리사주 말고도 차후 상장 때 주식을 사도록 권유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요?”
“그래. 정 실장이 돈 벌게 해준다고 했더니 울 마누라······ 내 말은 못 믿어도 정 실장 말은 믿는단다. 굴렁쇠를 여기까지 키웠지 않냐면서. 그리고······ 내 딸들도 얼짱 매니저라면 믿는······단다. 아 근데 말하다 보니까 왜 자괴감이 드냐?”
구성철 실장은 기분 좋게 말을 시작했지만 점점 퉁명스러운 말투로 변한다.
자기보다 날 더 신뢰하는 게 샘난다면서.
난 경영진도 아니지만 서둘러 대답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무조건 주가를 올리겠습니다!”
그제야 구성철 실장이 웃는다.
“오케이! 그거면 돼.”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몇몇은 빠질 줄 알았는데 모두가 날 믿어주고 있었다.
덕분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감사합니다~!”
난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이후 난 배우 1실 3실 5실의 팀장들에게 <화란전>의 단역과 조연 역할이 있다며 제안을 하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복희 PD가 덕배 덕에 시청률 30%를 넘길 수 있었다며 내게 꽤 많은 단역을 추천할 권리를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그 배역을 제안하며 회사 내의 아군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진짜야? 형철이도 배역 받을 수 있다고?”
“우리 동숙이도 끼워줄 수 있어?”
<화란전>의 14화 최고 시청률이 무려 30.5%를 달성한 터라 매니저들 모두가 배역에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아무리 서예종이니 관우 엔터 출신이니 하더라도 매니저들이라면 자기 배우에게 좋은 작품을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얼마든지요. 단 무조건 꽂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오 PD님이 직접 연기 테스트를 확인한 다음에야 가능할 겁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에이~ 그거야 당연하지.”
“걱정하지 마. 애들 충분히 준비시켜서 내보낼게.”
팀장들은 자기들이 서예종이란 건 상관 없이 내게 호의적으로 굴기 시작했다.
이후에 난 영화 <실종 – 잃어버린 자들>과 KBC 드라마 <연무(煙霧)>의 배역도 남아 있음을 알렸다.
난 서예종 라인이 나중에라도 내 편을 들 수 있도록 빚을 지웠다.
언젠가는 품어야 할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숨도 쉬지 않고 회사 내에서 내 편을 늘리다 보니 어느덧 오후 2시가 되었다.
소강당에 전체 회의가 있다는 공지를 받고선 다들 함께 소강당으로 내려갔다.
다들 소강당에 모이자 강감찬 대표가 무대에 서서 전 직원을 보며 말한다.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이제 우리 굴렁쇠 엔터는 상장할 계획이다. 최종 상장 때까지는 2개월 이상은 걸리니까 팀 단위로 우리사주를 매입할 사람들 명단 작성해서 보고 올리도록.”
드디어 굴렁쇠 엔터의 주식이 상장된다는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이제 시작이군······.’
지금부터 진짜 지분 전쟁이 벌어진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30분간의 전체 회의를 마치고 소강당을 나오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우리 회사도 드디어 상장하네.”
“정 실장은 우리사주 샀대?”
“몰라. 이야기를 안 해주네.”
“요즘 회사 분위기 진짜 좋은데 사야 하는 거 아냐?”
“그러게. 정 실장이 데리고 있는 애들이 하나같이 잘나가는데 사도 손해는 안 될 거 같은데?”
그때 배우 3실의 양태민 팀장이 날 슬쩍 쳐다보곤 주위를 선동한다.
“야. 꿈 깨 그러다가 정 실장이 걔들 데리고 독립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럼 주가 반 토막 날걸?”
순전히 질투 때문에 그러는가 보는데 예상치 못한 큰 도움이었다.
난 콧방귀를 끼며 사라지는 양태민 팀장을 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고맙다 양태민 팀장.
덕분에 서예종 중에서 우리사주를 안 사는 사람들이 늘겠는데?
운수 좋은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턴 그 끝도 진짜 운수 좋게 만들 시간이다.
* * *
<프로젝트 I.O.A>가 열리는 부산 사직체육관에 도착했다.
오후 7시 40분.
<프로젝트 I.O.A> 부산 예선이 시작하기 직전이다.
주차장은 오디션을 보는 후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의 차로 가득 차 있었다.
여전히 세리가 응급실에 간다는 일정은 그대로였고 아직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때였다.
-까아~~
사직체육관이 통으로 울릴 정도의 환호성이 들리더니 뒤를 이어 서연우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현장에 축하 무대를 하러 온 건 세리뿐 아니라 서연우도 함께였다.
난 재빨리 차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다음 관계자 출입구를 향해 달렸다.
입구에 있던 경호원이 날 알아보고 통과를 시켜준다.
긴 통로를 따라 대기실로 갔더니 이제 막 세리가 대기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반딧불 다리>를 부르기 위해 연분홍 한복을 챙겨 입고 있다.
그때 날 알아본 세리가 부산 사투리로 반가운 척을 한다.
“오빠↗야! 이제~ 왔↗나?”
갑작스러운 악센트에 당황스러웠다.
경북 안동 출신인 세리는 평소엔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에 오자 엉성한 부산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서울 쪽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경북과 부산은 몇몇 부분에서 사투리의 차이가 난다.
주요한 차이는 악센트가 뒤로 가면서 올라가느냐와 내려오느냐였다.
아직 에브리데이의 일정이 뭔지 알 수 없었지만 괜히 세리를 불안하게 할 수 없었기에 애써 웃으며 맞장구를 쳐줬다.
“그래. 그리고 고마~ 쌔리~ 무대 씹어 무꼬 온나! 아라째?”
세리가 흠칫하더니 씨익 웃는다.
“아라↗따~ 오빠↗야~”
에브리데이의 일정이 생긴 원인을 알기 위해 잠깐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공연이 우선이라 잠시 뒤로 미뤘다.
“오이↗야~”
세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한 손으로는 치마를 그리고 다른 한 손은 내 팔을 붙잡고 총총걸음을 무대로 향했다.
* * *
서연우가 노래를 끝내고 내려온 뒤 다음으로 세리가 무대로 올라갔다.
세리는 팬들이 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했다.
무려 5분간 이어진 세리의 독무대에 <프로젝트 I.O.A>의 오디션 참석자이자 관객들은 모두가 두 손을 모으고 노래에 빠져들었다.
이후 노래를 마친 세리가 사람들을 보며 사투리로 외친다.
“오늘 합격 해가꼬~ 우리 회사에서 보입시다~아~!”
갑작스러운 사투리에 참석자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아라따 언니야!”
“내도 쌔리 언니랑 같은 굴렁쇠에 들어갈끼다!”
세리는 그렇게 손을 연신 흔든 뒤 환호 속에서 무대를 내려왔다.
이후 우연희와 양은비가 세리와 손뼉을 마주하며 무대 위로 올라간다.
현재 은아가 일본에서 심사위원을 하고 있었기에 체리블라썸의 완전체 곡은 부를 수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은 노래 대신 오늘 <프로젝트 I.O.A>의 예선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순서를 말해줄 진행 요원 역할을 맡은 뒤 오늘 모인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자~ 오늘부터는 부산 오디션이 펼쳐지는데 다들 준비 많이 하셨어요?
우연희의 목소리에 체육관이 나갈 정도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예~~
양은비가 그 뒤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는 사이 무대를 내려온 세리가 진땀을 닦는다.
그런데 아까부터 보지만 평소보다 표정이 너무 밝다.
아침에 서울에서 내려온 다음 쉬지 않고 스케줄이 이어졌는데도 말이다.
“세리야. 왜 이렇게 오늘 흥분해 있어?”
“아! 오늘 오디션에 제 친구가 나와서요.”
“친구가 오디션에 나왔다고?”
“예. 효주랑 효리가 오늘 지원했어요. 이란성 쌍둥이인데 우리 굴렁쇠에서 2달간 같이 연습생 생활했던 동기들이거든요. 그땐 집안 사정 때문에 부산에 내려갔다고 했는데 다시 아이돌 한 대요!”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혹시 둘 다 모델처럼 키 큰 애들 맞아?”
세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오빠도 동영상 오디션 봤어요? 걔들 이쁘죠? 연습생 때도 인기 짱 많았어요!”
세리의 생각과는 달리 난 1차 서류 면접 2차 동영상 면접 그 어떤 것도 보지 않았다.
그것이 오디션 선발에 내가 관여하지 않기로 한 제작진과의 암묵적인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효주와 신효리가 우리 오디션에 참석했다는 순간 오늘 에브리데이의 일정이 뜬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그건 바로 미래의 탑스타들이자 동시에 비극의 주인공들인 세리의 친구 두 사람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