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3화
683. 운수 좋은 날
[@BJ 마르코폴로]
[라이브 시청자 수 : 1430명]
-인천공항 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한선명 인천 공항 등장.
-현재 하와이 출국 가능성 100%.
(댓글)
-오~ 대박!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저 새X. 저럴 줄 알았다.
-누가 검은 머리 외국인 아니랄까 하는 짓하고는······.
-경찰에 이미 신고했음.
-나 말고 신고한 사람 50명 정도 된다고 함.
-끝났네 한봉필.
-봉필?
-쟤 본명이 봉필이란다. 한봉필 ㅋㅋ.
······.
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만큼 덕배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것도 방송하는 걸 보면 ‘라이브스타’의 연다희 기자 역시 이미 덕배의 팬이 된 모양이다.
“나중에 밥 한번 사야겠네.”
그러는 사이 영상 속에선 한선명과 그의 아버지는 공항 발권대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 * *
인천공항.
깊게 모자를 눌러쓴 한선명 옛날 이름으로는 한봉필 여권 이름으로는 스티브 한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떤다.
옆에는 경호원 2명과 아버지 한지철 대표가 함께였다.
“아빠. 나 출국 가능한 거 맞지?”
“그래. 그렇다니까?”
“알았어. 그럼 나 대신 아빠가 한국에 남아서 복수해 줘. 알았지?”
“당연하지! 내가 정윤호 그 새X를 자근자근 밟아줄게.”
그러는 사이 티켓팅이 시작되었다.
한선명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직원에게 여권과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 표를 내민다.
그런데 그 순간 티켓팅 하던 직원이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고선 몰래 꾹 하고 무음 버튼을 누른다.
이후 직원은 여권을 살펴본다며 시간을 끌었다.
한지철이 짜증을 내며 말한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 퍼스트 클래스인데! 내 새X 힘들어 하는 거 안 보여?”
“아 그게······.”
그때였다.
공항 경찰들이 뛰어오며 무전을 친다.
치지직.
“한선명 발견. 키 180cm. 붉은 모자 눌러쓰고 있음.”
한선명이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한다.
“XX!”
하지만 공항 경찰은 도망치는 한선명을 덮쳤다.
쿠웅.
한선명이 인천공항 바닥에 개구리처럼 납작 뻗어 버렸다.
“아야······.”
한선명의 모자가 벗겨지고 얼굴이 드러났다.
그때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외친다.
“어? 한선명이다!”
“뭐야? 설마 외국으로 도망치려고 한 거야?”
“와~ 인성 보소.”
“쓰X기네······.”
승객들은 혀를 차며 저마다 폰 카메라를 꺼내 바닥에 나자빠진 한선명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 HANS 로펌의 대표인 한지철이 나타나 아들 사진을 찍는 걸 제지한다.
“지 지금 뭣들 하는 거야?”
사람들은 상대가 로펌의 대표인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질하며 욕을 해대기 시작한다.
“자식 교육 똑바로 시켜욧!”
“아니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네!”
어느덧 덕배의 팬들이 된 사람들이 한지철도 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텅텅텅.
쓰러진 한선명과 그 앞을 막은 한지철 앞으로 먹다 남은 플라스틱병들이 날아온다.
심지어 몇몇은 쓰레기 봉지를 던지고 있었다.
두 사람 앞에 가득 쌓인 쓰레기들은 마치 두 사람을 ‘쓰레기들’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한선명과 한지철의 인생에서 최악의 굴욕적인 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 * *
영상이 끝나자 후속 기사가 빠르게 올라온다.
[H모 씨 국외 탈출 중 체포! (제보 영상)]
[H모 씨에게 쏟아지는 쓰레기들.]
“쓰레기 더미 속에 있으니까······ 숨은그림찾기 하는 거 같네.”
한선명과 그의 아버지는 잔뜩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분노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여간 미리 출국 금지를 해놓은 덕분에 드디어 한선명을 체포할 수 있게 되었다.
“잘 가라~ 우리 봉필이~”
더는 이제 한선명을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덕분에 난 상쾌한 기분으로 침대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오늘 하루는 왠지 스타트가 좋은데?”
난 콧노래를 부르며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샤워를 마친 난 밥을 간단히 먹고선 회사로 향했다.
오후 2시에 우리사주에 관한 전체 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압구정의 굴렁쇠 엔터가 있는 골목에 들어오자 JU 엔터테인먼트의 건물 간판이 보인다.
주영인의 1인 기획사인 JU 엔터테인먼트는 우리 회사로 가는 입구 쪽에 있어 반드시 지나치기 때문이다.
일부러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던 순간 JU 엔터테인먼트의 입구에 주영인이 나와서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쟤는 왜 나와서 전화 중이지?’
그런데 그때 주영인이 내 차를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결국 난 JU 엔터테인먼트 입구에 차를 세웠다.
끼익.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자 주영인이 고개를 들이민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요 오빠?”
나한테 전화를 하던 중이었나 보다.
“아~ 덕배 광고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무음으로 해뒀어.”
안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흔들자 주영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왜? 나 지금 회사에 빨리 가야 해서. 이따가 이야기하면 안 될까?”
순간 주영인이 씨익 웃는다.
“오빠. 지금 백기사 구하죠?”
얘는 또 그걸 어디서 들었지?
어디서 그걸 들었는지 물어보려는 순간 주영인이 날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제가 그 백기사 해 드릴게요.”
‘주영인이 내 백기사가 되어 준다고?’
주식을 상장하면 단순히 돈이 많다고 모든 주식을 다 살 수는 없다.
1인당 매수할 수 있는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은태 회장과 강감찬 대표가 자신들의 인맥을 이용해 백기사들을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회사 내에서 ‘우리사주’를 인수하는 사람들을 늘리고 회사 밖에서 우호 세력인 ‘백기사’를 모아서 주식 보유자의 수를 늘리려 하는 중이다.
그런데 주영인이 어떻게 알았는지 굴렁쇠 엔터의 주식을 상장하면 나의 백기사가 되어 준다고 한다.
고마운 제안이긴 하지만 대체 어디서 그 소식을 얻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백기사를 구한다는 건 최은태 회장과 강감찬 대표와만 말한 극비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난 주영인을 노려보며 물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거지?”
주영인이 생긋 웃는다.
“왜요? 말하면 받아주게요?”
“받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너랑 볼 생각이 없어서 묻는 거야.”
어설픈 장난질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강경하게 말했더니 주영인이 깜짝 놀라 손을 휘젓는다.
“아~ 오해하지 마요. 어차피 굴렁쇠 엔터는 주식 상장하려고 하고 있었고 오빠는 최은태 회장님한테 주식 3%를 증여받기로 되어 있는 주주잖아요. 이럴 땐 다들 자기 편을 늘리는 게 상식이잖아요.”
그렇다면 넘겨짚었다는 건데 그걸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했다.
다시 물어보려는 찰나 주영인이 한 가지 이유를 더 말해준다.
“그리고 한 이틀 전부터 우리 회사에 있는 ‘미리내’에 저축은행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더라고요. 저도 ‘미리내’에 조금 투자했다 보니까 대화에 끼게 되었는데······ 단순히 드라마 제작을 하기에는 과한 돈들이 투입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죠. 아~ 최영호 은행장님이 ‘미리내’를 이용해서 드라마 제작 말고도 뭔가를 하려는구나 하고요. 뭐 그 두 개가 합쳐지니까 답 나오던데요?”
주영인은 관우 엔터와의 합병식 때 최은태 회장이 내게 지분 3%를 준다는 말과 최영호 은행장의 움직임으로 파악을 한 것이었다.
‘그래. 원래 이런 여자였지.’
주영인은 신분 상승 욕구만큼이나 위로 올라가기 위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도 뛰어났었다.
그녀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경험할 때마다 놀라웠다.
“하여간 너도 참 대단하다. 대단해.”
주영인이 다시 한번 생긋 웃는다.
“그러면 제 손 잡을 거죠?”
그녀 역시 회귀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걸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고 수작을 부렸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진짜로 날 도우려고 하고 있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엔 그녀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 전쟁에선 어떻게서든 이겨야 하니까.
“알았어. 그리고······ 고맙다.”
쉽게 받아들인 것이 당황스러운지 주영인이 살짝 말을 더듬는다.
“오 오빠가 잘돼야지 나도 잘되니까 그러는 거예요.”
“그래. 잘할게.”
“아 그리고 오빠 성격상 내 손을 잡아도 유진이한테는 말 안 할 거 같아서 내가 대신 까톡 보내놨어요. 걔도 참가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건 사람 쪽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요.”
하긴 유진이라면 그렇게 대답하고도 남았을 거다.
내가 유진이를 도운 것보다 더 많이 돕고 싶어 하니까.
어차피 주영인이 안 이상 유진이에게도 말해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유진이한테만 보냈지?”
“당연하죠.”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저기······ 근데 너 왕따라서 유진이한테만 연락하고 한 건 아니지?”
주영인이 쌍심지를 켜며 발끈한다.
“왕따는 무 무슨 왕따예욧! 급 안 되는 것들은 내가 상대 안 해주는 거죠!”
하긴 그게 주영인이지.
“알았어. 하여간 나랑 손잡았다는 건 안 대표님 말고는 모르게 처신 잘해.”
어차피 연예인의 모든 것을 다 아는 매니저에게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차라리 말해놓고 확실히 편으로 만들어 두는 게 낫다.
“그건 걱정하지 마요. 이미 확실히 포섭해 놨으니까. 그럼 약속하고 도장이나 찍어요.”
“약속? 도장?”
“이거요.”
주영인이 차 안으로 손을 내밀며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애도 아니고.
그래도 도움을 받았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래. 그러자.”
주영인이 흥얼거리며 새끼손가락을 건다.
“약속~”
다음으로는 엄지다.
“도장~”
엄지를 꾸욱 맞닿고 손을 빼려는 순간 그녀가 내 손을 놓지 않고 말한다.
“오빠. 오른쪽 손바닥 펴요.”
“왜?”
“어서요.”
시키는 대로 손바닥을 펴자 주영인의 손바닥이 내 손을 스치고 지나간다.
“복사~”
복사?
이건 또 뭐지?
이후 주영인이 두 손으로 내 오른손을 햄버거 번으로 패티를 덮듯 감싸며 양손을 뺀다.
“코팅~”
“뭐······해?”
주영인이 고개를 갸웃한다.
“뭐예요? 오빠. 이거 몰라요? 유치원만 다녀도 다 아는데?”
얘가 또 잘 나가다가 아픈 데를 찌르네.
“미안하다. 유치원을 안 나와서······.”
주영인이 뒤늦게 당황해서 말한다.
“그 그럼 초등학교 때 안 해봤어요?”
“초등학교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으러 다니느라······.”
주영인이 더욱 당황한다.
“그러면 미소는요? 오빠 미소랑 같이 살잖아요!”
“미소는 약속이랑 도장밖에 안 하는데? 세대 차이인가?”
“헐~”
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뭐 미소한테 알려줄게. 미소가 재미있어는 하겠다.”
미소에게 알려줄 생각을 하니까 괜히 웃음이 나온다.
순간 주영인이 투덜거린다.
“아~ 뭐야. 나 보고도 그렇게 좀 웃어주지.”
“니가 애냐?”
주영인의 입이 살짝 쀼루퉁해진다.
“근데 너 안 겁나? 주식이라는 게 넣어뒀다가 손실도 입잖아.”
주영인이 피식 웃는다.
“겁이요? 솔직히 오빠가 굴렁쇠 엔터의 주요 주주가 되면 주가는 더 뛸걸요? 백번 투자하면 백번 성공하는 사람에게 묻어가는데 왜 겁이 나겠어요?”
어찌 나보다 날 더 많이 아는 것 같다.
그때 핸드폰에 메시지 알람 불빛이 깜빡거린다.
무음으로 해놓은 터라 누가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받아봐요. 유진이가 까톡 보낸 걸 걸요? 걔 은근······ 아니 대 놓고 급한 성격이잖아요. 오빠랑 미소에 관해서라면.”
아까 전 백기사에 관한 정보를 알렸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까톡을 확인하자 주영인의 말대로 유진이가 보낸 메시지다.
그런데 글이 아닌 단톡방에 대한 초대 메시지였다.
[정유진(러블리♡유진) 님이 단체 대화방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거절]
‘웬 단톡방?’
의아했지만 난 곧장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단체 까톡방의 이름이 뜨는 순간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사모(정윤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사모?’
그와 동시에 단톡방의 참여자 목록이 눈에 들어온다.
[단체 대화방 참여자 : (나 – 정윤호) 정유진(러블리♡유진) 정미소(미소천사♥) 이태풍 강하나 하루 김세리 유은아 우연희 양은비 박상규 최덕배.]
회귀 전 정실모의 멤버가 주축이 되어 참여한 대화방이 열려있었다.
이번 투자 기회를 빌미로 유진이가 새롭게 단체 톡 방을 연 것이었다.
[러블리♡유진 : 짠~ 윤호 오빠 등장!]
유진이의 메시지를 시작으로 인사하는 메시지들이 뜬다.
[러블리♡유진 : 오빠. 영인이한테 백기사 구한다는 소식 들었어요!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한테 먼저 말했어야죠! (삐짐) (화남) (분노) (격노) (노발대발) (이빨) (용가리) (빼액) (익룡)]
유진이가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해 장난스러운 분노를 표현한다.
[미소천사♥ : 맞아요! 응 응! 엄마 파이팅! 삼촌이 이번에는 잘못한 거예요! (토라짐) (뿌뿌~)]
‘미소야 넌 뭘 안다고 엄마 파이팅이니?’
피식하고 웃음이 튀어나온 순간 까톡이 동시에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태풍 : 형. 힘든 일 있으면 이제 저희랑도 상의해요. 저희가 이룬 모든 건 형 덕분에 이룬 거잖아요.]
[하루 : 전 엄마랑 같이 갈게요.]
[세리 : 유노 오빠는 너무 막막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함!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하늘을 들고 있는 거인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그니까 제발 혼자서만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양은비 : 세리야~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니라 아틀라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세리의 말에는 저도 동감해요. 저희한테도 말씀해 주셨어야죠.]
[세리 : 뜻만 통하면 되는 거잖아. 만사형통처럼!]
[양은비 : 이심전심이겠지!]
[세리 : 싸우자~~ 은비 언니!!]
[우연희 : 얘들아. 여기서 싸우면 어떻게 해. 아 그리고 오빠. 저희 멤버들도 참여할게요.]
[은아 : 오빠 통장이랑 도장을 드릴 테니까 편한 대로 오빠가 알아서 가져다 쓰세요.]
[박상규 : 정 실장님. 저는 별로 없긴 해도 최대한 넣겠습니다.]
[덕배 : 형. 저 이번에 들어온 광고 다 할게요. 그 돈이면 주식 좀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변했어······.’
순간 너무도 가슴이 벅차올라 멍하니 폰 액정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회귀 전 정실모라는 이름하에 모여서 날 싫어했던 이들이 이젠 날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겠다며 애정을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그렇게 말없이 한동안 올라가는 까톡 메시지를 보다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작성했다.
[정윤호 :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대신 반드시 이번 지분 전쟁에서 이기고 투자하신 건 몇 배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순간 다들 까톡 답변을 돌려준다.
[러블리♡유진 : 전 돈 잃어도 상관없으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미소천사♥ : 나도 삼촌 편이에요! 삼촌 싸랑해요!]
······.
회귀한 이후 미소를 구한 이후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정윤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젠 ‘정윤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니까.
그때였다.
곁에서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단톡방에 나는 못 끼워주나?”
정사모가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자 주영인이 힐끗 보고선 심통이 나서 혼자서 삐죽거린다.
“내가 방 만든 거 아니니까. 정 뭣하면 유진이한테 말해보든가?”
“흥. 됐거든요?”
말로는 됐다지만 주영인은 부러운 티를 팍팍 내며 작은 발을 동동 구른다.
이제 회사에 가야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안영희 대표가 두리번거리며 건물에서 나온다.
“얘는 지금 어디 있는······ 어? 아~ 정 실장이랑 이야기 중이었구나~”
“안녕하세요 안 대표님. 저도 이제 막 가 보려던 참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안영희 대표는 주영인의 스케줄 때문에 나온 것이 확실했다.
난 주영인에게 나중에 보자고 말한 뒤 액셀레이터에 발을 올렸다.
50m 정도 떨어져 있는 굴렁쇠 엔터로 향하며 난 속으로 다짐했다.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 다음 힘들게 모아온 돈을 투자하기로 한 모든 이들에게 몇 배의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말이다.
‘최만식. 외톨이인 너보다는 내가 백만 배는 더 낫다.’
회귀 전과 달리 이번 생은 많은 친구와 동료가 있다는 게 너무도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기쁜 건 오늘부터 ‘정실모’는 사라지고 ‘정사모’만 있다는 것이었다.
‘정윤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다시 말해 ‘정사모’라는 이름이 조금은 부끄럽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이 부끄러움에 잠시 취해 있고 싶었다.
* * *
주영인과 헤어지고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뜩 아침부터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이렇게 잘 풀리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한선명이 체포되는 걸 봤고 주영인은 갑자기 나타나서 날 돕겠다고 말한다.
‘이따가 일도 잘 풀리려나?’
잠시 후 회사 내에서 배우 2실과 정 실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사라고 설득해야 했다.
그러고선 <프로젝트 I.O.A> 부산 예선에도 가야 했고 백기사도 구해야 했다.
수많은 일정이 있었지만 지금처럼만 잘 풀린다면야 일정이 몇 개든 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단 속이 든든해야 하니까 부산에 내려가는 길에 설렁탕이나 한 그릇 사 먹어야겠다.
난 콧노래를 부르며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지잉~
[에브리데이 V12.2]
[알림 : 2021년 2월 26일. ‘김세리’에 관한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오늘 밤 세리는 <프로젝트 I.O.A>의 부산 오디션에 객원 심사위원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그런데 갑자기 뜬 세리의 일정에는 당황스러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