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2화
682. 모의 2
천호동의 골목 앞 초소.
롤X로이스 뒷좌석에 앉은 박상곤 의원의 딸 박상아가 자신과 손을 잡자고 뜬금없는 제의를 해 왔다.
미래의 남편인 최만식 대표를 일본에 묶어둔 나를 찾아와서 이런 제안을 할 줄이야.
그 순간 회귀 전 그녀에 관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회귀 전.
최만식 대표의 아내가 된 박상아는 탑 엔터테인먼트에 종종 놀러 와 회사 소속의 연예인들과 사적인 만남을 가지곤 했다.
남편인 최만식 대표의 돈과 아버지인 박상곤 의원의 권력을 등에 업고 있던 그녀였기에 회사 소속의 모델과 배우들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곤 했었다.
뒤늦게 내가 사실을 알아차리고 막았으나 그녀는 날 비웃듯 회사 밖으로 모델들을 불러내었었다.
그러다가 내가 탑 엔터테인먼트의 이사가 되자 그녀는 내게도 은근한 제안을 해왔다.
자신과 데이트하면 날 탑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만들어 준다고.
물론 난 단칼에 거절했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때와 같은 제안을 받고 있다.
그것도 자기 남편이 될 사람이 일본에 잡혀 있는 바로 지금 이 시점에 말이다.
‘미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미쳤을 줄이야.’
난 어이가 없어 그녀에게 되물었다.
“제정신······입니까?”
박상아가 눈웃음을 짓는다.
“당연히 제정신이죠. 그리고 나랑 손잡으면 그 쪽에게도 손해될 게 없을걸요? 최 대표가 당신을 공격하는 것도 내가 막아드릴 수 있고요.”
당장이라도 차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걸 잘 이용하면 박상곤 의원 쪽과 최만식 대표와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겠단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지금 이 대화는 내 왼쪽 손목의 스마트워치로 녹음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난 올라오는 욕지기를 참고선 말했다.
“대가는······ 뭡니까?”
“에이~ 뭐 알면서 그래요? 종종 나랑 데이트도 하고 그러는 거지 뭐. 남녀 사이에 할 수 있는 게 그거 말고 또 있어요? 설마 둘이서 손잡고 한강공원 걸으면서 치맥 하자고 하겠어요?”
그녀 딴에는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비음이 섞인 교태 어린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난 그녀의 그런 유혹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박상아 씨. 뒷감당은 어찌하려고 이런 제안을 하는 겁니까? 최만식 대표가 돌아왔을 때 다 같이 죽자고요?”
박상아가 고개를 젓는다.
“에이~ 걱정하지 마요. 어차피 최만식은 나 못 건드리니까.”
“예?”
“결혼한다고 해도 서로 데이트하는 것까지는 터치 안 하기로 되어 있어요. 물론 쿨~하게 데이트 상대에게 복수하는 것도 안 하기로 했고요. 그러니까 제 데이트 파트너가 되면 그쪽도 최만식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에요. 오케이?”
그녀는 자신의 곁이 더 안전할 거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건 황금 동아줄이 아니라 독거미의 거미줄이다.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안전이 보장되는 건 파트너로서 존재할 당시일 뿐.
회귀 전에도 그녀와의 파트너 관계가 끝난 모델들은 어느새 소리소문없이 연예계에서 사라지곤 했다.
미국으로 떠났다는 말도 있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말도 있었지만. 김동수는 내게도 단단히 경고했었다.
-넌 절대 저 여자랑 얽히지 마라.
최만식 대표는 쿨한 척하지만 절대 아니야.
자기는 세상 모든 여자를 다 만나고 다녀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아내랑 만난 남자들은 절대 가만 안 둬.
그리고 은퇴하고 미국 갔다는 애들 있지?
사실은 미국 어디에서도 본 적 없다는 소문이 파다해.
회귀 전 김동수의 기억과 경고가 문뜩 떠올랐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와 가까워질 생각은 없다.
이번 생에는 굴렁쇠 엔터를 정상화시키고 정실모를 모두 다 탑스타로 다들 만들고 나면 그때부턴 천년만년 무병장수하는 게 내 꿈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정도면 충분히 최만식 대표를 열받게 할 만한 대화가 녹음된 것 같다.
난 심호흡을 한 뒤 딱 잘라 말했다.
“오케이는 무슨 오케이입니까? 더는 듣기 싫으니까 당장에 돌아가십쇼!”
“에이~ 우리 둘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순진한 척해요. 그리고 나 정도면 매력적이지 않아요? 외모도 몸매도 어디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안 그래요?”
박상아가 다리를 들자 옆이 트인 드레스 사이에서 매끈한 다리가 쏙 하고 올라온다.
딴에는 유혹이라고 하는 건가 본데 아무런 느낌이 안 든다.
24시간 내 옆에는 한국 최고의 미녀들이 있었기에 이딴 미인계는 오히려 불쾌감만 들게 할 뿐이었다.
심지어 문뜩 며칠 전에 먹은 닭 다리가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난 머리를 털고선 회귀 전에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을 그녀의 면전에다 퍼부었다.
“미인은 무슨 얼어 죽을 미인. 그리고 난 정신 나간 X이랑은 안 놀아.”
그 순간 박상아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눈앞에서 이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인 것처럼.
“뭐 뭐라고······?”
“아 그리고 내가 최만식 대표랑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그 사람 여자랑 놀아날 만큼 내가 X막장은 아냐. 사람을 쓰레기로 보는 것도 아니고······.”
난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쏘아본 뒤 롤X로이스의 뒷문을 열었다.
달칵.
둔중한 롤X로이스 팬텀의 뒷문이 스르르 열린다.
시트에서 엉덩이를 떼고 나가려는 순간 박상아의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정윤호! 너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녀의 눈동자가 하늘 위로 치솟아 있다.
“무사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가소롭다는 듯 다시 한번 반말로 쏘아붙였다.
그러자 박상아가 뾰족한 목소리로 외친다.
“어쩌긴. 건방진 개XX도 맞으면 정신을 차리지. 김 실장! 저 새X 밟아!”
그때였다.
롤X로이스 운전석에 있던 40대의 남자가 차에서 내린다.
빠르게 움직인 그는 뒷문 앞으로 오더니 차 안으로 손을 뻗는다.
‘유도?’
손의 아귀 부분에 굳은살이 있는 것이 오랫동안 옷깃을 잡아 온 손이다.
잡히면 위험하다.
난 그 즉시 주먹으로 그의 손을 튕겨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가슴팍을 발로 차 버렸다.
퍼억.
발길질 한 방에 문 앞을 가린 김 실장의 몸이 뒤로 나뒹군다.
난 그 틈을 타 재빨리 차의 밖으로 나왔다.
쓰러진 김 실장은 가슴을 부여잡고 일행들에게 말한다.
“크으윽······ 다들······ 이 새X 잡아!”
김 실장이 지시를 내리자마자 난 놈의 턱으로 주먹을 날렸다.
퍽.
털썩.
쓰러진 김 실장은 더는 지시를 내리지 못한다.
일단 한 명은 기절시켰으니 됐고.
이제 남은 건 총 5명.
그중 2명은 초소를 지키는 경호원 2명을 막고 있으니 먼저 3명만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그때 차 밖에 나와 있던 3명이 알아서 덤벼든다.
“야이······.”
퍽.
털썩.
“개새······.”
퍽.
털썩.
“잠깐만 나는 그냥······.”
퍽.
털썩.
한 방에 한 명씩 기절시켜 버렸다.
그렇게 총 4명이 의식을 잃자 경호원들과 대치하고 있던 2명이 당장에 기가 죽어 버렸다.
“오 오지 마.”
“저기 말로 합시다! 말로!”
평소라면 남은 2명을 내버려 뒀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박상아에게 경고하려면 깨어있는 경호원들이 없는 게 좋기 때문이다.
“잠깐 사이 좋게 기절해 있어.”
그와 동시에 난 2명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자 잠깐······.”
“살려······.”
퍽퍽.
턱을 맞은 2명도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털썩. 털썩.
순식간에 사람 여럿을 쓰러트리자 골목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홀린 듯한 표정을 짓는다.
“저기······.”
“예! 옙!”
경호원들이 바짝 군기가 들어 대답한다.
“경찰에 전화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저 친구들도 구린 구석이 있어서 전화 못 합니다.”
“아 예······.”
난 손을 턴 뒤 롤X로이스 쪽으로 향했다.
터벅터벅.
롤X로이스 차로 돌아가자 오른쪽에 앉아 있던 박상아가 다급히 왼쪽 문으로 엉금엉금 기어 온다.
롤X로이스는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차 문이 닫히는 터라 왼쪽 문을 닫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난 앞으로 쭉 뻗은 그녀의 손목을 꽉 하고 쥐었다.
콱.
“꺄아악!”
그녀가 아프다며 소리를 내지르지만 여자라고 봐줄 생각은 없었다.
내가 일반인이었다면 지금쯤 땅바닥을 뒹굴며 어디 한 군데 부러져서 비참하게 빌고 있었을 테니까.
난 그녀의 손목을 꽉 쥔 채 말했다.
“옛날에 위대한 왕이 말씀하시기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시더라고?”
“뭐 뭔 소리야! 그리고 이거 놔! 아파!!”
“에이~ 못 놓지. 지금부터 할 게 있는데~”
난 그 말과 동시에 스마트워치의 녹음을 껐다.
그러고선 곧장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박상아가 다시 한번 발악한다.
“누구한테 전화하는 건데!!”
“당신은 모르는 사람.”
그때였다.
달칵.
-네~ 정 실장님.
스즈키 대표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표님. 혹시 내일 최만식 대표에게 면회 좀 갈 수 있습니까?”
-뭐 가능하긴 한데 왜 그러세요?
“조금 후에 녹음된 파일 하나 메일로 보낼 테니까 그거 좀 최만식 대표한테 들려주세요.”
-예? 뭔데요?
“들어보시면 압니다.”
순간 박상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간다.
아무리 파트너에 간섭하지 않기로 해도 최만식 대표가 일본에 구속되어 있을 때 남자를 유혹하는 녹음 파일을 직접 듣는다면 최만식 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 미친 새X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뭐긴 뭐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미친 X한테 미친X 전략이지.”
난 한 손으로 박상아의 손목을 잡은 채 왼쪽 팔에 있는 스마트워치를 움직여 음성 녹음 파일을 스즈키 대표의 메일로 전송했다.
박상아가 이를 빠드득 갈며 말한다.
“너······ 정말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파트너를 건드리지 않는 협정 같은 걸 두 사람이 맺었다고 하나 이런 걸 직접 듣는다면 그 협정이 깨지고도 남을 거다.
일본에 갇힌 최만식 대표라면 이성을 잃고 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었고.
그제야 난 그녀의 손목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걱정해야지.”
“뭐?”
난 그녀를 노려보며 과거의 남성 편력을 읊기 시작했다.
“대학 때부터 이천형 사성혁 현민택 박진후. 주로 모델들을 만나고 다녔지? 180 이상의 키가 그쪽 스타일이고. 그리고 스폰해 주는 애들이랑은 후쿠오카의 별장에서 노는 것도 다 알아. 그러니까······ 까불지 마. 당신이 그렇게 개막장으로 놀아나는 걸 국민들이 알면 당신 아버지 대권도 물 건너갈 테니까.”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니 터트릴 수는 없다.
하지만 협박용으론 차고도 넘치는 내용들이다.
“그 그건 또 어떻게······.”
그걸 말해줄 생각 따윈 없다.
“그러니까 어디 한번 해봐. 그땐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알려줄 테니까.”
난 그렇게 경고를 한 뒤 몸을 돌려 버렸다.
그때 쓰러져 있던 경호원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린다.
내가 쓱 하고 쳐다보자 경호원들이 움찔거리며 내 시선을 피한다.
“안 때리니까 박상아 씨나 모시고 돌아가세요. 나 졸려 죽겠습니다.”
손을 휘젓자 정장의 사내들이 턱을 부여잡고 일어나 각자의 차로 돌아간다.
그러고선 다들 부리나케 도망쳐 버렸다.
부우웅~
천호동 골목을 차들이 떠난 그 순간 난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2년 12월 24일]
-PM 01:00 소공동 LT 호텔 대 연회장 최만식 대표님 박상곤 의원님 영애 박상아 님 결혼식.
“이러고도 일정이 안 사라져? 와~ 대단하다 대단해.”
회귀 전에 최만식 대표와 박상아는 2021년 초에 약혼식을 올렸었다.
박상곤 의원은 당장이라도 결혼을 시켜줄 듯 굴다가 최만식 대표의 돈을 한껏 뜯어 먹은 뒤 2022년 말에나 결혼식을 올린다.
2022년 12월 19일 박상곤 의원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 말이다.
“하여간······ 상류층이라는 인간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니까?”
그때 스즈키 대표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정 실장님. 메일 받았어요. 그런데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최만식 대표가 이거 들으면 눈 돌아갈 건데요?
“그러라고 주는 겁니다. 그리고 최만식 대표의 성격이라면 흥분할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할 겁니다. 어차피 전쟁이 시작되었으니까 상대가 실수하면 할수록 저희에게는 이득이고요.”
-명동 회장님과도 상의를 좀 해보고 활용할지 결정을 내려도 될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의논하고 연락 주십시오.”
-예.
스즈키 대표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던 순간 또 한 가지 최만식 대표의 속을 긁을 방법이 떠올랐다.
“아 맞다. 그리고 최만식 대표한테 말해 주십시오. 박상곤 의원은 내년 연말까지 결혼을 차일피일 미룰 거라고요.”
-예? 그건 또 어디서 나온 정보에요? 혹시 박상아가 말했어요?
에브리데이가 알려줬다고 말할 수는 없지.
“예. 녹음은 안 됐는데 제 앞에서 넌지시 흘리더라고요.”
-알겠어요!
스즈키 대표가 좋은 소식을 들었다며 전화를 끊는다.
‘지금부터 서로 싸워라. 박상아 최만식.’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난 최소혜 기자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최소혜가 툴툴거린다.
-동생~ 진짜 이러기야? 나 섭섭해?
어제와 오늘 덕배에 관한 기삿거리를 모조리 주간 스타에게 밀어준 까닭에 살짝 삐진 목소리였다.
“음~ 제가 전화를 잘못했나 보네요. 특종을 드리려고 했는데······.”
순간 최소혜 기자의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치솟는다.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섭섭한 거 취소! 취소! 그러니까 빨리 특종 줘! 줘!
내가 가진 녹음 파일을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사적인 대화를 기자에게 줬다가 공개라도 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구속될 테니까 말이다.
“특종이긴 한데 리스크가 좀 있습니다. 감당하실 생각 있으십니까?”
-상대가 꽤 거물인가 봐?
“예. 기사를 낼 수 없을 가능성이 99%에 가깝고 자칫 신문사가 공중분해 될 수도 있을 정도의 거물요.”
잠시 말이 없어진다.
하지만 이내 대답이 들려온다.
-씨X. 권력 무서워했으면 기자 못 해 먹지. 괜찮아. 뭔지 이야기나 해 봐.
“여당 대표 박상곤 의원의 딸 박상아를 잘 따라다녀 보십시오. 특히 패션쇼나 모델들이 출연하는 행사에 가는 걸 쫓으면 큰 거 하나 건질 수 있을 겁니다.”
-설마······ 남자 문제?
“예. 그것도 질 나쁜 쪽으로요.”
이미 뒷정리는 됐겠지만 그래도 박상아가 과거에 만난 연예인들과 별장들 위치 그리고 그녀의 남자 취향까지도 세세하게 알려줬다.
최소혜 기자 정도면 내가 아는 것 이상을 캐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오케이. 고마워. 지금부터 한번 파 볼게.
최소혜 기자는 한시가 급하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상아의 아버지 박상곤 의원은 현재 4월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를 이끄는 터라 그때 맞춰 터트릴 수 있다면 초대박 기사였기 때문이다.
탁.
그녀와 전화를 끊은 난 찬 바람을 크게 들이켰다.
차가운 바람이 머리를 상쾌하게 한다.
박상아 때문에 살짝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적을 약하게 만든 터라 이 시간이 아깝진 않았다.
“그러면 이제 아군을 늘리러 가 볼까?”
적을 약하게 했으니 이젠 우리 편을 늘릴 시간이다.
전쟁에는 머릿수가 필요한 셈이니까.
하지만 일단은 좀 자야겠다.
‘백기사’고 ‘우리사주’고 간에 일단 내가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
* * *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
오늘도 수많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기지개를 켜며 정신을 차렸다.
잠시 후 회사에 출근해서 배우 2실과 정 실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매입을 부탁해야 했고 날 도와줄 백기사도 만나야 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I.O.A> 부산 예선 때문에 밤까지는 부산에 내려가야 했고.
많은 일정을 다시 한번 머리로 되새긴 난 침대에서 앉아 폰으로 포털 연예 기사들을 확인했다.
[<화란전> 14화 퓨전 사극 30.5% 시청률 달성]
[<화란전>의 덕배. 스타일리시한 액션 스타!]
[KBC <정희왕후> 14화 시청률 20.1%로 시청률 하락.]
[굴렁쇠 엔터 최덕배 벌써부터 몰려드는 차기작 제안?]
[최덕배 몸값 급상승.]
······.
덕배의 이름이 빠진 기사들이 없을 정도로 기분 좋은 기사들이 연신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속보 하나가 올라온다.
[(속보) 최덕배 군을 모함하려던 H 모 씨의 긴급 출국 현장. (현장 스타그램 라이브 링크)]
한선명이 공항에서 도주 중이라는 짧은 속보가 올라온다.
기사를 클릭하자 여행 BJ의 스타그램 라이브 영상 링크가 포함되어 있다.
난 그 즉시 영상 링크를 클릭했다.
영상에선 한선명과 그의 아버지 한지철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빠르게 걷고 있었다.
‘봉필아~ 어디 가니?’
난 폰을 손에 쥔 채 스타그램 영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한봉필의 구속되기 직전인 상황이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맛 좀 봐라 한봉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