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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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5화

675. 악의(惡意) 4

[(단독) <화란전>의 유명 조연 역인 검은 머리 외국인 H 씨의 추악한 민낯 충격 보도! (주간스타 장문기)]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저지른 H 씨는 문제가 될 것 같아 도피성 해외 유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군대를 피하려고 시민권까지 획득한 걸로 확인된다.

-현재는 성형으로 얼굴을 고치고 연예인으로 활동 중이며······.

-일진으로 활동하던 그는 현재의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학창 시절 폭력과 갈취가 일상이었다.

-또한 충격적인 것은 현재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출연진을 폭행하고 갈취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첨부 사진 : ‘화란전’에 출연 중인 H 씨의 실루엣 사진)

장문기 기자가 쓴 기삿거리에는 각종 자극적인 문구들이 가득했다.

검은 머리 외국인.

학교폭력 후 미국으로 도피성 해외 유학.

군대 면제를 위해 이민.

문구 하나하나가 한국인이라면 분노를 터트릴 내용들이었다.

선수 필승이라고는 했지만 이건 전쟁으로 치면 선제 핵 공격을 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심한 공격이었다.

그로 인해 당연히 댓글 창도 폭발하고 있었다.

(댓글)

-장문기 기자 오늘도 약 거하게 빨았네 ㅋㅋㅋ

-얜 진짜 인생 꼴리는 대로 사는구나. 부럽다.

-아빠 찬스 XX 부럽네.

-근데 이 사진 <화란전> 11화에 태X랑 출정식 때 나온 모습 맞지?

-각도기 잘 챙기고 이름 거론은 하지 맙시다.

-한국인 아니라며? 그러면 실명 언급해도 되는 거 아님?

-외국인이면 실명 써도 됨. 이거 걔잖아 한선명.

-용자가 나타났다.

장문기 기자가 자길 믿으라고 하더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기사로 어그로를 끄는 건 대한민국 최강이었으니까.

그때였다.

한발 늦게 또 다른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단독) 화란전에 출연 예정인 신인 배우 C 씨의 학폭 의혹. 더불어 소매치기 조직에 몸담았단 과거가 드러나! (연예올타임즈 편집팀)]

-어린 시절 불우하게 자란 C 모 씨는······.

-서울역 앞에서 소매치기하던 조직원들과 어울리며 본격적인 범죄의 세계에 발을 디디고······.

-학우들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했던 C 씨의 인성 논란.

(첨부 사진 : ‘화란전’에서 현재 촬영 중인 C 씨의 실루엣) (댓글)

-이건 또 누군데?

-뭐야? ‘화란전’은 왜 이렇게 난리야?

-이거 저번에 정유진 스타그램에서 뜬 최X배 아냐? ‘김법민’ 역 맡은 신인 배우.

-걔 맞는 듯.

-유진이랑 같이 촬영 중인데 둘이 케미가 좋아서 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서울역 소매치기는 또 뭐 임? 요즘도 그런 게 있어?

연예올타임즈를 시작으로 각종 연예 기사면이 기사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선명에 대한 폭로 기사는 주간스타 하나였지만 덕배를 씹는 기사는 무려 20개 언론이 뿌려대고 있다.

1 vs 20.

하지만 주간스타의 기사가 가지는 파급력이 다른 20개의 기사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댓글 수만 해도 2353 vs 117로 20개 기사 댓글을 합친 것의 수십 배나 될 정도로.

게다가 지금 이 상황에선 덕배가 방송을 타지 않은 게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덕배가 누군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선명은 꽃미남 화랑 F4 중 한 명이었기에 기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렇게 ‘주간스타 vs 연예올타임즈’의 대립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 여파는 촬영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야. 이거 뭐야?”

“뭔데?”

“어서 연예면 속보나 확인해 봐.”

“뭐야? H 씨라면 한선명 아냐?”

“장 기자 어디 있어!”

“뭘 멍하니 있어? 일단 연예올타임즈에 연락부터 해! 기사 내리라고!”

현장은 패닉에 휩싸였다.

이대로 내일 13화가 방영되면 시청률에 엄청난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세트장에 있는 모니터링 쪽에서 뾰족한 고성이 들린다.

“정 실장 양 실장 좀 찾아와. 당장!”

오복희 PD의 목소리다.

“예. PD님. 저 여깁니다.”

난 오복희 PD의 목소리에 답한 뒤 그녀에게로 향했다.

걸어가는 동안 연예올타임즈 오선국 기자의 까톡이 들어온다.

난 기사를 쓴 게 자신이 아니라는 까톡을 읽은 뒤 폰을 무음으로 만들었다.

* * *

모니터 앞에 도착했을 무렵 양성택 실장도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눈에 쌍심지를 켠 오복희 PD가 나와 양성택 실장을 향해 날 선 질문을 퍼붓는다.

“정 실장님. 아까 연예올타임즈 기자 만나셨죠?”

“예.”

“혹시 말실수한 거 있어요?”

난 영문을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제 배우를 디스하는 내용을 흘릴 리가 있겠습니까? 아까 만났을 때도 제발 잘 좀 써달라고 사정했는데요?”

아 물론 주먹으로 사정하긴 했지.

좋게 좋게 가자고.

그래서 조금 전에도 오선국 기자는 내게 까톡을 보냈었다.

[오선국 기자 : 정 실장. 그 나랑은 상관없으니까 오해하면 안 돼! 우리 데스크에서 쓴 거야! 진짜야 믿어 줘!]

오선국 기자의 까톡 내용을 보여주면 확실한 해명이 되긴 하지만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스스로 자폭할 기사를 낼 매니저는 없을 거라는 해명이 먹혔는지 오복희 PD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연예올타임즈 쪽에서 그랬다면 덕배를 저격하는 기사들을 내진 않았긴 하겠네요.”

오복희 PD의 눈이 이번에는 양성택 실장을 향한다.

“그럼 연예올타임즈의 기사는 양 실장님이 터트렸어요? 요즘 선명이가 덕배를 경계한다는 스태프들 이야기가 들리던데?”

한참 치솟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한선명이 덕배를 경계했다고?

한선명은 화랑 F4라는 소리를 들으며 인기에도 덕배가 현장에서 칭찬받자 질투를 시작했단다.

동료 연예인에 대해 거짓 제보를 하려 했다는 게 밝혀지면 오히려 엄청난 타격을 받을 텐데 한선명이 왜 이런 무리수를 뒀나 했더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질투라는 감정이 이성을 흐트러트린 거다.

그때 양성택 실장이 억울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친다.

“아 아닙니다. 우리 선명이가 왜 굳이 그런 말을 흘리겠습니까? 선명이는 동료 연예인을 음해할 성격이 아닙니다!”

“그러면 둘 다 아니다?”

“예!”

오복희 PD가 우리 둘을 보며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다가 한숨만 쉰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출처가 밝혀지면 책임 엄중하게 따질 거예요. 알았어요?”

“예!”

양성택 실장와 난 똑같이 대답했다.

장문기 기자가 자기 제보자는 철저히 지켜주는 편이었으니 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어서였다.

오복희 PD가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손짓한다.

“가봐요. 그리고 두 사람도 회사 차원에서 대응 좀 해주세요. 이거 제대로 안 덮으면 끝이니까.”

“예!”

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오복희 PD의 앞을 벗어났다.

그때였다.

함께 벗어나던 양성택 실장이 날 따라오며 으르렁거린다.

“야. 정 실장. 우리 선명이 까는 이 기사. 네가 흘린 거 맞지?”

“뭔 소리입니까? 우리 덕배 까는 기사야말로 그쪽이 낸 거 다 아는데.”

“지X하지 마. 우린 모르는 일이라니까?”

난 양성택 실장의 말을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갔다.

이미 싸움이 벌어졌는데 한가하게 말로 시비를 가릴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폰이 다시 한번 울린다.

혹시 에브리데이인가 싶어 확인했더니 익명의 전화였다.

[발신자 표시 제한]

익명의 전화는 잘 받지 않았지만 이상한 예감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딱딱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싸늘한 목소리에는 악의(惡意)가 가득하다.

대략 50대 정도 될 법한 목소리인데 지금 그 나이대에 이런 전화를 해올 사람이라면 딱 한 명밖에 없다.

“한선명 씨 아버지 한지철 대표님 되십니까?”

-어떻게 알았지?

“지금 이 상황에 저에게 연락해 화내실 분은 당신 정도니까요.”

-눈치가 제법이군.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이번 일. 어떻게 덮을 셈이지?

자신들이 선빵을 치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밀리자 이제와서는 협상을 하자고?

말과는 달리 말투만 보면 숫제 협박이다.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다 알고 연락한 거니까 쇼는 그만해. 오늘 밤까지 덮지 않는다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나? 당장 덮어!

살려달라고 빌어야 할 형편에 오히려 협박해 온다고?

그래 끝까지 가보자.

“정리는 급한 쪽에서 하십쇼. 난 모르는 일이니까.”

상대가 녹음 중일 수도 있기에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렇다면······.

그때였다.

띠링.

알람이 떠오른다.

“잠시만요.”

난 통화를 하다 말고 액정을 쳐다봤다.

-너 이 자식이 어른이 말을 하는데······.

한지철 대표의 분노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지만 난 무시하고선 액정 내용을 확인했다.

장문기 기자와 함께 왔던 안태백 기자의 2차 기사였다.

[(끝까지 판다! – 1화) <화란전>에 출연 중인 배우 H 씨. 중학교 일진 출신으로 밝혀져! (주간스타 안태백 기자)]

-오늘 각 언론을 통해 학폭 가해자라고 알려진 C 군은 사실 H 씨와 그가 속한 일진 그룹의 피해자로 추정되고 있다.

-오늘부터 시리즈 기사 ‘끝까지 판다’를 시작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기막힌 사연. 2화에서 대 공개.

-구체적인 기사를 위해 당시 같은 반 친구나 제보자를 찾습니다.

독종 안태백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되는 ‘끝까지 판다!’ 시리즈 기사를 시작했다.

회귀 전 주간스타의 판매량을 급증시켜준 코너가 시작되고 있었다.

‘끝까지 판다!’는 장문기 기자의 어그로성 강한 기사와는 달리 안태백 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인터뷰 해서 쓰는 기사를 다루는 터라 신뢰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주간스타에서는 어그로의 장문기와 팩트의 안태백이 시너지를 내며 조회 수 쌍끌이를 한다는 말이 있었다.

난 흐뭇한 심정을 감춘 채 통화 중인 한지철에게 말을 걸었다.

“아참 그리고 한 가지 오해하고 있으신데 봐주는 건 그쪽이 아니라 접니다. 그러니까 그쪽 아드님 데리고 와서 정중히 사과할 생각이 있으면 그때나 다시 연락하십시오. 혹시 압니까? 너그러이 용서해 드릴지?”

대중들은 절대로 학교폭력에 대해 너그럽지 않다.

그걸 잘 알기에 한지철 대표도 아들을 도주시켜 성형을 하여 국적까지 바꾼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정할 리가 없을 거다.

내가 아는 이런 사람들이라면 막대한 돈을 써서 덮으려고 할 테니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오히려 더 공세적으로 나온다.

-그렇게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각오해!

달칵.

전화가 끊긴다.

각오하라고?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상대방이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진짜 끝까지 가는 수밖에.

그때 촬영장 한쪽에서 덕배와 유진이 그리고 연소희 팀장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세 사람도 기사를 보고 놀란 눈치다.

하지만 난 세 사람을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떤 힘든 상황이라도 매니저가 자신만만해 있으면 연예인들은 안심하기 때문이다.

“오빠 기사 봤어요?”

“형. 기사가······.”

난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 거의 다 끝났어.”

유진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게 다 끝난 거라고요? 저쪽 기사는 도배가 가득 되어 있잖아요. TOP10 기사 중에서도 8개가 저쪽 기사인데.”

“그렇지. 대신 TOP10 연예계 기사 중에 1위랑 2위가 우리 거잖아. 댓글 수는 압도적으로 많고. 주간스타에서 일부러 기사량 조절하면서 알짜배기만 올리는 거야.”

유진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뭔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손뼉을 짝하고 친다.

“오빠. 제 스타그램에 덕배 편드는 글을 올려 볼까요? 그리고······.”

유진이의 스타그램은 팔로워가 50만 명이 훌쩍 넘기 때문에 파급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여전히 에브리데이가 경고하는 대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었다.

“아니. 한선명 쟤 팬들도 30만 명이 넘으니까 넌 스타그램에 절대 글 올리지 마. 쟤 팬들이 네 스타그램에 가서 난리 칠 수도 있으니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유진이와 정 실의 다른 연예인들은 이 일에 비켜나 있어야 했다.

유진이가 볼을 부루퉁하게 부풀린다.

“우웅~~ 알았어요. 대신 필요하면 꼭 이야기해주세요.”

유진이는 덕배가 당하는 걸 못 참겠다며 연신 부탁하고 있었다.

“알았어.”

난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한번 에브리데이 일정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직 유진이의 일정이 그대로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3월 4일]

-AM 07:00 [NEW. 정유진]

연예올타임즈 “인기 스타 정유진. 학교폭력 가해자를 비호.” (회의 내용 : 화란전 15화 시청률 26%대에서 21%대로 급락. ‘정희왕후’에 시청률 역전. MBS 최덕배 퇴출 통보. 정유진 옹호 발언 취소 요구.)

서로 전쟁을 시작했는데 이 일정이 그대로라면 이유는 단 하나다.

이 여론전에서 우리가 져서 덕배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낙인찍힌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필승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난 그 즉시 이수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 * *

다음 날 아침 7시가 되었다.

밤새도록 연예올타임즈를 비롯한 기자들과 에이스 엔터 그리고 HANS 로펌은 계속해서 조회수가 낮은 기사를 내리고 제목과 내용을 살짝 바꾼 새 기사들을 올렸다.

그리고 그에 대응해 서울 굴렁쇠 엔터의 홍보팀은 바쁘게 움직였다.

주주 회의 준비를 위해 한국에 먼저 들어와 있던 강감찬 대표까지 나서서 언론사에 직접 전화를 돌릴 정도로 대형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새벽이 되자 한지철 대표가 말한 대로 이제는 커뮤니티와 SNS를 이용한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tong01]

-대박. 드디어 얘 기사 났네. 덕배에게 당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쟤랑 쪽방촌에 있는 조폭 형들한테 우리 학교 애들 대부분 돈 뜯김.

[@yanado]

-덕배는 어릴 때부터 독종이었음. 1학년 때부터 2학년 3학년 형들도 쟤한테는 꼼짝 못 했음. 뒤에 조직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고.

[@nalnal00]

-내가 사정을 아는데 선명이는 도피 유학이 아님.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 진출이 꿈이라 미리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간 건데. 기자가 악질이네.

······

한선명의 친구라고 인증한 SNS 글들이 수십 개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SNS 글들은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대체 누구인지 덕배에게 물어보니 이 글을 올린 놈들도 한선명과 같은 일진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창 시절 워낙 친구가 없던 덕배는 편을 들어주거나 해명해 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당시를 누구보다 잘 아는 프란체스카 노수녀님은 이미 세상을 뜨셨으니 증언해 줄 수도 없었고.

덕분에 처음 여론전의 시작과 동시에 우리 쪽으로 유리하던 여론은 현재는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화란전> 촬영장에도 연예부 기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정 실장! 인터뷰 좀 해줘!”

“숨긴다고 될 게 아니니까 인터뷰 좀 해!”

기자들의 아우성이 세트장을 넘는다.

오복희 PD가 한숨을 푹 내쉰다.

“아이고~ 나 머리 아파서 도저히 안 되겠다. 은동아. 니가 나가서 기자들 좀 쫓아내.”

금은동 AD도 한숨을 내쉰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경호팀들 현장에 내려올 거래요.”

하지만 오복희 PD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날 쳐다본다.

“정 실장님. 정 실장님이 이 상황 뒤집을 자신 있어요?”

이미 MBS 내부에선 한선명이 가해자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였다.

강감찬 대표가 회사 내 정보팀인 정수혁 이사의 도움으로 자료를 모은 다음 MBS 대표에게 직접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MBS는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잘 덮어 보자고 답해왔다.

이미 한선명이 맡은 ‘태청랑’이 꽤 인기가 있는 캐릭터다 보니 하차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확실히 여론을 돌리지 못한다면 자칫 덕배가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잘릴 수 있단 소리였다.

하지만 현장 책임자인 오복희 PD는 어떻게든 피해자 쪽인 내 편을 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날 믿어달라는 말에 희망을 걸고 제안을 한다.

내가 준비한 게 완벽하진 않았지만 우선은 있는 대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제가 이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놓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선명이 저희 작품에 남아 있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차피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날걸요? MBS 임원들도 결론이 빨리 나면 차라리 더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난······ 웬만하면 정 실장님 쪽이 이겼으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오복희 PD가 말한다.

“이겨요. 그러면 내가 해달라는 거 다 들어줄게.”

난 씩하고 웃음을 지은 뒤 곧장 우리 회사의 대기 장소로 향했다.

덕배의 옆에는 오늘 새벽에 경주로 내려온 한울이가 깔끔한 옷을 입고 서 있다.

사실 어린 한울이는 기자들 앞에 내세우긴 싫었다.

그런데 어젯밤 한울이가 내게 전화해서 꼭 기자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남판규 팀장에게 부탁해 여기에 데리고 왔다.

덕배 역시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한울이를 걱정스레 쳐다본다.

“한울아. 형 때문에 기자들 앞으로 나설 필요는 없어.”

한울이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냐 형. 형이 나 지켜줬잖아. 그러니까 이젠 내가 형을 지킬 차례야.”

어린 나이지만 똑똑하고 똑 부러지는 한울이의 표정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때 한울이가 날 쳐다본다.

“윤호 삼촌. 저 준비됐어요.”

“후우~ 알았어. 그럼 나가볼까? 덕배 지키러?”

“예!”

한울이가 내 손을 잡는다.

그때 한울이가 다른 한 손으로 이번에는 덕배의 손을 잡는다.

“가자! 형!”

“어······.”

입을 앙다문 한울이는 우리 둘을 끌고 세트장 밖으로 나섰다.

“어? 나온다?”

웅성대던 기자들이 일제히 우릴 쳐다보며 카메라를 들어 올린다.

그런데 그때였다.

웅성대는 기자들 뒤에 있는 주차장으로 승합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준비한 필승 카드가 드디어 도착하고 있었다.

‘나이스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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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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