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2화
672. 악의(惡意) 1
<프로젝트 I.O.A> 도쿄 오디션 둘째 날.
한국에서 걸려 온 장문기 기자의 전화를 받은 순간 에브리데이에 새 일정이 떠올랐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2월 24일]
-PM 05:00 [NEW. 최덕배] 연예올타임즈 “신인 배우 최 모씨 학교폭력 의혹. 배역 교체 예정.” (회의 내용 : MBS 내부 정보에 따르면 경영진 중 일부가 첫 방송 전 강제 하차 언급.)
‘이걸······ 믿으라고?’
덕배가 비록 쪽방촌에 살긴 했지만 내 지갑을 훔친 소매치기 동생도 훈계할 정도로 바른 아이였고 친형제도 아닌 한울이를 친 동생처럼 돌본 착한 녀석이다.
그런 덕배가 누군가를 괴롭혔다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회귀 전 덕배를 관리한 적도 있었기에 이 기사가 ‘루머’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국이 배역 교체를 고민할 정도라면 꽤 구체적인 증언과 함께 기사가 뜬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함께 뜬 유진이의 일정을 보면 고작 이틀 만에 얼마나 사태가 악화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3월 4일]
-AM 07:00 [NEW. 정유진]
연예올타임즈 “인기 스타 정유진. 학교폭력 가해자를 비호.” (회의 내용 : 화란전 15화 시청률 26%대에서 21%대로 급락. ‘정희왕후’에 시청률 역전. MBS 최덕배 퇴출 통보. 정유진 옹호 발언 취소 요구.)
덕배를 퇴출하지 않았다가 고공행진을 하던 <화란전> 시청률도 무려 5%나 날아가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단다.
그것도 유진이가 본격적으로 주연다운 모습을 보이는 15화에서 말이다.
심지어 경쟁작인 KBC <정희왕후>에게 시청률 역전까지 되고.
그렇다면 무조건 이번 일을 막아야 했다.
난 그 즉시 통화 중인 장문기 기자에게 말했다.
“혹시 지금 말씀하시는 들었다는 루머. 혹시 덕배에 관한 겁니까?”
-어? 어떻게······ 알았어?
“저도 들은 게 있어서요. 그런데 아시는 내용 있으면 자세히 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같은 연예부 기자이다 보니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 떠도는 기사 내용 정도는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게 말이야······ 피해자가 중학교 때 서울역 근처에서 덕배한테 돈을 뜯겼다고 하는 거 같더라고.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는 것만 들었고 확인은 못 해 봤어.
원래 덕배는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버려져 쪽방촌의 어른들에 의해 길러졌다.
원래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자랐지만 쪽방촌에 오는 근처 성당 프란체스카 노수녀님의 도움 덕에 겨우 출생 신고를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프란체스카 노수녀님의 도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는 나왔다.
하지만 프란체스카 노수녀님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 고등학교로는 진학하지 않았다.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덕배에게 공부란 사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학교 시절에 덕배가 학폭 사건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자님도 덕배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아시잖습니까?”
난 덕배의 첫 촬영 현장에 찾아온 장문기 기자에게 덕배와 단둘이 짧은 인터뷰를 할 수 있게 한 적이 있었다.
덕배가 굴렁쇠 엔터에서 미래의 기둥 중 하나가 될 거라며 말이다.
-알지. 잘 알지. 그런데 어쩌겠어. 루머 치고는 생각보다 증언이 구체적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어. 그래서 우리 신문사도 기사화 의논 중이야. 그래도 내가 정 실장이랑 인연이 있는데 바로 기사 낼 수야 있나? 그래서 해명도 들어 보려고 경주까지 내려온 거야.
아무래도 당장 한국에 가봐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지금 바로 한국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경주에서 만나 이야기하시죠.”
-그러자고. 어차피 오늘은 경주에 있을 예정이니까.
전화를 끊은 난 즉시 강지영 이사에게 다가갔다.
강지영 이사는 태블릿을 보며 <프로젝트 I.O.A> 도쿄 예선 진행 사항을 체크하고 있었다.
“이사님.”
강지영 이사가 태블릿에서 시선을 뗀다.
“왜 그래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어요?”
“저······ 덕배 때문에 한국에 가봐야겠습니다.”
“지금요?”
“예. 덕배와 관련된 학폭 찌라시 이슈가 돈다고 합니다.”
강지영 이사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 덕배가 학폭요? 걔 그럴 애로는 전혀 안 보이던데?”
“저도 덕배를 믿습니다. 하지만 지금 데뷔도 안 한 덕배가 찌라시에 시달리게 되면 끝장 아닙니까?”
인기라도 있다가 방송에서 퇴출된 거면 모를까 첫 방송도 나가기 전에 이런 일에 시달리면 앞으로 방송 프로그램 자체에 나오지 못할 수가 있다.
즉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
“알았어요. 여기는 제가 맡아서 할 테니까 오늘 한국 들어가는 세리랑 연우랑 같이 들어가 보세요.”
세리와 서연우가 타는 비행기는 지금으로부터 6시간 뒤다.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당장 가봐야겠습니다.”
“그 정도로 급해요?”
“예.”
“알았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 보세요.”
강지영 이사에게 허락받은 난 곧장 몸을 돌려 방송국 밖으로 달려 나갔다.
* * *
하네다 공항 그리고 김해 공항를 거쳐 택시를 타고 경주 세트장에 도착했다.
<화란전> 경주 세트장의 주차장에 내린 직후 난 장문기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 기자님. 저 도착했습니다. 지금 어디 십니까?”
-나? 신경주역.
“예? 신경주역엔 왜요?”
-아 회사에서 취재 지시가 떨어져 부사수를 보냈어. 근데 애가 여기 지리를 잘 몰라서 내가 역까지 마중 나왔지.
덕배 자체가 유명 배우는 아니지만 <화란전>이란 타이틀 때문에 취재 지시가 떨어졌단다.
현재 시청률 26%대 <화란전>의 인기로 인해 <화란전>이라는 제목만 들어가면 기사 조회 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보통 이런 학폭 이슈는 SNS나 커뮤니티에 첫 글을 올리면서 퍼져나가 기사화가 된다.
하지만 이번은 특이하게 기자들이 먼저 소스를 받은 상황이라고 한다.
의문이 생긴 난 다시금 되물었다.
“혹시 말인데 제보자가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는 거 말고 다른 건 또 없습니까?”
-미안 아직 우리도 소스를 더 받은 게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연예올타임즈 쪽에서 이번 일을 단독으로 터트리려 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
“알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섣부른 기사화는 막아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시면 특종 거리 하나 드릴게요. 덕배 같은 무명보다는 급 되는 배우에 관한 특종요.”
장문기 기자가 내 편을 들어주고 있지만 그 역시 연예 신문사의 기자.
다른 연예 신문사들이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 그 역시 따라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일이 생겨도 일일 조회 수 1위 주간스타의 기사를 미룰 수만 있다면 루머의 여파를 늦출 수 있다.
내 역제안을 들은 장문기 기자의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누구 특종인데? 이태풍? 정유진? 혹시 둘이 썸씽이라도 있어?
헛물을 너무 캐시네.
하루에 관한 특종을 줄 생각이지만 일단은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뗐다.
“그건 지금 말씀드릴 수 없고요.”
-크흐~ 사람 궁금하게 시리. 알았어 나로서도 덕배보다는 다른 배우 특종이 좋긴 하지. 우선은 내가 최대한 기사 나가는 걸 막고 있을게. 그런데 터질 건 무슨 수를 써도 터져. 인력으로는 못 막는다고. 알지?
“압니다. 하는 데까지만 해주세요.”
일단 주간스타의 기사화는 늦췄으니 덕배부터 만나서 물어봐야 했다.
난 즉시 세트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저녁 시간이라서 그런지 촬영이 멈춰 있다.
세트장 한쪽에 선 밥차 앞에 스태프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이모님. 오늘 갈비찜이네요? 전 좀 넉넉히 주세요. 예?”
“에이~ 안 돼. 한 사람당 세 개만 드셔. 다 먹으면 뒷사람들 못 먹으니까.”
“예~ 예~”
스태프들이 다들 콧노래를 부르며 밥과 갈비찜과 반찬들을 식판에 받는다.
난 촬영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서야 연소희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연 팀장님. 지금 어디 십니까?”
-아 저희 월성 대전 앞에서 밥차로 가는 길이에요.
“혹시 덕배랑 같이 있습니까?”
-예. 덕배랑 유진이랑 같이 가는 중이에요.
그렇다면 여기서 기다리는 게 낫다.
“저기 혹시······ 기자들이 덕배나 유진이한테 찾아와서 질문 같은 걸 하던가요?”
난 일본에서 출발할 때 연소희 팀장에게 학교폭력 이슈가 있으니 기자와 어떤 인터뷰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아뇨. 아예 세트장을 안 벗어나서 기자분들과의 만남 자체가 없었어요.
“잘하셨습니다. 그러면 전 여기 밥차 쪽에 있으니까 오시는 대로 대책 회의를 하죠. 아 덕배한테 학폭 이슈는 말씀 안 하셨죠?”
-당연하죠. 괜히 그런 이야기 해봤자 애 마음만 싱숭생숭해질 건데요 뭐. 그리고······ 솔직히 덕배가 나쁜 짓을 했으리라고 생각지도 않고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여간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예.
월성 대전 세트장과 현재 이곳의 거리는 100m 정도 떨어져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올 것 같다.
전화를 끊은 순간 밥차로 향하던 촬영감독 일행과 마주쳤다.
“어이. 정 실장. 요즘 왜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들어?”
“아 예 촬영 감독님.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자주 오겠습니다.”
“그보다 조금 전에 덕배 찍고 오는 길인데 이야~ 애가 뭐 그리 액션이 좋아? 훨훨 날아다니던데?”
“감독님이 칭찬하시는 거 보니까 제법 괜찮았나 보네요.”
“말도 마. 괜찮은 정도가 아냐. 애 몸이 어찌나 날랜지 내가 카메라로 못 따라가서 NG 낼 뻔했다니까?”
카메라 팀 보조 역시도 고개를 끄덕인다.
“덕배 덕분에 합을 맞추던 태혁이까지 물이 올라서 오늘 촬영 완전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림 끝내줬습니다.”
“그러게. 우리 정 실장도 봤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네.”
매니저로서 배우가 칭찬받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난 감사한 마음을 담아 허리를 반으로 숙였다.
“우리 덕배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내가 감사받을 게 있나 뭐. 하여간 앞으로 잘 좀 관리해. 이대로면 우리 드라마 액션도 끝내주게 나왔다고 칭찬받을 수 있을 거 같더라.”
현재 <화란전>의 시청률은 26%를 넘은 상태다.
세 사람의 왕후와 그녀들의 후계자인 공주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왕실 암투와 화랑들의 다툼이 날로 격화되고 최근에는 도깨비 비형랑의 일화들이 방영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반면 경쟁작인 KBC의 <정희왕후>에 비해서는 전투씬과 액션씬에서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다.
중 장년층을 노린 <정희왕후>는 역모를 모의하는 세조와 정희왕후의 이야기를 다뤘기에 매화 칼부림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배가 나오는 20화부터는 밀리지 않을 거라며 자신 있게 말하고 있었다.
“덕배한테 무술 연습을 좀 더 시켜둬야겠네요.”
“그래. 승마도 미리 좀 더 가르치고 칼 다루는 법도 가르쳐 두는 게 좋을 거야. 아까 보니까 오 PD도 한 작가한테 액션씬 분량을 늘리자고 하던데?”
“알겠습니다. 미리 훈련 시켜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덕배 예쁘게 봐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내가 뭘. 다들 덕배가 열심히 하니까 이쁘게 보는 거지. 솔직히 저렇게 열심히 하는 애는 첨 봤어. 어떻게 된 애가 몸을 안 사려?”
덕배는 연기력만큼이나 연기에 임하는 태도도 칭찬받고 있었다.
그때였다.
촬영 보조가 말한다.
“감독님. 그나저나 이러다가 갈비찜 다 없어지겠는데요? 곧 연출팀도 올 텐데 이러다 양념만 남습니다. 빨리 가시죠.”
촬영감독이 화들짝 놀라서 외친다.
“그러면 우리는 먼저 갈 테니까 나중에 봐~”
촬영감독은 그 말을 마치고 밥차로 달려갔다.
그 뒤로 밥을 먹으러 오던 다른 스태프들도 날 만날 때마다 덕배에 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런 덕배를 첫 방송도 못 나가게 둘 수는 없었다.
저 멀리 덕배와 유진이가 다가오는 게 보인다.
손을 들어서 어서 오라고 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이~ 정 실장?”
난 손을 멈칫한 뒤 고개를 돌렸다.
올해 35살의 연예올타임즈 기자 오선국이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히죽 웃고 있다.
“오 기자님······.”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어서 찾아다녔는데 여기서 딱 만났네.”
그의 별명은 ‘하이에나.’
연예인들의 아프고 구린 부분만 집중적으로 노려서 뜯어 먹는다고 붙인 별명이었다.
현장 밥차는 스태프들과 배우 그리고 매니저들만 사용하는 것인데 뻔뻔하게도 줄 사이에 끼어들어 밥을 타 먹다니.
“기자님께선······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아 그게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서 정 실장이랑 조용히 이야기 좀 하러 내려왔지. 혹시 시간 괜찮아?”
난 덕배와 오선국 기자가 만나지 못하도록 그의 팔을 정반대로 이끌었다.
“그러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하시죠. 여긴 보는 사람이 너무 많네요.”
오선국 기자가 씨익 웃는다.
“이야~ 나랑 인터뷰는 뺄 줄 알았더니. 오케이. 협조적으로 나오니 나도 살살할게. 그럼 어디서 이야기해?”
“따라오십시오. 조용히 단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난 오선국 기자가 덕배를 발견하지 못하게 덕배가 다가오는 정반대 방향으로 그를 이끌었다.
* * *
달칵.
세트장 한쪽 구석에 있는 가건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가건물은 탈의실 건물로 쓰이는 장소인데 안에는 마주 보는 소파 2개와 테이블 그리고 암막 커튼이 있다.
달칵.
불을 켜자 오선국 기자가 안으로 들어온다.
난 입구 쪽에 서 있다가 문을 걸어 잠근 뒤 암막 커튼으로 창문마저 가렸다.
한쪽 소파에 앉자 오선국 기자가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껌을 꺼내 짝짝 씹는다.
오선국 기자가 히죽히죽 웃는 얄미운 얼굴로 말한다.
“이야~ 조용하니 단둘이 이야기하기 딱 좋네.”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절 찾으신 겁니까?”
“거 내가 알아보니까 덕배란 친구가 평판이 조금 안 좋던데······ 혹시 알고 있어?”
역시나였지만 일부러 모른 척 굴었다.
상대가 가진 정보를 많이 알수록 대처하기 쉽기 때문이다.
“저희 덕배가 평판이 안 좋다뇨? 금시초문입니다만.”
“에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올래? 나 수틀리면 막가는 거 알잖아? 그냥 협조해. 그럼 나도 수위 조절할게.”
“협조하다뇨. 할 게 있어야 하죠.”
오선국 기자가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이봐 정 실장. 덕배 고아에다가 서울역 쪽방촌 출신이라며? 정 실장도 부모 없이 쪽방촌이나 보육원 같은 후진 곳에서 살던 애들이 어떤 애들인지 다 알잖아? 자기 꼴리는 대로 살면서 애들 때리고 돈도 뺏고 그러는 거. 뭐 앵벌이 같은 거나 하고 소매치기 같은 거나 하고 살고. 응?”
부글부글 끓었지만 난 이를 악물고 답했다.
“덕배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냐? 덕배한테 맞았다는 애가 나한테 제보해 왔는데. 근데 이거~ 기사 나가면 엄청 곤란할 텐데. 그치. 안 그래?”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흐흐흐. 알면서 왜 그래~”
오선국 기자가 엄지와 검지를 쓱쓱 비벼댄다.
하지만 돈을 준다고 해서 기사가 완전히 덮일 리가 없었다.
이미 장문기 기자도 관련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보자를 찾지 않는 한 이 모든 일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곧장 오선국 기자에게 되물었다.
“덕배에게 맞았다는 사람이 누굽니까?”
“에이. 거래는 정확하게 해야지. 돈 안 받고 정보를 못 주는 거 잘 알면서~”
돈 대신 그가 가진 약점을 덮어주는 대가로 거래를 해볼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를 보니 그럴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
우선 기부터 죽여놓고 나만의 협상(?)을 해봐야겠다.
“웬만하면 좋게좋게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오 기자.”
반말을 하자 그가 발끈한다.
“뭐 뭐? 오 기자? 이 새X가······”
난 오선국 기자를 향해 싸늘한 미소를 내보였다.
“알다시피 나도······ 부모 없이 후진데 살던 놈이라서 말이지 말이 곱게 안 나가네?”
오선국 기자의 말실수가 좋은 계기가 되었다.
우두둑.
주먹을 쥐자 뼛소리가 들려온다.
오선국 기자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사방이 꽉 막힌 장소.
그가 도망갈 곳은 없다.
“조용하니 단둘이 이야기하기 딱 좋지. 안 그래?”
난 그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천천히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