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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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63화

663. 일본 출장 1

쌍둥이들이 배 속에서 연신 발길질하자 이연실이 미간을 찌푸린다.

그 순간 미소가 이연실의 배에 손을 살짝 올리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말한다.

“행복이들! 발로 차면 못 써! 이모가 아프다고 하잖아!”

미소가 배 속 아기들에게 군기를 잡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들이 뭘 알겠냐며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미소가 가만히 있다 고개를 끄덕인다.

“멈췄다!”

이연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어? 진짜네?”

미소가 뿌듯한 표정으로 이연실을 올려다본다.

“이모. 행복이들이 인제 안 아프게 할 거예요. 발로 안 찰 거래요!”

마치 이연실의 배 속 아기랑 대화를 나눴다는 듯한 미소의 말투에 다들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애들이 우리 미소 말을 잘 듣네~”

“나중에 우리 미소가 둘을 돌보면 되겠는데?”

강은기의 면회 불발로 인해 조금은 어둡던 식구들의 얼굴에 웃음이 어린다.

이연실 역시 흐뭇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미소의 볼을 감싼다.

“우리 미소. 나중에 동생들이 태어나면 그땐 미소가 오늘처럼 잘 돌봐 줄 거지?”

“진짜요? 그렇게 해도 돼요?”

“그럼~”

“아싸!”

신이 난 미소가 이연실의 배에 입을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태어나면 내가 엄청 재미있게 놀아줄게. 그러니까 그때까지 엄마 말 잘 듣고 배 속에서 착하게 있어. 알았지~이~?”

미소가 군기반장의 모습을 버리고 다정하게 속삭이자 이연실은 미소를 꼭 껴안아 준다.

“행복이들도 우리 미소처럼만 착했으면 좋겠어.”

미소가 눈웃음을 지으며 바라본다.

“말 잘 듣는 거 보면 착할 거예요. 내가 알아요!”

미소가 씩씩하게 대답하자 엄마가 이연실은 어릴 때부터 착했다며 그 말을 거든다.

다들 엄마를 닮을 거라는 축하에 이연실의 눈가에 살포시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행복하지. 연실아?’

회귀 전 내가 봤던 이연실은 유달리 외로움이 많았다.

그래서 늘 나와 강은기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고 우리에게 관심받기를 원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미카엘라 엄마와 나 이수찬 그리고 유진이와 미소 더불어 정인지 주인아주머니에게까지 사랑받으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행복한 엄마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연실의 그런 모습을 보자 괜스레 가슴이 벅차올랐다.

회귀한 두 번째 삶.

지금 이 순간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모두에게 말했다.

“우리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을까요?”

미소가 손을 번쩍 든다.

“삼촌 난 찬성~~!”

유진이가 냉큼 따라서 손을 든다.

“윤호 오빠 나두요!”

유진이와 미소가 나서 준 덕에 거실에 모인 모두가 손을 든다.

“자자. 그러면 소파에 앉아 봐요~”

다들 이연실을 중심으로 소파에 자세를 고쳐 앉는다.

그리고 유진이는 럭키와 미미를 안아 들었고 미소는 백설기와 인절미를 양팔에 안고선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난 삼각대를 펼친 다음 삼각대에 폰을 결합하고 타이머로 시간을 설정한 뒤 이연실과 엄마의 곁으로 뛰어갔다.

풀썩.

소파에 앉자 이연실과 엄마가 내게 팔짱을 낀다.

나의 여동생.

나의 엄마.

두 사람은 내게 기대며 행복한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나 역시 얼굴에 한껏 미소를 담았다.

“자~ 치~즈~~”

모두가 날 따라 외친다.

“치~~즈~”

찰칵.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며 그렇게 우리들의 가족사진이 완성되었다.

* * *

다음 날 아침.

난 눈을 뜨자마자 업무에 몰두해야 했다.

이틀 뒤에는 일본 출장 일정이었기에 그 전에 최대한 미리 일 처리를 해둬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난 배우들과 가수들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스케줄 마다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기록했다.

PD와 현장 상황 그리고 작품 자체에서 유의해야 할 것과 문제점 같은 것들이 빼곡하게 적힌다.

내가 한국에 없는 동안 연예인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 실 소속의 매니저들에게 줄 내용들이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메모를 기록한 난 잠깐 쉬는 동안 오늘 자 연예 기사면을 클릭했다.

언제나처럼 포털 연예 기사면들에는 우리 굴렁쇠 엔터와 관련 기사들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SBC <화란전>. 퓨전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정유진 주연의 SBC <화란전>은 11화 시청률 26.4% 12화 시청률 26.7%를 기록하며 전례 없는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경쟁작인 KBC <정희왕후> 또한 정통 사극의 힘을 보여주며 11화 시청률 21.3% 12화 시청률 21.5%을 유지 중이다.

-치열한 두 드라마의 경쟁으로 인해 수목 드라마 시장의 황금기가 열리고 있다.

······

[이태풍의 <지리산> 천만 관객에 도전!]

-이태풍이 주연한 <지리산>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1500개를 스크린을 장악한 <지리산> 이번 주말 400만 관객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조연 배우 고재수는 할리우드로의 진출까지 확정되었다.

······

[김세리 <반딧불 다리>로 음원 차트 독보적 1위.]

-<화란전>의 흥행 덕으로 인해 OST인 <반딧불 다리> 역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이다.

-김세리의 아름다운 보이스와 애절한 감성이 더해진 <반딧불 다리>는 <화란전>의 재방송 시청률을 올려주는 일등 공신.

-또한 서연우의 <화연가(花戀歌)> 역시도 음원차트 2위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신문 기사에는 유진이와 이태풍 그리고 세리가 잘나가고 있다는 소식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재의 한국 연예계를 이끌어가는 것이 나의 배우 나의 가수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자 괜스레 뿌듯해지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 정도로 순항 중이라면 이번 주말 일본으로 넘어가서 아리스 프로덕션과의 협력 관계를 종료하고 <프로젝트 I.O.A>의 일본 예선에 참석하고 와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똑똑.

-형. 일어났어요?

하루의 목소리다.

“어~ 들어와.”

달칵.

문을 연 하루가 씨익 웃으며 들어온다.

하루하루 키가 크다 보니 볼 때마다 시선의 높이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게다가 이목구비는 날로 또렷해져서 눈웃음이 점점 치명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얼굴에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이런 미소를 나 혼자밖에 못 보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형. 다들 이제 일어나서 1층에 밥 먹을 준비하고 있어요. 내려가야 할 거 같아요.”

난 피식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알았어. 나도 금방 씻고 내려갈게. 아 그런데 1일 1셀카는 찍어뒀어?”

회귀 전 하루는 셀카를 못 찍기로 유명했다.

카메라 앵글을 이상하게 잡아서 사진을 찍는다던가 일부러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식으로 늘 셀카를 올렸다.

그러다 보니 ‘형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 나 줘요.’란 댓글이 달릴 정도였다.

난 그것이 부끄러움이 많아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셀카를 찍으라고 권유했다.

잘 나온 건 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하루의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랑 단둘이 살 때 엄마를 닮아가는 외모 때문에 아빠에게 늘 외모로 지적당했다는 것을.

그래서 하루에겐 자기 얼굴을 마주하기 싫어하는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알고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난 익숙해지면 좋아진다는 김수명 원장의 충고를 듣고 일부러 모른 척하고 더 셀카를 찍으라고 시켰다.

대신 그렇게 하루가 찍어놓은 셀카 사진을 스타그램에 올리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셀카를 찍었냐는 말에 하루가 머뭇거린다.

“왜? 안 찍었어? 괜찮대도? 그냥 막 찍어봐. 찍어봐야 늘어.”

최근 1주일 정도 체크를 안 했더니 옛날로 돌아간 것인가 싶었다.

그때 하루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힌다.

“하긴 했는데요······.”

“괜찮아. 셀카는 잘 나온 것만 업로드 할 거야. 그니까 보여만 줘.”

하루가 부끄러워하며 폰을 내민다.

“여기요······.”

그런데 지난 1주일의 셀카들엔 환한 미소를 머금은 하루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다만 모든 셀카들이 백설기나 인절미를 껴안은 채 찍은 채였다.

“오~ 뭐야? 애들이랑 찍어서 그런지 엄청 잘 나왔는데?”

“네. 혼자 찍으니까 아무리 해도 어색하더라고요. 그런데 미소가 제가 강아지나 고양이랑 놀 때 제일 잘 웃는다고 해서 그렇게 찍어봤어요.”

미소 덕분에 하루가 미소를 머금고 셀카 찍는 법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백설기와 인절미의 얼굴을 나오게 하려다 보니 셀카의 구도도 좋아졌다.

“앞으로 한동안은 얘들이랑 찍어야겠다. 웃음이 훨씬 부드러워서 훨씬 보기 좋은데?”

마음에서 우러나온 따봉을 날리자 하루가 환하게 웃는다.

“저도 좋은 거 같아요.”

그동안 혼자만 눈앞에서 직관하던 하루의 미소를 이제야 팬들과 제대로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이 셀카는 스타그램에 올려도 되지?”

“네. 괜찮아요.”

하루가 드디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첫 발걸음을 떼었다.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식들이 연달아 이어지자 입꼬리가 절로 위로 치솟았다.

난 노트북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씻으러 갈게.”

“아 그리고 형. 그리고 엄마 결혼식 사회를 형이 맡아준다고 하니까 두 분 다 다시 한번 고맙다고 전해달래요.”

하루의 엄마는 하루의 아빠와 이혼 후 기억을 잃어버렸을 때 돌봐 주던 수원의 요양병원 원장과 3월 14일에 결혼하게 되었다.

“예이~ 내가 더 고맙고 영광이지.”

하루가 씨익 하얀 청첩장을 내민다.

“아 그리고 이거 청첩장이요.”

3월 14일 오후 1시.

하루와 함께 새 출발을 하게 된 하루 엄마의 축복을 빌어줄 시간이 청첩장에 적혀 있었다.

“잘 받았다고 전해줘.”

“옙.”

난 청첩장을 곱게 책상에 넣어둔 뒤 하루와 함께 거실로 나갔다.

“형. 전 먼저 가서 상 차리는 걸 돕고 있을게요.”

하루가 몸을 돌려 현관으로 향한다.

폭행에 시달리며 왜소하고 겁 많던 하루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젠 키도 크고 자신감이 넘치며 늘 밝게 웃는 하루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덕분에 회귀한 이후 내 선택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었다.

* * *

엄마와 이연실 한유식 대표 부부 그리고 유진이와 미소 하루가 거실에 큰 상을 펴놓고 아침 식사를 거하게 즐겼다.

이후 후식까지 먹고 난 뒤 엄마와 이연실이 보육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잠시 후 이수찬의 차가 집에 도착했다.

난 이수찬과 함께 마당에 주차한 차에다가 짐을 실은 뒤 엄마에게 다음 주에 보자고 말했다.

“연실이랑 다음 주 병원에 갈 때 그때 저랑 같이 은기 보러 가요.”

엄마가 내 몸을 꼭 하고 껴안았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 차는 기분이다.

“알았어 아들. 몸조심해.”

“엄마 몸만 챙기시면 돼요.”

순간 엄마가 힐끗 유진이를 쳐다본다.

“유진아~ 우리 윤호. 잘 부탁해?”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제가 신경 쓸게요!”

잠깐.

언제부터 유진이가 엄마라고 부른 거지?

분명 어젯밤은 아니었는데?

심지어 엄마는 너무도 평범하게 그 호칭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 유진이 네가 고생이 많다. 윤호 얘 대놓고 워커홀릭이라서 네가 말 안 하면 죽도록 일만 할 거야.”

“맞아요. 진짜!”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이처럼 친하게 대화하는 건 좋았지만 잠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가 이연실까지 배를 붙잡고 합세해서 맞장구치자 마당이 금세 시끌벅적해지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 사는 기분은 났지만 이젠 진짜 가야 할 시간이다.

절대로 나에 관해서 세 사람이 잔소리해서가 아니다.

진짜다.

난 손을 휘휘 저으며 앞 담화를 하는 세 사람에게 말했다.

“자자~ 저 일 해야 하니까 이제 출발하세요. 워이~워이~”

엄마가 키득거리더니 이연실과 함께 이수찬의 차에 올랐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날 부르더니 품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낸다.

“아 그리고 윤호야. 이 답장 좀 영감에게 전해 줄래?”

“명동 회장님한테요?”

“응.”

난 엄마가 준 봉투를 손에 쥐었다.

“뭐라고 하셨는데요?”

엄마는 대답 없이 씨익 웃음만 짓는다.

그때 이연실이 배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오빠. 난 편지 못 썼어. 어떻게 해?”

“괜찮아. 넌. 내가 알아서 이야기 전할게.”

“꼭!! 부탁해?”

“그래.”

그렇게 부탁을 남긴 엄마와 이연실은 손을 흔들며 이수찬이 모는 차를 타고 떠나갔다.

유진이를 데리고 경주로 내려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전에 명동부터 들러야겠다.

엄마의 편지를 최회장님께 전하기 위해서.

* * *

최은태 회장의 명동 고택.

최은태 회장에게 먹고 씻은 도시락 통과 함께 엄마에게 받은 봉투를 내밀었다.

“보내주신 편지에 대한 답장입니다.”

“알겠네.”

최은태 회장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봉투에서 편지를 꺼낸다.

그런데 편지를 본 최은태 회장이 피식피식 웃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엔 큰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푸하하하. 당했군 당했어.”

너무도 기뻐하는 웃음을 짓길래 궁금해서 물었다.

“대체 뭐라고 쓰여 있길래 그렇게 웃으십니까?”

최은태 회장이 내게 편지를 내민다.

“직접 한 번 보게나.”

최은태 회장이 준 편지를 본 순간 나도 피식하고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소.

-광주 엄마.

최은태 회장은 엄마에게 ‘노력하고 있다.’는 짧은 편지를 썼었다.

그러자 엄마는 똑같이 따라서 회신 편지를 작성해 놓았다.

난 피식 웃으며 편지지를 다시 그에게 건넸다.

그런데 편지지를 받은 최은태 회장이 슬쩍슬쩍 눈치를 보고 있다.

왜 그러는지 알았기에 덤덤히 답했다.

“연실이 편지는 없습니다.”

“그런가······.”

“대신 도시락을 받을 때 ‘아버님’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최은태 회장의 목소리가 떨린다.

“정말······인가?”

“예.”

“허허허. 그 아이가 그랬다고?”

최은태 회장의 웃음이 안방을 한가득 채운다.

그러나 이내 그의 웃음이 멈췄다.

“크흠······ 내가 주책이군. 아들놈이 아직 감옥에 있는데 기뻐하다니······.”

“괜찮습니다.”

“후우~ 그래. 그나마 우리 정 실장이 있어서 내가 이렇게 버티네. 그리고 소식 전해줘서 고맙네 정 실장.”

최은태 회장은 내게 연신 고맙다고 말한 뒤 문뜩 어제 일이 생각났는지 말한다.

“아 그리고 어제 은기의 기결 등급 바뀐 건 내가 손을 쓴 것이었네.”

하루도 안 되어서 강은기의 기결 등급이 바뀔 때부터 서재일 검사가 아닌 최은태 회장이 힘을 썼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애당초 교도소장을 움직일 정도라면 서재일 검사가 함부로 못 할 곳에서 내려온 지시였을 테니까.

“혹시 회장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겠죠?”

“걱정하지 말게. 난 평소에도 내 이름을 거의 드러내지 않네.”

최은태 회장은 늘 대리인을 이용하는 터라 자신이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날 안심시킨다.

그렇게 30분 정도 강은기를 보호할 방법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최은태 회장이 일어나려던 내게 말한다.

“아 그리고 아리스 프로덕션과의 계약 해지는 강감찬 대표가 일본으로 가서 직접 처리할 걸세.”

최만식 대표가 예상과는 달리 주주 회의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강감찬 대표가 직접 일본으로 가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어쩐지 다나카 대표와 아리스 프로덕션에 관한 일정이 아직 사라지지 않더라니 그런 이유였나 싶었다.

“그러면 전 그저 강 대표님 곁에서 자리만 채우고 있음 되겠군요?”

최은태 회장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자네가?”

아니라고 해야 했는데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허허허. 난 자네가 일본에서는 대체 얼마나 휘저을지 참 기대가 되네만?”

입맛을 쩝쩝 다시자 최은태 회장이 웃으며 묻는다.

“그리고 일요일이 출국하는 날이지?”

“예. 오후 7시에 ‘프로젝트 I.O.A’ 일본 예선 심사팀이랑 같이 갑니다.”

<프로젝트 I.O.A>의 일본 예선이 국내 예선 일정과 겹치기 때문에 일본 예선에는 안예음 이사 한명호 팀장 유은아 강하나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세리와 서연우 방선우도 참석할 수 있을지 스케줄을 조정 중이었고.

“그러지 말고 자넨 그보다 한 시간 일찍 오후 6시 비행기를 타고 따로 일본에 먼저 가게. 그리고 그곳에서 A1 엔터테인먼트 스즈키 모에카 대표랑 단둘이 만나 보게.”

“단둘이요?”

“그래. 나의 유고 시에 일본 쪽 비자금에 관한 뒤처리뿐 아니라 알아야 할 것들이 좀 있네.”

유고 시?

유고란 말은 신변문제가 생겨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하나 더 가끔은 고위직의 ‘사망’ 같은 것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쓰곤 했다.

놀라서 쳐다보자 최은태 회장이 덤덤히 말한다.

“박상곤 의원과의 다툼이 녹록하게 끝나진 않을 걸세.”

“설마······.”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만에 하나의 경우를 생각하는 거니까.”

잠깐 고민하던 난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 큰돈의 뒤처리를 하라는 겁니까? 전 그토록 큰돈을 다뤄본 경험이 없습니다.”

“기본적인 건 일본 쪽 비자금을 관리하는 모에카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게. 하지만 위기의 순간 자네의 재치가 필요할 것 같아서 그렇네.”

최은태 회장이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마치 회귀한 내 정체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후우.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진짜 만약을 대비해서 만나는 거니까 이상한 생각은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허허허. 알지. 내 자네 마음은 잘 알고 있네.”

“그러면 일본 일은 제가 잘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난 이번 기회에 아리스 프로덕션을 반드시 정리하겠다며 최은태 회장에게 다짐했다.

아리스 프로덕션은 회귀 전 최만식 대표가 일본 인맥들을 넓히는 데 사용하는 교두보가 되기 때문이었다.

‘최만식 대표. 이번에는 은기를 건든 대가를 치르게 해줄게.’

난 그런 생각을 머금은 채 최은태 회장의 집을 나섰다.

* * *

일본 출장을 가기 전 이틀 동안 국내 쪽 일정들을 모조리 다 소화했다.

그리고 일요일에 이태풍의 <지리산> 부산 무대 인사를 함께 한 뒤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난 곧장 김포 공항으로 향했고 거기서 하네다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이틀간의 일들이 너무 힘들었기에 도쿄까지 가는 짧은 비행시간 동안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2시간 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끌고 입국장으로 들어가자마자 굴렁쇠 엔터의 자회사 A1 엔터테인먼트의 스즈키 모에카 대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여~ 정 실장! 여기야! 여기!”

익숙한 한국어에 고개를 돌리자 일본 A1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차상진 실장이 팻말을 들고 있었다.

[환영! 굴렁쇠 엔터 임직원 여러분!]

팻말은 환영한다는 뜻이 적혀 있는데 차상진 실장의 얼굴엔 너 잘 걸렸다는 표정이 어려 있었다.

차상진 실장은 원래 가수 1실의 실장으로서 골든로드의 스캔들을 막지 못한 무능함으로 인해 일본으로 유배를 당한 인물이다.

그 일은 대부분 나로 인해 생긴 분란이었기에. 그는 내게 악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왜 스즈키 대표가 아니고 차상진이 여기 있지?’

비행기 시간까지 앞당기며 스즈키 대표를 만나 최은태 회장의 비자금 문제를 의논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대신 사람을 보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도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차상진 실장을 말이다.

“스즈키 대표님이 절 데리러 오기로 했는데 어떻게 차 실장님이 오신 겁니까?”

그 순간 차상진 실장이 피식 웃으며 스즈키 대표가 공항에 마중 오지 못한 이유를 말해 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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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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