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2화
662. 충돌 4
면회 예약 번호를 확인하던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다.
“수형 번호 1174번은 기결 3급으로 등급이 변경되었습니다. 면회 가능 일자가 변경되었으니까 확인 후 다음에 다시 오세요.”
형을 확정받고 교도소 수감된 사람들은 분류된 등급에 의해 관리받는다.
그 등급은 1급에서 5급까지 있는데 5급에 가까울수록 흉악범이기에 면회 횟수와 전화에 제약이 생긴다.
강은기는 매일 면회 전화가 가능한 모범수로 1급이었는데 갑자기 흉악범이나 재범 혹은 교도소 내부에서 심한 사고를 친 사람들이나 받는 3급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순간 함께 온 이수찬이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1급이었는데 왜 갑자기 등급이 바뀐 겁니까? 등급은 매달 10일 발표가 나잖습니까?”
접수를 담당하는 직원이 우릴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글쎄요? 전 전산상에 나와 있는 정보만 보고 말씀해 드리는 거라서요. 자세한 건 변호사를 통해서 알아보시죠?”
오늘은 단순 면회였기에 리버스 엔터의 임형주 법무 이사는 같이 오질 않았다.
이수찬은 씩씩대며 곧장 폰을 꺼내 임형주 법무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님. 저희 형님이 기결 3급으로 떨어졌답니다! 어제 면회했을 때 뭐라도 들은 거 없습니까?”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제 제가 면회 갔을 때만 해도 1급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확인해 보겠습니다.
“예.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여기 엄마랑 연실이도 와 있는데 면회를 못 한답니다.”
-바로 알아보고 즉각 전화드리겠습니다.
달칵.
전화가 끊기자 이수찬이 흥분해서 몸을 부르르 떤다.
그 순간 난 이수찬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이수찬이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진정해. 수찬이 네가 흥분하면 엄마랑 연실이는 어떻게 하라고?”
그제야 이수찬이 아차 하고 정신을 차린다.
뒤쪽 대기 의자에 엄마와 이연실이 앉아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거다.
“죄송······ 합니다.”
“죄송할 일 아니니까 일단 심호흡부터 해. 네가 흔들리면 다른 사람도 흔들린다.”
“예. 형님.”
이수찬에겐 강은기나 나 보육원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이다.
그래서 유독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이성을 잃곤 했었다.
이수찬이 몇 번 숨을 내쉬고 난 뒤 진정한다.
“휴우~ 형님.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하죠?”
“오늘 동혁이한테도 면회 넣어놨잖아. 그거 시간 바꿔줄 수 있는지 물어봐. 같은 방에서 교도소 생활을 하니까 내부 정보를 들을 수 있을 거야.”
“아!”
최동혁은 강은기가 구속된 이후 한동안 이수찬과 함께 리버스 엔터를 책임지던 동생이다.
그러다 강은기가 칼에 찔려 병원서 나왔을 때 강은기를 지키기 위해 자기 발로 교도소에 들어간 녀석이다.
더군다나 교도소에서 강은기와 같은 방을 쓰고 있기에 최동혁의 면회 시간을 원래보다 앞당기면 내부 사정을 빨리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만요. 바로 면회 시간 변경요청 되는지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오늘 최동혁뿐 아니라 다른 보육원생 출신들도 면회를 잡아 놓았기에 이수찬은 급히 접수처로 가서 면회 시간 변경을 신청했다.
난 그러는 사이 엄마와 이연실에게 가서 사정을 말했다.
이연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묻는다.
“윤호 오빠. 은기 오빠가 사고라도 친 거야? 나한테는 분명히 우리 행복이들한테 떳떳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 알아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마 행정상의 오류일 거야. 그리고 같은 방에 우리 보육원 동생들이 있는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그렇긴 하지만 3급으로 그냥 떨어지진 않잖아.”
엄마 역시도 걱정이 가득했기에 최동혁과의 면회 시간을 앞당길 거라고 말했다.
엄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동혁이라면 사정을 알겠네.”
그때 이수찬이 급히 뛰어온다.
“형님. 동혁이 면회 시간 변경됐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답니다.”
“그래.”
순간 엄마와 이연실이 손을 꼬옥 잡고 면회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난 담당 검사인 서재일 검사에게 전화를 넣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서재일 검사가 바쁜지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난 그 즉시 까톡으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장문의 사정을 남겼다.
그렇게 서재일 검사에게 연락이 오길 기다리던 중 최동혁과의 면회 시간이 먼저 찾아왔다.
“수감번호 1197번. 면회 신청하신 분들. 지금 바로 면회실로 이동하세요.”
이수찬과 난 엄마와 이연실을 부축한 다음 입구에서 폰을 맡기고서 면회실로 향했다.
* * *
면회실의 맞은편에 수형번호 1197번을 가슴팍에 붙인 최동혁이 나타났다.
예전보다 살이 좀 빠진 모습이다.
“동혁아!”
엄마와 이연실 그리고 이수찬과 난 일제히 최동혁을 반갑게 불렀다.
우린 다 같이 반갑게 인사를 한 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최동혁은 자신의 면회 시간이 앞당겨진 이유를 알고서 먼저 이야기를 해준다.
“은기 형님한테 오늘 아침에 갑자기 등급 산정이 잘못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원래 교도소에 있는 기결수의 등급은 매월 10일 발표가 난다.
그런데 오늘 그 등급이 잘못 판정되었다면서 수정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면회 일정이 전면 재조정된 것이었고.
순간 이연실이 묻는다.
“은기 오빠가 싸운 건 아니지?”
“에이~ 전혀. 구치소에서 그 사건 있고서 우리 쪽 애들만 여기 10명 정도 들어와 있잖아. 그래서 아무도 우리랑 싸울 생각 안 해. 물론 우리도 안 하고.”
우리 보육원 출신만 3명에다가 다른 보육원 출신의 동생들이 7명이다.
그러다 보니 강은기와 일행들을 건드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어쨌건 사고를 친 게 아니라는 말에 이수찬을 비롯해 다들 안심한다.
하지만 난 웃을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는 행정 실수일 거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달 10일에 등급 산정이 잘못되었다면 그건 행정 실수일 수가 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뒤에 등급 산정이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건 손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짓을 저지를 사람이 딱 한 명 있지만 대체 왜 굳이 등급을 바꾼 건지 알 수가 없었다.
3급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변호사의 면회는 막지 못하는 데다가 강은기는 외부 면회를 잘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난 최동혁을 보며 혹시나 하고 물었다.
“이의 신청은 했어?”
“예. 혹시 몰라서 바로 접수는 했습니다.”
“잘했다.”
그때 이연실이 애써 표정을 밝히고선 말한다.
“동혁 오빠. 은기 오빠한테 다음번 면회할 수 있을 때 온다고 말해줘. 나 병원 때문에 이제 매주 서울 와야 하거든.”
“알았어. 은기 형님이 안 그래도 너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하시더라. 엄마랑 너 보고 싶다고.”
“난 괜찮으니까 몸이나 잘 챙기라고 전해. 그리고 동혁 오빠도 잘 먹고 지내고.”
말을 하는 이연실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 모습을 본 난 반드시 이번 일을 되갚아 주겠다고 다짐했다.
* * *
최동혁과 면회를 마치고 나온 다음 면회실 앞에서 맡겨둔 폰을 돌려받았다.
서재일 검사에게 부재중 통화가 3통이 와 있다.
이수찬에게 엄마와 이연실을 맡긴 뒤 거리를 벌리고선 서재일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사님. 같은 교도소에 있는 다른 동생을 면회 중이었습니다.”
-아~ 예. 하여간 이거 알아보니까 의심하신 대로 윗선에서 지시한 게 맞습니다. 교도소장 선에서 보통 이렇게 등급을 급하게 바꾸진 않으니까요.
“혹시 최만식 대표가 박상곤 의원한테 부탁이라도 한 겁니까?”
-확실치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왜 박상곤 의원에게까지 힘을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등급이 떨어지면 면회 제한 말고 문제가 생길 게 있습니까?”
-등급이 떨어지면 문제가 있는 수감자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교도소보다 시설과 환경이 안 좋은 교도소로 이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최만식 대표가 노리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현재 교도소에서는 강은기가 상당히 안전하게 관리를 받고 있기에 공격이 일절 불가능했다.
하지만 보안이 낮은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면 예전처럼 다시 강은기를 노릴 수가 있었다.
“은기를 노리는 것일 수 있겠군요.”
-그럴 수 있겠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장 교도소장과 만나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법무부 쪽에도 들어가 보고요.
그때 최은태 회장에게 들었던 ‘특사’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혹시······ 은기 정도면 3월 1일 특사에 포함될 수는 없을까요?”
-이번에 3급으로 떨어진 것 때문에 쉽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건 내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은기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절대로 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난 엄마와 이연실에게 다가갔다.
난 두 사람이 놀라지 않게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서 말했다.
“검사님한테도 말해뒀으니까 큰일은 없을 거예요. 이왕 온 김에 다음 면회 신청해 놓고 오늘은 주무시고 가세요.”
엄마와 이연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어서 난 이수찬에게 말했다.
“수찬아. 나 지금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때가 있으니까 엄마랑 연실이가 면회 끝나면 우리 집에다 데려다줄래?”
강은기의 문제 때문에 움직인다는 걸 알았는지 이수찬이 냉큼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따가 집에서 뵙겠습니다.”
난 엄마와 이연실에게도 여기까지 와서 못 보고 가는 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대신 전해달라 말한 뒤 곧장 교도소를 나왔다.
그러고선 곧바로 최은태 회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상대가 빽을 쓰고 있으니 나 역시 빽을 쓸 생각이다.
* * *
최은태 회장의 명동 고택.
최은태 회장은 교도소에서 있었던 사정을 듣는 순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만식이 그놈이 은기를 노린다고?”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최만식 그 인간이 아니면 또 누가 이런 짓을 하겠습니까?”
최은태 회장이 내 곁에 앉은 최영호 은행장에게 말한다.
“영호야! 야당 대표와 여당 부대표와 만날 약속을 잡거라! 당장!”
“예. 회장님.”
최영호 은행장이 밖으로 나간다.
안방에 단둘만 남자 최은태 회장이 말한다.
“교도소장 목을 비틀어서도 등급은 재조정하지.”
“조심하셔야 합니다. 자칫 최만식 대표에게 회장님께서 강은기가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들킬 우려가 있습니다.”
“만식이 그놈 성격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다른 사람의 손을 써서 처리할 거야.”
만에 하나 강은기가 아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는 소식이 최만식 대표의 귀에 들어간다면 최만식 대표는 그때부터 물불 안 가리고 강은기를 노릴 거다.
그러니 지금처럼 모르는 척하며 돕는 것이 더 안전한 것이다.
어쨌건 등급조정을 약속한 최은태 회장이 날 뚫어지게 쳐다본다.
“정 실장. 그리고 하나 더. 이번 4월 재보궐선거에서 박 의원을 고꾸라뜨릴 생각일세. 그리 알고 있게.”
꽤 많은 자리가 걸려있는 재보궐선거다 보니 여기서 실패하면 당 대표를 사퇴해야 했다.
최은태 회장이 박상곤 의원을 처리해준다고 약속했으니 나는 최만식 대표를 맡으면 된다.
“그러면 전 이번에 일본 출장을 가서 최만식 대표를 흔들어 놓겠습니다.”
바니즈 계열의 아리스 프로덕션과의 계약을 해지한다면 최만식 대표와 김관우 부대표는 일본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최만식 대표는 자연스레 일본 내 비자금을 숨긴 자회사들을 둘러볼 수가 없게 될 게 확실했다.
“알았네. 그러면 이참에 일본으로 가면 내 비자금을 관리하는 A1 엔터테인먼트의 스즈키 모에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게. 그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면 최만식의 일본 쪽 줄을 쳐 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걸세.”
스즈키 모에카.
32살의 그녀는 한때 최은태 회장의 일본 쪽 사업체의 비서였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변호사 겸 회계사인 재원으로서 현재는 굴렁쇠 엔터의 일본 자회사 A1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도 최은태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걸 보면 스즈키 모에카란 사람이 얼마나 유능하고 충성스러운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러면 수고하게.”
최은태 회장은 이후 몇몇 조언을 더 해주며 나의 성공을 빌어주고 있었다.
* * *
여의도 일식 횟집.
한때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비서가 자살 시도까지 해서 수세에 몰렸던 여당 대표 박상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힘을 찾았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은 언제나 정치와 정치인을 신경 쓰고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름을 던져버린 박상곤은 사위가 될 최만식과 딸 박상아와 함께 술잔을 나누는 중이었다.
“최 서방. 자네가 마련해 준 돈은 유용하게 썼네.”
정치 자금을 받은 박상곤 의원은 최만식을 이미 사위처럼 대하며 웃음을 짓는다.
최만식이 공손히 술을 따르며 말한다.
“추가로 더 마련하고 있습니다.”
술잔을 받은 박상곤이 웃음을 터트린다.
돈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린 최만식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허허허. 내가 사위 덕을 톡톡히 보는군. 아무튼 자네 덕분에 오는 선거는 쉽게 치르겠어.”
“예. 장인어른. 반드시 승리하실 겁니다.”
“아 그나저나 자네가 부탁한 건 처리했네. 그런데 말이야······ 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지난번엔 경찰을 빌려달라고 하고 이번엔 기결 등급을 낮춰달라고 한 건가?”
최만식이 대답하려던 그 순간 곁에 앉은 박상아가 웃으며 다금바리 회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었다.
“그 사람. 우리 만식 씨가 은행 일을 할 때 늘 괴롭혔던 사람이에요. 강한파의 넘버 쓰리인 조폭이고요.”
최만식 대표의 약혼녀인 박상아는 자신의 아빠에게 강은기가 최은태 회장의 아들이라는 걸 숨겼다.
자신의 아빠가 그 정보를 알면 또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요구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박상아는 곧 결혼할 최만식의 돈이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절대 강은기의 존재는 알리지 않기로 최만식과 입을 맞춘 상태였다.
딸의 말 돌리기에 박상곤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그래?”
“예. 아 그리고 저 팔 아파요. 술 드셨으면 제 안주도 좀 드세요.”
“하하하하. 그래. 그래.”
박상곤이 피식 웃으며 술을 한입에 툭 하고 털어 넣는다.
그러고선 딸이 넣어주는 회 한 점을 덥석 입에 문다.
“맛이 좋구나.”
“다행이네요.”
그렇게 몇 번의 술잔이 오간 뒤 박상곤이 말한다.
“그리고 이번 4월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결혼식 올려. 이쯤 미뤘으면 됐잖아.”
최만식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그래. 그리고 자네도 자네 양부한테서 독립하게. 이번 4월 선거. 우리 여당이 유리하니까 그 일이 끝나면 자네 양부도 한 번에 칠 거야.”
박상곤은 명동의 이번 선거가 끝나면 최만식의 양부인 왕회장을 잡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만식을 통해 그 막대한 재산을 좌지우지할 생각이었다.
“명심하고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런데 그때였다.
박상곤의 폰이 울린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폰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다.
“뭐? 교도소장이 등급을 다시 낮춘다고?”
교도소장이 죽어도 입을 열지 않는다는 보좌관의 말에 박상곤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 소심한 놈이 왜 입을 안 열어?”
-그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
“혹시 특이사항 같은 건 없어?”
-오늘 정윤호가 강은기의 면회를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면회가 안 되니까 같은 방에 있는 다른 녀석을 면회했었습니다. 아마도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 아닐까요?
“뭐?”
정윤호의 이름이 언급되자 박상곤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자신에게 돈줄이 되어주던 에이스 엔터의 붕괴.
그리고 여당으로 입당을 타진하던 이대붕 의원의 몰락.
마지막으로 HK 그룹을 뒤흔든 후계자들의 구속 사건도 바로 정윤호 때문이다.
“또······ 정윤호······ 그 새X야?”
-예. 그렇습니다.
박상곤은 씩씩거리며 보좌관을 향해 큰 소리를 지른다.
“최 보좌관. 자넨 교도소장 목을 쥐고 흔들어서라도 정보를 캐내! 그리고 이유를 알기 전에는 서울로 올라올 생각은 말아! 알겠나?”
-예. 의원님.
달칵.
전화를 끊은 박상곤이 씩씩대면서 최만식을 노려본다.
“최만식 대표. 자넨 정윤호라는 놈을 언제까지 이렇게 설치게 내버려 둘 셈인가?”
졸지에 최만식에게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최만식은 이를 꽉 깨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는 없었다.
“조만간······ 처리하겠습니다.”
최만식은 그 뒤로 정윤호에 비해 떨어진다며 박상곤에게 한껏 잔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최만식의 머릿속엔 어떻게든 정윤호를 짓밟아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 차고 있었다.
* * *
저녁 시간 무렵.
집으로 돌아와서 1층 거실에 들어가기 무섭게 서재일 검사가 전화를 해왔다.
-강은기 씨 문제가 방금 해결됐습니다.
“아.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아무튼 내일 다시 1등급으로 올라가니까 다음 주부터는 매일 면회가 가능할 겁니다.
최은태 회장이 생각보다 빨리 힘을 쓴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서재일 검사는 강은기를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난 그 즉시 1층 거실에 있던 엄마와 이연실에게 사실을 말했다.
“엄마. 내일 1등급으로 다시 돌린대요. 대신 면회는 다음 주부터고요.”
“진짜야?”
“예.”
엄마와 이연실이 손깍지를 끼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자 덩달아 함께 있던 유진이와 미소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웃고 있던 이연실이 인상을 찌푸리며 배를 부여잡는다.
“아야야. 얘들이 발차기하네? 호호. 니들도 기뻐?”
이연실이 배를 어루만지며 배 속 태아들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아이들의 발차기가 그치지 않았다.
이연실이 인상을 점점 쓰기 시작한다.
“얘들이······ 오늘따라 많이 들떴는데? 아야야. 얘들아 엄마 아퍼~”
이연실이 배를 붙잡고 배 속의 아기들을 달래려고 한다.
엄마와 유진이 역시도 놀라서 도우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미소가 조르르 다가와 이연실의 앞에 서더니 생각지도 못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