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5화
655. 한소원 1
올해 18살인 한소원은 교복을 입고 무대 위로 나타났다.
169cm 키에 모델처럼 마른 체형을 가진 그녀는 어깨까지 오는 단발을 한 채 방실방실 웃고 있다.
한소원은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미소년을 연상시키게 하는 외모였는데 외모와 달리 목소리는 상당히 여성스러운 편이었다.
게다가 한 번 들으면 귀에 쏙 박힐 정도의 목소리 색깔을 가지고 있었기에 회귀 전에는 팀보다 솔로에 더 적합하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탑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그녀를 솔로 가수가 아닌 아이돌 데뷔조로 배정했다.
회사에서는 당시 고은서와 함께 아이돌 팀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소원은 고은서와 한 팀으로 묶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대전에서 서울 이모 집까지 올라와 아이돌을 꿈꾸는 자립심 강한 한소원과 금수저로 태어나 부모의 지원을 받고 사는 고은서가 사사건건 충돌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도중 회사에서 리더십이 있는 한소원을 팀의 리더로 정하자 고은서는 팀을 나가겠다며 강수를 둬버렸다.
회사는 고심했지만 결국 고은서의 손을 들어줬다.
둘 다 크게 성공할 인재였지만 고은서의 엄마는 유명 여배우 한소예고 아빠는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소원은 데뷔조에서 빠져 연습생의 신분으로 격하되었다.
이후 난 한소원을 다른 데뷔조에 편입시키려고 했지만 김동수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알고 보니 고은서가 싫어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고은서가 손을 썼는지 한소원은 다른 연습생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된다.
난 그 사실을 알자마자 한소원을 계약에서 풀어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엔 뜻을 이루진 못했다.
그 결과 한소원은 연습생으로만 계속 지내야 했고 결국 데뷔를 못 한 채 연예계에서 떠나게 된다.
그때 조금만 내가 더 힘이 되어 줬더라면 하는 후회가 늘 가득했는데 바로 지금 여기서 그녀를 만난 것이었다.
‘저번 생은 미안했다. 소원아.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난 가수 선발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최소한 그녀가 이번 <프로젝트 I.O.A>에서만큼은 회귀 전처럼 불합리한 일은 절대 당하지 않도록 해줄 생각이었다.
그때 곁에 앉은 정상봉이 한소원을 보고 말한다.
“실장님. 한소원 쟤는 좀 달라 보이는데요?”
“뭐가?”
“여자애인데 잘 생겼다고 해야 하나? 완전 미소년인 상인데 화장하면 예뻐질 거 같은데요?”
“그래. 저런 타입이 화장하면 예뻐져.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화면 빨도 잘 받고.”
아니나 다를까 한소원이 무대 위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심사위원들이 들뜬 기색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합격자 자리는 적고 예쁜 아이들은 많기 때문이다.
먼저 이동민 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한소원 양. 마스크가 매력적이네요.”
“감사합니다!”
중성적인 외모를 가진 한소원의 입에서 여리여리한 목소리가 나온다.
의외의 매력 포인트에 심사위원들 입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이동민 실장 역시 웃으며 말한다.
“나한테 고마울 게 뭐가 있어요? 부모님께 감사드려야죠.”
한소원이 씩씩하게 대답한다.
“안 그래도 늘 감사드리고 있어요. 제가 연습생 생활하는 동안 엄마가 밤낮없이 일해서 생활비를 보내주시거든요. 아 지금 엄마한테 인사해도 돼요?”
마스크와 고운 목소리를 물려준 엄마에게 감사하라던 뜻이었는데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오자 이동민 실장이 살짝 당황하며 웃는다.
“하하. 재미있네. 부모님께 감사하라는 뜻이었어요.”
“앗! 죄송합니다.”
한소원이 잘못 알아들었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자 이동민 실장이 피식 웃는다.
“하하. 그렇다고 사과까지 할 건 없어요. 그리고 방송에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카메라 보고 인사하세요”
“어떤 카메라 보고 인사하면 돼요?”
한소원은 주눅 따윈 들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곧바로 묻는다.
지영식 PD가 재미있다며 손을 들어 3번 카메라를 가리킨다.
“심사 위원석 앞에 있는 카메라 보고 말하면 됩니다.”
한소원이 고개를 끄덕하고 손바닥을 활짝 펴서 흔든다.
“엄마! 나 오디션 잘할게! 나 때문에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거 알아. 그거 다 내가 나중에 갚아 줄게~ 엄마 사랑해~”
한소원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자 다들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 저기 그리고~ 팔팔 코인 노래방 사장님! 늘 감사해요!!”
안예음 이사가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그건 또 어디예요?”
“제가 아르바이트하는 코인 노래방이요. 쉴 땐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게 해주시거든요. 간식도 잘 주시고요. 덕분에 저 아르바이트도 하고 노래도 마음껏 연습할 수 있었어요!”
“벌써 후원자를 갖고 있어요? 하하하.”
구김살 없이 말하는 한소원 덕에 현장에는 웃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자기 어필을 확실히 하는 성격은 아이돌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플러스가 된다.
그래서인지 심사위원 몇몇이 태블릿을 끄적이며 속삭인다.
-괜찮네.
-좀 더 봐야 알겠지만 이제까지 올라 온 참가자들 중에서는 한소원 저 친구가 내 픽이네요.
-나도. 메이크업 받으면 꽃 필 외모고 목소리도 귀에 남아서 좋네. 인기 많겠는데?
-키도 크고 팔다리가 길어서 춤 선은 예쁘게 나오겠네요. 센스가 있으려나?
-노래만 잘하면 좋겠는데······.
역시나 내 생각대로 다들 기대가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때 이동민 실장이 웃으면서 말한다.
“자~ 그러면 어머님이랑 팔팔 코인 노래방 사장님의 지원이 헛되지 않게 잘해 보도록 하세요. 무슨 노래를 부를 겁니까?”
“강하나 선배님과 김종훈 선배님의 ‘혼불’이요!”
심사위원으로 있던 김종훈이 웃음을 짓는다.
“설마 혼자서 남자 여자 파트 둘 다 부를 겁니까?”
“예!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제가 부르는 파트는 남자 키로 되어 있는데 여자 키로 올려드릴까요?”
“네. 음을 떨어뜨릴 순 있는데 저 중음이 살짝 부족해서요.”
자신의 약점을 선뜻 말하는 태도에 김종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돌이 되었을 때 작곡가가 파트 배분을 분명히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김종훈이 스태프를 보며 말한다.
“제 파트만 4키 올려주세요.”
“예!”
잠시 세팅이 끝난 후 준비되었다는 신호가 온다.
이동민 실장이 한소원을 보며 말한다.
“자 그러면 시작해 볼까?”
“예!”
한소원이 마이크를 잡고 심호흡을 후후 내뱉기 시작한다.
강하나가 작곡한 <혼불>의 반주가 나오자 한소원은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 노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소원아. 목소리가 왜 그래?’
* * *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소원의 목소리는 비음이 미세하게 섞인 듣기 좋은 하이톤의 보컬이었다.
더군다나 보컬에도 힘이 넘쳐 고음을 연속해서 질러도 음정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한소원을 솔로 가수로 키우려고 했던 것이고.
그런데 지금은 회귀 전보다 어릴 때 만난 탓인지 과거의 파워풀한 가창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너무도 여린 목소리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합격선은 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녀만의 보컬이 가진 매력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회귀 전 한소원이 갖고 있던 병 하나가 떠올랐다.
‘설마 빈혈 때문인가?’
회귀 전 탑 엔터테인먼트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심한 빈혈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늘 빈혈약을 달며 살고 있었다.
그 기억이 떠오른 난 방금 무대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일 거라 확신했다.
아무래도 이 오디션이 끝나는 대로 그녀를 병원부터 데려가야겠다 싶었다.
그때였다.
1절이 끝날 무렵 이동민 실장이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린다.
“예.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한소원이 숨을 쉭쉭 몰아쉬며 답한다.
“감사합니다!”
“아직 결과도 안 나왔는데 감사부터 하면 어떻게 해요~ 하하.”
“그래도 제 노래 들어주셨잖아요.”
한소원이 감사를 연발하자 심사위원들이 피식거린다.
고은서나 다른 아이와는 달리 빼빼 마른 몸에서 에너지가 느껴지고 있어서였다.
더군다나 아이돌은 인사로 시작해 인사로 끝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인사가 중요했기에 한소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산점을 착착 쌓아가고 있었다.
그때 이동민 실장이 주변을 둘러본다.
“안 이사님? 먼저 이야기하실래요?”
안예음 이사가 고개를 끄덕인 뒤 평가를 말한다.
“소원 씨. 밥 안 먹었어요?”
한소원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넵! 못 먹었습니다!”
안예음 이사가 피식 웃는다.
“태도 외모 보컬 솔직함 다 마음에 드는데 딱 하나가 마음에 안 드네요.”
한소원이 두 손을 꼭 쥐고 커다란 눈을 깜빡거린다.
“뭐가 마음에 안 드세요? 말씀만 하세요! 뭐든 다 고치겠습니다!”
“적극성도 좋은데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힘이 딸려요.”
“힘이요?”
“예. 너무 빼빼 말라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고음으로 치고 나가서 터트려 줘야 할 때 바람 빠진 소리가 나고요. 음정 유지도 안 되는 거 같은데 그러면 안 돼요. 뱃심은 곧 밥심에서 나오니까 밥 많이 먹어요. 알겠어요?”
한소원이 안도의 한숨을 폭 내쉰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밥 두 그릇씩 먹겠습니다!”
“꼭 지키세요. 너무 말라서 아이돌이 된다고 해도 살을 찌워야 할 판이니까요.”
“넵!”
“그리고 혹시 학원은 다녔어요?”
“넵! 딱 두 달. 맛보기로만 다녔습니다!”
“풉. 그렇게 보이네요.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특유의 습관이 없어서 좋아요. 괜히 지금부터 학원에 다닐 생각은 절대 하지 마요. 프로의 보컬 트레이닝은 다르니까.”
“알겠습니다!”
안예음 이사는 학원을 거의 안 다닌 게 개성이 살아있게 한 거라며 연신 웃음을 터트린다.
이동민 실장 역시 고개를 끄덕인 뒤 박선녀를 쳐다본다.
“안무가님. 안무 테스트해보시겠어요?”
“예. 보고 싶네요.”
다들 합격을 염두에 둔 채 고개를 끄덕인다.
“소원 씨. 부탁해도 될까요?”
“넵!”
스태프들이 곡을 준비하고 한소원이 지정 안무인 을 추기 시작했다.
팔다리가 길다 보니 시원시원한 몸동작이 이뤄지고 있었다.
잠시 후.
“여기까지.”
박선녀 안무가가 웃으며 평가한다.
“춤을 따로 배운 적은 없죠?”
한소원이 처음으로 부끄러운 기색으로 대답한다.
“네. 춤도 학원에서 배운 두 달 이후로는 코인 노래방 모니터로 독학했어요.”
“풋. 그런 거 같았어요. 그래도 센스는 있으니까 잘해 봐요 우리. 아 그리고 안 이사님 말대로 춤도 밥심에서 나와요. 잘 먹고 다니고. 알았죠?”
“네.”
다들 삐쩍 마른 그녀의 몸을 걱정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이동민 실장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러면 합격 드리겠습니다!”
한소원이 고개를 연거푸 꾸벅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후 한소원은 합격 인형을 마치 금덩이라도 된 듯 꼭 껴안고 오디션장을 나갔다.
그 순간 나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장님. 어디 가시려고요?”
“쟤 좀 만나보게. 쟤 프로파일 에 있는 전화번호 좀 줄래?”
심사위원 전원이 몸 상태를 말하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김수명 원장에게 데려가서 검진받도록 할 생각이다.
“아. 예.”
정상봉이 태블릿에서 한소원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건네준다.
“여기요.”
“생큐~”
전화번호를 받은 난 그녀를 만나기 위해 관계자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관계자 통로로 나간 다음 곧장 전화를 걸었다.
관계자 출입구와 출연자 출입구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그녀를 놓칠 수 있어서였다.
-고객님이 통화 중이어서······ 소리 샘으로······.
엄마랑 통화를 하는지 전화가 닿지 않았다.
쉬지 않고 전화를 하자 관계자 출입구에 다 왔을 무렵에야 전화가 닿았다.
-여보세요?
“아 전 굴렁쇠 엔터의 정윤호 실장이라고 합니다.”
-정윤호 실장님이요? 체리블라썸의 그 정윤호 실장님 말씀하시는 거예요?
“예. 맞습니다.”
-와~ 대박! 안녕하세요!
“예. 그런데 어디세요?”
주차장 쪽 관계자 출구로 나온 난 반대편 오디션 참석자 출구 쪽을 두리번거리면서 물었다.
-저 버스 정류장이에요. 아르바이트 때문에 뛰어왔어요.
어쩐지 보이지 않더라니.
“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 볼 수 있을까요?”
한소원이 주저하며 답한다.
-저기 실장님. 제가 나중에 아르바이트 끝나고 이 전화번호로 다시 연락드리면 안 될까요?
코인 노래방 아르바이트인가 보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그녀가 빈혈인지 검진받고 치료하려면 김수명 원장에게 데려가야 했다.
“대타로 보낼 사람이 있으면 됩니까?”
-그렇긴 한데······.
“그러면 저랑 지금 좀 보시죠. 코인 노래방은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드릴 테니까요. 아 그리고 제가 지금 차로 갈 테니 버스 정류장에 그대로 서 있어요.”
-아 알겠습니다.
난 즉시 근처 주차장으로 간 다음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곧장 이호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호재가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예. 형님.
“호재야. 동생들 중에서 코인 노래방 아르바이트 좀 해줄 사람 있냐? 내가 아르바이트비는 톡톡히 쳐준다고 해줘. 아니면 흥신소에 맡기고.”
-알바비는 얼마나 생각하십니까?
“시간당 2만 아니 3만 원. 단 몇 시간이 될지는 모른다.”
-에이~ 그런 꿀알바를 왜 흥신소에 맡깁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하하하.
“오케이. 그러면 잠시 후에 내가 장소랑 시간 알려줄게.”
-옙. 연락주십시오.
대타를 구한 난 차를 몰고 버스 주차장으로 향했다.
합격 인형을 금덩이처럼 꼭 안고 있는 한소원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게 보인다.
끼익.
차를 세운 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타요.”
“예!”
그녀를 차에 태운 난 먼저 아르바이트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라고 했다.
한소원이 고개를 끄덕인 뒤 대타가 대신 코인 노래방 아르바이트로 나간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서 난 코인 노래방 사장님의 연락처와 주소를 이호재에게 건넸다.
한소원의 아르바이트를 대타로 처리한 난 한소원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엄마한테도 연락해요. 저랑 같이 있다고요. 걱정하실 거예요.”
“앗 괜찮아요.”
“아뇨. 저희 회사는 부모님께 다 말씀드리는 게 원칙입니다.”
“알겠습니다.”
한소원이 눈치를 보다 전화를 건다.
-소원아 또 왜? 합격 자랑할 게 또 남았어?
조금 전 합격한 뒤 엄마와 통화를 한 게 맞았다.
“아니 엄마. 굴렁쇠 엔터 정 실장님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나 따로 보자고 해서 차에 탔어. 근데 실장님이 엄마한테 꼭 말해야 한 대. 걱정하신다고!”
-어머? 매니저님이 사려 깊으시네? 그래······ 근데 차를 타고 어디 가? 아르바이트 데려다주신대?
역시나 걱정하는 목소리다.
그래서 난 전화를 건네받고 솔직하게 답했다.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소원이가 목소리에 힘이 부족해서요. 체리블라썸이 가는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해 볼까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병원······이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떤 음식을 먹으면 효과적으로 체력을 기를 수 있을지 물어보려고 가는 겁니다.”
그제야 조금 안심한다.
-아 그렇구나. 염치없지만 그럼 저희 딸 잘 좀 부탁드릴게요. 실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병원에 가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한소원의 엄마와도 전화를 나눈 뒤 우린 김수명 원장의 수명 클리닉으로 향했다.
* * *
김수명 원장의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한소원의 검사를 부탁했다.
“애가 오늘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힘이 좀 없다네요. 밥을 안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뭐 그래. 빈혈······ 같은 증상이 있는지 좀 확인해 주십시오.”
슬쩍 대화 중에 빈혈 체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김수명 원장이 검사실로 한소원을 데리고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벌컥.
다급히 진료실의 문이 열린다.
그런데 김수명 원장의 안색이 어두웠다.
무슨 일이지 하고 물으려는 순간 그가 빠르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인다.
“실장님. 저 아이 당장 입원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입원이요? 대체 왜요?”
그 순간 김수명 원장이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