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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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46화

646. 컴백 1

KBC <뮤직 스테이지> 현장에 있는 도란희가 다급히 날 찾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요란을 떨어?”

-박은빈이 오늘 컴백한대요! 쁘띠모에 리더 박은빈이요!

“걔가 왜 컴백을 해? 오늘 출연자 리스트에도 없었잖아?”

-같은 TK 엔터에 ‘핑크다이아’ 컴백이 취소되고 대신에 컴백한대요! 저도 방금 들었어요.

박은빈이 속한 쁘띠모는 지난번 음원 순위 조작 사건 때문으로 활동을 잠시 멈췄었다.

대중들은 그 일로 인해 쁘띠모가 사실상 해체된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기어코 다시 돌아왔다.

쁘띠모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박은빈을 솔로로 먼저 내세워서 말이다.

하긴 엔터 회사들이 어떤 곳인데.

엔터 회사들은 소속 가수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한 뽑아 먹을 수 있다면 단 한 푼이라도 더 뽑아 먹으려고 계약 당일 마지막 날 정오까지 행사를 잡는 곳들이었다.

게다가 박은빈도 겨우 조작 사건 정도로 연예계를 관둘 성격이 아니긴 했다.

“깜짝 컴백이긴 하네. 그런데 이제 그 정도는 너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잖아?”

도란희도 혼자서 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방법만 알려주려 했다.

하지만 흥분한 그녀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만이면 저도 알아서 했죠! 근데 쁘띠모 팬클럽 애들까지 난리라서 저나 백희영 팀장님만으로는 안 돼요!

“쁘띠엔젤들이 무슨 짓을 하길래?”

-지금 걔들이 선물을 나눠주고 있는데 아예 돈 지X을 해대고 있어요. 지금 1위 후보가 세리가 아니라 박은빈 같다니까요? 이대로면 오늘 세리가 1위를 해도 묻힐 거예요. 현장 스태프들 분위기도 이상하고요!

도란희가 이 정도로 난리라면 생각보다 현장 상황이 심각한 게 분명했다.

“알았으니까 진정 좀 해. 매니저인 네가 흥분하면 세리는 더 흔들려.”

-대기실 밖에 나와서 전화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세리 앞에서는 별것 아니라고 잘 다독였어요.

“그래. 그건 잘했어. 하여간 내가 지금 갈 테니까 그때까지 자리 잘 지켜. 그리고 우리 팬클럽 운영진들은 좀 어때?”

-횡성 4인방 애들은 지금 본관 밖에서 우리 팬클럽 애들 진정시키고 있어요.

“오케이. 그러면 걔들 보고도 내가 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가는 동안 대책 마련할게.”

-알겠어요. 하여간 빨리 오세요~.

전화를 끊고 난 뒤 우선은 연예면 기사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오전까지 <프로젝트 I.O.A>로 뒤덮여 있던 연예면이 박은빈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단독) 박은빈. 솔로 변신. <밸런타인 키스>와 함께 깜짝 컴백.]

[(속보) 박은빈.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더 좋은 노래로 보답할 것. 나는 가수니까.”]

[(단독) 순위 조작 파문과 박은빈의 심경. “나와 멤버들은 그저 춤과 노래 무대 위의 일만 생각하고 살았다. 그 외의 일은 프로듀서 개인의 일탈. 힘들었던 시간만큼 최선을 다해 노래할 것.”]

[박은빈 신곡 <밸런타인 키스>. 뮤직비디오 공개와 동시에 음원 차트 20위로 진입.]

TK 엔터에서는 기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뿌렸는지 기사들도 하나같이 호의적이다.

오늘 I.O.A 오디션 지역 예선을 지켜보는 동안 많은 일이 벌어져 있었다.

“누가 머리를 썼는지 몰라도 제법인데?”

보통 음악 방송은 한 주 전에 PD와의 페이스 미팅을 통해 출연 순서를 정한다.

그리고 TK 엔터는 지난주 페이스 미팅에서 핑크다이아가 컴백 한다고 스케줄을 잡았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 일정을 바꿔 박은빈의 깜짝 출연을 발표한 것이다.

그로 인해 박은빈은 다른 엔터 회사들이 펼치는 여론전에 당하지 않고 안전한 컴백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때 <프로젝트 I.O.A>의 다음번 오디션 참가자 프로필을 보고 있던 정상봉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실장님. 도란희 대리님 쪽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어. 박은빈이 컴백 했대.”

“지난번에 순위 조작을 그렇게 해놓고 컴백 한다고요?”

“어. 그때 음원 조작 사건은 프로듀서가 저지른 일이니까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는 거지.”

“멘탈이 진짜 장난 아닌데요?”

“그래. 하여간 나 빨리 가봐야겠다. 란희가 제정신이 아니네.”

“예. 실장님.”

난 정상봉에게 오디션을 잘 지켜보라고 말한 뒤 곧장 현장을 떠났다.

그리고 회사에도 까톡을 보내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걸 알렸다.

가만히 손을 놓고 있다간 세리의 솔로 첫 1위 달성 기사들이 박은빈의 컴백 이슈로 모조리 덮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은빈이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가 본데 그 꿈이 한낱 여름밤의 꿈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줘야겠다.

* * *

KBC 주차장에 차를 댄 뒤 본관 정문 쪽으로 움직였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30분.

새벽부터 시작된 사전 녹화가 끝나고 스태프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휴식을 취할 시간이다.

하지만 새벽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팬들은 방송국 근처를 부유령처럼 떠돌고 있을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달랐다.

쁘띠모의 팬클럽 ‘쁘띠엔젤’들이 [♡박은빈 컴백♡]이라는 반짝이는 LED 머리띠를 두른 채 가로세로 30cm쯤 되는 커다란 도시락 박스를 나눠 주며 활기찬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거 좀 드세요! 도시락이랑 몇 가지 간식거리 넣었어요.”

“박은빈 첫 솔로 도전 응원 부탁드립니다!”

“오늘 컴백 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도시락은 1인당 한 개씩이에요.”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이따가 우리 은빈이한테 너무 야유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도 오늘은 다른 가수들 응원할게요.”

“도시락 드시고 페어플레이 부탁합니다.”

쁘띠엔젤들은 혹시 다른 팬클럽들이 박은빈에게 야유라도 퍼부을까 봐 걱정되었는지 값비싼 도시락을 선물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 팬들은 아무리 이런 도시락 선물을 줘도 야유를 해댄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먹고 나면 비난의 강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게다가 커다란 도시락 박스에 뭐가 들었는지는 몰라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팬클럽 회원들이 내용물의 확인과 동시에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와~ 대박이다 진짜. 나 이런 거 처음 봐.”

보통 다른 팬클럽이 준 선물은 애써 무시하는 애들인데 놀라는 걸 보니 꽤 비싼 것들을 넣어 둔 모양이다.

다만 뭔가가 이상했다.

쁘띠엔젤은 지난번 순위 조작 사건으로 인해 팬클럽 운영진이 집단 사퇴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금을 모으고 조공을 한다고?

게다가 TK 엔터의 김태권 대표나 마동팔 본부장 역시 이런 이벤트를 싫어하는 편이라 자기들이 나서서 돈을 쓸 리도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잡히지 않던 그때였다.

‘쟤가 여기에 왜 있지?’

그 순간 난 지금 이 일을 벌인 주범이 누군지를 알 수가 있었다.

* * *

단발머리에 커다란 눈을 한 20대 초반의 여자가 LED 머리띠를 흔들며 내게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박은빈]이라고 적힌 묵직한 도시락 박스를 건네준다.

“안녕하세요! 새롭게 쁘띠엔젤의 회장을 맡게 된 배인정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정윤호 실장님!”

초롱초롱한 눈에 낭랑한 목소리로 박은빈을 비호 하는 그녀가 바로 이 모든 일을 벌인 사람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배인정.

올해 나이는 21살.

회귀 전 그녀는 탑 엔터테인먼트 걸그룹 ‘PEONY’의 팬클럽 회장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고은서’가 속한 ‘PEONY’를 1등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배인정은 엔터 회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팬클럽 조직의 운영과 관리에 탁월했는데 회귀 전 난 그녀의 밑에 팬클럽을 관리하던 신입 사원을 붙여서 조직 관리를 배우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가 무서운 건 바로 그녀가 가진 재력이었다.

배인정은 재계 순위 60위권인 해운회사 베인스 그룹의 막내딸로 20대에 벌써 개인 지분만 무려 1천억 원대를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였다.

게다가 자기 앞으로 들어오는 연간 배당액만 무려 30억 정도 되고.

그러다 보니 배인정이 마음먹고 나서면 혼자서도 체리블라썸 앞으로 책정된 광고비 정도를 쓸 수가 있었다.

재벌 3세가 덕질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몇 년이 지난 후 그녀는 그 팬클럽 운영이 경영 수업이었다는 사실을 밝혔었다.

돈을 쓰는 법.

그리고 사람을 휘어잡는 법.

그 두 가지를 값싸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나?

물론 덕질도 좋아했기에 그녀로선 완벽한 덕업일치였다고 한다.

하여간 회귀 전 그녀는 고은서가 팀 내 불화로 문제를 일으켜 ‘PEONY’를 해체하게 되자 곧장 다른 회사로 가서 팬클럽의 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자신이 미는 그룹을 1위로 만들었었다.

그래서 모든 엔터 회사들은 그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곤 했었다.

그녀를 잡는 순간 회사를 대신해 엄청난 돈을 뿌려 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매니저들은 배인정을 일컬어 ‘팬클럽의 여왕’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배인정이 박은빈과 쁘띠모에 붙은 것이었다.

만만치는 않은 상대지만 회귀까지 한 내 상대는 아니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하는 지는 내 머릿속에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는 앞으로 박은빈을 1위로 만들기 위해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세리를 밟아두려고 하는 것이었다.

박은빈의 컴백 기사로 세리의 1위 기사를 덮고 이렇게 도시락을 조공해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도 바로 그 사전 작업이고.

난 배인정의 의도를 알아차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값비싼 도시락을 받아들였다.

이런 수를 쓴다고 해도 내겐 대응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어 그래.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할게. 그리고 잘 먹을게.”

도시락을 받아들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배인정이 자신만만한 눈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꼭 쥔다.

“아 그리고 오늘 세리가 1위 노리고 있죠? 꼭 1위 하길 바랄게요. 파이팅!”

“그래 파이팅.”

“나중에 또 봬요~.”

배인정은 신난다는 표정으로 다음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려고 발랄한 걸음걸이로 멀어져갔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LED 머리띠를 두른 20대 후반의 여자 네 명이 도시락 박스를 들고 빠르게 뒤쫓아 간다.

얼핏 보면 같은 쁘띠엔젤 멤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인정을 그림자처럼 밀착하는 사복 경호원들이었다.

난 도시락을 들고선 곧장 본관 앞에 체리블라썸 팬클럽 회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는 내가 수를 둘 차례니까 말이다.

* * *

KBC 본관의 입구 서쪽 부근.

바로 이곳이 체리블라썸의 팬들이 모이는 지정 공간이다.

도시락 박스를 들고 가자 횡성 4인방이 바닥에 앉아 있는 팬클럽 멤버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얘들아. 진정해. 비싼 도시락 뿌린다고 순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 괜히 돈으로 환심 사는 건데 걱정하지 마. 타 팬들도 거기에 넘어갈 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우리도 도시락 좋은 거 주문해 놨으니까 곧 올 거야.”

성지연 역시 동해수산 회장님의 손녀딸로 상당한 재력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TK 엔터와 달리 굴렁쇠 엔터는 팬들에게 최고로 높은 수준의 지원을 한다.

그래서 체리블라썸의 팬클럽 회원들은 언제나 타 팬클럽보다 좋은 도시락을 받으며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벚꽃패밀리 멤버들은 유난히 자부심이 강했다.

이름만 빼고.

그런데 그 아이들이 처음으로 배인정 때문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날 발견했다.

“어? 정 실장님이다!”

“실장님!!”

벚꽃 패밀리 회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주로 10대에서 20대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다들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팬클럽 운영진인 성지연 한꽃님 박한별 양지우도 내심 걱정이 많았는지 날 환히 반기고 있었다.

“쌤! 왜 이제 오셨어요!”

“쌔~앰~.”

난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여유롭게 굴었다.

“다들 왜 이러고 있어. 저기서 도시락 주던데 하나씩 받지?”

성지연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아뇨. 저흰 따로 도시락 주문해 놨어요. 그리고 괜히 받아서 먹으면 전투력이 떨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는 저희대로······ 잠깐 쌤은 그거 왜 받아오셨어요?”

다른 팬클럽이 준 도시락을 먹는 건 일종의 배신이라며 분개하던 성지연이 내 손에 들린 도시락을 쳐다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어떻게 적이 주는 도시락을 받아오실 수가 있어요?”

횡성 4인방뿐 아니라 체리블라썸 팬클럽 회원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몰라? 상대가 무슨 도시락을 뿌리는지 확인은 해야지.”

“예?”

“그리고 준다는 거 받아. 받는다고 우리 애들 단합심이 떨어지겠어? 우리 벚꽃패밀리가 얼마나 결속력이 강한데. 안 그래?”

성지연의 지휘하에 다들 도시락을 받진 않았지만 한쪽에서 소란이 이어지자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가 확실했다.

이런 건 억지로 못 먹게 할 바에는 차라리 먹고 나서 쿨하게 구는 게 더 낫다.

그때 성지연의 곁에 있던 세 명의 친구들이 말한다.

“그래 지연아. 우리 애들도 다 먹이자. 다 준다잖아.”

“맞아. 애들 말은 안 해도 사실은 부러워하고 있어.”

성지연이 걱정스레 묻는다.

“그러다가 전투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

한꽃님이 답한다.

“우리 전투력이라고 해봤자 응원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잖아. 어차피 우린 다른 걸그룹이나 보이그룹 디스도 안 하고. 먹는다고 달라질 게 없는데?”

우리 벚꽃패밀리들은 다른 가수들이 나왔을 때 야유나 디스를 하지 않는다.

체리블라썸이 워낙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었기에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지연이 고심을 끝내고 날 쳐다본다.

“그러면 우리가 주문한 도시락은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챙겨 놨다가 갖고 가라고 해. 어차피 방청객으로 들어가는 애들은 얼마 안 되잖아.”

“아~”

“단 SNS 올리는 건 금지.”

실리를 챙기자는 것이지 남의 팬클럽 도시락 사진을 SNS에 올려서 자랑할 필요는 없었다.

결국 성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팬클럽 멤버들을 쳐다본다.

“그러면······ 오늘 우리는 상대방 돈을 축내는 작전으로 가자! 오케이?”

순간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지며 환호성을 지른다.

“역시 우리 회장!”

“오늘 벨트 한번 풀까?”

“2개씩 도 주려나?”

이 자리에 모인 벚꽃패밀리 인원수만 200명이 된다.

그러니 내 손에 들린 배인정의 서포트 도시락 단가가 5만 원이라고만 해도 1천만 원이 소비되는 셈이었다.

다만 상대는 배인정이다.

그 정도 돈을 쓴다고 생채기도 안 갈 거다.

하지만 미리 기를 죽일 필요는 없지.

“가자! 먹어서 혼내주자!”

어딘가 들어본 듯한 내 외침을 듣자 운영진들이 총대를 메고 앞장선다.

“그냥 저희가 저쪽 애들한테 도시락 좀 달라고 할게요.”

“편한 대로 해. 그리고 지연이는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예.”

성지연을 빼고 삼인방이 먼저 배인정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난 그사이 성지연의 앞에서 배인정이 준 도시락을 열었다.

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해야지 이제부터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거······ 장난 아닌데?”

도시락 안에는 대천호텔 일식당에서 공수한 15만 원짜리 초밥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초밥 옆에는 고급 생수 물티슈 고티바 초콜릿 밤 파이 마들렌 스파클링 주스까지 들어있다.

다 합치면 20만 원짜리는 될 것 같았다.

“쌤! 쟤 미친 거 아니에요? 이 정도면 완전 연예인 조공 도시락인데요? 그리고 이런 걸 다른 팬클럽 회원들에게 공짜로 준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어요.”

난 흥분한 성지연을 달랬다.

“너만 알고 있어. 쟤 베인스 그룹 코리아라고 해운 쪽 회사인데 거기 막내딸이야.”

성지연의 눈이 큼지막해진다.

“아······ 할아버지한테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아요. 거기 엄청 알부자인데요?”

성지연의 할아버지가 동해수산을 운영하고 있기에 해운 업계 쪽 회사를 알고 있었다.

“어. 거기 막내딸. 그리고 덕질에 눈 돌아간 애고.”

“헐~ 대박.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저러는 거예요? 저 돈 지X을요?”

“아니. 오늘이 박은빈 컴백이라서 크게 한번 쓴 걸 거야. 아마도 세리에게 화제가 쏠리는 것도 막을 생각으로 그런 것 같고.”

성지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박은빈의 부정적인 여론을 지우는 것이야 솔직히 말해 우리와 큰 상관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이벤트를 벌이면 오늘 신문 기사는 세리의 1위가 아니라 박은빈의 컴백 기사로 덮일 가능성이 있었다.

“쌤. 이거 무조건 먹혀요. 20만 원짜리 도시락을 저렇게 뿌려댔으니 SNS에 올려서 자랑하는 애들이 엄청나게 나올 거고요. 지금 이거 커뮤니티에 퍼지면 답 없어요. 그땐 우리 세리가 1위를 해도 그냥 이슈에서 묻힐 거 같아요. 이제 어떻게 하죠?”

성지연이 안타까운 듯 발을 동동 구른다.

1위를 하고도 화제에서 묻혀버리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겐 방법이 있었다.

“걱정하지 마. 혹시나 해서 쌤이 생각해 온 계획이 있으니까.”

“뭔데요?”

난 씨익 웃으며 박은빈의 컴백 이슈를 덮고 세리의 1위 기사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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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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