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5화
645. 서울 지역 예선 3
고은서는 이제까지의 후보 중에서 단연 압도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
뚜벅뚜벅.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
흰색 구티 티셔츠와 디자이너 청바지.
거기다 168cm의 늘씬한 체형에 조명을 받으면 눈코입이 사라질 것같이 희고 맑은 피부에 깊은 보조개까지 파여 있었다.
지영식 PD가 흥분해서 대기실에 찾아온 게 이해가 갈 정도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심사위원들도 한동안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안녕하세요. 111번 고은서라고 합니다.”
이동민 실장은 조금 전 대기실에서 한소예가 벌인 난리도 잊고 살짝 들뜬 표정이다.
그 정도로 고은서는 눈길을 끄는 후보였다.
그때 안예음 이사가 고은서에게 말을 건다.
“예뻐서 인기 좀 많았겠는데요 우리 은서 양?”
고은서가 매력적인 눈웃음을 짓는다.
“네. 근데 조금은 아니고 꽤 많은 편이었어요.”
조금은 재수 없는 대답이었지만 그게 사실이라서 아니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네티즌이 들으면 안티가 10만 명 정도는 붙을 대답이긴 하지만.
이어서 이동민 실장은 2차 동영상에 녹화된 모습과 차이가 왜 있는지를 묻는다.
“오디션 영상보다 실물이 더 괜찮네. 영상에서는 피부톤이 좀 어둡더니?”
“아! 그거요? 원래 와주기로 한 조명팀이 안 와서 조명을 잘 못 세팅해서 그래요.”
17살에 오디션을 하는데 조명팀까지 갖추고 촬영을 한다는 생각은 그녀 나이 또래가 하기 힘들다.
아마도 한소예가 나서서 서포터를 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똑 부러진 대답에 심사위원들이 당황했지만 이내 고은서의 캐릭터에 적응하며 질문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옆이 너무 조용해서 쳐다보자 정상봉이 멍하니 고은서를 보고 있는 게 보인다.
“뭐하냐? 상봉아?”
정상봉이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린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왜 놀래? 저렇게 예쁜 애를 처음 봐서 그래?”
“아 아뇨. 예쁜 걸로 따지면 유진 씨나 영인 씨가 더 낫죠. 우리 체리블라썸도 각기 다른 매력이 있고요. 근데 그것보다 쟤 태도가 좀 당황스러워서요.”
“뭐가?”
“데뷔 몇 년은 된 베테랑처럼 보여서요. 세리는 아직도 인터뷰하면 조금씩 떠는데 쟤는 어떻게 프로보다 안 떨죠?”
17살의 어린 나이치고는 너무도 당당한 태도가 이해 안 간단다.
정상봉 본인도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라서 카메라 앞에 선 일이 많았었다.
일곱 살 이후로는 체육계에서 주목받는 엘리트였고.
하지만 그게 늘 부담스러워서 어깨를 펴지 못했단다.
그런데 고은서는 마치 이 상황이 너무 편해 보인다고 한다.
“가끔 저런 애들이 있어.”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믿고 사는 애들이 바로 그 케이스다.
괜히 고은서의 별명이 ‘고동설’이 아니지.
거기다 자부심에 걸맞은 재능도 있고.
그러자 정상봉이 말한다.
“세상 참 불공평하네요.”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회귀 전 아무리 맞춰줘도 불만인 고은서의 태도로 이내 팀원들이 폭발해 버린다.
분노가 쌓일 대로 쌓인 나머지 팀원들은 아는 기자들을 모아놓고 그동안 있었던 사건 사고를 다 불어버렸다.
그날로 팀은 해체되었고 고은서의 연예계 생활도 끝나 버린다.
물론 그녀는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뒷수습은 내게 맡기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버리지만 말이다.
당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혈압이 오른다.
그러는 사이 심사위원들과 대화를 끝낸 고은서가 오디션을 준비한다.
“그럼 지금부터 서연우 선배님이 부르신 화연가를 부르겠습니다.”
심사위원인 김종훈이 묻는다.
“남자 곡인데 여성 키로 바꿔 불러야 할 텐데 몇 키 올릴 겁니까?”
“아뇨. 원키로 부를게요.”
보통은 여성 보컬들의 목소리가 고음이기 때문에 남자 원곡은 여성 키로 바꿔 부른다.
그러나 보컬에 자신이 있는 고은서는 자신의 넓은 음역대를 알고 과감하게 서연우의 노래를 원키로 부르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여성 보컬이 남자 곡을 원키로 부르면 힘들 텐데요? 감성 전달도 쉽지 않을 거고요.”
“원곡의 감성을 그대로 뽑아내려면 원키가 더 좋을 거 같아서 따로 연습을 충분히 했습니다. 그리고 저 중음대가 제법 괜찮아서 남자 노래도 잘 부르는 편이에요.”
오디션을 보러 온 게 아니라. 마치 공연하러 온 듯이 자신만만한 태도에 김종훈이 재미있다는 듯 쳐다본다.
“좋습니다. 실력이 자신감의 반만 따라가도 전 합격 드리겠습니다.”
안예음 이사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스태프들을 향해 말한다.
“뭣들 해요? 어서 한번 들어보죠. 오디션 영상은 제법 괜찮았는데 실전에는 얼마나 통할지 궁금했거든.”
“예.”
스태프들이 반주를 준비한다.
고은서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마이크를 잡는 순간 현재 음원 1위 곡인 <화연가>의 반주가 나오기 시작한다.
심호흡을 몇 번 한 고은서는 음에 맞춰 노래를 시작했다.
그때였다.
남성 키로 노래를 부르는 불리함이 있었지만 정확한 가사 전달력과 풍부한 감성은 마치 이미 완성된 가수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17살이 아닌 27살의 목소리라고 생각될 정도의 성숙미도 묻어 나오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태도이던 심사위원들은 다 같이 턱을 괴고선 노래하는 고은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현장의 스태프들 역시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I.O.A>의 흥행을 담보해 줄 멤버 하나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 * *
“거기까지!”
1절의 노래가 끝이 난 순간 이동민 실장이 손을 들어 올린다.
고은서의 실력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뛰어난 터라 이동민 실장도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외모에 실력까지 갖춘 고은서가 나타나자 지영식 PD는 인터콤으로 연신 분량을 뽑아달라 지시를 하고 있다.
고개를 끄덕인 이동민 실장이 마이크를 든다.
“보컬이 아주 탄탄하네. 아이돌이 아니라 솔로 가수로 나가도 성공할 것 같아.”
“감사합니다. 그래도 전 아이돌이 좋아요. 솔로 활동은 아이돌을 하다가도 할 수 있잖아요. 세리 언니처럼요.”
재수가 없는데도 매번 맞는 말을 하니 반박하기가 애매했다.
“패기가 좋네. 어쨌건 보컬 수준이 이 정도면 더는 볼 필요 없겠다.”
순간 고은서가 당차게 묻는다.
“그럼 저 합격인 거죠?”
이동민 실장이 옆을 바라보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별다른 이의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동민 실장은 한 가지를 더 보자 말한다.
“박선녀 안무가님. 혹시 댄스 좀 봐주실 수 있습니까?”
박선녀가 마이크를 잡는다.
“우리 고은서 후보는 춤 연습해 본 적 있나요? 체리블라썸 허리 업 춤 가능해요?”
척.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답도 없이 의 시작 포즈를 잡는다.
“음악 주세요.”
어느덧 고은서는 자신이 이 오디션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틀게요.”
현장 AD가 음악을 틀자 고은서가 댄스를 시작한다.
그 순간 다시 한번 심사위원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해서 춤을 잘 추는 고은서는 팔다리도 길고 우월한 춤 선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통통 튀는 게 매력 포인트인 허리 업 댄스였지만 고은서는 아름다운 손동작으로 안무를 재해석하고 있었다.
당연히 안무도 합격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 * *
“합격입니다. 3월 14일 일요일. 본 예선 시작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은서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합격 인형을 받아 나간다.
합격을 한 것도 특별히 기뻐하지 않고 당연한 듯 걸어 나간다.
그 모습을 보며 심사위원들이 다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수군거린다.
“수준이 보통이 아니네.”
“쟨 최종라운드까지 올라가겠는데요?”
“최종라운드가 아니라 바로 한자리 줘도 당차게 해낼 성격이던데요?”
“솔직히 엄마 때문에 선입견이 좀 있었는데 싹 날아가네요.”
“성격이 좀 오만하긴 한데 실수를 안 하니 지적도 못 하겠더라고요.”
다들 고은서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래 사실 그게 문제다.
저 재능 때문에 혼 한번 안 나고 승승장구만 하다가 인성 논란으로 크게 터지게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때 우연희가 바로 그 점을 지적한다.
“전······ 끝까지 봐야 할 거 같아요. 종훈 오빠 말처럼 쟤가 너무 자신만만한 게 마음에 걸려요. 아이돌은 대중을 상대하는 건데 저런 태도를 보이면 안티팬이 늘 거 같아요.”
양은비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요. 외모나 실력은 전혀 문제가 없는 거 같아요. 근데 저 성격이면 단체 미션에서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현역 아이돌 생활을 하는 두 사람이 말하자 그제야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재능이 빼어나다 보니 그 정도 흠은 지켜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었다.
그때 정상봉이 심사위원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서 말한다.
“실장님. 그래도 저 정도 실력이면 고은서가 I.O.A의 바로 한국 멤버로 들어가겠죠?”
순간 정상봉에게 시야를 넓혀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회귀 전 난 재능으로만 사람을 평가했다가 엄청나게 큰 후회를 했었다.
인성을 도외시하고 성공만을 위해 키운 스타들은 스캔들을 일으켜서 수년간의 투자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곤 했었고.
그러니 내가 아끼는 정상봉에겐 그런 실수를 경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상봉아.”
“예. 실장님.”
“오늘부터 넌 여기 가수 팀이랑 따라다녀. 은지유 팀장이랑 이동민 실장님한테 이야기해 둘게.”
“예? 그러면 제가 맡고 있던 배우들은 어떻게 하고요?”
“남판규 팀장님이랑 연소희 팀장한테 넘겨.”
정상봉이 불안한 표정으로 우물 쭈물거렸다.
“전 가수 팀 업무는 잘 모르는데 괜히 민폐만 끼치면 어쩌죠?”
“괜찮아. 다른 업무는 할 필요 없고 오디션 진행만 도와. 그러면 금방 보고 익힐 수 있어. 그동안 체리블라썸 때문에 가수 파트들 어떻게 돌아가는지 봤었잖아.”
정상봉은 본인의 걱정과는 별개로 그동안 날 따라다니면서 배운 게 많아서 가수들의 매니징도 잘하는 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합격과 불합격에 상관없이 출연자 오디션은 모조리 녹화해. 녹화된 영상에다가는 출연자의 장 단점을 반드시 적어서 보내고.”
“예. 저기 근데 실장님. 왜······ 그런 걸 하죠?”
“연예인을 볼 때 재능 하나만을 보면 문제가 생기니까 이번 기회에 사람 보는 연습도 하라고. 너 말이야 가령 쟤가 학폭 같은 데 연루되어 있으면 어쩔래?”
순간 정상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전혀 그렇게 안 보이던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가령 그렇다면 어쩔 거냐고.”
“그러면 재능이고 뭐고 꽝이죠. 다른 애들 괴롭힌 애들은 아이돌 못 하잖아요. 피해자가 경험담만 올려도 그날로 팀이 박살 날 텐데요.”
“그렇지. 그러니까 재능은 반드시 보되 다른 점을 알아채는 능력도 길러. 정보도 구하고. 안 그러면 언젠간 반드시 후회할 거다.”
정상봉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긴 우리 체리블라썸 애들이 사랑받는 게 인성 논란이 없어서이기도 하니까······ 아 그러면 인성도 같이 보라는 거예요?”
“자식. 그동안 헛배운 건 아니네. 그래. 이건 대중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야.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아이돌은 재능으로만 평가하면 안 돼. 쟤가 아무리 잘해도 대중이 싫어하면 끝이잖아.”
정상봉이 이해했다는 듯 씨익 웃는다.
“예. 실장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넌 나처럼은 되지 마.”
정상봉이 고개를 갸웃한다.
“예? 실장님처럼 되지 말라뇨?”
회귀 전의 내가 생각나서 말실수를 해버렸다.
난 급히 말을 바꿨다.
“아냐. 그냥 그럴 뻔한 적이 있어서 그래.”
“아 예.”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도중 지영식 PD가 심사위원들에게 외친다.
“슬슬 다음 후보 올려도 될까요?”
“예. 불러주시죠.”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마치자 스태프들이 다시금 다음 오디션 참가자를 부른다.
“112번 나오세요~”
난 고은서를 떠올리며 한편으로 그녀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또 한 번의 기회를 가질 자격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I.O.A에 그녀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 * *
고은서가 보여 준 실력이 워낙 충격적이었던 터라 그 뒤에 올라온 출연자들은 빠르게 탈락했다.
그때였다.
-123번 성나라. 들어오세요.
성나라는 2주 전 내가 구했던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123번 성나라입니다!”
성나라는 노란색 투피스 옷을 입고 왔는데 오늘따라 반달 눈웃음과 귀여운 미모가 돋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해체시킨 FIVE 엔젤스의 멤버로 1년간 아이돌 활동을 한 데다 외모만으로도 개인 팬덤이 있을 정도였기에 다들 보자마자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실력 또한 나쁘지 않은 걸 알았기에 심사위원들은 오디션 그 자체보다 그녀의 경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동민 실장이 한숨을 살짝 내쉬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만약에 오늘 합격하더라도 경선하는 동안 내내 지난 아이돌 경력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알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각 후보들에게 팬덤이 생기는데 팬덤들은 타 후보에게 지극히 공격적이다.
그중에서 이미 현역 아이돌 활동을 경험한 성나라는 첫 번째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기존 팬덤들도 분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었고.
“잘 알고 있습니다.”
“좀 많이······ 아니 어쩌면 생각한 것보다 반응이 안 좋을 수도 있어. 괜찮겠어?”
그때였다.
성나라가 빙긋이 웃으며 답한다.
“그것은 제가 짊어져야 할 무게라고 생각합니다. 도망갈 생각 없어요 도망간 적도 없고요. 그리고 도망갈 수도 없어요. 제겐 이 길밖에 없으니까요.”
저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이 자리에서 본인과 나 뿐이겠지.
누구보다 여린 그녀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악착같이 버티는 독종이었다.
자기보다 어린 세 명의 동생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미래를 책임지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이거 패기가 장난이 아니네.”
그런데 그때 성나라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낸다.
“솔직히 이 일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고마운 분이 절 도와주셨거든요. 그래서 저 절대 포기 못 해요. 그분께 보답하기 전에는요.”
성나라는 내가 구해준 걸 언급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무대 옆 코너 쪽이라 저기서는 내가 안 보일 텐데도 말이다.
“이거 누군지는 몰라도 저희가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패기 넘치는 지원자를 보내 주셨으니까 말이죠.”
안예음 이사는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은 뒤 오디션을 보자고 한다.
“어쨌건 1년 동안 아이돌 생활을 했으니 더 까다롭게 볼 거예요. 실력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죠?”
“예!”
“그럼 보여 주세요. 프로답게!”
성나라가 선택한 곡은 강하나가 부른 <새로운 시작>이었다.
아이돌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성나라에게 딱인 곡이었다.
신호를 주자 성나라가 심호흡하고 마이크를 잡는다.
반주가 나온 순간 가녀린 성나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짙은 감성을 드러내는 강하나의 원곡과는 달리 성나라는 앳되고 맑은 목소리 톤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진솔함만큼은 원곡자인 강하나에게 뒤지지 않게 모두의 가슴속에 와닿고 있었다.
* * *
“합격입니다.”
성나라가 눈물을 흘리며 합격 인형을 품에 안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고맙다. 나라야.’
혹시라도 구해준 내가 <프로젝트 I.O.A>의 핵심이라서 날 믿고 2주 동안 연습을 게을리했을까 봐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건 우려였다.
성나라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오디션에 임하고 있었다.
합격 인형을 받아든 성나라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선 오디션장을 나섰다.
그때였다.
진동이 울리며 성나라의 까톡이 도착했다.
[성나라 : 실장님. 저 합격했어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녀는 무대에 있는 날 보지도 못했을 텐데도 먼저 나서 이렇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난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정윤호 : 잘했어. 하지만 중요한 건 본 방송이니까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해. 알지?]
[성나라 : 넵. 실장님. 최선을 다할게요. 아자아자 파이팅!]
나 역시 파이팅이라고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이잉~
[발신자 : 도란희]
도란희의 전화다.
까톡 메시지를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어 란희야. 왜?”
그 순간 도란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실장님. 큰일 났어요! KBC에······ 빨리! 빨리 좀 와 주세요.
대체 또 무슨 일이지?